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도 피하지 못한 정부·여당 차원의 ‘잠룡 길들이기’
전문가 “잠룡 죽이기? 총선 전 尹정부와 與 지도부의 경고”
전국에 물난리가 난 가운데 지인과 골프를 쳐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원권 정지 10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수해 현장 복구 봉사활동도 했지만 징계 수위를 낮추진 못했다. 홍 시장은 내년 5월까지 당원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활동에서 배제됐다.
일각에서는 여권 ‘잠룡 수난사’가 이어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나경원·안철수 등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3 대구투자설명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모습. /뉴스1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이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받자 그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는 징계 수위에 대한 반발과 응원이 섞인 글이 쇄도했다. 이들은 홍 시장의 징계가 정해진 26일 “이제 당을 버리기로 했다”, “당을 살린 홍준표에게 이럴 순 없다”, “비윤유죄, 친윤무죄” 등의 글을 남겼다. 홍 시장이 입은 정치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섞인 모양새다.
앞서 지난 15일 홍 시장은 전국적인 폭우로 호우경보가 내린 상황에서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설에 올랐다. 그는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주말에 (공직자는)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나”, “공직자의 주말은 자유”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 비판이 거세지자, 홍 시장은 지난 1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홍 시장은 24~26일 사흘 동안 수해 피해가 큰 경북 예천을 방문해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26일 홍 시장에 대해 ‘당원권 10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윤리위는 홍 시장의 징계 사유로 ▲2023년 7월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 제2호(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위반 ▲7월 17~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글 게시 관련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품위 유지) 위반을 했다고 적시했다.
징계가 결정된 직후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며 당 윤리위의 뜻을 수용하는 한편, “내게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3년 남은 대구시장 임기를 충실히 하되, 이후 차기 대권 후보 레이스를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번 징계로 홍 시장이 입은 정치적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나경원 전 의원. 사진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집중유세장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이 연단에 올라 손을 들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나경원부터 안철수, 홍준표까지… 이어지는 ‘수난사’
일각에서는 소위 당 대표감 혹은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여권 대표 정치인 중 한 사람인 홍 시장이 겪는 수난이 비단 그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잠룡 수난사’의 되풀이라는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3·8 전당대회 때 겪었던 일들이 있다.
나 전 의원은 3·8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까지 곤욕을 치렀다. 친윤(친윤석열) 당권주자로 나선 김기현 당시 당 대표 후보보다 우위를 점한 빅샷(Big shot·거물 정치인사)의 등장이다 보니 견제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의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반윤 우두머리’라는 공세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대통령실로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에 대한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은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끝났다.
안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 2일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팔이를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발언한 것을 시작으로, 집권여당 대표로 부적절하다는 공격이 있었다. 안 의원 본인 외에 당시 당 대표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소속된 대통령실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홍 시장은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또 다시 당론과 다른 언행을 할 경우 추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양두구육’ 발언으로 추가 징계를 받은 예가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대표(왼쪽)와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 사진은 지난 2011년 12월 8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 세명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당을 떠난 가운데, 홍준표 대표가 사퇴거부 의사를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당시 홍 대표의 곁에서 그의 기자회견을 지켰던 김 의원의 모습이 현재 상황과 대조된다. /조선DB
◇전문가 “총선 전 당내 기강 잡고 결속력 극대화하려는 의지”
전문가들은 총선 전 김 대표가 상대적으로 정치적 기반이 더 탄탄한 잠룡들을 길들여 당내 결속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 등을 내놓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윤석열 정부와 김기현 대표 체제인 국민의힘 지도부의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사람의 경우 기를 꺾어놓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이른바 ‘빅샷’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도 “김기현 대표 체제가 4월 총선 전까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체제와 다른 언행에는 가차 없이 대응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당 안팎에 전한 것”이라며 “물난리 중에 골프를 치는 등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사안은 과감하게 문책하고 징계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 신뢰를 쌓겠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진급 정치인들은 인지도가 높은 대신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도나 비호감도도 높은 편”이라면서 “그만큼 구태적인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 이를 타파하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인적 쇄신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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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가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열공 파이팅😃
잘보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