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까지는 현상에 관한 내용이였고 이제부터는 그 원인에 대해서 밝혀지는 내용임
원문: Infected Town
나는 자칭 모험가야. 난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장소에,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것들을 찾아가는 일을 좋아하지. 난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서 내가 대부분 하는 일은 도시의 버려진 장소들을 탐험하는 일이야. 그리고 그런 곳들을 사진으로 찍는 거. 내가 레딧에서 보통 활동하는 곳은/r/abandonedporn이나 /r/urbanexploration같은 곳들이지만, 여기서 거기를 언급하지는 않을게. Nosleep에 글을 쓰기 위해서 계정을 하나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마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어.
아마 내 신조를 nosleep 여러분들도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더 으스스할수록 더 좋다”는 모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팟은 버려진 폐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들이야. 이런 곳들에는 보통 무시무시한 전설 같은 게 따라붙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이런 곳들을 다니면서 한번도 귀신 같은 걸 본적은 없어. 적어도 저번 주 까지만 해도 난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건 하나도 안 믿었어.
내가 nosleep을 일 년 넘게 눈팅하다가 드디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 nosleep에 맨날 상주하고 있거든) 저번 주에 여행하다가 이상한 일을 겪어서야.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바깥 바람이 좀 쐬고 싶었거든? 그래서 San Francisco에 사는 내 친구네 집에 기분 전환하러 가기로 했어.
내가 사는 해변 도시 (아마 어딘지 대충 눈치 챌 수 있을거야) 에서 거기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2시간 정도 쭉 달려야 돼. 근데 난 혼자 드라이브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계획을 짤 때 바다가 보이는 그런 비포장도로를 거쳐가도록 방향을 잡았어. 조그만 마을들이랑 숲 같은 데가군데군데 보이는 그런 길들 있잖아. 거기다가 길 가다가 멋있는 오두막집이나 조그마한 레스토랑 같은 데를 발견하면 꼭 들렀어. 그래서 San Francisco까지 가는 내 여정이 엄청나게 길어졌지. 일단 첫 날에는 한 예닐곱 시간 정도 달렸던 거 같애.
해질 때쯤 해서 묵을 곳을 찾았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건 텅 빈 도로랑 나무들 뿐이었어. 폰으로 근처에 어디쯤 호텔이 있는지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그렇게 하기 싫었어. 난 우연을 좋아하거든. 난 그냥 내가 남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 확실하면 족했어. 그쪽으로 쭉 가다 보면 언젠가는 문명 도시를만나게 되어 있었을 테니까.
해가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지고 있을 때쯤 해서는 가볍게 비가 좀 내리고 있었어. 이맘 때쯤 해서는 항상 이런 비가 내리곤 했었지. 난 길에서 잠깐 시선을 떼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더듬어서 찾았어. 그리고는 밖이 너무 어두워졌다는 걸 깨닫고 헤드라이트를 켰지. 그러고 앞을 보자마자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어.
비 때문에 내 차가 몇 미터 정도 미끄러졌지만 다행히도 콘크리트 벽에 내 차를 꼴아 박기 바로 전에 차를 세울 수 있었어. 뭐 경고판 같은 것도 없었고“앞에 길이 막혀 있음” 뭐 이런 표시판 같은 것도 전혀 없었어. 그냥 낮은 콘크리트 벽 네 개가 진짜 뜬금없이 서 있었다니까? 그게 차선 두 개를 다 막고 서 있었어. 내가 제 때 보지 않았으면 제대로 정면충돌했을 거라고. 난 시속 70km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단 말이야. 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차를 갖다 박았을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숨을 골랐어. 아마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거야. 여기로 오는 두 시간 동안 차는 한 대도 못 봤으니까.
처량하게 찌그러진 통행 금지 표지판에는 숲 사이, 길 오른쪽으로 나 있는 우회 도로를 이용하라고 써 있었어. 아마 그 도로를 타면 다시 고속도로로돌아가게 돼 있었겠지. 하지만 내 시선은 이미 그 벽 너머에 나 있는 도로로 가 있었는걸. 그 길 위에는 어떤 인공적인 건축물도 보이지 않았고, 내가지금까지 줄곧 달려왔던 그 도로와 마찬가지로 되게 낡아 보였어.
결정을 내리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천천히, 통행금지 사인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벽 옆에 나 있는 자갈길로 차를 몰았어. 꽤 쉽게 방벽을 돌아서 갈 수 있었지. 한 삼십 분쯤 달렸나? 그래도 건물이라던가 사람 같은 건 하나도 안 보였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나는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어. 그래도 그건 내 호기심만 부채질 할 뿐이었어. 이 막힌 길 끝에는 뭐가 있는 걸까?
언덕을 하나 넘으니까 건물 몇 개가 저 멀리 보이더라고. 그리고 길 옆에는 나무로 된 표지판이 있었어. “____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가 이름을내 임의대로 안 써 논 게 아니야. 나도 이 마을 이름이 뭔지 궁금하다고.
글씨를 전혀 읽을 수가 없었어. 그 표지판 아래쪽은 까만색 페인트 같은 걸로 칠해져 있었어. 페인트가 아니라 무슨 덩굴식물 같은 거였나? 어두워서잘 안 보였는데, 하여튼 그 나무 표지판 아래 쪽은 완전 다 긁히고 찢기고 너덜너덜했어. 야생동물이 지나가다가 그렇게 해 놨나봐. 근데 자세히 보니까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흔적도 있었어. 그 까만 페인트 위에다가 힘을 줘서 꾹꾹 눌러 쓴 거 같은 거였어. 나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플래시 불빛을 비춰봤어.
“들어와”
이상하지. 그래도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야. 지금까지 흉가 탐험하면서 이거보다 더 한 낙서도 더 많이 봤으니까. 이걸 보니까 내 심장이 흥분돼서 막 뛰었어
나는 마을 안 쪽으로 차를 몰았어. 그러고서 마음 속으로 몇 군데를 점찍어 놨지. 텅텅 비고 어두운 건물들. 특히 경찰서. 창문이 모조리 다 깨진 곳에다가 임시로 판자를 덧대 놓았는데 길바닥에 아직도 유리 조각이 즐비해 있더라고. 집들은 다 문 경첩이 다 부서져 있었고 셔터는 우그러진 채였어. 식료품 가게 입구에는 가로등이 음산한 초록색으로 켜져 있었어. 아파트 창문은 그 표지판에 있던 그 얼룩 같은 까만색으로 다 칠해져 있더라고.
나가고 싶어서 속이 근질근질할 지경이었지만 난 차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밖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난 점점 피곤해지고 있었으니까. 거기다난 혼자였고 이 마을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었어. 그냥 무작정 들어갔다가 안에 누가 있으면 어떡해. 난 플래시 하나 밖에 없었다고.
그게 문제였어. 보통 버려진 장소에 가면 한 오십 년 정도 사람이 안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문이랑 창문에 덧대어져 있는 판자나 간간이 들어오는 가로등 같은 걸 보면 이 마을은 무슨 바로 어제까지 사람이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건물들도 비교적 멀쩡해보였고 석조 같은 것들도 전혀 바스라지지 않았고.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건 그랬어. 어디에나 있는 그 까만 페인트를 제외하고서는 낙서 같은 것도 전혀 없었어. 건물 양식도 꽤최근 것인 것 같았어.
이게 진짜 버려진 마을일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게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차들은 다 주차장에서 먼지를 뽀얗게 얹은 채로 서 있었고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았어. 이건 그냥 내 망상인 것 같은데, 그 “들어와” 표지판을 지나고 난 다음부터는 사방에서 누가 날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표지판에 써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지. 나 때문에 방해를 받을 사람은 아무도 이곳에 없는데도.
아 그 냄새도 있었어. 좀 희미하기는 했지만 내가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계속 있었던 거야. 오래된 흙 같은 냄새. 왜 지하실 같은 어둡고 축축한 데서나는 냄새 있지. 곰팡이! 맞아, 곰팡이 냄새였어.
나는 차 속도를 높여서 이 마을을 지나 계속 남쪽으로 가기로 결심했어. 이 근처에 어딘가 머물 곳을 찾은 다음에 아침에 다시 탐험 장비를 갖춰서 여기 와야지. 그 아파트 건물이랑 경찰서 건물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 예전에 경찰서를 가본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을의 남쪽 끝에 있는 다리를 막 지날 때였어. 건물들을 뒤로 하고 이제 막 숲으로 진입하려는 차였는데, 그 때 누가 다리 밑 개울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걸 본 거야. 진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 난 마을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단 말이야.
난 차를 멈췄지만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통에 그 여자(여자였던듯)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어. 그 여자는 진짜 진짜 진짜 말랐었어. 거의 기아 수준?어두웠지만 그건 확실하게 보였어. 그리고 눈에 띄게 절뚝거리면서 걸어가더라고. 머리가 거의 다 벗겨져서 완전 대머리 같았는데 정수리 부근에만 되게 가는, 막 바스라질 것 같은 갈색 머리카락 몇 뭉치가 붙어 있었어. 근데 되게 길었다? 거의 어깨를 넘어서는 길이였어. 옷은 그냥 몸에 간신히 걸쳐져 있는 수준이었고.
난 그냥 입을 헤 버리고 그 여자를 잠깐 보고만 있다가 그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 속력을 높여서 다리를 건넜어. 여자는 내 쪽을 보지는 않았어. 내 차헤드라이트가 그 여자를 비추고 있었는데도. 저 여자를 도와줘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는데, 곧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뒤를 이었어. 나는 혼자인데다가 몸을 보호할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않은 여자라고. 그리고 저 다리 아래에 누가, 또 뭐가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노릇이고.이럴 땐 직감대로 가는 게 현명해.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예의 그 콘크리트 벽을 다시 봤어. 그리고 고속도로로 통하는 또 다른 우회도로가 있었고. 꼭 이 마을을 다른 곳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서 콘크리트 벽을 세운 것 같은 느낌이었어. 왜지?
난 고속도로 근처에 있는 모텔에 짐을 풀었어. 옆에 주유소도 하나 딸려 있더라고. 거기서 밤을 보낸 다음에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거기 가보기로 했지.난 San Francisco에 있는 내 친구한테 신나서 전화를 걸어서 내가 뭘 발견했는지를 설명해줬어. 그리고 하루 정도 더 늦을 것 같다고도 얘기했어. 그마을 밖으로 나가고 나니까 불안한 기분이 한결 가시더라고. 그 마을이 겁나 조용하고 으스스한 데다가, 그 여자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이상해 보였지만 고속도로가 거기서 한 오 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는 걸 안 다음에는 좀 안심이 됐어. 고속도로가 바로 지척이니까 뭐 들락날락 하는 별난 사람들도많겠지. 마을에 무단으로 살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노숙자들 상대하는 것도 모험의 일부니까, 뭐.
그래서, 난 다시 거기로 가봤어. 거기 간 다음부터는 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아마 다음에 쓸 내용부터 너희들도 알게 될거야. 내가 이걸 다른 데도 아니고 왜 nosleep에 써야 했는지. 이번 글에 쓴 이야기가 별로 재미 없어도 이해해 줘.
나 구글에다가 ‘오레건에 있는 버려진 마을’이라고 쳐봤는데 아무것도 이 마을이랑 일치하는 곳은 없더라고? 이런 장소에 대해서 혹시 알고 있는 사람 있어? 뭔가 버려진 것 같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마을. 내가 이름을 알려줄 수 없는 건 진심 미안하게 생각해.
지난 며칠 동안 내 친구랑 San Francisco에서 여러분들이 써 준 댓글들 다 읽어 봤어. 정말 고마워! 너네 진짜 똑똑하다. 확실히 너희가 알려준 그 시리즈에 나와 있는 마을이 내가 가 본 거기인 것 같아. Jess랑 Alan, Liz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 솔직히 좀 걱정도 된다. 여기 링크를 걸어 둘게.
Jess의 이야기 -----('내 친구가 연락이 안돼' 시리즈)
Liz 와 Alan의 이야기-----('일어나보니까 시카고인데, 아무기억도 안나' 시리즈)
근데 문제는, 그 마을로 가지 말라는 너네 조언을 내가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거지. 내가 거기 갔다온 건 벌써 일주일 전이니까..? 난 지금 아무런 곰팡이의 징후 없이 안전하게 San Francisco에 있어.
저번에 글을 마칠 때 우리의 용감한 히로인은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다시 그 버려진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었지.
난 모텔 옆에 있는 주유소 직원한테 그 마을에 대해서 물어봤어. 옛날에는 그 길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들이 되게 많았는데 요즘에는 별로 없어졌다고 그러더라고? 그러고는 그 길이 그냥 폐쇄되어 버렸대. 원래 거기 표지판도 좀 더 많았고 폴리스 라인도 몇 개 붙어 있었대. 그 콘크리트 장벽에경찰차 한두 대가 와서 서 있는 것도 봤대. 그 직원한테 그 마을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했어. 되게 이상하지 않아? 고작 삼십 분만 가면있는 마을인데 이름을 몰라?
“그 위로 올라가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 사람이 내 등 뒤에다 그렇게 말하더라. 고맙네. 나만의 종말의 예고자(역자 주: 아마 게임인 듯)라니.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챙겼어. 플래시, 여분의 배터리, 장갑, 곰팡이나 석면이 있을까봐 N95 호흡기도 준비했어. 그거랑 밧줄이랑, 글로우 스틱도겁나 많이 준비했고, 조명탄 몇 개랑, 구급상자랑 스위스 군용 나이프까지. 아 물통도 여러 개. 나의 사랑 쇠 지렛대도 챙김. 좀 무겁기는 해도 진짜 쓸데가 많아. 막힌 문이나 창문 같은 거 뚫고 들어갈 때.
근데 진짜 결정적으로 내 카메라를 집에 놓고 왔어. 전날 밤에 그걸 깨닫고 진짜 고통스러웠어… 어떻게 여행을 가면서 카메라를 안 챙길 수가 있지?분명 가방에 넣은 것 같았는데. 아마 내 침대에 고이 놓여져 있을거야. 혼자 외로이.. 불쌍한 카메라같으니. 그 마을 사진을 전날 몇 장 폰으로 찍었는데 하나도 안 보여. 그땐 너무 어두워서 그랬나보다 했어.
하여튼. 첫번째 탐험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그 다리를 건너자마자 그 시선이 바로 느껴졌어. 사방에서 느껴지는 그 시선. 그리고 그 곰팡이 냄새도. 희미하지만 진짜 영원히 날 것 같은 냄새.
내 첫번째 목적지는 경찰서였어.
정부 건물에 임의로 침입하는 거에 대해서 살짝 좀 고민했지만 고민이 길지는 않았어. 난 그때 굉장히 열정적이었거든. 이 마을은 어쨌거나 버려진 마을이니까. 경찰서 뒤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댔어. 옆에 먼지 쌓인 경찰차 한 대가 있더군.
건물은 경찰서라기보다는 그냥 마을 보안센터 같았어. 어두운 색깔로 칠해진, 단층짜리 건물. 그리고 지하도 있었어. 뒤쪽 창문은 앞에보다는 좀 덜 깨져 있었는데 때는 좀 많이 껴 있었어. 까만 얼룩이 모서리마다 묻어 있었는데, 밝은 데서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그게 곰팡이인걸. 근데 이제까지 그런 곰팡이는 본 적이 없었어.
일단 정문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어. 혹시나 사람이 안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근데 잠겨 있었어. 그래서 다시 차 댄 대로 가서 뒷문으로 돌아갔어. 뒷문은 쇠로 돼 있었고, 당시 기억하기로는 단단히 닫혀 있었어. 그래서 별로 기대를 안 했었거든. 그래서 만약 안 열리면 창문을 지렛대로 뜯어 보기로 계획을 마음 속으로 세운 다음에, 코너를 돌아서 건물 뒤 쪽으로 갔어.
뒷문은 열려 있었어.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깜빡였어. 그냥 열려 있었다니까? 내가 그게 열려 있었다는 걸 모르고 지나쳤다고는 믿기 어려웠지만,그냥 무시했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엄청난 곰팡이 냄새가 나를 엄습했어. 나는 가방에서 N95 호흡기를 꺼낸 다음에 꼼꼼하게 썼어.그 다음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무거운 돌로 지쳐 두고 난 다음에 안으로 들어갔어.
복도로 들어가니까 바로 내 오른쪽에 화장실이 있었고 내 왼쪽에는 구금실과 비품실이 있었어. 복도 끝에는 사무실들이 많이 모여 있었어. 문도 엄청많고 파티션들도 쭉 있었고. 북동쪽 코너에는 조그만 감방 세 개가 있었어. 동쪽에 있는 철제 문으로는 리셉션이랑 대기실이 통해 있었어. 온통 먼지투성이였고 소리도 굉장히 먹먹하게 들렸어. 귓구멍을 휴지 같은 걸로 틀어막았을 때처럼. 내부는 외부와는 달리 굉장히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는데, 페인트가 벽에서 죄다 벗겨져 있었고 전등들은 다 박살이 나 있었거든. 카페트는 구석으로 다 쑤셔박아져 있었고.
창문에 난 곰팡이는 내가 평소에 보던 곰팡이들이랑은 많이 달랐어. 구석진 곳에 뭉쳐서 시커멓게 자라다가 그게 점점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거야.주변을 다 잠식해 들어가면서. 그게 곰팡이인지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보기에는 곰팡이같이 보여. 어떻게 보면 식물 같이 생기기도 했어. 근데 냄새는확실히 곰팡이야. 나는 그 곰팡이와의 모든 물리적인 접촉을 피하려고 애썼어.
벽이랑 천장에는 곰팡이가 없었어. 그냥 창문에만. 난 복도 끝에 있는 사무실 영역 쪽으로 향했어. 뭔가 되게 기괴했는데, 꼭 그냥 백주대낮에 사람들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일하던 걸 그냥 버려두고 어딘가로 가 버린 것 같은 느낌? 사무실 책상에 사진 액자들 같은 게 그냥 그대로 있었으니까. 종이랑파일들은 바닥에 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는데, 서랍에는 종이들이 일하던 것 그대로 그냥 쌓여 있었어. 썩어가는 자켓이 썩어가는 의자에 얌전히 걸쳐져 있었어.
문들은 거의 다 잠겨 있었어. 감옥도 잠겨 있었고. 텅 빈 채로. 경찰서에서 별로 볼 게 없어서 좀 실망하고 있었어.
로비를 돌아다니다가 경찰서 앞쪽 창문이 왜 깨져 있는 건지를 알아냈어. 창문 양 옆 벽들에 총알 구멍들이 오소소 나 있었고 바닥에는 탄피가 굴러다니고 있었어. 창문 아래쪽 벽에는 갈색으로 말라붙은 피자국이 낭자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체는 없었는데. 전에 여기서 뭔가 범죄가 벌어졌을 지도 모르지. 뭔가 영화 같은 일이 있었을지도 몰라. 사진을 진짜 찍고 싶었는데, 전에 말했던 대로 잘 안 됐어. 그냥 까맣게만 보여. 아니면 그냥 세피아 톤으로 엄청 뿌옇게 보여.
그때 뭔가가 내 왼쪽에서 움직였어. 뭔지 보지는 못했는데, 종이 움직이는 소리랑 카펫 위로 뭐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어. 난 그대로 얼어붙었어.그 쪽으로 불빛을 비추고 “거기 누구 있어요?”하고 소리쳤는데 아무 대답도 없었어. 심장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어. 다시 한번 누구 있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 그냥 바스락거리는 소리 뿐.
소리는 커다란 리셉션 책상 뒤에서 나고 있었어.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불빛을 그 쪽으로 비췄어. 소리가 딱 멈췄지.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회전 의자 하나랑 전화기 하나 뿐이었어. 책상 밑에는 어두워서 안 보였고, 리셉션 책상 오른쪽에 있는 문은 잠겨 있었어.
이쯤에서 나는 그 소리가 그냥 동물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해 버렸어. 뭐 너구리 같은 거. 너구리 존나 싫음. 너구리들은 존나 사악한 똥덩어리들이야.그 귀여운 얼굴에 속으면 안됨. 어쨌든간에 나는 걔를 그냥 혼자 놔두기로 결정하고 지하실로 내려가기로 했어.
전에도 몇 번 계속 말했지만, 이 마을에서는 뭔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그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서 내 등 뒤로 지하실 문이 닫혔는데,그 뒤로 뭔가 그런 기분이 10배는 더 강해졌어. 당시에는 그냥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데, 나는 고작 이 플래시 하나에 의지해야 해서 그런 느낌이 드나보다 했지.
밑으로 내려갈수록 손상된 정도가 더 심해졌어. 천장이 전부 새까맣게 뒤덮여 있었고, 환풍구 구멍도 마찬가지였어. 심지어 곰팡이가 벽 아래로 스며?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시커먼 물이 밑으로 막 뚝뚝 떨어졌다고.
돌아다니다 보니까 어느 벽에 머리 없는 세 명의 인간 형태가 매달려 있는 거야. 진짜 미치도록 깜짝 놀래가지고 식겁했었는데 다시 보니까 오래된 방호복이 매달려 있는 거더라고. 오물들로 잔뜩 뒤덮여 가지고. 헬멧은 발치에 그냥 버려져 있었어.
누가 이 밑에다가 허접한 실험실 같은 걸 만들어놨어. 파일 캐비닛 사이에다가. 반대쪽 벽에 썩어가는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 현미경 같은 거랑 유리관이랑 2013 맥 노트북도 있었어. 거기 있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역시 곰팡이 투성이였지. 그대로 거기 멈춰 섰어. 이렇게 최신 건물인데 이렇게손상 상태가 심하다고? 2013년 형 맥 노트북인데? 일년 된 게 아니라 진짜 한 삼십년은 된 컴퓨터 같았다고.
현미경 옆에는 파일이 있었어. 흰 곰팡이가 잔뜩 펴서 거의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뭔가 글씨가 잔뜩 쓰여 있었어. 대충 몇 줄 쯤은 알아볼 수 있었어.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징후”라던가, “초기 증상”같은 것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 이제 막 파일을 좀 본격적으로 보려는 참이었는데,계단 맨 위에 있는 문이 쾅 하고 열렸어. 헉 하고 뒤로 돌았지.
“이리 올라와!!” 누가 위층에서 소리질렀어.
남자 목소리였는데, 굉장히 탁하고 찢어지는 목소리였어. 톤은 굉장히 공격적이었는데 뭔가 화가 났다기보다는 겁에 질린 목소리? 그걸 듣는 내 심장은 진짜 바닥까지 뚝 떨어지는 것 같았어. 내 손전등 불빛이 그 위까지 닿지 않아서 누군지는 볼 수가 없었어.
내가 그 위에 좀 더 가까이 갔을 때 거긴 아무도 없었어. 이제 그만 그 건물에서 나가고 싶어져서 난 계단을 한번에 두 개씩 막 올라갔어. 메인 현관에는 아무도 없었어. 그게 날 안심시키는 동시에 혼란스럽게 만들었어. 그 남자는 어디로 간 거지?
어쨌든 상관 없었어. 난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문제에 얽히기 싫어서 뒷문으로 재빨리 뛰어갔어. 근데 문이 닫혀 있었어. 이번엔 확실했어. 나 말고 누가 이 건물에 있다는 게.
나는 뒷문 쪽으로 열심히 뛰었지만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어. 문이 잠겨있을 거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었는데 너무 쉽게 열리는거야. 나는 내가 문을 지쳐 놨던 그 돌을 지나서 내 안전한 피난처인 차로 돌아왔어.
그때 그 마을을 떠났어야 됐던 거 같아. 나한테 소리 질렀던 그 남자 때문에 너무 예민해져서 그 경찰서 탐험을 만족스럽게 마치지를 못했단 말이야.그 로비에 있던 오래된 범죄 현장 같은 그 핏자국도 날 그리 만족시키지는 못했어. 간에 기별도 안 갔다고. 거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게 지하에 있던 그 실험실이랑 무슨 연관이 있을까? 난 마을을 더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아파트 돌아봤던 얘기는 다음에 마저 쓰도록 할게. 진짜 분위기만 따져서는 내가 가봤던 곳 중에서 최고로 무서웠어. 한 편을 온전히 할애해야 다 쓸수 있을 것 같아.
모두들 도와줘서 고마워, nosleep!
지금 뭔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근데 그것 중의 대부분이 내가 Nosleep에 올렸던 것들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저번 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것도 벅찬데 이번에 새롭게 일어나는 일들을 너희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야. 하지만 일어났던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차근차근 얘기해 보도록 할게.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 California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업데이트 하는 대신에 (너무 걱정은 하지마. 아직 곰팡이는 눈꼽만큼도 없어. 그냥 좀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뿐.) 한 주 전에 일들로 돌아가보자. 내가 Jess랑 Alan, Liz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기 이전에 있었던 일들말이야.
경찰서에서 나온 다음에도 여전히 나에게는 반나절이 꼬박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 마을의 나머지를 탐험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어. 난 아파트 빌딩을확인해보기로 결정했지.
Hillside 아파트는 4층 짜리 건물이었어. 마을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다리랑은 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어.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멀쩡해 보이는, 벽돌로 된 건물이었는데 한 1980년대쯤 지어진 건축 양식 같았어. 뭐 부식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이상한 거라고는, 그냥 정문 유리창이랑 건물 유리창이 죄다 까만색으로 칠해져 있었다는 거? 처음에는 내가 마을 표지판을 보고 생각했던 것 처럼, 그게 그냥 까만색 페인트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너희들도 다 눈치 챘듯이 그건 곰팡이였어.
정문은 잠겨 있었어. 문 옆에는 키패드랑 인터폰이 있었는데, 둘 다 켜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나는 뒤쪽 주차장 쪽으로 돌아가서, 먼지 덮인 몇 대의 차를 지나, 장애인 전용 램프가 설치되어 있는 뒷문 쪽으로 걸어갔어. 뒷문은 안에 뭐가 걸려 있는지 안 열리더라고? 문 손잡이는 그냥 수월하게 돌아갔고 자물쇠가 걸려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밀어도 꿈쩍도 안 했어. 그냥 건성으로 쇠 지렛대 가지고 여는 시늉만 몇 번 하고 금방 포기해 버렸지.
일 층 앞쪽 창문은 낮아서 기어오르기가 수월했어. 운이 좋게도, 내가 찍은 세번째 창문은 안 잠겨 있더라고. 나는 먼저 내 백팩을 던져 넣고 내 머리부터 집어 넣었어. 썩어가는 블라인드 틈새로 내 몸을 우겨 넣어야 했지.
들어가놓고 보니까 어떤 집 침실이더라고. 플래시 불빛을 켠 다음에 여기저기 좀 둘러 보고, 내 가방에서 호흡기를 꺼냈어.
아파트 안은 경찰서 지하실보다 훨씬 상태가 안 좋았어. 까만 곰팡이가 바닥을 온통 뒤덮고 있었고, 벽이랑 천장에도 마찬가지였어. 천장 한 구석에서는 무슨 파이프 관이라도 터졌는지 꺼먼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 떨어진 물이 침대 매트리스에 흥건하게 고여 있었어. 가구들은 좀 애매하게 치워져 있는 상태였는데 죄다 썩어 있었어. 시커먼 색으로.
나는 침실을 벗어나서 거실 쪽으로 나갔어. 곰팡이만 없었다면 바로 어제라도 사람이 살았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어. 그냥… 버려진 게아니라 좀 사람들이 어디로 급하게 피난했다는 느낌? 커피 테이블 밑에는 물병들이랑 캔이 굴러다니고 있었어. 그 근처에는 되게 비싸보이는 TV랑 오디오가 있었고. 부엌 카운터에는 접시 몇 개가 놓여져 있었어. 물론 시커먼 오물 같은 걸로 뒤덮여져 있었지. 제일 으스스했던 건 벽에 쭉 걸려 있는 가족 사진이었어. 은색 프레임 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엄마, 아빠, 그리고 두 갓난 아기. 그냥 거기 그렇게 걸려 있었어. 그들의 행복한 얼굴에 온통 곰팡이가 피도록 방치된 채로. 누가 이사를 간 거였다면 당연히 가족사진을 가지고 갔겠지. 백 번 양보 해서 뭐 식기나 전자제품 같은 건 버리고 간다 쳐도,가족 사진을 두고 가? 인간은 가족 사진을 가지러 불 속에도 뛰어드는 족속인데?
난 좀 불안해져서 그 집을 나왔어. 그리고 그 집이 몇 호였는지 확인하려고 뒤돌아섰어. 근데 번호판이 없더라고. 나는 호수를 적어 놓은 곳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불빛을 다 비춰 봤지만 어느 집에도 호수를 표시하는 곳이 없었어. 왜지?
이 마을을 더 많이 조사할수록, 점점 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졌어. 나는 이 아파트를 좀 더 샅샅이 조사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들어갈 수 있는지 집집마다 다 확인을 해 봤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난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싶었거든. 좀 시간이 지나서 그때의 그 남자가 떠났다는 확신이 들면 다시 경찰서로 돌아가 볼 생각도 했었어.
난 보통 탐사를 할 때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야. 제일 위나 아래쪽 코너에서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쭉, 하나도 빠짐 없이 모든 것을돌아보는 게 내 스타일이지. 그렇게 하면 헷갈릴 일도 없고 뭘 빠트리거나 쓸데없이 갔던 데를 또 가거나 할 일이 없으니까.
이 아파트 빌딩은 어차피 별로 크지도 않았으니까 뭐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어. 제일 걱정이었던 건 이 아파트에 나 말고 또 다른 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였어. 계속해서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
Hillside 아파트 내부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어두운 장소 같았음. 사방이 너무 어두워서, 특히 구석 부분은 거의 무슨 진공처럼 보일 정도로. 플래시 불빛을 끄고 보면 내 손바닥을 코 앞에다가 갖다가 대도 하나도 안 보일 정도였어. 토요일 오전 11시였던 거 치고는 진짜 비정상적으로 어두웠어. 아무리 실내라고는 해도 말이야. 로비로 가는 내내 내 부츠에는 유리조각이 계속 바스락거리면서 밟혔어. 천장에 있는 등에 전구는 하나도 없었고, 창문은죄다 곰팡이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니까, 햇빛이 하나도 안 들어왔지.
내 일차적인 목적지는 계단참이었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집들을 다 살펴봤어. 안 열리는 문은 거의 없었는데, 안에 들어가 본다고 하더라도 처음 봤던 집이랑 별로 다를 게 없었어. 더러워진, 곰팡이 투성이 가구들이랑 꽉 찬 쓰레기통, 고장난 컴퓨터랑 TV 같은 것들. 남겨진 생활의 흔적들이 곰팡이에 의해서 잠식되어 있었어. 사진, 책, 옷가지, 잡지, 보석함….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은 다 남아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정보들 같은 건 희미해져서 하나도 안 남아 있었어. 신문에적혀 있는 날짜는 문드러져서 하나도 안 보였고, 편지에 남아 있는 이름이랑 주소 같은 것 역시 다 번져서 읽을 수가 없었어. 진짜 실낱 같은 단서 하나도 찾기가 어려웠어. 이 마을이 언제까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는 물증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어. 심지어 년도 정도도 찾을 수가 없었다니까. 이 마을에한 2012년이나 2013년 정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이곳이 아마 Alan이랑 Liz가 살았던 곳이 맞다는 증거일 텐데.
그렇게 한 집 한 집 들쑤시다 보니 어느 새 로비까지 와 있었더라고. 로비는 너무 커서 내 플래시 불빛이 반대편 벽까지 닿지 않을 정도였어. 난 여기서는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큰 공간에 혼자 있다는 게 좀 불안했거든. 난 서둘러서 “계단”이라고 쓰여 있는 문으로 들어갔어.
이 로비가 내 있지도 않은 광장공포증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어도, 이 아파트는 전반적으로 좀 불편할 정도로 비좁았어. 꼭 벽들이 사방에서 날 에워싸고 압박하는 느낌이어서, 복도를 걸어가면서 난 계속 플래시 불빛을 좌우로 비추면서 복도가 혹시 점점 좁아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했다니까. 거친숨소리가 공기 중을 계속 울리고 있었는데, 그게 내가 내는 소리였다고는 확실하게 말 못하겠어.
계단참을 나서려는데 녹이 잔뜩 슨 기계장치들이랑 시커매진 파이프 같은 것들이 플래시에 비쳤어. 기계 정비 물품들은 바닥 위에 그냥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어. 저 너머로 보이는 복도 쪽으로 플래시를 비춰보니까 시커먼 어둠에 불빛이 힘없이 스러졌어. 로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으스스함이 나를 사로잡았어. 그래서 오른쪽에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서 좀 더 짧은 복도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지.
그냥 얼핏 보기에는 거기도 다른 곳들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였어. 모든 것들이 확실하게 형체는 갖추고 있었지만 거의 다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중이었지. 거대한 덩치의 기계들이 방의 반 이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파이프랑 환풍구 통로들이 곰팡이 슨 천장을 얼기설기 가로지르고 있었고. 벽의 한쪽 구석에는 사다리가 매달려 있었고, 그걸 타고 올라가면 천장에 나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었어.
내가 보일러 파이프 쪽으로 플래시를 비췄을 때였어. 뭔가 위화감이 드는 거야. 기계장치 뒤에 뭐가 있는 것 같았어. 이리저리 꼬인 파이프 사이로 좀더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잘 안 보이더라고. 근데 뭐가 분명 뒤에 있는 건 확실했어. 결국 뭔지 확인할라고 보일러 뒤로 안간힘을 쓰고 비집고 들어갔어.
뭔지 모를 그것은 곰팡이 더미에 누워 있었어. 곰팡이가 완전 무슨 침대라도 되는 것처럼. 곰팡이가 그렇게 더미처럼 쌓이기도 하나?
그게 뭔지는 당시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지. 근데 나중에 Jess의 글을 읽어 보니까 뭔가 감이 오긴 한다. ‘그것’은 평균적인 사람 사이즈보다는 작았어. 태아자세로 웅크리고 누워 있었는데, 뭔가 쪼글쪼글한 희멀건 다리만 이상한 각도로 그냥 늘어져 있었어. 뭐 발이나 발가락 같이 보이는 건 없었어. 그니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는 거지. 팔도 그냥 기다란 살점 덩어리처럼 되어 있었어. 손은 물론 없었고.
몸통 부분에 갈비뼈가 좀 도드라져 보이기는 했었는데, 다른 디테일한 신체 부위? 같은 건 안 보였어. 그니까 아, 저게 인간이구나 하고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신체 부위들. 배꼽이나 유두, 머리카락 뭐 이런 거. 인간의 살색이라기에는 그리고 너무 창백했고. 차라리 회백색에 더 가까웠어. 시체 색깔처럼. 머리는 완전 대머리였고 볼품없이 말라붙어 있었어. 얼굴은 내 쪽을 향해 있었는데.. 아니 뭐 내가 느끼기에 그랬다는 거지. 그냥 달걀귀신 같은 맨숭한 얼굴에 눈도 코도 없었는데 입은 진짜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컸어. 그리고 웃고 있었어. 겁나 환하게. 진짜 과장 안하고 입이 귀에 걸려 있었어. 이빨은 인간 이빨처럼 생겼는데 아래 위가 하나가 된 그런 형태였어. 적어도 아랫니랑 윗니 사이에 틈이 전혀 없었던 건 분명해.
그걸 보고 내가 어땠겠어. 존나 기겁을 했지. 그 좁은 틈 사이에서 빠져나가려고 버둥버둥거리는 와중에 그것이 움직임도 없고 숨도 안 쉰다는 걸 알아차렸어. 내가 난리를 치고 있는 동안에도 어떤 반응도 없었어. 조금 있다가 나는 그게 죽어 있다는 걸 깨달았어.
난 이제 그만 하고 싶었어. 더 이상 그 건물 한에서 일 초도 있기 싫었어. 난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로비를 후다닥 지나 내가 처음 들어왔던 그 창문으로 돌아갔어. 그 창문을 하도 급하게 빠져나오는 바람에 땅바닥에 쳐박혀서 컥컥거렸어. 경찰서에서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난 차 안에서 숨을 골랐어. 그리고는 곧바로 마을을 빠져나왔어.
난 모텔에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억지로 합리화하려고 애썼어. 그건 아마 인형이었을거야. 아니면 마네킹이던가. 아니면 그냥 석고상이겠지. 그리고 그건 그냥 어떤 애가 미술시간에 만든 존나 망한 과제라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하지만 Jess의 글을 읽고 난 지금은 그게 Jess가 7개월 전에 그 빌딩 지하에서 본 것과 똑 같은 크리쳐라는 걸 알게 됐지. 그때는 물론 움직이고 있었겠지만.
하여튼 그 다음날 나는 San Francisco로 출발했어. 그 이상한 마을에서 멀어지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지. 당시 난 용기가 없어서 그 마을에서 도망쳤지만, 그렇다고 내가 꼭 솔플만 해야 된다는 법은 없잖아? 내가 뭘 하기로 했는지는 다음 편에 계속 업데이트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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