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8월의 일기, 작은 보탬
2023년 8월 5일 토요일인 바로 어제 일이다
오후 6시 23분을 막 찍고 넘어가는 시각에, 우리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어울리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특별한 게시가 하나 있었다.
홍만부 친구가 게시한 것으로 ‘문경중학교 총동창회 임시이사회의’라는 제목이 붙은 쪽지 한 장을 찍은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쪽지에는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제 47차 총동창회 체육대회 개최와 그 행사에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토의를 하고 그 결과를 알리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따로 문장 한 줄 문자 한 자 없었지만, 홍만부 친구가 그 쪽지 사진을 게시하는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딱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홍만부 친구는 우리 동기동창 친구들이 뭔가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
모른 척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지난 13년을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꾸려온 법무사사무소를 지난해 8월에 접고 고향땅 문경으로 영구귀향해서 작은 텃밭을 일구는 방거치 농부 신세가 된 나로서 특별히 돕고 나설 일이 무엇 있을까 고민이 깊었다.
궁하면 포기하면 될 것이지만, 고향땅 고향 친구들에게 나름의 애착이 깊은 나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예 돕기로 작정을 하고, 그리고 그 명분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밤새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보람이 있었다.
거듭 생각한 그 끝에 하룻밤을 지난 같은 달 6일 일요일인 오늘 이른 아침에, 내 할 역할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기수에 맡겨진 광고 둘 중의 하나를 내가 책임져주는 작은 보탬이었다.
내 그 작정을 알려야 했다.
당초 게시를 했던 홍만부 친구에게 기쁨도 주고, 그 사실을 지켜보고 있을 우리 같은 동기 친구들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우리들 카카오톡 단체방에 글 한 편을 게시했다.
곧 이 글이었다.
‘만부 친구! 참 애쓰시네. 우선 코로나로 오래 중단됐던 총동창회 체육대회가 다시 열리게 된 것이 참 기쁘네. 만부 친구가 게시한 임시이사회 결정사항을 잘 봤네. 내 딱 보니, 우리 기수에서 개별적으로 보탤 건 경품과 광고인 것 같네. 한여름 더위에서 애씀이 큰 사무국 직원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행사에 드는 돈을 어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임을 내 잘 아네. 내 그동안은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13년을 꾸려왔던 법무사사무소를 내세워 광고를 함으로써 작은 보탬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 법무사도 접고 지난해 한여름에는 고향땅 문경으로 아예 귀향을 해서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나로서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어, 어찌 광고를 내나 하고 지난 밤새 고심을 했었네. 그 끝에 2023년 8월 6일 일요일인 오늘 이 아침에 문득 결론을 얻었네. 새로운 일터를 하나 만들어 그 이름으로 광고를 내기로 한 결론이었네. 그 이름, 바로 ‘독서회 작은 행복’일세. 아직은 회원 하나 없는 빈껍데기 모임이지만, 머잖아 책 좋아하는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나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이라 믿네. 그래서 우선 내가 스스로 ‘회장’이라는 직을 만들어 그 자리에 올랐고, 그 직함과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와 팩스와 메일, 그리고 내가 카페지기인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를 소개하는 내용의 명함도 임시로 만들었네. 그 명함을 이번 행사 안내책자에 광고로 좀 내주시게. 광고비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우선 10만원을 총무 조방연 친구의 계좌(국민은행 609-21-0344-758)로 입금시켰네. 모자라면 알려주시게. 더 입금시킬 것이니 말일세. 우리 문경중학교 동문 모두가 자랑스러운 동기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우리들 13회 동기회의 이름을 빛내는데 있어, 내 오늘 하는 이 짓이, 우리 동문 모두에게 십시일반 작은 보탬의 계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네. 만부 친구! 간곡한 내 바람인데, 우리 살아생전 지금 이 순간처럼 우정으로 똘똘 뭉쳤으면 하는 내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이 글을 끝맺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