오빠들과 동생이 "가문의 영광"이라 했다.
그 "가문의 영광" 상징 패를 차 뒷좌석 바닥에
한동안 태우고 다니다가 오늘 꺼내왔다.
상자에서 꺼내 티브이 놓은 테이블 한 귀퉁이에
세워 놓았다.
홀인원 트로피가 이제 세 개가 되었다.
첫번째 홀인원은 내 친구 , 두명의 모르는 이와 같이
플레이 했을때여서 그냥 헤어졌고 ,
두번째 홀인원은 아는 사람 셋이서 했을때 여서
다 사양하고 내가 조촐한 밥만 샀다 .
세번째 네번째는 우먼스 클럽에 조인 했을때 여서
당연히 패도 받고 박수도받고 돈도 썼다 .
골프를 한 지 17~18년 된 것 같은데
구력에 비해 실력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은 인터넷 보면서 공부도 하고
연습장도 열심히 가는데 나는 절대 그런 것 안 한다.
그날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고
공이 제 갈 길을 잘 가주면 성적이 좋은 날이다.
유난히 안 되는 날이 있고 뭘 해도 잘 되는 날은
우리들은 운빨 좋은 날이라고 말한다.
나도 한때는 욕심이 생겨 연습도 하고
중간 중간에 레슨도 받고 연장도 바꾸어 보기도 했다.
언제 부터인가 잘하면 좋기는 한데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인걸 보면 하산을 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인지 ,
마음이 비워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에도 열정이 없는 성격 일 수도 있겠다.
네 번째 홀인원을 2020년에 하고 한 번쯤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그런데 가끔 그 맘이 살짝 드는 순간 골프공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샷이 된다.
야망과 욕심이 화를 부른다.
삶도 그렇듯 골프도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절대 아니란 것을 골퍼들은 다 안다.
그런데 올 9월에 드디어 다섯 번째 홀인원을 했다.
몇 년째 같이 썸이 되어 일주일에 두 번은
함께 하는 언니들과 자주 가는 퍼블릭 골프장에서였다.
그중 가장 골프를 잘하는 경력이 30년도 더 되는
언니는 홀인원을 힌반도 못해봤고
홀인원 하는 것도 못 보았다고 한다.
이번에 내가 하는 것을 처음 본 것이란다.
언니는 영광이라며 더 좋아했다.
한 언니는 한번 ,한 언니는 두 번 했다고 했다.
나처럼 다섯 번 하는 사람은 처음이란다.
골프도 운칠기삼이라 던가?
운이 칠이고 기술이 삼.
정말 맞는 말일까?
그런데 내 인생에서 거저 오는 운도 없었고
그렇다고 기술이 좋은 것도 아니다.
나는 다른 데서는 그런 운이 정말 없다.
초등학교 다닐 때 보물 찾기도 못했고
어떤 추첨에서도 된 적이 없다.
올 12월에 두 번의 성당 모임에서도 그 많은
추첨이 있었는데 한 번도 안 되었고
빙고 게임에서도 나는 비껴가기만 한다.
홀인원 한 날 모두 바빠서 밥도 못 먹고
그냥 헤어졌다.
선물로 뭘 해줄까 해서 내가 밥 한번
맛있는 것으로 사겠다고 했다.
그날은 황홀한 마음은 남아 있는데
누구한테도 전할 데가 없어 마음이 쓸쓸했다.
딸들한테 그 소식을 문자로 전하니
풍선 들고 춤추는 축하 이모트콘 보내고
울 엄마 장하다고 했다.
그 애들은 골프를 하지 않아서 그 기분을
모를 것이다.
언니들이 홀인원 패를 해준다 해서
처음엔 내가 그런것 필요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옷 하나 이쁜것으로 사주겠다고 했다 .
그러다 맘이 바뀌어 홀인원 패를 해 주시면
고맙게 받겠다고 했다 .
언니들과의 좋은 추억도 간직하고 싶고
다시는 홀인원을 못 할 것 같아 아마도
이게 마지막이지 싶어 기념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가 한 달 넘는 한국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서 언니들한테 밥도 사주고
홀인원 패도 받고 또 작은 선물이나마
하나씩 사 드렸다.
그냥 그렇게 해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몇 날 며칠을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오늘에서야 꺼내와 박스를 풀고 다른 패와
나란히 갖다 놓았다.
이제는 크게 영광스럽다거나 그런 맘은 없다.
한국에 갔을 때 형제들과 골프 이야기를 하다가
그럴 때 혼자의 삶이 외롭더라고 말을 했다.
그런 말을 왜 이제 하느냐며 "가문의 영광" 이란다.
내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 보니 형제들이 웃자고 하는 소리다.
그리고 그날 밥값을 나보고 내라고 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소고기를 먹을 것을 괜히
돼지고기 김치찜을 먹었다고 이번엔 그냥
넘어 가 준다고 했다.
다음에 홀인원을 하면 형제들 비행기 표
다 끊어주고 초대해서 함께 라운딩 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다시는 못 할 것 같고
운이 좋아 홀인원을 한다 해도
한국에는 그 소식을 알리면 절대로 안 되겠다 .
한 해 동안 열심히 하늘 쳐다보고 땅 파면서
잔디 파 헤치고 한탄의 괴성도 많이 냈다.
모르는 사람끼리 골프라는 운동으로 만나
일주일에 한두 번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나의 골프 썸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예전에는 남가주 여성 챔피언을 했다는
70대 중반인 J언니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골프가
잘 안 되니 손을 놔야 할까 말하시고
70대 초반 두 언니는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함께 오랫동안 이렇게 재미있게
운동하자고 약속했다.
내년에도 올해 처럼 그렇게 할 것이다.
혹시나 또 홀인원을 하려나?
그런 기대는 저버리지 않겠다.
"가문의 영광 "
내게도 그런 별칭이 있어 봤다 .
첫댓글 잘 계시지요 오늘은 댓글을 달 아도 가문의 영광입니다 한번은 필드에서 두번은 스크린에서 우리 가문은 영광서러운 일이 참 많이 있나 봅니다~~^^
그바님도 우리 가문이시죠? ㅎㅎ
저는 스크린 골프는 힌반도 안 해봤어요.
그바님은 실력이 좋으셔서 홀인원을 하셨을거라
생각해요 . 저는 아니거든요 .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가문의 영광 맞네요.
글 쓰는 솜씨는 다른 가 몰라도
글 속에서 나타나는 아녜스님은
저와 비슷했음을 봅니다.
지금은,
제 자신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남 앞에 나타내는 걸, 많이 쑥스러워 했거든요.
먼 타국에서 생활해도
자신을 지키고 개척하는 힘이 外柔內强,
한국여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글쎄요 .
글에서 나타나는 제 성격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
실제로도 저를 타나내는것에 소극적인것은 사실 같아요 .
쑥스러워도 하지만 단순하게 살고 싶어 해서요 .
그런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장점도 있어요 .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콩꽃님
한번도 하기 어려운 홀인원을 다섯 번 씩이나..
가문의 영광 맞습니다.
아마 욕심 없이 무심코 치시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축하~!
조금 재미있자고 써 본 글입니다 .
자랑도 할겸 ㅎㅎㅎ
욕심이 없는척 하지만 사실 그 욕심을
숨어 있긴 해요 .
오늘은 망한 날이었답니다 .
가문의 영광이 맞네요.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들다던데 ㅎ
다음에도 한 번 더 하시어 형제들
미국 초청 라운딩 하세요.
남은 한 해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그런 날이 올까요?
운이 좋긴 한것 같아요 .
기대 해 볼게요 .
한스님께서도 기분 좋은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
글은 최대한 겸손하게 쓰셨지만 홀인원을 그렇게 많이 하셨다니 골프 천재 같아요.ㅎ
잔디밭을 걸어본 적 없는 아저씨는 오메 기죽어 소리도 안 나옵니다.
은근 배짱이 있어 보입니다.
골프 천재 절대 아닙니다 .
저는 거의 컴맹 수준이니 손수건님이
부럽습니다 .
배짱은 없지만 때로는 과감한 도전도
해 보지요 .
이모티콘이 귀엽네요 ㅎㅎㅎ
가문의 영광
축하축하 받을만 하네요.
골프는 티비에서 공부 해봤고
요즘도 가끔 티비에서 시청을 하지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나만의 감동이 있더군요.
아녜스님
행복을 얻은 기분 좋아요.
조금 씩씩해 보이는 글로 써봤어요 .
저는 공부하는것을 싫어해서
식당가서 메뉴도 제가 안 고릅니다 .
대신 남이 선택한것에 불만도 없어 하고요 .
형제들이 골프를 하니 가끔 골프 이야기
많이 하다 보니 나온 이야기랍니다 .
즐거운 성탄 보내세요 윤정님
골프를 모르니
골프용어도 알지 못하는데
홀인원이 쉽지 않은거군요.
남들은 한번 하기도 쉽지 않은걸
다섯번 씩이나 하셨다니
가문의 영광소리 들을만 하네요.
아녜스님
건강하시길요.
제가 사는곳은 골프하기 좋은 곳이거든요.
가격도 싸고 골프장도 많고요 .
홀인원은 운이랍니다 .
번개 맞을 확률이라고 말도 하지요 .
홀인원 하는 사람 옆에만 있어도 3년
재수가 좋다나 ?
재미있게 써보려고 했는데
급히 쓰느라 글 내용이 별로네요 .
제라님도 좋은 나날 되세요.
가문의 영광 축하합니다.
나는 골프는 한번도 안해 보았어요
감사 합니다 .
푸른비님은 마음의 양식을 쌓는일을
많이 하시니 골프 안 하셔도 좋습니다 .
한국에 있었으면 저도 안 했을거예요.
남들은 일생에 한번할까 말까한
홀인원을 다섯번씩이나..
다음에 하실 때는 축하 라운딩같이 하러
버지니아에서 날라가겠습니다..^^
그쵸?
제가 좀 특이하긴 해요 .
다음엔 그런 일이 있음 서글이님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
US women's open 의
그 페블비치 코스 몇 번 홀 인가요
정보 좀 주시면 클럽선택에
도움 되겠습니다
~~^
17 마일 가까이 있는 그 페블비치는 저는 못 갑니다 .
제가 그런곳에서 골프 할 정도의 부자가 아니거든요.
저는 제 동네 가까이에 있는 public golf course에서
주로 라운딩하지요 .
골프 치기 좋다는 미국에 와서는
골프 한번 쳐 보질 못하고 살았어요.
오기 전 10년을 쳤는데
저 뿐만 아니라 같이 치는 사람들
'홀인원'도 보질 못했어요.
그냥 전설인가...? 하고 살았는데
다섯 번 씩이나??
가문의 영광을 넘어
나라의 영광 같습니다.
자부심 더 크게 키워 보세요~ ㅎ
그런 운도 있더라는 이야기 입니다 .
실력은 형편 없어요 .
그나저나 캘리포니아는 자동차 등록세가
왜 그리 올랐는지 모르겠어요 .
세금 비싸서 이제 골프 끊어야 될것 같아요 ㅎㅎ
내년에는 서울에 삼세번 오세요
골프 ㄱ자도 모르는 저가
골뱅이 안주로 건배
행운을 빌어드립니다ㅎㅎ
그 집 골뱅이가 참 실하게 들어 있었지요 .
안주로 안성마춤이었습니다 ..
골프의 ㄱ 자 모르셔도 저랑은 골뱅이로
통하면 됩니다 강마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