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청소 및 운동기구 정리하는 태경영 씨
운동기구 집으로 들고 가지 마세요!
장산이 정비되면서 체육공원이 생겨나고 중앙 등산로에 가로등이 설치되었다. 가로등이 설치되자 가로등 점등 시간대에 대한 민원이 이어졌다. 가로등을 더 빨리 켜달라는 민원인데 ‘동이 트기도 전인 꼭두새벽부터 불을 밝혀달라’는 내용이 당시에는 쉬 납득이 되지 않았다. 조금 더 집에 있다가 동이 틀 무렵에 장산을 찾아도 될 터인데 그렇게 서두르는 분들의 심정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도 아침 6시 30분경 대천공원에 도착하면 벌써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내려오는 주민들을 만난다. 도대체 몇 시에 집을 나서야 체육공원에서 운동을 마치고 이 시간에 내려오는 것일까?
지난 14일 오전엔 6시가 좀 넘어서 대천공원에 도착했다. 이유는 아침 5시경부터 체육공원을 청소하고 운동기구를 정돈하는 주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체육공원 계곡 오른편에 주로 남성들이 이용한다는 체육공원에 도착하니 제보자인 중동 롯데캐슬마스터2차아파트에 거주하는 황성도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인공인 해운대 대동타운아파트 주민 태경영 씨를 소개했다.
나란히 체육공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 5시경 체육공원에 도착하는 건 너무 이른 시간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 시간에 올라와도 이미 운동을 마치고 내려오는 주민들이 많다”고 했다.
옆에서 황성도 씨가 그간 태경영 씨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벽에 체육공원에 도착하여 체육공원 바닥 청소부터 운동기구 정리까지, 그리고 여름철에는 넓은 바닥에 물을 뿌리고 가을철엔 낙엽 청소까지 도맡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태경영 씨는 “운동기구를 훔쳐 가는 이들도 있다”면서 “얼마 전에도 비교적 가벼운 새 아령을 구매해 두었는데 누군가가 들고 가 버렸다”고 했다. 이어 “누구는 사비를 털어 운동기구를 기부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가져가 버린다”며 씁쓸해 했다.
경성대학교 교직원으로 정년 퇴임한 그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체육공원에 일찍 온 김에 다음 이용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뿐이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함께 대천공원으로 내려오면서 “시락국밥 한 그릇 하자”는 황성도 씨의 권유를 다음 기회로 돌리며 황톳길에서 헤어졌다.
지난번에 소개한 황톳길 주민 관리자가 이미 쓸어놓은 황톳길을 맨발로 오르자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장산의 숨은 일꾼들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 몸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