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엔 ＜5＞/위정(葦靜)류우천

[운영자/고은별]

사실 저도 서울 세검동에서 태어났는데 6.25동란으로 고향인 안동으로 피난을 왔었지요

하회마을에 풍남국민학교라고 일본애들이 지은 단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빈터만 남아 있습니다  동네라고 해야 80%가량이 일가들이고 아침이 되면

보자기에 책4권과 노트 1권 그리고 연필은 책사이에 끼우면 심이 부러지진 않지요

책보자기도 여자들은 허리에 매는데 남자들은 멋을 부린다고 어깨로 매면 멋져 보였지요

학교에 갈려면 낙동강을 건너야 되는데 겨울엔 섶다리가 있어서 다행인데 여름엔 옷을 홀라당

벗고 책보에 고무신을 묶어서 머리위로 동여 매고 개구리 헤엄으로 한 길이 넘는 낙동강을

건너 다녔지요  그러자니 장마 때는 죽을 고비도 몇번을 넘겼겠지요

겨울철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역시~ 추위와 싸우는 겁니다  그 시대엔 양말도 신통찮았고

더더구나 내복은 이름도 몰랐으며 신발도 보통은 검정 고무신이 대부분이고 조금 났다 싶으면

백고무신 부자는 운동화며 구두는 서울에 부자들이나 신는 사치품이였지요  지우게도 없어서

백고무신 헌 것을 잘라서 휘발유에 담궈두면 그걸 지우게 대용으로 썼지요

검정색 교복도 한번 입으면 갈아 입을 옷이 없었고 코가 흐르면 연실 소매에 닦아서 소매끝은

딱딱하면서도 빛이 났었지요  우리가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코흘리는 애들이 많았는지 아세요~??

나중에 알았지만 얼굴에 마른 버짐이 피는 것도 영양부족 상태라는 증거고~ 누런 코가 연실

콧구멍을 들락거리는 것도 영양부족에서 오는 첫번째 증세라고 하더군요

초딩 2학년때 서울 효자동으로 이사를 갔는데 금방 입학이 안되어서 두어달 놀다가 청운

국민학교에 전학을 갔는데 본교엔 고학년들이 공부하고 저학년은 학교뒤 공터에 천막교실로

보내더군요  그것도 교실이 모자라서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서 공부를 했었지요  제일 즐거운

날은 우유를 타는 날입니다  바로 위에 누나가 2살 위인데 당연히 같은 학교를 다녔지요

집에 우유를 가지고 가는 날은 항상 엄마한테 혼나는 날입니다  누나는 정량을 가지고 가는데

나는 항상 누나보다 적었거든요  빈 속에 생우유를 먹었으니 밤에는 화장실에서 덜덜~거리며 

설사를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보고 참는다는 건 고문에 가까운 형벌이더군요  지금도 추운

겨울날 동네 친구들과 추위를 피한다고 양지 바른 판자담에 기대어 꼬질꼬질한 손등이 터지느라고

따끔거리던  기억이 새록새록~나는군요 ▷ ▷

[운영자/노원]

옛날 옛날엔 5편 잘 보고
갑니다 귀한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