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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장비, 반도체제조
2022.11.02641
목차Ⅰ. 연구배경
Ⅱ. 글로벌 반도체장비시장 동향
Ⅲ. 세계 반도체장비 교역 동향 및 특징
Ⅳ. 한국 반도체장비 교역 동향 및 특징
Ⅴ. 결론 및 시사점
Ⅵ. 참고자료
반도체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며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품목으로 인식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올해 10월 7일 미국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명문화하여 발표하였고,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반도체장비 수요 급증이 맞물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장비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장비는 반도체 생산공정에 따라 크게 웨이퍼제조장비, 전공정장비, 후공정장비 및 부분품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더욱 세부적으로는 반도체 8대 생산공정별로 분류할 수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판이며, 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 모양을 새기고 깍아내는 핵심 공정이다. 전공정을 거친 웨이퍼는 이후 여러 조각으로 절단되어 개별 포장된 이후 성능 검사를 거쳐 출고되는데, 이 공정이 보통 후공정으로 분류된다. 최근 이종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후공정에서도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가공단계가 추가되고 있으나, 보통 기술장벽이 가장 높아 국가별로 편차가 심한 공정은 전공정으로, 첨단 반도체장비 다수가 전공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편 반도체장비시장은 지정학적인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반도체장비 수요는 대부분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며, 특히 중국이 최대 수요국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기준 세계 반도체장비 수요는 1,027억 달러 규모로, 이 중 77.5%에 해당하는 796억 달러의 장비가 동아시아 3국(한국·중국·대만)에서 소비되었다. 반면 반도체장비 공급은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네덜란드 등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핵심 장비 공급을 독점하는 상위 5개 장비업체는 모두 상기 3국에 소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2021년 총매출액은 816억 달러로 동기간 세계 반도체장비 총구매액의 80%를 상회한다. 반도체장비시장은 기술장벽이 높아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 매우 어렵고, 삼성·TSMC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은 기술적으로 검증된 업체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의 독과점 구도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특성은 교역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반도체장비 3대 수출국은 미국·일본·네덜란드이며 3대 수입국은 한국·중국·대만이다. 문제는 3대 수출국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한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액 중 미국·일본·네덜란드 수입 비중이 77%를 상회하며, 특히 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경우 전량 네덜란드의 ASML사에 의존하고 있다. 장비 수급에 차질이 생겼을 경우 이를 대체할 수입처가 마땅치 않기에 한국 반도체산업은 근본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장비를 놓고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장비 수급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10월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제한 조치를 공식 발표하면서 중국에 소재한 한국 반도체 생산시설도 반도체장비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은 2017~21년까지 연평균 30%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해 왔지만 2022.1~6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하며 돌연 하락 전환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물류난과 중국 내 봉쇄정책이 완화된 시점에서 반도체장비 수입이 갑자기 감소한 것은 상당 부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이 있다. 올해 10월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미국 내 주요 반도체장비업체를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조치가 반도체장비 교역 데이터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올해 중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이 돌연 역성장한 것은 EU(75.4%), 미국(40.4%), 일본(28.1%) 등 다른 국가들의 반도체장비 수입이 동기간 두 자릿수대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반도체장비 교역에 지정학적 역학이 작용한 결과로 판단되며 추후 지속적인 교역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한 추가 검증이 요구된다.
이처럼 미·중 기술경쟁 여파로 반도체장비 교역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향후 안정적인 반도체장비 조달 및 첨단 장비 선점을 위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Chip4)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장 수입 대체 및 국산화가 어려운 첨단 반도체장비를 고려하면 Chip4에 참여할 당위성은 더욱 크다.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14nm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도 핵심 반도체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Chip4를 통해 안정적인 반도체장비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반도체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Chip4를 통해 반도체장비 3대 수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R&D 투자를 병행하여 핵심 장비의 국산화율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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