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수리하면서 나는 염불수행
상에 아주 큰 교훈을 얻은 적이 있었다.
내 오토바이는 꽤 오래 전부터 웬지 모르게
처음탈 때보다 힘이 많이 딸리는 상태였다.
몇 번 대충 점검해본 것으로는 별 다른
고장이나 문제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오토바이가 완전히 망가지고 나서야
나는 오토바이의 문제점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배기관을 뜯어
자세히 점검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그 상태를
제대로 보게 되고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배기관은 카본 침전물로 거의 막혀 배기
가스가 통과해 밖으로 나가야 하는 공간이
조그만 콩알만큼 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오토바이를 탈 때 파워가
약했던 것도 당연지사였다!
순간 나는 오토바이에게 정말 부끄러웠고
진심으로 겸손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니 수년 전에 카본 찌꺼기를 청소한
것 말고는 청소한 기억이 없었음에도 전혀
그러한 불편한 상태의 심각성을 예상치 못했다.
처음 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규칙적으로
정비 점검을 했었는데 차츰 게을러지면서부터는
오토바이가 굴러가기만 하면 되니, 별 신경 쓰지
않았고 점검을 해도 피상적으로 들여다보는
대충하는 검사 정도에 그쳤을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오토바이가 고치기도 힘들게
확실하게 망가지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의 염불수행도 이와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염불을 시작했을 때의 신실함을
간직하지 않는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나태해지기
시작한다.
내면이 완벽하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 일로 인해 나는 겸손함의 부족, 대강대강 일을
처리하는 습관, 늘 쉽고 편한 길만 찾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알아채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만 주의 주느라
바쁜 태도 등 나의 결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다른 도반들에게도 수행해 나가면서 언제나
깨어 있는 상태로 신구의 모든 면을 정화할 수 있는
참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