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떠오르는 지나간 그때가 그리워 가끔 현실을 잊은 채 그때로 돌아가 추억 속에 서성인다
세월이 흘러도 가끔 생각나는 그리움 밤새 내린 가을비에 가슴 한편에 휑하니 쓸쓸함을 더해준다
추억 속 그때가 떠오르면 행복한 미소에 눈물이 맺힌다 텅 빈 허공에 어리는 아련한 그리움이 아프지만 행복하다
아직도 가슴에 숨 쉬고 있는 그리움이 있기에 추억이 아름다운 이 가을
너와 나의 추억이 담겨있는 이 길을 걸으며 아무도 모르게 가슴에 묻어둔 행복한 그때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가을 마중/ 정옥심
가을이 온다기에 이른 마중을 나간다
추억이 묻어나는 길 따라 나서 보니
맑은 숲이 향기롭고 내 마음은 파란 하늘 위 구름 따라 두둥실 떠간다
타는 열정의 해바라기가 야문 햇살에 고개를 숙인 채 알알이 영글고
신작로 길 따라 핀 코스모스 위로 잠자리 떼 날으니
어디선가 툭 하며 알밤 떨어지는 소리에 도토리도 마실을 따라나서려는 채비를 서두른다
내 강아지/ 정옥심
걸음마 걸음마 뒤뚱뒤뚱 내 강아지 걸음마 배우는 소리
잼 죔죔 내 강아지 손가락 놀이
짝짜꿍짝짜꿍 내 강아지 손뼉 치는 소리
우르르 까꿍 할아버지 손주 어르는 소리
내 강아지 울었다 웃었다 연극배우다
목마와 숙녀에게 보낸 편지/ 김 광휘
인생은 스쳐 지나가는 기차역에서 만난 빗줄기
나의 손끝에 포로 되어 달아나는 노랑나비의 날갯짓
인생은 오래된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는 빨강 담벼락, 녹색 담장이 잎새의 흔들리는 그림자
오늘도 석공처럼 인생의 돌판에 구원을 위한 계율을 새긴다
오늘도 목적지 없이 기차를 기다린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은 여행객의 고뇌처럼 이 길목을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쓴다
희망이라는 기차역 작은 우체국에서 길지 않은 엽서를 보낸다.
권농동 185번지 가을 소묘/ 김 광휘
호랑나비가 종묘 담을 넘고, 권농동 주얼리 도로를 날고 있다 커플링 반지는 사랑의 상징이다 원형의 반지는 긴 시간으로 가는 입이다 사랑은 추억이다
열열한 애정은 기억너머에 있다 마지막 죽음은 망각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조용하다 역사는 산자의 것이다 망자의 기념비를 본능적으로 세운다 망자를 위해 성을 쌓고 성결한 울타리를 두른다 기념일에 망자의 이름을 부른다 흘러가는 구름은 외롭다 저 홀로 태양이 외롭게 타고 있다 기억너머는 어둡다
역사는 내 손에 낀 커플링 반지다 죽은 자는 귀와 입이 없다 관광객은 보석을 산다
추억의 마지막은 숲 속의 샘물 같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배고픈 의자에 추억들이 앉아 있다 늙은 고양이가 가을 햇빛을 쬐고 있다 나의 가을이 가고 있다
마지막 희망 /김대식
용산 육군본부옆 거친 바다를 닮은 할머니 고요가 찾아들면 물 위에 방석 하나 놓는다
40여 년 끌어안은 연탄화덕 하나 오고 가는 정 때문에 놓지 못하고 뻘겋게 타 오르는 연탄 구멍구멍 질퍽한 삶의 고단 함을 고등어 비린내와 함께 태워 하늘로 날려 버린다
허름한 사내가 바다가 그리워 미닫이 여는데 고등어 제살 발라 접대를 한다 빈 바다에 띄울 배 한 척 없는 객손들이 추억 속에서 희망을 젓고
오고 가는 술잔이 더 할수록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해 속으로 빠져들어 흐느적거리는 밤 사이로 뼈대만 남은 고등어가 바다로 가는 길을 찾고 있다
아버지 같은 해/太陽/김 대식
달그락달그락 부엌 불 밝히시고 어머니께서 아침밥 준비 하시나 보다 사위가 환히 밝았는 데도 아버지 기척만 보이지 나오시지 아니한다 앞산 뒷 자락에서 오늘해야 할 일 들을 구상하시나 보다
상큼 데이 /김 미정
나를 떠 올리면 여전히 꽃다운 나이
그러다 직원들이 나를 보고 정중히 인사를 하면 나보다 더 나이 든 사람들이 왜 저렇게 고개를 숙이지?
하고 착각에 빠져 거울을 보면 그들이 고개 숙일만한 늙은 여자가 있다
대략 난감한 시간이 흐른 후 맞아! 나 오래 살았지 하며 늙은 나를 받아들인다
벌써 할미가 되었는걸
그러다가도 거울을 마주하지 않는 시간에는 나는 여전히 젖살 볼이 있는 앳된 소녀이다
마음과 현실이 차이가 이렇게 크니 통증이 괴로움으로 가끔 변한다
거울보다 더 미운 것은 카메라 사진이다
얘는 잔혹하다 에누리가 없다 이 원수를 어떻게 갚을까
가을찬양 /김 미정
밤들은 다복다복 영글어 가고 풀들은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까치발 들고
이때를 놓치면 큰일인 것처럼 다들 온 힘을 다한다
23년의 가을은 이미 성큼 발을 내딛고 내 생각들이 풀을 쫓아 키를 자꾸만 키워간다
오늘은 내 영과 육은 어떤 상태인가?를 자문하는 날이 되어야겠다
뜨거운 열기에 내 영혼은 푹 익어 먹음직하게 될 것인가? 열매의 계절 나도 한번 제대로 익고 싶다
둘은 음양을 셋은 세 기운을 품고 있는 마술사
둘과 셋이 만났으니 못 이룰 것이 없겠네 이 가을은 퍽 깊을 듯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 김 유옥
하루 해가 떠오르면 생명체는 시간의 흐름 속에 물 흐르듯 따라 흐른다
잠에서 깨어난 파도는 힘차게 다가오고 산새들은 지저귀고 수목들은 춤을 춘다 사람들도 분주히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