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행정 비효율에 공직사회 불만 속출
입력2024.07.05. 오전 12:05
권혜민 기자
[기획취재]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 실효성 논란
발주공사 선금지급 악용 우려
목표액 달성 업무 가중도 호소
시청 공무원노조 폐지 공론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 예산을 상반기 집중 집행하는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직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신속집행'은 지자체 재정집행 일정을 상반기에 앞당겨 시행, 지역경기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시행 초기 내수진작, 경기부양 효과로 주목 받았지만 시행 15년째를 맞아 곳곳에서 여러 부작용을 겪는가 하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제도 손질, 나아가 폐지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 긍정 효과 속 조삼모사 정책 비판
신속집행으로 지자체 발주공사 시 계약금의 최대 100%를 업체에 선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업체가 이를 채무 변제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하도급 대금이나 장비 대여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원주시가 신속집행으로 추진 중 시청 철골 주차장 조성 공사가 최근 준공을 코 앞에 두고 멈춘 경우가 해당된다.
여기에 상반기 목표액 달성을 위한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 무리한 준공기한 단축으로 인한 부실공사 우려, 지자체의 관리·감독 권한 약화, 하반기 부족한 예산 확보를 위한 추경 예산 편성 반복 등의 비효율적 행정 등이 지적되고 있다. 또 영세 업체의 경우 선금 보증보험 가입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신속집행에는 공무원 수당도 포함, 7월에 지급돼야 할 각종 수당이 6월 말 선지급되면서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신속집행 폐지 공론화 분위기
문제는 정부가 매년 신속집행 실적을 평가,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각 지자체들이 이 제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어차피 연내 모두 지출할 예산인데 상반기 집행할 액수가 정해져 있다보니 오히려 업체에 물품 구입을 부탁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단양군의회가 '지방재정 신속집행 제도 폐지 촉구' 건의문을 채택, 행정안전부 등에 전달했다. 원주시청 공무원노조도 오는 12일 용혜인 국회의원을 만나 신속집행 폐지를 건의하는 등 '폐지 공론화'에 나섰다.
문성호 노조 사무국장은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인 행정안전부가 오히려 부실공사 등 재난을 부추길 수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도 폐지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