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 책 : 와일드 로봇 |피터 브라운(247-257)
일 시 :14회 2022년 10월 4일 (19:40)
장 소 : A초등학교 통합지원반
대 상 : 냥냥군
읽은 사람 : 박경희
후기 : 박경희
1. 책 읽어주기 준비
세 번에 걸쳐 전투장면이 펼쳐진다.
긴장감이 넘치는 부분이지만 빠르게 읽지 않도록 조심하려 한다.
냥냥군이 단어를 따라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어느 단어에서 멈칫할지 모르니
얼굴 표정을 잘 보면서 속도를 조절해야겠다.
감정은 뉘앙스로 전달하고,
사건이나 개념, 책 속 흐름과 관련된 질문은
해당되는 문장을 거듭 읽어주려 한다.
2. 책 읽어주기
“저번에 브라이트빌이 돌아오고...........
초대에서 파티도 했고............
같이 해돋이도 보고............. 그러다가 레코들이 나타났지...............
그리고 불량로봇.............. 여기서는 불량로봇이
............. 레코들이 아니었지................
레코들이 로즈가 자꾸 질문을 하니까..........
로즈가 불량로봇이라고 해버렸지............
그래서 도망가고......레코들이 수색......하려고 흩어졌지.
레코1은 남쪽 끝을 향해 가고......”
하며 지난 시간 읽었던 부분의 삽화를 뒤적이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을 멈추는 사이사이 냥냥군은 눈을 깜빡 깜빡거리며
삽화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한명은 무에 앉아요”
한다.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되묻기가 뭐해
저번 시간에도 냥냥군이 말했던
흩어진 레코들의 행방에 관한 이야기려니 하고
“그렇지..... 레코2는.......... 산등성이를 향해 갔고
레코3은........ 숲을 향해 갔지..”
하며 오늘 읽을 부분의 책장을 같이 넘기며 봤다.
“자 그러면 <숲의 공격>이 나오고..... 우린 알겠다.
레코 1,2,3 헤어진 거 그대로 나올 거 아니야?
수색이니까. <숲의 공격>이면 숲에 가고
<추격>은 레코1이다. 레코1은 어디 갔다 그랬지...”
하며 그 부분을 찾아 펼쳐서
“남쪽은 평원이네. 평평한 초원인가보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딸깍>은 계속 레코1인데?
레코1이 쉽게 안 잡나보네.
오늘은 천천히 레코1,2,3 따라가 봅니다.
먼저 <숲의 공격>은 레코 3이네.”
하며 읽기 시작했다.
레코3이 진흙 속에 잠기는 부분인
왼쪽 페이지를 읽고 있는데 냥냥군이
오른쪽 페이지에 그려진 부서진 로봇 머리를 보며
“선생님~이거 로봇”
하며 피식 웃는다. 내가
“그지, 우리 읽고 있는 거에서 지금 치챗이 눈 할켰고,
걸을수록 질퍽해지는 진흙 속에 가서 허리까지 잠겼다 그랬지.......
그 뒤에 이렇게 될 건가봐.
그럼 그 사이에 이렇게 되는 이유가 나오겠지?
읽어볼게, 선생님이”
하니 눈을 반짝거리며 끄덕거린다. 이뻐라~
로봇이 무스 뒷발에 걷어차여
처참하게 부서지는 장면을 읽고 있는데 냥냥군이
“선생님~ 여기 숲이에요?”
하고 묻는다. 싸움에 몰두하다 보니 배경이 흐릿해졌나보다.
“응? 숲이지. 아니? 아니, 잠깐,”
하며 다시 책을 넘겨 확인해보았다.
“응. 레코3이 숲을 향해 걸었다고 했으니까
숲에서 지금 온갖 새들 다람쥐 토끼 난리 났다.”
하니 냥냥군이 오른쪽의 다음 장 소제목을 보며
“레코 2”
라고 한다.
“응”
하며 <다리도 서서히 멈추었다. 로봇은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라고
왼쪽 장의 마지막 두 문장을 마저 읽었다.
레코들이 악역이기는 하지만 명령을 따르는 로봇으로서 정체성에 충실할 뿐이라
온몸이 찢겨서 부서지는 장면을 읽는데
신나서 읽게 되지는 않는다.
담담하게 천천히 읽었다.
이런 내 뉘앙스가 가닿았는지
냥냥군이 조금 안타까운 목소리로
“가티 가스면 좋았어요....”
한다.
“뭐 같으면 좋았어?”
하니 다시 천천히
“같.이.가.면.”
한다.
“아, 같이 가면 좋았다고, 흩어지지 않고?”
하니
“네, 약간 안당하고”
“그러니까, 혼자씩 이렇게 너무”
“동물들은 많은데 혼자 가”
“그치, 동물들은 많은데 애가 혼자 갔지. 하지만
.....동물들이 많을 줄, 애가.....”
하니 냥냥군이
“몰랐어요”
한다. 내가 끄덕이며
“몰랐지~”
하니 냥냥군이
“지능이 없어요.”
한다.
“지능이 없어? 시킨 것만 하니까? 무조건 로즈만 잡을려고 하지. 에휴....”
하면서 레코들이 흩어지게 된 대목을 찾아
<레코들은 표준수색방식대로 흩어졌다>를 다시 읽었다.
“표준 수색방식대로 흩어졌대.
표준수색이니까 위험이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그치...그랬나? 여기 보니까......... 그래도 여기 보니까
애네들이 총 가지러 갔지. 로즈가 사라진 뒤에....그래서 이렇게 숲의 공격에 레코3은.....”
했다.
냥냥군이 다음 장 제목인 <산의 전투>를 읽는다.
얼른 뒤 이야기를 읽자는 소리다.
레코2가 동굴입구에서 로즈를 찾는 데까지 읽고
“레코2는 산으로 갔으니까....산에서는 어떤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하니 냥냥군이
“선생님, 산에는 로즈가 있어요?”
묻는다.
“산에 로즈가 있을까? 도대체 로즈는 어디로 도망갔지?”
하니
“레코1이 추격중인가....레코1이 있는 쪽이요”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그래, 레코1이 있는 쪽인 거 같아?”
하니
“레코1이요”
라고 다시 ‘일’발음을 힘껏 소리 낸다.
냥냥군은 일과 이 발음이 뭉개질 때가 많다.
“레코1? 레코3 있는 데는 없었으니까?”
하니
“네”한다.
“1있는데?”다시 물으니
“1있는데............ 2있는데 산으로는 안 갔을 거 같아요
.......... 1은 추격 중이었으니까.”
하며 천천히 말을 잇는다. 완벽한 논리추론의 과정이다.
“아. 아까 1이 추격이었지. 그러네- 추격”내가 그제서야 깨닫고 감탄했다.
“그니까 레코1있는 곳이에요” 삼단논법으로 다다른 결론을 말한다.
냥냥군의 추리탓인지 <추격>이 몹시 궁금해져서
“예리한데, 오~ 대단해. 좋아.
그럼 요거는 넘기고 <추격>보까? 그냥”
하니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봐야지.... 어떻게 되는지. 산에서는 누가 있지?”하고 다시 물으니
“레코2 부서졌어요.”
한다.
“레코2. 우리 뒤에 봤지”
답하며 <바위 사이에 부서진 로봇 몸이 널부러져있었다.>
를 찾아 읽었다.
“여기까지....어떻게 널부러지게 됐는지 봅시다 그럼”하고 읽기 시작했다.
산의 전투는 6페이지에 걸쳐 있다.
엄마 곰이 총을 든 로봇과 맞서고,
동굴이 무너져 내리면서 엄마 곰은 뼈가 부러진다.
두 아기 곰들이 온몸이 삐걱대는 로봇을 폭포로 유인하고,
누나 곰인 네틀이 로봇과 같이 폭포 아래로 떨어져 내리지만
물고기들의 도움으로 네틀은 살아난다.
곰들은 부상을 심하게 입었지만
로즈를 도운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 모든 이야기를 읽는 동안
냥냥군은 숨을 죽이며
책을 보다가 허공을 보다가 했다.
끝까지 읽고 시간을 보니
이미 쉬는 시간이 절반 지나가버렸다.
둘 다 아쉬워하며 다음 주에 이어
<추격>을 읽자고 약속했다.
3. 오늘 시간을 돌아보며
냥냥군은
주로 인물의 본래 특성과 행동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고
다음으로는 단어 발음 자체에서 연상되는
다양한 상상들 때문에 비롯된 질문들이 많았다.
모두 책과는 관련이 없는
자신의 생활에서 얻게 된 지식들과의
비교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최근 들어 추론을 하기 시작했고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의문이 늘었다.
명확히 느낌에 대한 명사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면에 있는 인물들의 마음에 대한 의문이 늘기 시작했다.
감정명사는 아니지만
감정을 짐작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버티다’ ‘견디다’ ‘같이 갔으면 좋았어요.’처럼
또, 로즈의 행방에 대해 책안의 단서를 활용해서 정확하게 예측했다.
로즈가 무사히 도망치기를 바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흩어져서 공격받는 레코3에게 안타까움을 보였다.
악역이든 주인공이든 누군가의 비참한 결말은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런 마음이 느껴졌다.
이런 마음은 숲속의 전투 장면,
로즈를 회수하라는 지시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로봇의 행동,
도망갈 수밖에 없는 로즈,
로즈를 도울 수밖에 없는 동물 친구들의 심정 등
지금까지 쌓아온 이야기 속 세계를 완전히 그려내지 않고서는
가닿을 수 없는 지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