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28 11:16
정수근이 롯데와 6년간 40억6000만원에 도장을 찍는 등 올해 FA시장은 ‘로또’ 대박에 버금가는 열풍으로 달아올랐다. 야구만 잘하면 수십억의 돈다발을 챙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를 바라보는 선수 대부분의 마음은 착잡하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대박을 터뜨려야지’하며 꿈과 희망을 가져보지만 1군에도 못 올라가는 현실을 돌아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엄청난 돈세례를 퍼붓는 구단 처지에서도 FA 인플레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구단은 자신들의 발목을 스스로 옭아맨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 프로야구는 트레이드에 인색하다. 2군에서 썩고 있는 유망주를 다른 구단으로 넘겼다가 비수가 돼 돌아올까봐 두려워한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보다는 남이 잘되는 꼴은 못보겠다는 식이다. 팀에서 쓸모가 없더라도 껴안고 죽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필요한 선수를 가장 쉽게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FA와의 계약이다. 구매 경쟁이 붙다보면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최고의 부자구단인 삼성에는 김승관(27)이라는 선수가 있다. 대구상고 출신의 내야수로 고교 시절 대통령배고교야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타격 재능을 지닌 선수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승엽이라는 넘지 못할 산이 있었다. 2군 남부리그에서 타격·타점·홈런왕 등을 수차례 차지하는 등 가능성은 무궁무진했지만 그가 1군에서 뛸 기회는 거의 없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입단동기들은 FA 자격을 얻었지만 김승관의 몸은 녹이 슬고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해버렸다. 다른 팀으로 갔더라면 지금쯤 최소한 주전 한자리는 꿰차고 야구판을 호령할 수도 있는 기량을 지닌 선수였다.
‘룰5 드래프트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일정기간 이상 1군에 못 올라갈 경우 드래프트로 다른 팀에서 데려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빅리그에 한번도 못 올라가고 5년 이상 마이너리그에 머문 선수나 메이저와 마이너를 3번 이상 들락날락한 선수에 대해 구단이 40인 로스터에 올리지 않으면 드래프트로 트레이드에 응해야 한다. 볼티모어의 제이 기븐스가 바로 이 제도로 둥지를 옮긴 뒤 빛을 본 선수다.
선수를 수급하느라 애가 타는 구단은 이 제도로 다른 구단에서 썩고 있는 유망주를 데려가 전력 보강을 꾀할 수 있고, 선수들은 1군에서 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구단이나 선수 모두에게 이익인 제도다. 구단 간의 전력평준화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프로야구에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구단은 야구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환범 기자
첫댓글 유익한 재안이네요..^^
매우좋소...우리LG팀같이 유망주들이 빛을 발하기 어려운 여건일수록 좋은 방안이군요
좋은제안이긴 한데 엘지가 손해 많이 볼거 같은데..
이글보니 다시한번 손지환 선수가 생각나는군요..김승관 선수와 마찬가지로 국민학교 때부터 이름을 떨쳤던 손지환 선수..ㅜ.ㅜ
트레이드로 우리가 필요한 선수도 얻을수 있지 않을가요??
저도 공감합니다.
우와.. 이 제도 죽여주는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