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위일체원형 - 딸, 어머니, 할머니,
아들의 군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가족들의 저녁식사가 있는날.
2023. 4. 4. 오늘의 메이저아르카나는 “여황제”, 마이너 아르카나는 ‘완즈3’
오랜만에 ‘어머니’라는 나의 역할과 정체성이
몸과 마음으로 강렬히 느껴지는 날이다.
나에게 여성으로의 경험중에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이번 생의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였다.
결혼후 몇 년간은 ‘아내’라는 정체성과는 그다지 동일시 되지 않았고,
자유로운 젊은 여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되자 딸 시절에 누렸던
자유에 대한 상실과 시련이 있었다.
한쪽 측면에서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온전한 사랑과 오롯한 합일을
경험하는 기쁨과 충만함이 있었다.
오늘은 ‘딸로서 사는 것과 자녀가 있는 것’,
‘어머니가 되는 것과 어머니가 있는 것’,
‘나의 어머니가 할머니가 되는 것’과
‘나의 어머니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아련한 슬픔과 상실을 느끼는 날이다.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맞은 편에 앉은 엄마의 얼굴 표정이 어둡다.
엄마는 ‘(가수)현미가 죽었대’, ‘건강했는데 갑자기’,
‘아무도 없이 혼자 집에서’ ‘나중에 발견했대’
여러번 이야기하신다.
혼자 사는 여성노인으로서,
삶의 유한성을 느끼면서 읖조리듯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무겁고,
엄마의 고개는 아래로 떨구어진다.
그 자리에 있는 자식들은 엄마의 말을 흘려듣고.
딸인 나는, 엄마의 외로움과 슬픔이 베인 목소리가 아프다.
데메테르가 ‘처녀’와 ‘어머니’라는 한 여신의 두 존재였듯이,
나는 그 자리에서 어머니의 딸이면서, 아들의 어머니로 동시에 앉아있다.
그리고 나의 엄마는 ‘어머니’이면서 ‘할머니’로,
자신의 쓸쓸함을 애써 감추고
손주의 입대를 앞둔 식사자리의 분위기를 맞추면서,
늘 바쁘고 자기중심적인 ‘딸’을 살핀다.
우리 딸이 잘 먹는지,
피부는 좋은지(우리 엄마는 내 피부와 적절한 몸무게 유지에 관심이 많다),
수입을 잘 유지되는지(여성으로서 안정적 생계를 유지하고,
나이듦을 대비한 노후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신다)...
묻고 살핀다.
나는 엄마가 완경을 했을 때 호르몬을 먹었던 것,
나이가 들면서 인공관절을 하고 뼈가 약해지시고 몸이 아파지시는 것,
귀가 잘 안들리면서 대화에서 소외되며 듣기를 포기한 눈빛이 되는 것,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삶을 꾸려가면서도
건강식품을 잘 챙기고 운동을 꾸준히하고,
외출때마다 아름답고 멋진 옷을 입고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용돈과 먹거리를 챙기는 것 등을 본다....
가끔은 엄마의 젊은 시절,
엄마가 자신의 욕망과 가정생활의 양립으로 인한 혼란했을 때
그녀의 욕망이 나에게 어떤 불안을 가져왔는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내가 엄마 나이가 될 때마다,
엄마가 생애주기에서 중요한 경험을 할때마다
나는 어떤 경험으로 그 나이를 지낼까 떠올리곤 한다.
나도 엄마가 그랬듯이 딸에서 어머니로 할머니로
그렇게 나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인후기에 접어든 내가
나의 어머니의 지혜와 경험을 존경하면서도,
내 어린시절 미해결된 감정과 패턴으로
오래된 습관과 경향성으로
관계에서 ‘애매한 딸’과 ‘애매한 어머니’로 존재함을 바라본다.
나의 엄마의 여황제로서의 열정과 온전한 사랑과 포용성에 늘 감사하면서,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는 딸 시절의 선언이,
엄마에 대한 존경이 없었던 것이면서
‘나는 엄마처럼 헌신하지 못할거 같아’라는
두려움과 죄책감 이었다는것도 안다.
마더피스 완즈3 카드 그림을 보는 여성들이
삼겹살을 불판에 구어서 아이에게 먹이는 그림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이지 오늘은 불판에 삼겹살을 구우며, 나의 아이에게 먹이는 날이다^^
그리고 아들이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인 4월 4일의 메이저 아르카나는 “연인”
나도 엄마에게 ‘연인’이었지.
엄마는 자녀가 친구 같은 ‘연인’이기를 바라지만,
자녀는 그 옭아맴으로부터 달아나고 싶다.
나도 아들이 ‘연인’이기를 바라면서,
그것을 끊고 나가려는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아련하게 서운하다.
이번에 아들이 훈련소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애틋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건 내 환타지였다.
알고봤더니....내가 두 번을 가면,
아들이 여자친구와 함께할 시간과 공간의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퇴소하는 날은 00가 와야되’라는 아들 말에,
“아차” 그렇지. ‘내가 주책이네...’
마르세이유타로의 연인카드가 떠오른다.
나이든 여성과 젊은 여성 사이에 있는 남성,
그 남성은 젊은 여성을 선택할 것이고 그래야 한다.
물론 그 선택이 나이든 여성과의 단절은 아니고,
연결감을 가진 건강한 분화이다.
갑자기...나의 결혼식날 한참을 우셨던 아버지도 떠오르고....
비도오고 안개도 짙게 드리운 4월의 봄날,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하다.
첫댓글 선생님 저의 미래의 모습 같아보여요
저는 아들둘인데 두번을 겪어야 하겠네요
마르세이유 타로카드의 그림들이 너무 이해가 되어요 ㅋ ㅋ
아드님이 편안한 군생활 하시길 빌께요🙂
근아님~~ 마르세이유 그림으로 연결하니 와닿지요^^ 미래모습같다고 하니 공감받아서 좋아요
"나의 엄마의 여황제로서의 열정과 온전한 사랑과 포용성에 늘 감사하면서,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는 딸 시절의 선언이, 엄마에 대한 존경이 없었던 것이면서 ‘나는 엄마처럼 헌신하지 못할거 같아’라는 두려움과 죄책감 이었다는것도 안다."
여성성과 내 안의 어머니 자아를 받아들이는 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젊은 페미니스트인 저에게는 때때로 어떤 여성성은 탈출하고 벗어버리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거든요. 딸과 어머니와 할머니의 원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라다의 이야기가 깊이 와닿네요. 그리움만큼 사랑이 가득한 봄입니다. 건강과 사랑을 빌어요.
그리운 와티님~ 새학기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젊은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성'이라고 명명되는 것이, 나를 무력화시키는 경험을 하기에 벗어버리고 탈출하고 싶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어요. "그리움만큼 사랑이 가득한 봄"이라니, 아름다운 표현이에요. 가슴으로 들어왔어요. 와티님도 건강과 사항이 충만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