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8월의 일기, 아내의 칠순여행/인하순대국
‘인하순대국’
서울 서초동 먹자골목의 30년 단골집이다.
그 집을 찾았다.
2023년 8월 18일 금요일 오전 7시 반쯤의 일로, 아내와 함께였다.
이날은 아내와 아내의 고등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칠순 나이를 맞은 기념으로 1박 2일 여정의 칠순여행을 떠나는 그 첫 날이었다.
그래서 상경하는 김에 막내며느리 은영이네도 들러 네 살배기 손자 서율이와 잠깐이라도 놀아줄 심산에서, 새벽 같이 차를 몰아 상경했고, 마침 때가 아침이어서 아침끼니를 때울 겸해서, 순대국 전문인 ‘인하순대국’ 그 집을 찾은 것이다.
지난해 8월에 고향땅 문경으로 영구 귀향한 이후로 그 집을 찾은 적이 없으니, 딱 1년 만의 일이었다.
“하이고 야, 이게 누꼬?”
모처럼의 만남이 반가웠던지, 내가 ‘형수’라고 호칭하는 안주인의 그 인사말에 정겨움이 푹 담겨 있었다.
내가 그 집과 단골이 된 것에는 특별한 사연이 하나 있다.
처음에는 순대국 그 맛에 반해서 그 집을 자주 찾았었다.
그렇게 다니던 어느 날, 그 안주인과 큰 시비가 붙었었다.
중학교 동기동창인 친구 하나가 한낮에 술 한 잔 하자면서 서초동으로 나를 찾아와서 그 집에서 술판이 벌어지게 됐었다.
“좀 조용히 하이소.”
우리가 얼마나 떠들어 댔던지, 그 집 안주인이 그렇게 조심을 시키고 있었다.
그 말대로 조심을 했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러지를 않았다.
술김에 거칠게 대들었다.
“술집에서 떠드는 게 당연한 것이지, 왜 조용히 하라는 거요.”
그 집 안주인도 만만치 않았다.
“뭐라 캐쌌는교. 여는 술만 파는 집이 아니라, 밥도 판단 말이오. 여기 밥 손님들이 불편해 하니, 좀 조용히 하이소.”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그러나 듣는 나로서는 부아가 났다.
“뭐라 캐싼는교라니! 말을 왜 함부로 하는 거요!”
그렇게 대들면서, 판이 더 커지고 말았다.
더 큰 목소리로 다퉜다.
결국 우리는 그 집에서 쫓겨나야 했고, 내 그 이후로 한 해 내내 그 집을 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입맛에 당기는 그 집 순대국을 잊을 수는 없어서, 참다 참다 못 참고, 한 해 뒤에 그 집을 다시 찾았다.
나와 대판 싸움을 벌인 안주인에게 정중히 사과를 한 끝에, 순대국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있었다.
“성질은 더러버도, 인간미는 있구마는 그래.”
안주인도 그렇게 나를 감싸고돌았다.
그때부터 나는 그 안주인에게 ‘형수’라고 호칭을 하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우리들 인연은 여태 익어왔다.
막내며느리 은영이 주려고 싼 수육이, 고봉으로 담겨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