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나라 ' 오후의티타임 : (yujin3229@hanmail.net ) ………………………………………………………………………… 팬카페 : http://cafe.daum.net/teatime0823 ………………………………………………………………………… * 불펌 , 도용 , 성형 용납치않습니다. 얼굴붉히는 일 없길. ………………………………………………………………………… 〔051〕※ ARE YOU READY ? ※ - 발각. 호환은 책상위에 조심스레 앉았다. 회장을 보필해온지도 벌써 여러해가 지났다. 신임도 얻을만큼 얻었고 인정도 받을만큼 받았다. 회장의 치부도 알고있으나 그는 자신이 배신할것이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않았다. 그야 당연했다. 주도면밀한 회장은, 자신의 가족을 인질아닌 인질로 붙잡고있었으니까. 행여 뒷길로 그가 샐라치면 그의 잔인한 미소는 그 모든걸 깨뜨려버리곤 했다. ' .... 자네 가족은 생각하지않는 모양이지? ' 그때마다 처참히 무너져야했던 호환은 배신을 생각하기보다는 차라리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살아온지 어연 3년. 회장은 이제 극비 사실조차 자신에게 맡기고 있었다. ' 그때라면 지효현씨하고 고윤아씨 선볼때말씀하시는거죠? 음 잘은 기억안나지만 어느 여자분이 들어오셔서 … ' 고다혜란 여자에게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 건 이 부분부터였다. 그녀의 행적을 꼼꼼히 거슬러 올라가는 도중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다. 회장이 왜이렇게 그토록이나 고다혜에게 두려움을 가지는 지는 몰랐지만 어찌됐던 자신은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미심쩍다면 모두 다 파헤쳐야하는 것이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 천천히 종이가 나오는 팩스기를 바라보았다. 지익- 백색의 종이가 보였다. 곧이어 세네장즈음의 자료가 도착하고 그 자료를 주저없이 들어 읽어내려가던 그의 표정이 삽시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건 표정변화가 잦지않은 그로써는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다. [ 고다혜와 고윤아는 사촌지간으로 밝혀졌으며 고다혜의 아버지인 고성천은 … 이하 생략. . . . 보다 확실한 증거를 위해 199*년 SB* 사 뉴스내용을 첨부합니다 ] [ 세계 유명기업들사이에서 당당하게 한국의 이름을 올려놓았던 화인그룹의 고성준회장이 지난 밤, 한강다리밑에서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측근에 의하면 고회장은 갑작스런 회사의 재정악화와 하락하는 주식세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왔던것으로 알려지며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잇따라 고회장의 부인 오경숙씨는 약물과다투여로 숨이끊어진상태이며, 고회장의 외동딸인 ★고윤아★양은 현재 행방불명인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의 형제이자 사업의 보증인이었던 고성천씨 일가의 상황도 더 나을것은 없어보입니다. 부인인 진문희씨는 충격을 받아 실신을 하였고 고성천씨는 현재 여식인 ★고다혜★양을 데리고 … … ] 몇번을 보고 또 보아도 첨부된 자료들을 살피고 또 살펴도 한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어느쪽으로 보아도 빠져나갈 구석이없었다. 둘은 사촌자매지간이었다. 결국 그들은 - 의도적인 연쇄 접근을 꾀한것이다. 한명은 회장에게 한명은 그의 아들에게. 이 기막힌 사실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그들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이 계획을 짰을지 생각해보았지만 그 계획을 자신이 부신다고 생각하니 괜히 드는 이상한 짜릿감에 그는 몸을 떨었다. 탁. 인터폰을 든 그가 주저없이 1번을 눌렀다. [ 무슨일인가 - ? ] [ 회장님, 고다혜양에 관한 서류도착했습니다. 팩스로 전송하겠습니다. ] - [ 무슨일있어? 목소리가 왜그래? ] 팽팽히 당겨진 신경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던 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서야 힘을 풀었다. 순식간에 긴장이 빠져나가자 온몸이 나른해졌다. 침대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핸드폰을 고쳐잡았다. [ .... 21..일 말이죠 ] 말해야 한다. 정말 말해야 돼. 이제 그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아야해. 윤아언니와의 일도 나와 그의 그룹관계도 모두 다 밝혀야해 . 그렇게 머릿속은 끊임없이 되뇌이고있었지만 막상 입술로 꺼내오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난 결국 그 말을 하지못한 채 뜬금없는 질문만 그에게 던져놓았다. [ 그.. 기획안 발표? 뭐 그런거 있다면서요 ] [ .....아 그거? 응. 근데 그거 뭐? ] [ 우리 .. 떠나기로 한날도 21일이고 .. ] [ 풉, 그 걱정하는거야? 걱정마. 예정대로 21일날 갈거니까. 한번 빼먹은 거 두번 못빼먹으리란 것도 없잖아 . ] [ 사실요 ... 그날 ] [ 어? 아 누구왔다. 미안 조금있다 다시 연락할게. ] 난 어렵게 입을 떼려는 순간 들려오는 그의 말에 그만 아무말도 못한 채 알았다는 말만 남겨두었다. 끊겨진 전화덕에 들려오는 신호음이 내가슴을 너무나도 잔인하게 파고드는 것만 같아 허탈한 웃음이 비져나왔다. 아직은, 정말 아직은 아니라는건가 - . . . 다혜와의 전화를 부득이하게 끊은 효현은 대화를 끊겨버리게 한 장본인이 누군지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타난 사람이 그다지 만나고싶었던 이는 아니었던지라 그의 미간에는 슬쩍 불쾌한 인상이 그려졌다. 검은정장을 말쑥히 차려입은 남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입가에 미소하나 매달지않은 냉막한 표정으로 그에게 뚜벅뚜벅 다가왔다. " 무슨일이지? " 효현이 시선만 돌려 그를 바라봄에도 불구하고 그는 표정변화없이 그에게 입술을 열었다. " 고다혜씨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 .. 툭 효현이 고개를 들었다. 효현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마주한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건방진 이 어린 상사는 냉철한 듯 보이면서도 그 이름에 유달리 이렇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효현은 흔들리는 눈동자와는 달리 비교적 담담히 입술을 열었다. " 알만큼 알아. " " 실례되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사님께서 모르시는 내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이제 효현은 눈에 띄게 동요를 보이고 있었다. 침착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펜을 잡아보지만 펜을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있단 것을 호환은 놓치지 않았다. 이쯤이면 됬다 하고 품에 있던 서류를 건네려할때 효현의 목소리가 그를 막았다. " 실례되는 말씀인지 알면 그만해 " " ..........예 ? " " 내가 스토커도 아니고 고다혜에 대해서 일일이 다 알아야 할 필요없으니까. 고다혜도 그럴거고. " " ................... " " 아버지가 대체 당신한테 무슨 일을 벌이게 하는지는 몰라도 이번엔 잘못 짚었어 " . . . " 내 믿음은 그깟 종이 몇쪼가리에 흔들릴만큼 약하지 않으니까. " 〔052〕※ ARE YOU READY ? ※ - 음모 사무실을 빠져나오던 호환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의 인상에 변화가 찾아온만큼 손에 들린 파일의 끝자락은 꽉 쥐어진 주먹아래 점차 꼬깃해지고있었다. 화가났다. 나이도 자기보다 어린 녀석이 그저 아버지 하나 잘 만나 저토록이나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이. 시건방진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기회를 준답시고 회장보다 그에게 먼저 찾아간 것인데 그는 그런 성의조차 깔끔하게 무시하고 말았다. 이 파일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알았다면 그가 이런식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 ... 지효현이사. 당신은 오늘의 선택을 생애서 가장 후회하게 될거야. " - 나는 지금 은비의 샾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고모님을 찾아뵈어 인사도 드릴겸, 은비도 만날겸 겸사겸사해서 옮긴 발걸음이었다. 은비의 샾을 가다보면 도희설씨의 샾도 보인다. 그녀를 만나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전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난 그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샾앞에서 신호를 기다릴때 즈음, 익숙한 목소리가 그만 나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 아저씨! 거기다 놓으시지 말구요. 안으로 안으로!. 네 그쪽에다요. 아저씨는 조금 왼쪽, 대각선방향 그 격자무늬에 맞춰서 해주세요. "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직접 마네킹들의 위치를 이리저리 지시하고 있는 모습. 예전과 하나도 다를바 없는 모습에 난 그만 씁쓸히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행여 그녀가 날 눈치챌까 싶어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난 걸음을 옮겼다. - " 어서오.... 어머, 이게 누구야! 다혜양아니야? " " 안녕하셨어요? " " 나야 안녕하지. 그나저나 왜이렇게 요즘 뜸했어. ! " " 하하, 죄송해요. 고모님 저 이거 별거 아니긴 하지만 … " 난 차를 좋아하는 고모님의 기호에 맞춰 사온 머그컵을 건네곤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은비는 2층에서 드레스 피팅중이라고 말씀하셨기때문에 조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은비와 스트레스도 풀겸 쇼핑을 나가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내 소망은 2층에서 내려온 은비의 말로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다. " 쇼핑? 나 오늘 재단하고, 천 떠야되는데. 어제 오지 어제는 일찍끝났는데 " " 후우. 그래? 알았어 그냥 가지 뭐 . " " 야야. 고다혜? " 뒤에서 날 부르는 은비도 무시한 채 난 고모님에게 인사를 하곤 천천히 샾을 빠져나왔다. 에휴. 고다혜 인맥관계 알만하다. 어떻게 된게 갈데가 없냐 갈데가! 내 머리칼을 스스로 흐트리며 정처없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던 나는 곧 한 군데가 퍼뜩 생각나고야 말았다. 지효현이 무작정 날 끌고갔던 곳. 여기가 어디냐는 내 물음에 ' 좋은 곳 ' 이라고 간단히 명명해 버린 곳. 벌판을 내려다보는 곳. 향긋한 내음을 지닌 에너지 충전소. 생각은 좋았지만 문제는 거길 어떻게 가냐 이거다! 젠장- 또 좌절된 내 계획에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앉는데 시끄러운 소음들과 함께 여러명의 무리들이 먼지를 내며 달려오는 게 보였다. " 뭐야 - 그 정도로 우릴 잡겠다는거야? " 찰랑이는 물빛머리칼이 눈에 익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 쭈그려앉아있던 내 곁을 지나가던 그 인영은 날 쭈욱 잡아 끌었다. 난 순간적으로 보인 익숙한 얼굴에 반가움의 소릴 내뱉었다. " 언..언니? 은교언니? 퇴원한거야? " " 잔말말고 뛰어! " 그러나 언니는 그런 내말을 무참히도 무시한 채 내게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얼떨결에 언니의 손에 잡혀 뛰게 된 나는 처음 민도하에게서 도망칠때와 같은 속도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고 곧 뛰어야하는 이유를 알수있었다. " 이 미친놈들아!!!!! 테이블 배상은 하고가야지!!!!!! " 가게 주인정도로 보이는 남자와 , 그에 고용된 사람들인 듯 아니 뒷골목 사람임임을 명확히도 드러내주는 검은양복의 체구좋은 이들이 우릴 쫒고있었던 것이다. 겁에 질린 나는 언니를 향해 외쳤다. " 저..저거 뭐에요? " " ...........아 다왔다!!!! 현세율 너부터 들어가 ! " 그리고 그런 내말에는 여전히 대답을 해줄 생각이 없는 듯 다짜고짜 물랑루즈라고 써있는 간판앞에서 곁에서있던 남자에게 입술을 여는 언니. 그가 들어가자마자 언니는 날 이끌고 그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내가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는 1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고급스런 가게내부의 인테리어에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게 될 찰나 테이블에 나를 털썩 앉힌 언니는 술을 시켰고, 남자는 그제서야 모자를 벗었다. " 어? 이..이사람은! " " 인사해. 그때 말했지? , 병원에서 만났다는 여자얘. 얘가 고다혜고. 이쪽은 - 내 애인. " " 아, 안녕하세요!! " " 처음뵙겠습니다. 현세율입니다 - " 은교언니의 애인이라면 언니처럼 막무가내로 반말을 뱉어낼 줄 알았던 나 이기에 정중한 인사에 나도모르게 멍청히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테이블에 부딪힌 이마를 문지르며 양주를 따기 시작하는 언니를 빤히 바라보았다. 생기있게 빛나는 눈동자. 뭐가 즐거운지 입가에서 떠나지않는 미소. ...... 이런 사람일까 언니는 - 이렇게 모든지 즐거운 듯 살아가는 사람일까. " 뭘 그렇게 멍청히있어. 얼른 잔들어. 죽을 상 하고 앉아있는 녀석 구제해줬더니만 - " 그게 무슨 구제야! 범죄 동참현장이었으면서! 라고 따질 배짱이 차마 생겨나지 않던 나는 잔을 들었고 콸콸 쏟아지는 양주를 멍하니 바라봐야했다. 난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주량은 그닥 강하질 못했다. 게다가 - 이런 양주라면 뻔할 뻔자였다. 세잔마시면 잘 마시는 거였다. 이걸 마셔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 언니는 잔을 들고 입술을 열었다. " 자자, 새로운 우정을 위해서!!!!! " ... 잔이 부딪치자마자 단숨에 잔을 비워버리는 둘. 그 가공할 모습에 당황한 내가 두손으로 잔을 꼭 붙잡고있을때 언니는 뭐하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 눈초리를 견뎌낼 자신이없던 나는 두눈을 꼭 감고 양주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한잔을 다 비우고 얼얼한 머리를 짚을때즈음 , 난 톡톡히 깨닫고야 말았다. 나는 오늘 지옥을 만났다는 것을. . . . " 갑자기 이 사람은 왜 데리고 온거에요? " " 그냥, 아는 사람이잖아 - " " 은교씨가 아는 사람이 한둘이에요? " " 풉, 내맘에 들었거든 얘. 그냥 우리하고는 다른 세상에 사는 얘 같아 " " ............이제 여자한테까지.. 관심이 생긴거에요? " " 맞을래 현세율? 이게 병문안이라곤 온적도 없으면서! " " 아아 농담이에요 농담. 아 근데 , 술 진짜 약하네요 - 3잔에 뻗어버릴줄이야. 어쩌죠? 집도 모르는데 - " " 뭘 어째? , 뒤져봐. 핸드폰나올테니까. 핸드폰 나오면 그냥 1번눌러. " - 머리가 어지러웠다. 빠근할 정도로 , 마치 두개골이 깨지는 것만 같이 부분부분 지끈거리를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뜨자 천천히 감각이 돌아왔다. 손을 움직여보고 발을 움직여보는 데 발 밑에 아무것도 없었다. 허공이었다. 내가 공중부양을?! 이라는 멍청한 생각도 잠시 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다시 눈을 감아야했다. " 가지가지한다. 고다혜 - 무거우니까 움직이지말고 가만히 있어. " 아씨 이게 뭐야! . 내가 왜 지효현씨한테 업혀있는거야? 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난 조금전의 기억들이 하나둘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난 멍청히 쭈그려앉아있다가 갑자기 은교언니를 만나 뛰었고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다가 ................. 뻗었구나......... 젠장- " 하하하. 안..안바빴어요?..... " " .... 너 지금 장난해? . 그럼 너 술취해서 뻗어있다는 데 무시하고 일하리? " " 그냥 민망해서 그랬죠! 까칠하긴! 암..암튼 미안해요. " 나는 민망한 마음에 그의 목에 둘러진 팔위로 얼굴을 묻으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러자 내 말을 정정해주는 지효현. " 고마워요 " " 네? " " 미안해요가 아니라 고마워요가 맞는말이라고 이 멍청아 . " " 에헤 - 그..런거에요? " " 잠이나 자 . " 나는 그의 퉁명스런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어버렸다. 누구보다 따듯하고 누구보다 넓고 누구보다 부드럽게 날 감싸줬던 그의 손길과 등에 얼굴을 기대며. ...... 한없이 마음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잠시 느꼈던 외로움은 다 거짓이었단 듯. 아무것도 묻지않고 그저 날 묵묵히 업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난 눈을 감았다. 사랑해요. 정말. ...................... 많이 사랑해요 지효현씨. 〔053〕※ ARE YOU READY ? ※ - 잠시쉬어가는이야기Ⅰ 소름끼치게 따듯한 봄날이었다. 벗꽃이 화사하게 만발하고 , 내가 태어난. 그런 그렇게 눈물나게 아름답던 봄의 어느날. 감옥에서 갓 빠져나온 내 곁엔 누구도 없었다. 일에 바쁜 은비도, 아버지도 윤아언니도 그렇다고 두부조차 건네는 이가 없어 허탈함에 웃음밖에 나오지않던 그날. 공원 벤치에 앉아 내 처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한 내곁에 한 남자가 불현듯 물음을 건넸다. " ......... 어디아파요? " 스윽 고개를 들었다. 다갈색의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칼, 햇살에 반사되는 그 모습과 다정한 미소가 아련하도록 따뜻해 난 눈물이 왈칵 샘솟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 ..내이름은 송현인데....... 그쪽이름은 뭐에요? " 송현. 그 이름을 곱씹던 나는 입술을 열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내 이름, 내 이름을 알려주는 즉시 그가 살인자라고 날 비난할것만 같아서 나에게 등을 돌릴것만 같아서. 아무말없이 그를 올려다보기만 하는데 뜻밖에도 그 남자는 내곁에 조심스레 앉았다. " 말하기 싫어요? " " .... 다혜 ..... 고다혜에요 ...... " " 아 - 고다혜! 이름 예쁘기만 한데 왜그렇게 말하기 어려워했어요. ? " 난 그의 따뜻한 말에 나도모르게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감옥안에서 단한번도 흘리지않던 눈물, 외로움에 가슴을 쥐어뜯으면서도 고독함에 몸부림치면서도 한방울도 내비치지않던 눈물이 우습게도 낮선 이 앞에서 하나둘 흐르기시작했다. 갑작스런 내 눈물에 당황해하던 그는 ,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내눈물을 하나 둘 닦아주기 시작했다. ..툭, 난 나도모르게 그의 손을 쳐냈다. " 아 . " 당황한 듯 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난 울먹이며 입술을 열었다. " 손..대지말아요 .... 물드니까 ..... 나 , 나 되게 나쁜사람이니까 ... " " .......................... " " 오늘.. 출소했어요 ... 사람죽였거든요 - " 당연히 떠나가겠거니 하고 무릎에 고개를 파묻는데 , 그는 아무말없이 숙인 내 머리칼을 쓸어주기 시작했다. 오빠처럼, 아빠처럼, 다정하고 그렇게 한없이 포근하게. " 살인자가 이렇게 순수하게 울어요? - 뭔가 이유가 있겠죠. 묻지않을테니까 울고 싶으면 울어요. " . . 눈물나도록 따스하고 아름다웠던 봄날, 그 봄보다 아름다웠던 사람이 그렇게 내게 찾아들었다. - " 오빠! 이거 봐. 나 오늘 받은 월급이다? 첫 월급이야! " " 오올- 그래서 지금 나한테 쏘는거야? " " 쳇, 내가 이걸 왜 오빠한테 쏴? 말도안돼! 첫월급은 원래 부모님 내복사다드리.... " " 내가 니 아빠하지 뭐~ 자 얼른 나한테 내복사줘! "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었고, 대책없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어디가서 속지나 않을까 불쌍한 사람 돕는 다 치고 전재산을 기부할것만 같은 사람이었기에 난 그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차마 미워할 수 가 없었다. 내 어깨에 둘러지는 그의 손길도, 날 향해 살짝 웃을때 접히는 그 눈매도 하나하나 다 좋아서 그렇게 무작정 그에게 빠져들어야했다. " 우리 사진찍을까? " " 됐어- 촌스럽게 무슨 사진. " " 고다혜 니 머리보다 들 촌스러워. " " 뭐..뭐? 아 진짜!!!!!! " 지금은 내게 남아있는 그 단한장의 추억. 그때 난 그의 장난에 발끈해 무작정 그를 잡으려 뛰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프로필사진찍는 곳이었고 - , 주춤하는 내 손을 이끌며 그는 웃었다. " 괜찮아. 여기는 좀 촌스러운 사람도 엄청 이쁘게 바꿔줘. 일명 포샾처리라고 하지 - " " 그거 위로맞아?! " " 하하하하하 - " 그를 째려보는 날 무시한 채 그렇게 사진사는 하나둘 포즈를 요구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라는 사진사의 말과는 달리 우리는 갑작스레 들이대진 카메라 앞에서 어정쩡한 포즈를 유지해야했다. 평소에 그렇게 하던 어깨동무도 손잡는 것도 못한 채 손이 스치기만해도 놀랄 정도였다. 이상하게도 - 보다못한 사진사가 아예 포즈를 잡아주었다. 그것도 , " 여자분이 남자분볼에 뽀뽀하는거로 가죠! " 우리딴에는 무척이나 과감한 포즈를 말이다. 키스는 고사고 뽀뽀한번해보지못한 나는 당황해야했다. 그렇지만 사진사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찍은 폴라로이드 필름을 내밀며 이런 밋밋한 포즈로는 도저히 연인으로 보이지않는다며 핀잔을 주었다. 덕분에 추억을 남기기 위해 난 두눈을 꼭 감고 그의 어깨에 두손을 올리고 천천히 입술을 볼에 가져다 대었다. 휙. 그리고 그때 갑작스레 고개를 돌린 그. 입술과 입술이 마주닿은 순간 놀란 나는 두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 순간 사진이 찍혔다. " 응큼해 진짜!!!!!! " " 좋았으면서 - " " ..... 아 몰라! 이 사진 민망해서 어떻게 들고다녀! " " 그러고서 베개밑에 넣어놓고 잘거지? " . . . " 아직 연락없어? " " ........응 " " 송현오빠 졸업식이 언제라고했었지? 그때부터 못본거야? " " .....사장님한테 부탁하고 조금 늦게 갔는데 .. 없었어........ " " 혹시말이야..다혜야 진짜 혹시말인데 - 오빠 다른 여자 생긴거아니야? " " ....... 아니야!!!!!!!!!!!!!!!!!! " 일주일이 지나도록 갑작스레 끊겨버린 전화에 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못했다. 이런일은 한번도 없었고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전화할때마다 전화기가꺼져있습니다라는 소리만 들려왔고 그가 지내던 자취방에 찾아가보아도 문이 잠겨있기 일쑤였다. 불안해졌다. 은비의 말에 아니라고 애써 아니라고 부인하긴 했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이럴이유가 없었다. 일이있을거라고 잠시 일이있을뿐이라고 내 자신을 달래고 또 달래갈수록 그에 대한 불신감과 불안감이 내 안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었다. - " 세상에 남자가 지송현 하나뿐이냐? 야 잊어잊어 괜찮아! " " .................... " " 고다혜 정신차려! 괜찮아 너 이주일이나 기다렸어! 그정도면 할만큼 한거야! " " 진짜... 진짜...다른 여자가 생긴걸까? " " .......................... " " 그냥 그냥 모른척하고 기다리면 안돼나? 아닐수도있잖아..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겼다거나.. " " 그랬으면 너한테 전화했겠지! 자 얼른 일어나서 죽먹고 훌훌털어! 이러다 니가 병나! " 믿을수가 없었지만, 정말 믿고싶지않았지만 불행히도 난 인정해야했다. 2주간 끊겨진 전화. 잠겨있는 자취방. 마지막 추억인 폴라로이드 사진한장만 끊임없이 바라보며 난 눈물을 삼켰다. 미웠다. 정말, 이별의 말을 해도 좋으니까 제발 한번만 다시 만나게해줬으면 우리 헤어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얼굴한번만 보길. 난 간절히 바랬지만 ....... 연락은 끝까지 오지않았다. . . . . 그리고 그와 같은시각 - " 사망하셨습니다 " 삐 --------------------------------------- 불신과 오해로 뒤범벅된 바보같은 장난속에서 ....... 그누군가도 모르게 , 한 남자의 눈이 감겼다. 〔054〕※ ARE YOU READY ? ※ - 잠시쉬어가는이야기Ⅱ "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아가씨? " "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해요. 그러니까 저좀 도와주세요 . " -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사랑에 돌아버린, 한을 품은 여자. 난 우리 셋이 함께 했던 지난날들을 회상한 채 쓰게 웃었다. 무척이나 행복했었지. 정말 행복했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있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로써는 몇억을 준다해도 바꾸고싶지않은 행복이었다. 그런 행복이 깨지는 건 무척이나 쉬웠다. 행복은 행복한 만큼 약했다. " ........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렸네 도희설 - 그치? 응? 넌 참 나쁜여자야. 그리고 불쌍한 여자지. 그렇다고 해서 용서를 바라는건 아니겠지? " 거울속의 나를 바라보며 난 하염없이 주절주절 입술을 열었다. 두서없이 흘러나오는 말들이 내진심이라고 생각하자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나왔다. 나쁜 여자 불쌍한 여자.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 희설아. 화장대앞에 앉아 마스카라로 눈썹을 한올한올 올리고 , 파우더를 입히고 립스틱을 바르고. 흔히해왔던 평소의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어쩐지 낮설었다. " 울고싶어도 마스카라때문에 울지도 못하고 - 갖고싶어도 누구때문에 갖지도 못하고 말하고싶어도 자존심때문에 말하지도 못하고. 풉 . " . . . . 계획은 완벽했다. 완벽하지 않다고는 해도 파헤쳐보지않는 한 들키지 않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알고있는 두 녀석들은 친구가 아프다는 데 무턱대고 의심부터 할 녀석들은 아니었다. 그걸 믿고 난 준비했다. " 우리 이제 그만 어긋나자. 계속 이렇게 해서 사이 멀어지지말자. 서로 양보좀하자. 너도 한발짝 물러나고 나도 한발짝 물러나고. 응 ? 그러자 희설아. " 이상해. 정말 많이 이상해. 모두 니말이 맞는데 그런데 나 쉽사리 입이 떨어지질 않아. 감정따위 숨기는 거 나한텐 너무나도 익숙한 일인데 니앞에서 만큼은 자꾸 심장이, 입술이, 솔직해 지려고해. 내가 왜 한발짝 물러나야하지? , 한발짝 가게 해줬던 적도 없으면서 왜 언제나 나한테는 물러나라고 요구만 하는거야? " 도하야 미안해. " " ......... " " 있잖아. 나도 이제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멈추고 싶은데 그게안돼. 미칠거같아. 아니 나 이제 정말 미쳐버렸나봐 " " .......... " " 나 다혜씨한테 다 말했어. 정말 다 털어놨어. 어줍잖은 경고까지 해버렸어. 마음은 그게 아니라고 그건안된다고 계속 말을 하는데 눈을 떠보면 난 이미 그 일을 저지르고 있어. " 진심반 거짓반. 그렇게 난 스스로의 인격을 나누며 그렇게 눈물을 흘려보인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까. 니말대로 앞만 보기에 바쁜 널 뒤돌아보게 만들기위해선 이렇게 날 망가뜨리는 수밖에 없으니까. " 병신. " 이미 짧게 잘려진 머리칼을 쓰다듬어 봤자, 아무런 감흥도 들지않았다. 그저 녀석이 조금 더 나를 불쌍하게 여기길 - 그래서 , 그래서 떠날 마음조차 들지않게. 난 스스로 무너뜨린 이상으로 무너져가고있었다. " 그렇게 운다고 가려질줄알아? , 너 자신한테만 가려지면 다야? 나한테는 다 보이는데. 너 힘든거 너 아픈거 너 괴로운거. " " ................ " " 그러니까 이러지말지그랬어. 해놓고도 아플거면. " " 그게 안돼. 내가 내가 다른사람인거같아. 하루가 지날수록 악마가 되어가는 느낌이야. 나좀 멈춰줄래? 멈춰줄래 도하야? " 그래. 이건 진심이야 민도하. 나 하루가 지날수록 악마가 되어가는 날 느껴. 그러니까 제발 여기서 멈추게, 더이상 나아가지않게 그만해. 그 눈으로 그 입술로 이제 그만 잔인해지고 옆에있어줘. 그래줘. 이런 솔직한 마음따위까지 눈물과 가식속에 숨겨야하는 한 여자를 위로하며 . " .... 희설아.... 우리 놀러갈까? 응? 바람이라도 쐴까? " " ...................... " "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갈까? 국내가 싫으면 외국이라도 갈까? " " ....................... " 난 눈을 감았다. 눈물이 느껴졌다. 가슴 한 구석이 이상하게도 아려왔다. 녀석과 함께 한다면, 녀석이 내옆에있는다면 행복할거라고 그 아픔마저 감수할수있을거라고 믿었는데 그랬는데 참을 수 없을만큼 아파왔다. " 가.. " " ........ " " 가 도하야 ... 나 ... 미쳐버린거같으니까 .. 자꾸 나랑있으면 너까지 미쳐버릴지모르잖아.. 그러니까 얼른 가....... " " 안가 도희설. 나 봐! 나 봐보라고 . 너 안미쳤어 너 멀쩡해. 그러니까 나 봐 " " 흐흑...... 흡..... 제발 가 ...... 가 도하야 .... " 말하고싶어졌다. 정말. 말을 하고싶어졌다. 녀석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정말 사랑한다고, 그래서 자꾸 내가 아닌 일을 한다고 이게 잘못된 거란것을 알면서도 딱히 돌릴수가없다고 그렇게 말을 하고싶어졌다. 어디서부터 어긋난거야 대체? , 할수만 있다면 어긋난 그때부터 우리 사이를 다 피고 싶어. 한올한올 풀어내고싶어. 그치만 그치만 - 너무 단단한 매듭으로 박혀버려서 풀기에 너무나도 어려운걸 . 그런걸. - " 해리성정체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입니다. 흔히 다중인격장애라고도 하죠. " 사실아니었어. 내게 병이있다면 그건 사랑에 지독히 미쳐버린 병일테지. 저런 병따위는 아니었을거야. " 초기이긴하지만 그렇습니다. 대체로 이 환자들은 심한 학대나 정신적 외상의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 또는 대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도희설씨의 경우에도 감정이 극도로 불안정한것을 보아 심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을 듯 한데 혹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 나 현실은 회피하지않아. 회피하지않기때문에 더 힘들어. 피하려 하지않기때문에 더 아파. 그래서 할수없이 자꾸 나를 망가뜨려가. 그리고 그리고 너까지 망가뜨려갈지 몰라. " 도희설씨는 초기이기때문에, 아직 자아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자책감이 무척이나 큰 상태이고요. 그러나 더욱 발전할시엔 다른 인격의 선에서는 기억을 못하게 될수도있습니다. " 이제 그만하자. 정말 그만하자 희설아. 눈을 감아도 고개를 들어도 변해버린 내가 낯설어. 차라리 내가 이런 병이었으면 좋겠어. 차라리 아예 정말로 이 병이었으면 좋겠어. 용서받을 수 있게, 조금이나마 내가했던 행동들을 용서받을 수 있도록. " 치료방법을 개발하고있긴하나, 지금으로써는 일시적으로 중지시킬뿐 , 완치방법은 거의 없으시다고 보면 됩니다.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거짓된 사랑속에 , 거짓된 눈물속에, 거짓된 진실속에 . ........... 내 추악한 진심을 숨길수밖에 없는 여자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 도하야! 우리 여행가자 " " ................. " " 응? 왜그렇게봐? 무슨일있었어? " " 아니 아무일없어. 아무일도 … … " 아무일도없는거야. 우린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가는거야. ........................... 처음부터 시작하는거야. 이 거짓속에서 - 누군가가 처참히 파괴되기 직전까지는 우리 그렇게 가는거야. ' 나도 내가 무섭다고 그랬잖아. 바.보.들 ' 〔055〕※ ARE YOU READY ? ※ - 예고된 불행 21일이었다. 침대밑에 숨겨놓은, 어제챙긴 짐가방을 들고 아직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은비를 뒤로한 채 난 천천히 문을 나섰다. 씽크대, 테이블, 침대 하나하나 집의 모습들을 각인시키며 내 생에서 정말 많이 소중했던 내 친구. 그녀의 모습조차 단단히 각인시킨 채 약해지지않으려 주먹을 쥐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혜야 넌 앞으로 행복할거야 정말 그럴거야. [ 은비야 미안해- ` 너에게 아무런 말조차 할수가없어서. 항상 이렇게 미안한짓만 하는 나 용서해달라고 하기엔 너무 밉겠지? 그치만 약속할게. 1년후, 정말이야 1년뒤에는 꼭 너 만나러 올게. 그땐 예쁜 디자이너되있겠지? 조금 염치없지만 내 웨딩드레스는 너한테 맡겨도 될까? 괜히 기대해볼게. 사랑해. 내맘알거라 믿어. 내 친구. 내 가족 … … 행복해야 돼. ] - ' 회장님, 고다혜씨가 21일 9시 30분경 렌트카를 예약한것으로 나와있습니다. ' ' 렌트카? 고다혜의 이름으로 되어있나? ' ' 예- 아마도 고윤아양과의 도주가 아닐까 하고 추측은 해보았지만 ' ' ....더 잘됬군 ' ' 예? ' ' 처리해. 사고로 가장시키던가. 김비서 선에서 최대한 깨끗히 처리하도록 하게 ' ' ..........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이사님께서 .. ' ' 21일에는 절대 절대 회사밖을 나가게 하지마. 효현이는 자네가 책임지고 관리해. ' - " 이비서? 오늘따라 일이 왜이렇게 많아? 대체 언제끝나는거지? " " ..................그러게요.......유난히 마케팅부에서 올라오는 서류가 많아요. 마케팅부 사장님께서도 부재중이신지라 결재할 사람이 없는 모양이에요 . " " 도하? 도하녀석 또 안나온건가? " " 요즘 결근이 잦으세요. " 주은의 말에 효현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서류를 뒤척였다. 스윽 바라본 손목시계는 어느새 8시를 훌쩍 넘어서고있었다. 다혜와의 약속시간인 9시 . 적어도 8시반에는 출발해야 할테지만 이 조시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초조해진 효현은 발을 구르며 주은을 향해 입술을 열었다. " 회의 전까지 결재해야하는 서류는? " " 왼쪽에 놓여진 서류들입니다 - " " ... 뭐가.. 이렇게 많아? " " 다 밀리신 서류에요. 뭐 오늘 좀 많긴 하지만 - " 주은의 중얼거림을 들은 효현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지금같은 부 서류들이야 대충 보고 싸인만 하면 된다지만, 회의에 써야하는 서류라면 그 질이 달랐다. 꼼꼼히 검토하고 결재를 해야할뿐만아니라 자신의 의견까지 피력해야했다. 여러모로 까다로운 작업임이 틀림없었다. 효현은 적어도 10뭉치는 넘어보이는 서류더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핸드폰을 들었다. 10분정도 10분정도만 미룬다면 어떻게서든 8개 정도는 끝마칠수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효현은 바쁘게 핸드폰 키를 두드렸다. [ 나 10분정도 늦을거같아. 만나기로 한 데에서 기다리고있어. 차는 내가 끌고갈게. ] 다혜가 문자를 받았을거라 예상한 효현은 다시 서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만나기까지의 그의 시간은 무척이나 무미건조한 시간이었다. - " 10..분 정도 늦을거라 - 어휴 . 일이 바쁜가보네. 진짜 걱정이다 .... 나때문에 괜히... 아니지 아니야 고다혜! 같이 선택한 일이야 강요가 아니라고! " 핸드폰을 닫으며 난 스스로에게 위로를 남긴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었다. 은비에게 들킬까봐 서둘러 나온 것일 뿐. 그것도 아니라면 괜히 급박해진 내 머리탓일테고. 난 그렇게 초조하게 티켓만 만지작거렸다. 렌트카를 타고 공항에 도착한 뒤에 비행기까지 탑승하려면 꽤나 빠듯한 시간이 될것이었다. 모쪼록 지효현이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난 운동화 뒤끝으로 바닥을 탁탁쳐댔다. 시간이 다가올 수록 더욱 실감이 났다. 정말로 정말로 이제 떠난다는 것을. 모든 어려움을 누르는게 아니라 피한다는 사실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해결을 보는 것이라는 것을. 윤아언니에게도 은비에게도 너무나도 많이 미안한게 사실이지만 내가 없어도 언니가 잘 해낼거라 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뭐 지효현씨 없는 회사가 무너진다고 해서 그닥 감흥이들지도 .. 아 민도하씨가 있구나! 민도하에 생각이 멈춘 나는 조금 씁쓸히 웃었다. 사실 잘될 여력이야 민도하가 더 충분했다. 그와 함께한 시간도 많았고 또 처음부터 만난것도 민도하였고 말도안돼는 입맞춤까지 했었다. 그치만 애초에 운명은 정해져있나보다. 정말로 어리석은 믿음일지 몰라도 . " ...... 그러니까 넌 운명대로 운명의 상대를 만나 운명의 끝을 맞이하는거야. 겁먹지마! " - " 안됍니다. " " 왜 안됀다는거지 지금- " " ... 회장님의 명령이있으셨습니다. 또 기획안발표회에 불참하실것을 고려하여 내리신 결정이십니다 " " 어차피 원로들이 다 좌지우지하는 마당에 내가 무슨필요있단건지. 한마디도 못할바에야 그냥 가지않는 게 낫지 않나 - 얼른 비켜 " " 회장님의 명령이시기에 비킬수없습니다. " 효현은 화가 치밀었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 데에 이 회장의 비서라는 사람은 지나치리만큼 자신을 감시하고있었다. 정말 사력을 다해 서류결재를 하고 나서는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막아서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단순히 기획안 발표에 참석시키기 위한것이라니. 그는 회장을 잘알았다. 회장은 자신이 그깟 것에 참석하지않는다해서 왈가왈부할 사람이아니었다. 또 그러려니하며 독설만 퍼부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 나를 막는 이유가 뭐지? 그런 표면적인 이유 말고 . " " ...... 지나친 생각이십니다. 그 외엔 없습니다 " " 내가 아무리 볼거없는 애송이라지만 진실과 거짓 구분할 정도는 되. 대체 무슨이유길래 바쁘신 김비서께서 손수 행차하셨냐 이거야. " 효현은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호환을 보자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슬쩍 응시한 손목시계의 시간은 어느새 정말 빠듯해져있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못한채 답답한 듯 입술을 열었다. " 왜? 아버지가 뭐 내가 고다혜랑 또 무슨짓이라도 할까봐 그러시는건가? " 답답함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예리한 효현의 눈은 호환이 움찔한 것을 놓치지않았다. 작은 변화였지만 그에게는 무척이나 큰 변화였다. 효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고다혜와 관련된 일이다. 라고 판단을 내리는 순간 그는 직감적으로 그녀의 안전에 대해서 먼저 떠올렸다. 적신호였다. 쓸데없는 직감일지는 몰라도 그의 직감은 지금 그녀의 안전이 적신호라고 떠올랐다. 그 판단에 머무는 순간 그는 지체없이 호환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 욱. " 순간적인 그의 행동에 얼굴을 감싸쥔 호환이 뒤로 물러서는 찰나 주위의 경호원들에게 차례로 주먹을 날린 그는 빠르게 계단을 내려서기 시작했다. " 당장막아!!!!!!!!! " 호환의 외침을 따라 경호원들이 따라붙었지만 효현은 지금 그런것에는 하나도 관심이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그녀의 안전 그뿐이었다. 알아봐야했다. 회장의 전속비서인 호환이 왜자꾸 고다혜란 여자 뒷조사에 집착하는지. 회장이 판단할시엔 아마 고다혜가 위험한 존재라고 판단해서였을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에는 자신도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손끝하나라도 대면, 진짜 가만안둬. - 경호원들을 따돌리기까지는 무척이나 힘이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써는 경호원들을 먼저 따돌리는 게 행동하기에 더 편했기때문에 그는 위험한 도박을 택했다. 일부러 자신의 차쪽으로 그들을 유인한 그는 복잡한 통로를따라 렌트카쪽으로 향했다. 더이상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없다고 생각해서 빌린 렌트카였다. 그는 빠르게 렌트카센터로 접어들어 신원확인후 키를 건네받았다. " ...... 이거 엑셀 제대로 밟힐라나 - " 속도내는건 내 차가 제일인데 . 라고 중얼거리던 그는 곧 그런농담따위를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렌트카에 빠르게 올라섰다. 시동을 걸고 그는 미친듯이 엑셀을 밟았다. 처음엔 좀차 속도가 붙지않던 차는 한번 속도가 붙자 무척이나 매끄럽게 움직였다. - 검은차에 모인 여러남자들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러한 침묵도 오래가지않았다. 워낙 산만했던 이들인지라 아무말도못한채 꼼짝없이 차안에서 바깥을 주시하기만 하는 일이 너무나도 갑갑했던 것이다. 그중 가장 막내로보이는 사내가 가뜩이나 험악한 인상을 더 구기며 입술을 열었다. " 아따 형님. 시방 언제 시작하는거랍니까요 워메 갑갑해 죽겄네. 그 차 이쪽으로 지나가는건 맞답니까? " " 위쪽에서 준 정보니까 정확하겄지. 우리야 돈받고 하는 노가다인디 뭐 물불가릴처지여? 그리고 성팔이 너. 큰형님도 계신데 주둥이좀 싹싹 가려가면서 나불대라? " " ......... 지도 답답해서 지껄여좀 봤소! 형님은 지금 열불안나소? 윗층대가리인지 뭔지한테 휘둘려서 이러고있어야하는것이. 고것들이 우리 물멕이자고 한 일인지 어찌알겠소? " 사내의 말에 두남자는 인상을 쓰는 듯 하면서도 일리가 있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일을 의뢰받으면서도 썩 그들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워낙 보수가 큰 일이었기에 넙죽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지금와서보면 영 손해보는 장사였다. 좀 높은 사람들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 사람들의 신원도 심지어는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을정도였다. 만약 이 일을 들킨다면 책임을 묻는것은 꼼짝없이 그들이 될것이었다. 물론 그런일은 없겠지만 - " 24750..2475.. 워메!!!! 형님! 저기보소! 나타났으라이! 차가 나타났단말입니더!! " " 조용히 좀 해라. 그러다 들킬라 . 송래 넌 , 최대한 조용히 접근해 " 그래도 조직에서 머리꽤나 쓴다하는 송래는 성팔의 말을 곱씹다가 이내 들려오는 음성에 운전대를 잡고 고개를 들었다. 24750. 차의 크기로 보나 무게로 보나 자신들이 유리했다. 더군다나 저쪽은 앞이고 자신들은 뒤이지않는가. 그의 입술에 얄팍한 미소가 머물렀다. 〔056〕※ ARE YOU READY ? ※ - 끝을 보이다 나는 아직도 고르지못한 숨을 가쁘게 내쉬며 안전벨트를 맨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일이기에 이토록이나 뛰어온건지. 아까 약속장소에 마치 천지라도 개벽한 듯 차를 몰고와 창문을 열고 숨이넘어갈듯 외치던 그의 목소리는 잊혀지질 않았다. " 아니 뭐 내가 죽기라도 했어요? 대체 무슨일이기에 그렇게 소리지른거에요? 지효현씨 답지않게 - " 그제야 숨이 고르게 뛴다라고 생각한 내가 궁금한 물음을 던져보았지만 그는 민망한 듯 핸들만 잡고 입술을 열질않았다. 하긴 자기가 생각해도 꽤 민망할테지. 붉게 물든얼굴로 고다혜!!!! 무사해? 놈들은? 이라니 . 나참 누가보면 내가 무슨 위험한 임무를 띄고 파견되어 살아온 스파이라도 되는 것 같겠네. 나는 기가찬 듯 웃으며 그에게 장난을 걸었다. " 왜 말안해요? 쪽팔리죠? 사실 " " ................. 나 엑셀밟는다? " " 알았어요 알았어! 참 쪼잔한건 여전하네 - " 난 그의 토라진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며 시선을 돌렸다. 창문 바깥으로 휙휙지나가는 풍경이 무척이나 새로웠다. 이제 정말 그와 함께할거라는 사실이 피부로 닿아왔다. 나는 새삼 바싹말라오는 입술을 축이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 .... 진짜.... 우리 진짜 도망가는거 같네 이러니까 - " " ................ 도망이든 뭐든 상관없어. 우리 함께할테니까 " " 그쵸? 알아요. 우리 함께 할거니까. " " 응. 지켜줄게 영원히. " 뜬금없는 말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내 가슴은 주책맞게도 요란히 뛰기시작했다. 행여 조용한 이 거리에서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숨을 한번 크게 쉬고는 난 애써 오버하며 답했다. " 에..이~ 지효현씨 드라마 너무 많이봤구나? 어쨌든 말로만이라도 고마워요! " 장난식으로 넘기긴했지만 실은 진심이었다. 정말 정말 그 말이 말뿐이어도 미치도록 고마웠다. 내게 23년의 모든 행복을 안겨준 사람이니까. 세상에 태어난 게 축복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준 사람이니까. 같이 비행기를 타게 되면 꼭 그의 손을 잡고 사랑한단말을 해줘야지. 하는 그 닭살돋는 생각마저 하며 난 살짝 웃었다. " 흐음 근데 지효현씨 - 저기 저 차 있잖아요. 우리 따라오는 거 같지않아요? " " 어디? 아 뒤에차? 별로- 공항가는 차들많으니까 뭐 그럴수도있지 " " ... 그런가? 아 내가 좀 예민해져서 그런가봐요! 괜히 아까 지효현씨가 007작전 흉내 내가지고! " " 그소린 그만해.! " 내 말에 지효현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뭐 하나도 무섭지않은걸~ 묘하게 설레임과 두근대는 마음을 달래면서 난 내내 미소를 머금고있었다. 스윽 옆좌석으로 고개를 돌리자 운전에 열중하고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눈에 띄일 외모. 매끄러운 턱선, 옆에서 볼때면 더욱 길어보이는 속눈썹. 새삼 내가 이런 남자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모르게 괜히 우쭐해졌다. 나는 지효현이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놓은 쿠션을 품에 안은채 콧노래를 불렀다. 그때. " 뭐야 , 저 차- 갑자기 중앙선을 넘으면 어쩌자는거야! " " ....... 왜요? 무슨 문제있어요? " 그의 짜증스러움이 한가득 담긴 목소리덕에 살짝 바라본 사이드미러에선 아까의 그 검은차가 이리저리 중앙선을 위험하게 넘나들고있었다. 마치 우리의 주행을 방해하려는 것 처럼. " 저것들이 미쳤나 - 후 , 가뜩이나 바빠죽겠는데 " 그는 아예 상대를 말자하는 결단과 함께 선을 넘어 행을 바꿨다. 이리저리 그 차를 피해 운전을 하고, 난 그제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뭐 이거나 저거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속도를 밟아내놓고서 무사고 기록을 유지하는 지효현의 운전실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이드 미러로 바라본 검은차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했다. 단순히 우리를 앞지르려는 게 아니었다. 마치 그 차는 우리를 박기라도 할 마냥 연신 뒤에 딱 붙어 우리를 쫒아왔다. 그것을 느낀건 나만이 아니었는 듯 지효현이 미간을 좁혔다. " 뭐야 저자식들. 같이 골로가자는거야? " 그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린 후에 천천히 커브를 돌았다. 그때 나는 문득 소름이 돋았다. 정말, 정말 만약에 저 사람들이 내 예상처럼 우리를 쫒아온거라면? 같이..... 골로가자는 거라면? 그래서 저렇게 위험한 주행을 하고있는거라면..? 사실 그들이 노린건 우리였다면..? 가장 완벽하게 우리를 처리할수있는 방법은 커브를 돌때 ...... 콰콰콰쾅 - 푹, 쾅 " 꺄아아아악!!!!!!!!!!!!!!!!!!!!!!!!!!!!!!!!!!!!! " - " 할수없지 뭐. 내가 해결하는 수 밖에. 어차피 다혜의 도움도 많이 받았으니까. " " .... 오늘.... 신문사에 찾아갈거야? " " 응. 그럴셈이야 - " 은비의 물음에 윤아가 생긋 웃어보였다. 그 미소가 어쩐지 쓸쓸해보여 은비역시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얀 정장을 차려입은 윤아의 모습은 눈부시게 빛났지만, 그만큼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서 가슴 한구석이 아팠다. ' 야아~ 신은비! 나 정장맞춰줘! 응? 넌 할수있잖어! ' ' .....돈 내. 그럼 맞춰줄테니까 - ' ' 쪼잔하게 우리사이에 그러기냐? 이제 내 생일도 다가오는데!! ' 그렇게도, 정장을 맞춰달라며 웃었던 아이인데 -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은비는 편지를 곱게 접어 자신의 주머니안으로 찔러넣었다. 어쨌든 약속한 기간은 1년. 1년. " 후, 그나저나 얘도 미쳤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가출을 해. 분명해 얘 3일도 안돼서 다시 밍기적밍기적 기어들어올거야 " " 1년후가 아니라? " " 분명해. 지가 가긴 어딜가. " 그렇게 단언하면서도 은비는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3일안에 오던, 1년후에 오던 ... 드레스는 만들어줄게. 정말 최고로 예쁘게 만들어줄게. 너 최고로 예쁜 신부가 되도록.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나도록.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그렇게 행복해. 내 걱정말고 너나 행복하란거야 이 기집애야. - " ...... 도하야 .......? " " 도희설 ... 너.... 너 어떻게 나한테 - " " 도..도하야! 내..내말좀 들어봐! 그게 아니라 나는... " " 니가 어떻게 그럴수가있어. 너.. 너 대체 누구야!!!!!! 누구길래 그딴 거짓말을 아무렇지않은 표정으로 칠수가있냐고! " " 내말좀 들어줘 내말좀!!!!!! " 희설이 애타게 울부짖었다. 한가롭게 커피의 향을 즐기고 있던 오후였다. 정확히 도하와 여행을 가기로 한 하루전날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예상이 틀어졌다. 어떻게서든 들키지않게하리라 다짐했건만 도하는 종이뭉치들을 들고와 희설의 앞에 내다던졌다. " ..... 의...사랑 .... 짜고 .... 후. 너 내가 그 병원 다시 찾아가서 그런 말 못들었으면 어쩔뻔했어. 끝까지 나 속이려고했어? " " 그게 아니야.... 난... " " 내가 납득할수있는 이유로 설명해!!!!!!!!!! ........ 안그러면 내가 지금 무슨짓 할지도 모르니까 . " 도하가 처음으로 희설에게 미친듯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토록이나 화내는 도하는 그녀로써는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도하는 아직도 멍멍한 듯 희설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그녀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고있었다. 내..가 얼마나 얼마나 너한테 미안해했는데 - 미칠정도의 죄책감에 매일밤시달려야 했는데. 너에게 해줄수있는 내 모든건 다 해주려고했는데. .... 그런데... 어떻게 그런거짓말을 해. 아직도 믿기지않는 현실에 그는 허탈한 웃음만 흘렸다. " 잘못했어! 잘못했어! 도하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용서해줘! 제발..제발 " 희설이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도하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여느때보다도 진실된 눈물이 방울져내려왔다. 그모습에 당황한듯 한 도하는 잠시 시선을 어디둘지 몰라 하다가 이내 아예 희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뒤돌아섰다. 그런 도하를 따라나서며 희설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 너무 사랑해서 정말 너무 사랑해서... "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물론 그녀의 사랑이 크단건 너무나도 잘 알고 사랑이 어떤것보다 무섭다는 것도 잘 안다. 그렇지만 이건 틀려도 너무 틀렸고 아니어도 너무 아니었다. 그는 돌아서 희설의 가녀린 어깨를 꽉 쥐었다. " 잘...들어 도희설 " " ....................... " " 내가 지금 참는건.... 니가 말하는 그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알기때문이고.. 니가 내 소중한 친구기 때문에 참는거야.... " " ....................... " " 그러니까 거기서... 계속.... 나 쑤시지마 ... 그땐 내 이성도 제어불가니까. " 탁. 희설의 몸이 힘없이 무너졌다. 등을 돌려 사라지는 도하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던 희설이 고통에 찬 듯 몸부림을 치며 외쳤다. " 민도하!!!!!!!!!!!!!! 민도하 사랑한다고!!!!! " 〔057〕※ ARE YOU READY ? ※ - 현실도피 믿을수가없었다.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았는데 누군가가 날 감싸안았다. 요란한 폭발음과 파공음이 난무하는 그 동안에도 날 감싸안은 그 온기는 너무나도 따뜻했다. 온몸이 조금 따끔따끔했다. 시간이 흐른동안까지 미동조차않은 내몸을 애써움직이며 난 눈을 떴다. .. 뜨듯한 액체가 미끄럽게 만져졌다. 날 감싸안은 사람도 그제서야 알아볼 수 있었다. 지효현,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사람. 살은건가? 라는 생각에 난 고통을 참으며 차마 떨어지지않는 입술을 열었다. " ...... 지효현씨? . " " ....................... " " 지효현씨..? " 작은 물음이었지만 그는 아무런 답도 없었다. 불안해졌다. 너무나도 불안해져 나는 살짝 뜨뜻한 액체에 휘감긴 내 손을 바라보았다. 붉었다 무척이나. 너무 요사스럽게도 붉어 기괴스럽기까지 한 그 손이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떨려왔다. 아..아닐거야. 정말 아닐거야! . " ...... 지..지효현씨...... 지..지효현씨? 일..일어나봐요. 눈떠봐요 잠깐만.. " 나는 내게 힘없이 안겨있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소리쳤다. 어깨를 잡자 그 곳에서도 느껴지는 비릿한 혈향과 촉감.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최악의 가정에 난 소스라치는 두려움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살짝 감겨있는 눈, 그리고 날 감싸안은 등에는 유리파편들이 빼곡히 박혀있었다. 정신을 차려야했다. 이건 아니었다. 난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아직도 떨림이 멈추지않는 손으로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았다. 다행히도 차 좌석 바닥으로 떨어진 핸드폰은 안테나가 부러지긴 했지만 아직 사용이 가능해있었다. 난 망설임없이 119버튼을 눌렀다 한손으론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슬쩍 잡아본 맥은 희미하지만 아직 뛰고있었다. - 간단한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후송되어가는 차 안, 비교적 멀쩡한 나는 멍청하디 멍청한 그의 손을 두손으로 꾹 잡은 채 쉴새없이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따뜻했던 그의 손이 차가워진 느낌은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 어쩌자고 그랬어.... 정말 어쩌자고 그랬어요.... 나 나 당신없는 이까짓 삶 살아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데...... 정말 어쩌자고 이런 바보같은 짓 했어요.... " 눈물이 한방울두방울 그의 손등을 적셨다. 난 내 온기를 전해주려는 것마냥 그의 피묻은 몸을 껴안으며 애타게 외쳤다. " 제발 살아요 .. 살아 ...... 응? 나랑 같이... 예쁘게 정말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래야지.. " " 저 아가씨 상처도 급해보이는데, 어서 치료를 … " " 전..전 됐어요 얼른 이사람이나 봐주세요. 네? 아직 숨 안끊어진거 맞죠? 살아있는거죠? " 날 애처롭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스윽, 그때 그의 눈꺼플이 살짝 미동을 보였다. 그 미묘한 변화에도 난 반색했다. " 지..지효현씨? 정신이 들어요? 나 보여요? .... " 곧 이어 그의 검은눈동자가 조심스럽게 보였다. 그 눈물날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에 난 그만 울음을 왈칵 터뜨리며 그에게 안겼다. 스윽, 그가 피에 젖지않은 핏기없는 창백한 반대쪽 손으로 내 머리칼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만의 느낌, 그만의 손길. 난 그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 "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병원까지 다 와가니까 제발 조금만 더 힘내요. " " .......................... 사랑해...... " " 나도 사랑해요!!!! 나도 사랑하니까 제발 조금만 참아요.. 네? .. 말하지말고 말하면 아프니까 제발 말하지말고.... " " 바보 ... 울지마.... " " 말하지말랬잖아요!!!! .... 자꾸 말하지마요 ... 자꾸.. 자꾸 그렇게 말하지말란말이야.. " 내 뺨에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의 차가운 손이 훑고지나간 볼은 더할나위 없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여튼 고집쟁이. 정말 바보같은 고집쟁이. 끝까지 내말은 안듣는 이 바보중에 바보! " 어차피 ... 안돼 ..... ..... " " 무..무슨소리에요!!!!!!!! 안됀다니!!!! 누가그래요! 돼요! 지효현씨 됀단말이에요! 내가 되게 만들거야!!!!! " " ......... 사랑해 " " ...................... 흑....흑....... " " 사랑해 ...... 사랑해 " " ........................... " " 사랑해 ................ " " 나도.. 나도 .. 나도 사랑해요 .. 사랑해요 사랑한다구요!!!!!!!!! " . . . " 사랑해 다혜야 … … " - 나 없으면 이 바보같은 여자 누가 지켜주냐. 나 없으면 이 덜렁대는 여자 누가 챙겨주냐. 맨날 아파도 안아픈 척 강한척만 하고, 아닌 척 밝은 척만 하고 재미하나도 없는 농담이나 하는 여자인데.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밝은 제일 사랑하는 여자인데. 가기 싫다. 정말 가기 싫다. 못해본게 아직 너무 많은 데 이대로 가는 거 너무싫다. 따뜻한 말한마디 제대로 건넨 적도 없고 , 그렇게 하고싶다는 것들 바쁘고 쪽팔린다는 핑계로 무시하고 .. 다정하게 다혜야라고 불러준것도 없는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 그 이름 그렇게 담아주지도 못했는데. 하느님. 하느님. 미안한데 참 죄송한데, 이럴때만 기도해서 너무 죄송한데 나 딱 한번만 살려주면 안돼나요? . 그냥 딱 한번만 살려줘서 .... 고다혜란 여자와 결혼해서 .. 그렇게 행복한 미소보면서 눈감으면 안돼나요? 이렇게 우는 얼굴만 보고가면, 그러면 나 너무 억울하잖아.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왜 난 바보같이 맨날 이렇게 당신 아프게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치만 그치만 이번에는 정말 안놓을거야. 한번이면 족하잖아요. 두번은 너무 하잖아. 하느님. 하느님 나 미워하는 거 알아요. 그치만 나 기도많이했잖아요. 교회도 꼬박꼬박 나가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지효현씨만은 내곁에 남겨놔주세요. 그 사람요. 솔직히 되게 멋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하늘나라에서 자꾸 그 사람 부르려고하는지도 몰라요. 그치만요. 그 사람 바보에요. 정말 바보에요. .... 고다혜없이는요.. 넥타이도 제대로 못매는 바보구요. 고다혜없이는 제대로 웃을수도없는 바보구요.. 고다혜없이는 보쌈하나 못싸먹는 바보구 ... 고다혜없이는 고다혜없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란말이에요. 데려가봤자 쓸모하나없단말이에요. 그냥 고다혜옆에 놔두는게 최고인데.. 왜자꾸 왜자꾸 쓸데없는 욕심부리려고하세요.. 제발 제발 데려가지마세요. 내가 이렇게 빌테니까.. 정말 그사람만큼은 안돼요 .... 그사람만큼은 그사람만큼은 - .... 사랑한단말.. 백번도 못채웠는데 우리 결혼도 못했는데 은비가 맞춰줄 드레스 입어보지도못했는데.. 마지막을 이렇게 울면서 헤어질순없잖아.. - 침묵만이 맴돌았다. 간단하게 유리조각을 뽑고 타박상을 치료한 뒤 붕대만 몇 감은 다혜는 자신의 사고흔적을 조심스레 훑어보았다. 말이안됐다. 그는 그렇게 아픈데 그는 그렇게 고통스러워했는데 자신은 이딴 상처밖에 지니지 않았다는게, 너무나도 멀쩡하다는 게. 자신이 받아야할 아픔이 모두 그에게 간것만 같아서 미치도록 가슴이 아팠다. " .... 물이라도 먹어 " " 나.. 놔둬요 ...... 민도하씨 ...... 나 지효현씨가 아픈만큼 아파야하니까 " " 그런 바보같은 말이어딨어. 너 그렇게 하려고 효현이가 구한줄알아? 그런거 아니잖아. 효현이가 눈떠서 너 이런모습보면 얼마나 더 아프겠냐! " 도하가 다혜를 보며 입술을 열었다. 그의 말에서야 다혜는 천천히 물을 조금씩 들이켰다. 그리고는 바싹마른 입속으로 빵 몇조각을 집어넣어 씹기시작했다. 그런 다혜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는 도하가 한숨을 쉬었다. 대체 누가 이토록 이들의 사랑을 시기하는건지. 그냥 가만히 놔두고 축복을 빌어주기만해도 모자랄 시간에. 그는 이해가 되지않았다. 몇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몇시간동안 다혜는 세상이라도 잃은 듯 두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쭈그려앉아있었다. 그 모습은 세상을 포기한 자의 모습과도 같았지만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듯 경건하기도 해 도하가 함부로 다가갈수 없도록 만들었다. 얼마나 황당해했는가. 무작정 걸려온 전화에 - 걸려온 전화에서 효현이 죽게 생겼다는 다혜의 그 두서없는 외침에 이녀석들이 또 무슨 장난을 치나 하고 의심까지 해볼정도로 그 말은 말이안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말은 진실이었고 그건 이렇게 축 쳐진 다혜의 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 효현이는 살아나올거야. 믿어. " 그렇지만 그는 믿었다. 효현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정도 상처즈음은 별거아니라는 듯 후에는 웃으며 툭툭 털고 나올것이라는 것을. 고작 수술한번 하는데 왜이렇게 많이 사람들이 다와서 청승떨고있냐고 핀잔을 주리라는 것도. 살아라. 살아라 지효현. ........... 나 사랑도잃고 친구도 잃으면 너무 불쌍한 놈이잖냐. 〔058〕※ ARE YOU READY ? ※ - 잠시쉬어가는이야기Ⅲ 널 처음만났던 건 아마도 그때였지. 내가 7살때맞이한 작열하는 태양빛이 무척이나 따가웠던 여름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간 그 저택은 태양빛보다 더 강렬한 충격이었어. " ...... 멋지다!!!! " " 우리도 곧 이런 집에서 살게 될거란다 " 어머니의 다정함과 자부심이 가득들어찬 목소리를 들으며 한발한발 내딛은 그곳은 내가 마치 천국이라도 보고있는 듯 했어. 열대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찬 정원에 푸른빛보다 더 시원한 바닷빛 수영장이있었고 색의 대비에 극치를 이루듯 하얀색 그네들이 바람결에 팔랑대고있었지. 꽃들이만발하는 돌길을 따라 걸어간 현관문은 마치 지상천국으로들어가는 입구인것만 같아서 난 마냥 설렜어. " 회장님내외한테 인사 깍듯이해야한다 알았지? " " 네!! " 그렇게 당차게 대답한 나는 곧 열려질 문에 두근두근하고있었지. 스윽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들여놓은 발이 무색해질정도로 안역시 멋졌어. 마치 고성에 와있는 기분이었지. 갈색톤으로 치장되어있긴했지만 높은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나 , 고급스러운 가구들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마냥 대단한 것으로 보였어. 이런 집을 소유한 사람은 또 얼마나 멋있는 사람일까, 난 설레임에 사로잡혔지. " 오호. 강여사님. 이 아이가 ..... 민회장님의..... " " 예, 하나뿐인 아들이지요. 도하야 인사드려라! " " 안녕하세요. 민도하라고합니다! " " 허허 녀석 거참, 똑부러지게도 생겼구만. " 회장님은 그런 내 인상과 한치도 다르지않았어. 인자해보이고 또 엄격해보이기도 했지. 곁에 조용히 서있는 사모님은 순종적인 여인의 표본인 듯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있었어. 언제나 드센 우리 어머니만 보다가 사모님을 보자 난 꽤 충격에 사로잡혔었지. 그치만, 내 그런 충격은 너와 송현형을 봤을때 극에 달했어. 생글생글 웃으며 다정히 날 반겨주는 송현형과는 달리 삐딱하게 소파에 기댄 넌 마치 당장 나가지않으면 날 죽이기라도 할듯 날카로운 눈매로 바라보고있었지. " 저희집 아이들입니다. 이쪽이 큰아들 송현이고 이쪽이 작은아들 효현이지요. " " 안녕하세요 - 지송현이에요. " " ....................... " " 하하하. 효현이가 기분이 많이 안좋은가봅니다. 아주머니! 효현이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세요! " 난 몰랐지. 기분이 안좋은 데 왜 쫒겨나듯 이층으로 니가 가야만 했는지. 그때 당시에는 니가 집안에서 내놓은 문제거리라는 사실을 몰랐기때문에 난 무척이나 궁금해졌어 너란 녀석이. 왜 그렇게 세상 다산 듯한 표정으로 , 어린아이답지않은 날카로움으로 날 바라보고있는지. 어머니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난 천천히 이층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이층도 아래층만큼이나 멋졌어. 다만 아이들이 노는 공간답지않게 조금 음침하고 고풍스러워보인다는 게 흠이었지만. 그리고 바로 그 시계 밑 아무렇게나 벽에 기대앉아있던 니 시선이 내게 닿았지. " 저 .... " 내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찰나에 넌 그런 기회조차 주지않은 채 차갑게 말했지. " 입다물고 내려가서 가식덩어리들 다과회에 참석이나하지그래? 재롱이라도 피우면서 . " ... 어린아이답지않은 굉장한 독설이었어. 그 말에 당황한 난 잠시 니 기에 주춤했지만 곧 특유의 미소를 띄었지. 아마 난 그때 욕을 들어먹어도 쪼개는 바보였나 봐 ? 풉, " ....... 저기보단 니가 훨씬 재밌어보여! " " ... 너따위한테 구경거리되고싶은 맘 없어 " " 그럼 내가 구경거리하지 뭐! 나 열심히 구경해! " 넌 그때 뭐 이런녀석이 다있나하는 눈길로 날 바라보았지. 그치만 그런 내말에 일말의 호기심정도는 생긴 모양이었어. 그때를 놓치지않고 난 너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지. " 난 민도하야! .. 너랑 동갑일거야 아마! " " ............................. 지효현. " 그리고 한참이나 넌 내가 내민손을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내 손을 잡았지 , 가까이서 들여본 너의 눈동자는 마치 상처입은 맹수의 그것과도 같았어. … … 넌 사랑이 필요했던 관심이 필요했던 아주작은 어린아이일뿐이었어. 아무도 알아주지 못했지만. - 우린 고등학교때까지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우리만의 우정을 키워갔지. 그건 8살정도에 만난 희설이도 함께였어. 우리 셋은 정말 순수하게 서로에 대한 우정과 믿음을 보였지. 그치만 성적만큼은 천차만별이었어. 언제나 1,2등을 다투던 너와 희설이와는 달리 난 거의 바닥을 기었지. 사실 그런거 별 재미도 흥미도 없었거든. " 같이다니는 니 친구들은 그렇게 똑똑한데 대체 니놈은 언제 철들래 언제! " 그리고 항상 너희와 날 비교하며 내게 핀잔을 주는 선생님들에게 난 대수롭지않게 대꾸했어. " 걔넨 천재에요 . " " 그럼 니놈은 바보냐? 어? " " 그럴지도 모르죠 . " 나는 소위학교에서 내놓은 문제아였고 너희둘은 언제나 탑을 유지하는 엘리트였지. 그치만 선생님들이 그걸 알까? , 내가 담을 넘을때 가방을 받아주던건 도희설이고 나보다 훨씬 담을 많이 넘던 녀석은 지효현이라는걸. 넌 언제나 들킬때면 혼자서 살아남겠다고 뻔뻔히 말했지. " .. 아버지가 잠시 학교에 오셔서요. 선생님께 허락맡고 나온거에요 - " 허락은 개뿔. 허락따윈 받지도않았지만 넌 언제나 모든 선생님의 신뢰를 샀어. 나로써는 참 불공평한 일이지. 왜 같이 담넘은 넌 안혼나고 나만 혼나냐 이거야. 그렇게 도둑 문제아 생활을 즐기던 니가 드디어 나와 합류한 건 새 선생이 맡은 수학시간이었지. 그날은 니가 한창 아버지와의 문제로 기분이 까칠했던 때였어. 그치만 새로온 선생이 알리가 있나. 미적분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있던 너에게 선생님은 건방지다고 대놓고 면박을 주었지. 전 선생님이 진도를 한참 앞지르는 너에게 허락한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 니가 지금 내 수학수업을 물로보나본데! 니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길래 이렇게 개인행동을 하는거야? 그럴거면 차라리 혼자공부해! 학교는 왜와! " ......니가 또 한건 터뜨리겠구나 생각한 나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고만있었지. 희설이가 옆에서 쟤 또 사고칠거라고 말려보자는 말을 무시한채로 말이야. 아니나다를까 넌 의자를 밀고 일어서 책가방을 챙겼지. " 지금 뭐하는거지? " " .... 혼자공부하러가려구요 . " 참 못말리는 놈이야 넌. 그치만 그만큼 상처도 많고 의외의 면에서 따뜻한 녀석이었지. 우리 셋이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치고 항상 가서 먹던 포장마차의 우동맛은 잊지못할거야. 너와 내 여자보는 취향이 비슷했던 것은 , 최대의 실수이긴 하지만 난 괜찮아. 니가 잘난놈이라는 거 나도 너무 잘 알고있으니까. 새끼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빌빌대고 일어나라. 니가 아무리 아프다고 해봤자 난 안믿어. 니가 어떤놈인데 - 니 내장꼬매려는 의사한테 벌떡일어나서 ' 어디다 바늘들이대! ' 라며 소리칠 놈이잖냐. 그러니까 난 믿는다. 니가 고다혜 혼자 남겨두고 갈리는 없다고 . .. 아무리 니가 살기싫다고 입에 달고 살았던 세상이지만 너 이제 살아갈 이유 얻었잖냐. 그러니까 이제 일어나야하는거다? ... 내 소중한 친구이다못해 잘난놈이니까. 유일하게 인정한 넌 지효현이니까. 〔059〕※ ARE YOU READY ? ※ - 비극 몇시간이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한손에는 도하가 아까 쥐어줬던 빵부스러기를 꽉 쥔채 그녀는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했다. 행여 빨간불이 들어와있는 수술실의 불이 꺼질까싶어서 하는 행동이었다. 그가 살아올거라고 믿어 의심치않지만 계속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이 샘솟았다. " 어차피 ... 안돼 ..... ..... " " 어차피 ... 안돼 ..... ..... " " 어차피 ... 안돼 ..... ..... " 메아리 치는 그의 목소리를 털어내며 그녀는 쓰게 웃었다. 안돼긴 뭐가 안돼요. 돼요 지효현씨. 이번엔 내가이겨요. 약한소리하지마요. 그녀가 초조하게 눈을 감을 무렵 도하의 목소리가 그녀의 눈을 뜨이게 만들었다. " ..... 불꺼졌어 ...... 이제 나올거야. " 어디서 그런힘이났는지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설 힘도 없을 것 같던 그녀의 모습은 이제 너무나도 간절함만이 남아있었다. 제발제발. 이라는 말을 쉴새없이 중얼이고있는 그녀에게 천천히 나오는 의료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의사가 곧 '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 라고 말할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던 다혜의 눈에 , 침대하나가 드러났다. 온통 순백의 하얀천으로 덮혀진 그 인영을 바라보던 다혜가 연락을 받고 와 그녀를 발견한 회장의 소리조차 무시한 채 무작정 그곳으로 내달렸다. 무너지듯 그 인영앞에 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옆에 서있는 의사를 향해 입술을 열었다. " 아..아니죠? 이거 지효현씨 아니죠? 아니죠? 말좀해봐요! ..... 아니죠? 정말 아니죠? " " ....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 " 거짓말!!!!! 하하, 나 안믿어.. 안믿어 집에 갈거야! 가서 전화할거야! 그럼 이사람 전화받으면서 나한테 호들갑떤다고 뭐라고 할거야 그럴거야! " " ............ " " ... 지금 이게 말이돼요? 사람.. 몇시간씩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최선을.. 다했습니다라니. 아니잖아요. 성공적입니다라는 말 해야하는거잖아요!!! 지..지효현씨 세시간이나 아프게 해놓고 그래놓고 ....... " " ............. " " 그렇죠? 지효현씨. 내말 맞죠? ... 눈 떠봐요 이거 아니잖아요.. 몇.몇시간전만해도 나랑.. 나랑 얘기했었는데 눈마주치면서 말했었는데 ... 당신 머리칼 .. 내 손에 닿아왔는데 .... 이럴순없잖아! 제발 눈떠봐요! 일어나서 나 봐줘요! " 무언가에 홀린 듯 다혜가 고개를 흔들며 미친듯이 외쳐봤지만 하얀천이 덮힌 그곳에서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않았다. 다혜의 절망적인 외침에 그녀를 떼어내려던 회장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그만큼이나 필사적이었고 간절했으며 애처로웠다. "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여깄는데!!!! 손만뻗으면 다 닿을수있는데!!!!!! ............. 영원히 지켜준다고했잖아!!! 함께 할거라고 했잖아!!!! 나 여깄는데.... 왜 왜 .... 안봐요 ..... 나 ..당신한테 잘보이려고 예쁘게 차려입었는데 .... 오랫만에 이렇게 꾸몄는데 .......... 바보 . 바보 ... " 그런 다혜의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쫘악. 순식간에 그녀의 뺨이 붉게 물들어갔다. 얼얼한 뺨을 감쌀 생각도 하지못한 채 그녀는 허탈하게 모든걸 잃은 듯 자리에서 서있었다. 여자는 , 그런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오열했다. " 니가 죽였어!!! ... 송현이도.. 효현이도 다 니깟 기집애따위가 죽였어!!!! 이 살인자!!!!! .... 살려내! 우리 효현이 살려내란말이야! " 여자가 날카로운 눈매를 치켜뜨며 다혜에게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여린 체구를 흔드는 여자의 손길이 무척이나 거칠었다. 도하가 만류하려 다가왔지만 눈물을 흩뿌리던 다혜는 그런 여자의 손길을 홱 걷어냈다. " 그래요! 내가 죽였어요! 나때문에 죽었으니까, 내가죽인거라면.. 나 살인자맞아요! 그러니까 이제 나좀 놔둬요! 그 사람 목소리, 그 사람 모습좀 생각하게 이게 나좀 놔둬요! " " 이 .. 이기집애가 지금... 지금... 너때문에 .. 너때문.... " 절규까지 깃든 다혜의 말이 당혹스러웠는지 예상외였는지 , 지금 닥친 충격을 벗어나지못한 여자의 인영이 흔들렸다. 스윽 뒤로 젖혀지는 여자를 회장이 잡아내며 다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찌나 화가났는지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있었다. " 당장 나가거라! 당장나가! " " 못나가요 ........ " " 너따위가 있을자리가 아니야!!! " " .... 충분해요! 나..나 지효현씨가 마지막으로 사랑하던 사람이었어요! .... 지효현씨한테 내 모든걸 바쳐서 사랑주었던 여자에요! 말로만.. 아버지다 어머니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지효현씨 행복하게 해준적있어요? " " 뭐..라고? " " 맨날 일이다 뭐다 원하지도않는 것에 이끌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그가받을 상처, 절망따위는 보듬어줄 생각도 안하고! .... 그가 원하는 건 돈이아니라 재력이아니라 사랑이었는데!!!!! 언제한번 다정하게 ...... 아들이라고 ... 넌 송현이 대신이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 말해준적 있냐구요! " 다혜의 말에 정곡이 찔린 듯 회장은 벙찐 얼굴로 더이상 그녀에게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그런 회장을 잠시 바라보던 다혜는 눈물흘릴 힘도 잃은 듯, 바싹 마른 입술을 떨며 그렇게 자리에 서있었다. 도하는 다혜에게 다가와 잠시 어깨를 꾹 쥐었다. " ............... 힘들거란 거 알어. 나....도... 이렇게 힘드니까.. " " ............... " " 그치만 ... 효현이는 행복했을거야. " 자기가 사랑했던 여잘 지키다 죽었으니까. 도하는 차마 떨리는 입술을 진정시키지못하며 그렇게 하염없이 중얼거렸다. 다혜는 도하의 말에 피식피식 웃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 처럼. " 하하... 웃..웃겨 정말... 풉.... 푸..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 " 고다혜? ..... 고..고다혜? " " 마지막 인사도 못했어! 바보같이 또 .. 또 바보같이 그렇게 ..... 그렇게...... .... 손을 놓아버렸어 .................. " 사랑한댔는데, 날 사랑한댔는데. 사랑해 다혜야라고 그렇게 다정하게 내이름불러줬는데. 어쩜 난 그렇게 주는 것도 없이. 다 나때문인데. 고다혜 너 정말밉다. 미워 죽겠다. 정말 정말 미워. " .. 내가 죽였어요 ....... 이건 진짜 분명해 ..... 어떻게 이럴수가있지? 나 무슨 저주라도걸렸나봐.. 어떻게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을 다 내가 죽일수가있지? " " 니가 죽인게 아니야 정신차려! " " ................... 사랑한다고 ...... 그랬었는데 " 탁. 무너진 그녀의 인영을 잡은 도하가 그녀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 고다혜!!!!!! " 하느님. 하느님 나 배신했어요. 이럼 정말 안돼는 건데. 나 아직 준비도못했는데 지효현씨 보낼, 아니 아직 제대로 사랑하지도 못했는데 이러는 법이 어딨어. 살려줄것처럼 하더니 그렇게 나 믿게하더니 이게 뭐야. 내 운명의 상대 내려주고 이렇게 바보같이 끝내는 법이 어딨어. 정말 나빠요. 나 이제 교회 안나갈거야 ....... ....... 아니다 .. 아니다.. 나 교회 열심히 나갈테니까.. 헌금도 열심히할테니까 ..................... .....지..효현씨 .... 한테 ...잘...해주세요 .... 외로움도 많이타는 사람이니까 .......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 웃어주시고 .... 잠자리 먹는거 불편하지않게 예쁘게좀 봐주세요. 아씨 나 준비도 못했다고 해놓고서 이게 또 무슨 말이야 .. 꼭 진짜 지효현씨 보내려는 것처럼.... 이게 무슨말이야...... . . . 전해지지는 않겠지만, 나 그냥 말해볼란다. 지금 사실 안무서운척 하는데 좀 많이 무섭거든. 쇠붙이들도 보이고 의료진들의 모습도 보이고. 평생 이런데 안올줄알았는데 참 웃겨. 사람일이라는 게 모르는 건가보다. 우리가 조금일찍 만났으면 참 좋을뻔했어. 그럼 그럼 좀더 많은 추억이있었겠지. 그래도 괜찮아. 사랑한 기억마저 없이 떠나는 사람들 많은데 난 그래도 분에 넘치는 사랑 받았잖냐. 마지막까지 니가 나한테 외치던 사랑한다는 말, 아직도 내 가슴에 묻어있으니까 .... 행여.. 행여 내가 먼저 떠난다고 해도 조금씩 꺼내들어야지. 니가 정말 그리워서 미칠것같을때면 말이야. 나랑 오랜기간 친구하느라 수고많았던 도하. 이 녀석말이야. 아마 가슴 좀 쓰릴거다. 맨날 자기편 들어주던 이 잘난친구 먼저가버리면 어쩌냐. 이제 여사님이 너 쫒아내고 갈데없어서 어쩌냐. 고다혜 나 가면 얘한테 많이 의지해. .... 이녀석 좋은 녀석이야. 비록 녀석보다 쬐금 좋은 나 한테 밀리긴 했지만 희설이 너도 많이 보고싶을거다. 비록 이상한 병에 걸리긴 했지만 니 머릿속엔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이 기억이 많이 남아있을거라 생각해. 내가 하늘에가서 ... 니 병어쩌면 고쳐줄수있을지도 모르지. 그땐 나한테 열심히 기도해야됀다? 알았지? 못난 상사 챙겨주느라 수고많았던 이비서. 참 고마웠어. ...... 에이 눈에 보이지도않는 사람들한테 인사하려니 되게 쑥스럽고 그러네. 나 마지막으로 솔직해 져도 돼냐. 나 사실 지금 좀 많이 아프다? 여기저기 안아픈데가 없어. 정말 말도못하게 아파서 죽을것 같아.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거 같은데 너하나보고 참아 고다혜. 정말 너하나보고 참아. 내 손에 떨어졌던 니 눈물들이 자꾸 날 붙잡아.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나도 가지않고 싶은데 .... 계속 하늘에서 날 부르는게 느껴지네. 무슨 말도안돼는 소리냐고 말하면 할말없지만 사람이 죽을때가 되면 자신이 안다는 거 그거 사실인가봐. 나 이제 죽을때라고 자꾸 말을 해. 내 마음이. .... 다행이야. 그래도 행복하게 이렇게 행복하게 눈을 감을 수 있어서. 너와 조금더 함께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긴 해도, 그래도 행복했어. 고다혜. 너 나 하늘에왔다고 또 따라올 생각 이런거 하지마. 그랬다간 안반겨줄줄알아. 니 자리도 없을 줄 알아. 넌 오래오래 살다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편안히 와야돼. 나처럼 와서는 안돼. 알았지? 아 계속 눈이 감기네. 할말 더 많은데 그런데 .............. 눈이 계속 감기네 . 어라? 지금 흐른건 .. 눈물인가봐. 차갑고 촉촉하고 ............. 그래 눈물한방울에 내 모든 것 다 털어넣으면서 나 이제 그만 눈감아야 하나봐. ....... 미안해. 나 이제 쉬러가.... . . . 아참 형, 형이 그 여자 왜 구하려했는지 나 알것같아....... 내 생애선, 그 여자가 목숨이었어. 〔060〕※ ARE YOU READY ? ※ - 완결 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그 길을 지날때엔 행복했던 우리 지난 일이 자꾸 떠올라 아파했죠. 사랑도 이별도 몰랐었던 어린 나는 달콤한 속삭임 작은 약속까지도 영원할 것이라 믿었죠. 그 길에서 어쩌면 그댈 볼 수 있을까, 나도 몰래 숨죽여 그댈 기다리나요. 잘 알아요 이제 더는 볼수없단 걸 그래요, 이별했으니까 다시는 그 길에 가지않아. 이수영 ' 그길에서 ' 中 1년이 지났다. 정확히 1년이었다. 내가 1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난 기억조차 나지않는다. 하루하루 넘기는 게 무척이나 힘들어서 , 잠을 잘때면 차라리 영원히 자고싶어서 그렇게 매일 밤 난 많이 괴로워했던 것 같다. 정확히 그를 보낸지 1년이 된 오늘, 그의 기일 날 - 난 어울리지않게도 붉은 장미를 한다발 든 채 그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향해보려한다. 은비는 오늘도 샾에서 밤을 새나보다. 무슨 옷 완성하느라 샾에있는 물건을 여러개 갖다써서 그거 메꿀려면 일주일은 밤새야한다고 하는데 일주일 밤을 어떻게 세나 싶다. 잠도 많은 얘가. 윤아언니는 아직도 바쁘다. 언니는 정말 그 서류를 신문사에 제출했고 그 일을 정부는 9개월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조사중이다. 그건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연성그룹의 주가를 미친듯이 떨어뜨려놓고있었다. 민도하씨는 다시 공부를 하고있는데 그건 자동차 디자인이다. 왠지 그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윤아언니는 지금은 그 일을 하는 동시에 화인그룹을 일으키는 데 힘쓰는 중이다. 조만간 화인그룹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 오늘, 효현이 기일이지? 언제 갈거야? 같이 갈까? ] [ 됐어요 - 희설씨나 잘 챙겨요. 요즘에도 사람만나는 거 싫어해요? ] [ 좀 나아졌어. 같이가려했는데 뭐 그럼 할수없지 알았어. 잘 갔다오고 ..... 또 울지말고 ] 언제나 다정한 민도하씨는 그렇게 내게 당부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 안울어. 이제. 정말 안울고 예쁜 모습만 보일거야. 난 이제 정말 예쁜 모습으로 그와 마주하기 위해 은비의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여전히 예쁜 옷을 입으려면 은비의 방을 찾아야하는 게 현실이다. 스윽 열고 들어간 방 침대에 눈부시게 흰 드레스가 있었다. .......한쪽어깨를 드러낸 오프숄더형식의 정말이지 말로는 표현하지못할 아름다움. 순백의 천사가 강림한 듯 자잘히 달린 레이스와 풍성한 치맛자락이 눈부시게 빛나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드레스를 만지작거리는 내 눈에 작은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스카치테이프로 대충 붙혀놓은 그 쪽지에는 분명히 ' 1년후, 다혜에게 ' 라는 말이 써있었다. 순간 울컥했다. 잊지 않고있었어. 1년후에 드레스 만들어달라는 말. 그 만든다는 옷이 이거였던 거였어. 내가 감격스러움에 벅차할 때 즈음 난 또다시 씁쓸해졌다. 이제 이옷을 입고 보여줄 상대가 없다는 것이. 옷을 들고 망설이던 나는 이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 .... 오늘... 오늘은 최고로 예쁜 모습 보여야지 " 드레스를 입고 그에게 찾아간다는 건 다른이들이 보기에 많이 우스워 보이겠지만, 난 정말 그에게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싶었다. 그건 하나의 욕심이었다. - " 어머, 너무 예쁘세요!!!! 오늘 결혼하시는거에요? " " 아하하 - ..... " " 신부님이 너무 예쁘셔서 꽃 많이 드렸어요! " 난 치렁치렁한 드레스자락을 들고, 모든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거리를 걸었다. 미친사람처럼 보일 법도 한 장면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그저 나를 오늘 결혼하는 ' 신부 ' 즈음으로 안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 붉은 장미,핏빛보다 더 붉은 그 장미 한다발을 들고 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기사의 시선도 내 드레스에 멈추어섰다. " 어느 예식장으로 갈까요? " " .... 예식장이 아니라 … … " 난 지효현씨가 잠든 그곳의 지명을 불렀다. 잠시 의아한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택시기사를 바라보다가 난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와의 그런 사고가 난 뒤에 난 차를 제대로 타지못했다. 3개월간의 휴우증후에야 차를 탈수있었는데 아직도 이런 커브길에는 깜짝깜짝 놀라고는 한다. " .......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 이 드레스도, 이 장미다발도. 난 옅게 웃으며 창문에서 살며시 손을 떼었다. 그가 떠난 뒤로 모든 풍경이 그저 하나의 그림에 지나지않는 것만 같았다. 활력을 잃고 생기를 잃은 것 마냥. 사람들은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에 사랑했던 기억을 잃고 또 다른 사랑을 준비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걸까. 난 이제 도무지 이해가가지않았다. 아직도 내 안에서 그사람이 이만치나 생생한데 너무 생생히 살아숨쉬는데 또 다른 사랑을 준비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난 핸드백속의 지갑과 또 다른 물건.. 을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그렇기에 그게 내가 내린 결정인지도 몰랐다. " 여기.... 맞아요 아가씨? " " ... 네 맞아요. " " ............ 무슨결혼식을 묘지에서 .. " 택시기사아저씨는 딴에 작게 중얼거린다고 했지만 그 소리마저 내게는 확연히 들려왔다. 아직도 내가 결혼하는 줄 알고있구나. 하긴 그럴지도 모르지. 살짝 웃은 나는 아저씨에게 지폐를 내밀며 입술을 열었다. " 거스름돈은 가지세요. 운전조심하시구요. " 그러자 몰라보게 달라지는 아저씨의 표정. 돈 하나에 이토록이나 사람이 바뀌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세상이 낮설게만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세상과 난 격리되어있는 것만 같았다. 우습게도 말이다. - 드레스자락을 휘어감고 난 천천히 그의 산소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장대신 매장을 택했다. 아마도 그건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린 그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일것이다. 나는 이미 누가 왔다간 듯 놓여진 꽃다발과 술을 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바람결에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난 그렇게 입술을 열었다. " 지효현씨!!!! 나 왔어요! 많이 보고싶었죠? 이것봐봐, 나 드레스도 입었어요. ...... 어때요? 너무 이뻐서 다른사람이 채갈까봐 걱정되죠? 아씨.. 왜 또 눈물이 나 " 안우리라 다짐했는데 또 나도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낸 뒤 난 천천히 풀밭자리에 앉았다. 드레스 드러워진다고 은비가 난리치겠지만 어차피 오늘 한번입을 것이기에 아무렴좋았다. [ 지효현 이곳에 잠들다 ] 라고 쓰여진 비석옆에 난 장미꽃다발을 가지런히 놓았다. " 무슨 꽃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사왔어요. 뭐 지효현씨는 아무꽃이든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장미가 이쁘잖아요! 향도 좋고 아..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자꾸 얘기가 끊기네. 나 혼자 중얼거리려고하니까 그렇잖아요. 내말 듣고있으면 듣고있는다고 대답이나 해주던가.. 이 나쁜사람.. " 난 투정아닌 투정마저 부려보며 흐르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입술을 깨물고 또 깨물면서. " 있잖아요. 나 사실.... 요... 1년동안 너무 많이 힘들어서요 ... 자꾸 지효현씨 생각이 나서요 ...... 많이 생각해봤어요.. 근데요 자꾸 자꾸 당신얼굴이 떠오르는거에요. 내가 이런 결정 내렸다고 뭐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나 혼낼거 분명한데.. ..... 나 잠시 바보같은 짓 한번만 더 하면안돼요? 한번 바보됬는데 두번세번 바보된다고 나쁠것도 없죠 뭐 . " 난 핸드백에서 조심스레 무언가를 꺼냈다. 하얗게 빻아진 가루들. 그리고 비타민제용액. 떨리는 손으로 그 두개를 쥔 나는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내뱉었다. " 이제 갈테니까 .... 나 반겨줘요 .... 바보같아도 밀어내지말고 .. 바람피고있었으면 ...... 정말 죽여버릴거야 ...... 사랑해요 ........이제 우리 같이 쉬어요 . " . . . 누군가 욕하는게 들려요. 저게 뭐냐고, 왜 저러냐고 그냥 보란듯이 살아주면 돼지 왜 굳이 이렇게 미련한 짓을 하냐고. 근데 말이죠. 보란듯이 살아주는게 나한텐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내 전부를 걸었고 내 전부를 잃었는데 나 혼자 살아간단 게 난 너무 힘들었어요. 다들 좋은 사람이에요. 내 곁에있어준 모든 이들. 그치만 그 사람들로도 안돼는 게 분명히 있어요. ... 난 그게 너무나도 커서 비어버린 가슴한구석의 구멍이 너무나도 커서 참을 수 가 없었어요. 그래도 나 1년이나 버틴걸요? 이만하면 잘한거지. .... 물론 후에 내가 후회할지도 몰라요. 정말 바보같았다 그렇게 후회할지도 몰라요. 그치만 어차피 하느님은 우리 둘다 데려가려고했던걸요. 어떤 바보같은 사람의 행동으로 한명만 데려가시긴 했지만 - ... 난 그게 운명이라고 믿어요. 내가 한 행동이 잘했단건 아니지만 지금 나 변명한번 해보는거에요 . 은비가 윤아언니가 민도하씨가.. 도희설씨가.. 보석이가 ..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내 무모한 행동에 조금이나마 조금이나마 ' .. 많이 힘들었구나 '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지금요? 지금 행복하냐구요? 글쎄요. 아직 지효현씨를 못봐서 잘 모르겠어요. 근데 행복한거 같아요. 아니 행복해질 거 같아요. 내가 행복하다는 데 그럼 된거 아닌가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삶에서 내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였으니까. 안녕. 정말 안녕. - [ 지효현, 고다혜 이곳에 잠들다 - ] . . . 신데렐라가 영원한 사랑을 바라기에는 - 내 사랑의 유리구두가 너무 약했나봐요. 〔061〕※ ARE YOU READY ? ※ - 완결 그후 " 민하현!!!! 우리 지각이야!! " " ... 뭐..? 젠장! 어제 분명히 알람맞춰놨는데, 아 엄마는 어디간거야! " " ...... 뻔하잖아. 아빠랑 둘이서 패션쇼나 한가롭게 구경하고있겠지. " 내이름은 민하현. 올해로 18살이에요. 여자다운 이름이라 종종 오해를 받곤 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남자랍니다. 저희 엄마는 패션 디자이너고 아빠는 자동차 디자이너인데 예술적인 일을 하시다보니 쌍둥이인 저와 민하예만 덜컥 낳아놓고 예술적으로 나몰라라 하고 있답니다. 참 젠장맞은 일이죠. " ...민하예! 내 넥타이 못봤어? " " 미친놈- 니 넥타이를 왜 나한테 찾아 " 내 쌍둥이 여동생인 저 바보같은 녀석은 입이 너무 까칠해요. 무어라 말을 못할정도로 말이죠. 엄마가 태교를 잘못한게 틀림없어요. 아무튼 더이상 물어봤다간 한대 쥐어팰 기색의 하예를 무시하고 전 넥타이없이 등교를 감행하도록 마음먹었습니다. - 하예는 콜택시를 불러 다닙니다. 용돈 중 절반은 교통비에 들어간다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엄마한테 기사 붙혀달라고 난리를 치는 아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전 그냥 걸어다닙니다. 이것저것 재기도 귀찮고 그냥 맘편히 걷는게 장땡이죠 뭐. 솔직히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거 그닥 안좋아하거든요. 다 가식같으니까. " 거기 서 !!!!!!!!!!!!! " " 소매치기야!!!!!!!!!!!!! " 대충 교복에 손을 찔러넣고 걷고있는데 어느 여자의 인영이 절 휙 돌려세웁니다. 요란한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돌려진 내 몸을 자각하기도 전, 그 여자의 입술이 천천히 내 입술을 덮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걸 ................... ....... 뽀뽀라고 해야하나 키스라고 해야하나. (이상한고민에 빠져있음) 아무튼 별로 감흥없는 입맞춤이 끝나고 여자를 쫒는 듯 했던 남자들이 사라지자 그 여자는 절 밀어냈습니다. 전 입술을 한번 스윽 닦았죠. 유난히 눈이 맑은 여자입니다. " 저 ... 고의는 아니 ...... " " 아 됐어. 입술만 닿은 거 였으니까. 뭐 너도 입술 닿았다고 책임지라 마라 할 여자는 아닌 것 같고. " 의외로 태연스러운 어투에 여자는 두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솔직히 남자가 여자랑 뭐 입술한번 닿았다고 난리치는 상황도 우습고 책임지라고 할 수 도없는 일이잖아요. 그만하면 나를 잘 이용했거니 생각하고 뒤로 가려고 하는데 ,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며 그여자는 도리어 웃었습니다. " 저~기에 아마 저사람들 있을텐데. 설마 나 이대로 저기 빠져나가게 하려는 무매너의 덜떨어진 생각을 하고있는건 아니겠죠? " " ...................... " " 표정을 보니 맞네요.? 흠 그래요,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니까 이런식으로 넘어갔겠죠 " 이 여자는 나를 한껏 비웃어주다가 이내 무슨 말인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내게 쏘아붙혔습니다. 한가하게 말타령하고있을때가 아니었지만, 지각이 분명해질 때였지만 전 이상하게도 이 여자를 외면 할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 " 이름이 뭐에요? " " ........민하현....... " " 나이는? " " 열여덟. " " 연락처는.? " " 010 28... 잠깐, 지금 내가 그쪽이랑 무슨 면접보는것도 아니고 왜 이런거 물어보는거야? 나한테 관심있어? " " 응 . " 뻔뻔하게 웃는 여자를 보며 난 그냥 저여자를 확 경찰에 신고해버릴까 하는 충동이 일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없는 걸 보면 오늘 민하현 정말 이상하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딱 질색인 니가 이토록 고민하고 있다니. " 지현혜. 열여덟. 그쪽소개만 했지 내소개는 안들었잖아요 " " 아아, 알았어 지현혜씨. 그런데.. 우리 언제 만난적있었나? " " 나한테 관심없는 척 한거 다 뻥이죠? 그거 작업멘트잖아요~ " " ............. 만난적없었나? " 자꾸드는 익숙한 느낌을 부인하려 애쓰며 돌아설때 그 여자가 자연스럽게 제 목에 팔을 두르며 싱긋 웃어보였습니다. 햇살아래 그 모습은 순간 숨이 막힐정도로 예뻐보여 난 그만 힘을 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스윽, 그 붉은 입술이 조심스럽게 열렸습니다. " 글쎄요. 또 모르죠! 우리 운명일지. 만난적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선대의 인연일지도. " 의미모를 웃음과 함께 살짝 두눈을 찡긋하는 여자의 모습은 분명히 어디선가 보았던 모습이었습니다. 어디서 봤나 어디서 봤나 하고 고민하던 제게, 어느 날 우연히 보았던 아빠의 지갑속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하예는 그런 사진을 보더니 쪼르르 엄마에게 일러바쳤었죠. ' 엄마! 아빠가 엄마말고 다른 여자 사진 지갑에 넣어다니는거알아? ' ' 응 알아 ' ' 근데 이렇게 가만히있는거야? ' ' ...... 그여자 ........ 이제 없으니까. 그것마저 지워버리면 니 아빠도 나도 많이 힘들거든. ' 그때는 둘이 드라마찍는다고 툴툴댔었는 데 어쩐지 난 엄마의 말을 이해할것도 같았습니다. 내막도 무엇도 하나도 모르지만요. ' 그 여자 ........ 사랑했어 아빠가? ' '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자야. 그리고 지금도 받고있을테고 - ' 난 엄마의 쓸쓸했던 미소를 잠시 떠올리며 슬프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때, 그 여자는 그런 내 상념을 확실히 깨뜨려내며 내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워넣었습니다. " 뭐하는거야? " " ................. 데이트신청! " " .... 나 학교가야................. "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 데리고 달리기 시작하는 여자를 뿌리칠수도있었지만 난 그렇게 하지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손의 따뜻한 온기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잡고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집으로는 전화가 오겠죠. 아니 하예가 먼저 난리를 칠지 몰라요. 학교를 빠졌다 무단 결석했다 문제아의 길로 접어든다 하예의 말을 예상하며 웃을 수 있는 나를 보니 무언가 변해도 이 짧은 새에 많이 변해버렸다는 걸 느껴요. " 이봐요! 민하현씨~ 아니 민하현학생! " " ............................ " " 운명을 믿어요? " " 나 도는 안믿어. " " 도 말고요 운명말이에요 운명! 운명이랑 도는 질적으로 달라요! " " 글쎄 - " 생각해본 적 없기때문에 잠시 멍하니 있는 내게 그녀는 활짝 웃으며 입술을 열었습니다. " 그럼 앞으로 믿어봐요. 운명은 믿는 사람한텐 웃어주지만 믿지않는 사람에겐 가혹하거든요 " " .................................. " " 어쩌면 우리도 운명일지 모르니까 " 그래요. 어쩌면 어쩌면 이 여자가, 내 운명일지도 모르죠. 그것도 아니라면 잠시 운명이 장난을 치는 걸지도 모르고요. 그치만 이왕에 이도저도 아닐바에야 난 운명을 믿어보려해요. 이 여자가 운명이다. 그렇게 나 믿어보려고 해요. 무모하다구요? 내가 믿는다는 데 그럼 된거 아닌가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삶에서 내가 한 선택이였으니까. 그래, 이제는 안녕. 정말 안녕. 누구에게 하는 인사일지도 모르지만 나 입이 자꾸 마음대로 움직이네요. 혹여 있었을지 모르는 선대의 나쁜 인연도, 슬픈 인연도 아픈 사랑도 이젠 그만 안녕. 앞으로는 행복해질거에요. 또다른 사랑에 빠져들 준비는 하고 있나요? 준비가 되었다면 크게 답하는거에요 언제나 준비 된 자에게만 사랑은 찾아올테니까 - " 악! 지효현씨!!!!! 지금 내 음식 다 먹어버린거에요? " " .......... 어차피 배고픔도 못느끼면서 그깟 음식하나좀먹으면 어때. " " 내가 유령이든 뭐든 난 먹는게 좋단말이에요! 얼른 토해요 당장! " " 아 진짜 쪼잔해가지고 - " " 누가 할소릴? " ARE YOU REA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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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티타임] ※ ARE YOU READY ? ※〔051-06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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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슬프네요 그래서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거 같아요~
으어어억 새드 해피 앤딩
엄청 울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펑펑 울었습니다 감동두 많이 받고 저런사랑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새드엿지만 환생은 해피겟죠 ^^
마음이 아프네요 해피엔딩이면 좋았는데 결국~~~ ㄱ그래도 재미있게 보았구요 그동안 글 감사하고 수고 많으셧어요
허억음.....이건 새드인지 해피인지.,,,,,,음..모르겠어요 효현이랑 다혜가 살아서 좋았으면 좋았을텐데,,,그래도 서로를 너무도 사랑해서 그랬다면 말리고 싶지 않아요 난 착하니까`.................................... 죄송합니다..꾸벅...어쨌든 are you ready정말 재밌었어요그리고 끝에 은비랑 도하랑 잘 된거 맞죠..그런식으로 가다니...정말 기억에 남는 소설이에여...앞으로 이 글을 보실 여러분도 그렇게 느낄거구요,,, 정말 재밌었습니다`
으음..효현이 살아있게 해주지ㅠㅠ 어쨌든 너무 재밌었습니다
아 그래두 유령이라두 만나서 좋다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