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소음의추억
앨범이 한국에 처음 출시되었던 1986년 나는 파릇파릇한 고딩이었다.
학교앞 미군부대를 지나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했던 레코드 가게의 쇼윈도에는
매주마다 새로이 발매되었던 락메탈 엘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턴 테이블이 없던 나로서는 야자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그 레코드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엘피 재킷을 구경하는 것이 너무나도 신비스럽고 경외스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메탈 처치의 재킷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1986년 그 당시 기준으로 보았을때 메탈 처치 앨범 재킷은 내가 태어나서 보았던 가장 섬뜩하고 악마적인 그림이었다.
특히나 기독교의 십자가를 연상케하는 낡아빠진 일렉트릭 기타가 너무나도 악마적으로 보였다.
그 기타가 상징하는 것은 마치 기독교는 낡아빠졌고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조만간 끝이 나고
이제 곧 악마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암시하는것만 같았다.
정말 무서웠던 것은 내가 그 재킷을 바라보면서 무섭다기 보다는 묘하게도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의 내가 생각하는 악마는 추하고 무섭고 흉한 것이었는데.....
악마가 근사하다고 느껴진건 바로 이 낡고 기울어진 십자가 형태의 깁슨 익스플로러를 보았을때 였던것 같다.
이후로도 대략 일주일 정도 나는 이 레코드 가게를 지나치면서 창에 걸려있는 이 악마의 기타를 보고 보고 또 보았다.
볼때마다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뭐랄까??
보면 볼수록 섬뜩한 느낌이 엷어져갔고 왠지 멋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에는 십자가 형태를 띠고 기울어진 기타의 바디에 신경이 집중되었는데,
보다보니 기타의 하단에 자리잡은 나뭇 잎사귀들과 기타를 둘러싸고있는 불그스레한 연기가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에 나는 그 연기가 드라이 아이스같은 안개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안개가 아니라 연기였다.
연기도 보통 연기가 아니라 기타를 둘러싸고있는 달콤한 잎사귀들이 빚어내는 악마의 연기, 즉 대마초였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대마초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대마초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어린 나에게는 그 연기가 대마초나 마리화나처럼만 보였다.
그 연기를 감싸고 있는 검붉은 어둠의 색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마치 악마 교회를 다니면서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악마 교회 신도들이 저지르는 온갖 폭력과 살인, 강간을 비롯한
악행을 은유하는것만 같았다.
즉 악마의 기타가 연주하는 악마의 음악을 듣고 악마의 교회를 다니며 달콤한 잎사귀(마약)을 처먹은 악마의 아이들이
저지르는 온갖 악마의 행동들을 총체적으로 버무린것처럼만 보였다.
메탈 처치의 재킷이 그 레코드 가게의 창가에서 사라졌던 일주일 동안의 시간 동안 나는 메탈 처치의 재킷을 보면서 뼈속
깊이 스며드는 악마의 숨소리를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묘하게도 미군 부대를 지나 지하철로 힘없이 내려가는 나의 박동
소리와 명확하게 일치하였던 것 같다.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흐르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는 이 앨범을 가질수 있게 되었다.
3년전 레코드 가게를 지나면서 창가에 진열되어있는 모습만을 보며 위안을 가졌던 나에게 이 앨범이 돌아온 것이었다.
섹스리는 나로부터 건네받았던 천원 짜리 지폐 두 장을 지갑에 챙기면서 이렇게 이죽거렸다.
'ㅋㅋ
이 앨범 기억나지??
3년전 니가 레코드 가게에서 바라보며 침을 흘려댔던 바로 그 악마의 기타 앨범이다.
후후훗~~
언제인가 이 앨범 재킷이 그 레코드 가게에서 사라졌고, 너는 더 이상 그 앨범 재킷을 볼 수 없어서 실망했지.
그 재킷이 레코드 가게에서 사라진 이유를 말해줄까??
ㅋㅋ
바로 나 이 섹스리가 그 앨범을 샀기 때문이다.
내가 이 앨범을 산 이후로 너는 더 이상 그 앨범 재킷을 볼 수 없게 되었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던 암흑의 광명을 더 이상 느낄수 없게 되고 슬퍼했지.
이제 그 암흑의 광명을 네놈에게 다시 돌려주마.'
나에게 어둠의 미학을 가르쳐주었던 아름다울 정도로 섬뜩했던 악마의 기타는 그렇게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비록 섹스리의 음란한 바늘 아래서 3년 동안 마르고 닳도록 돌려져 허벌창이 되긴 했어도.....
아직 몸뚱아리를 둘러싸고있는 재킷에서는 3년전 처음 보았을때 느낄수 있었던 청순한 자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비록 내용물인 판자때기는 섹스리의 음란한 바늘과 질퍽한 턴테이블 사이에서 수없이 돌아가
너덜너덜한 똥걸레가 되었지만 (엘피의 특성상 자꾸 듣다보면 가운데 구멍이 벌어져 찢어지게 되어있다)
나를 매혹시켰던 그 재킷만은 처음 만났던 그대로의 맑고 투명한 색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대가리가 커서 생각해보니 앨범 재킷이 의미하는 것은 악마라기 보다는 그림자에 더 가까웠다.
정상적인 인간일수록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려고 애를 쓰는 빛에 가리워진 그림자,
어두울수록 드러나지 않고 밝을수록 더욱 명확한 선을 그려주는 그림자,
인간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인간이 보기 싫은 자신의 내면을 노골적이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그림자,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악마의 기타, 달콤한 잎사귀, 악마의 교회 그러한 것들은 결국 나의 내면에 깊이 또아리를 틀고 있던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그림자들이었다.
앨범 재킷은 그렇게 인간이 보고 싶지 않은 인간 내면의 것을 형상화 시켜주고 앨범 재킷에 담겨있는 여러 소품들은 그러한
그림자들의 단층을 부분 부분 노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앨범에는 총 9곡이 담겨있고 초판 유럽반에 한정하여 Big gun이라는 곡이 보너스로 담겨 있다고 한다.
내가 위에서 존나 길게 썰을 풀었던 한국정발 엘피에는 7곡 밖에 안 담겼다.
A면에 4곡, B면에 3곡~~
지금이야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을 너무너무 사랑하다 못해 사정하지만~~!!!!!
처음 들었을땐 솔직히 별 감흥이 오지 않았다.
시끄럽기만 하고 서정성은 별루 느껴지지않는 보컬의 목소리도 싫었구 빠르기는 하지만 감동은 전혀 없는 기타도 싫었다.
베이스와 드럼은 어린 시절에 들어도 뭐가 잘 치는지 잘 모르는지라 걍 쌩깠구~~
특히 맨 마지막곡 딥 퍼플의 명곡 Highway star의 커버버전은 좀 깼다.
보컬 목소리는 이언 길런의 호방하면서도 담백한 매력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걍 소리만 꽥꽥 질러대는듯해 무지 건조했구,
존 로드의 영롱한 하몬드 오르간 연주, 리치 블랙모어의 드라마틱한 기타 연주, 중간 중간 살 떨리게 파장을 일으키는 이언 페이스
의 드럼 연주(필 인) 뭐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게 없었다.
걍 시끄럽기만 했구 재미 하나도 없었다.
모야 이거??
약간 발라드적인 요소를 첨가한 Gods of wrath라는 곡은 좀 괜찮긴 했지만 역시나 지루했다.
잉베이 맘스틴이나 랜디 로즈같은 사람들, 아니 크림슨 글로리나 그림 리퍼만 해두 기타 연주를 할때 뭔가 가슴 뭉클하게 피어오
르는 애련한 감동이 느껴졌는데 이 사람들의 기타 솔로에는 전혀 그런게 없었다.
처음 들었을땐 솔직히 실망이었다.
앨범 재킷에서 느꼈던건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는데~~ 뭔가 미학이 느껴지길 바랬는데~~
전혀 그런게 없으니까 실망이었다.
그런데 단 한 곡 괜찮은게 있었다.
타이틀곡인 Metal church 이 곡 하나만큼은 다른 곡들과는 달리 무언가 몰입감이 있었다.
초반부 음산하게 전개되는 드럼 연주부터 시작하여 암울하면서도 강렬하게 서서히 조여오는 기타리프가 상당히 몰입감 있었다.
무서운 영화에서 괴물이 주인공을 쫓아오는듯한 긴박감이 느껴졌다.
다른 곡에서는 소음처럼 들려왔던 보컬도 이곡에서는 괜찮았다.
초반부 그로테스크한 웃음소리도 왠지 분위기 있었구 이곡에서만큼은 목소리가 시끄럽게 들리지 않았다.
암울한 음악과 잘 어울리면서도 무언가 종교적인 장중함이 느껴지는 것이 제법 카타르시스를 자아냈다.
이곡만큼은 앨범 재킷에서 느꼈던 그 사악하면서도 아름다운 악마의 그림자를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이후 어른이 되어가면서 앨범을 많이 듣다보니 다른 곡들도 하나 하나 좋아지게 되었지만~~
역시 메탈 처치 하면 나에게 가장 강력하게 떠오르는 곡은 메탈 처치였다.
https://youtu.be/NnXZDgJGKvY
첫댓글 아련합니다
그렇습니다
Thrash till death!!!
Metal is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