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로 내닫고 있는 円低 행진 속에 새해를 맞았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일본 경제 예측은 어둡기만 하나,
분명한 건 불황에도 살아남는 기업, 불황에 더 빛을 발하는 업종이 있다는 것이다.
상황의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지혜가 있으면, 불황은 두렵지 않다.
분석 정리 / 편집부
※ 게재된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1. 일본어학교
나이 많은 사람의 일본 유학 지망자가 늘어나면 곧 한국 경기가 좋지 않음을 반영한다. 최근 한국의 불경기 여파로 30대 전후의 이른바 ‘전원일기 세대 유학생’들의 사업구상을 겸한 유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학교 학생 정원(티오)이 부족해서 유학원들은 일본어학교에 수수료를 깎아주며 정원을 늘이려는 전쟁을 치렀는데, 최근에는 주객이 전도되었다. 유학원이 잘 된다 하니 새롭게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많아, 오는 4월 학기만 해도 동경시내 신생 일본어학교가 수십여 개 새로 문을 연다. 이에 따라 최근 유학원 수수료가 서서히 인상되고 있다.
일본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일본의 폐쇄적인 연구 풍토와 함께 최근 한국에 비해 일본의 문화적 절대 우위를 실감하지 못하면서 유럽 등 영어권으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편 일본어 학교의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과 엄격한 출석 관리로 흥미를 잃고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는 학생이 상당수인 것이 현주소이다.
지난해를 끝으로 기존 일본어 능력시험 제도가 바뀌었다. 올해부터는 새 입시제도가 도입되어 학생들의 입시 준비에도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2. 유학생
유학생이 하나의 특권층처럼 여겨지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올해 박사 학위를 앞둔 유학생 김 모 씨. 이력서를 이곳 저곳에 내밀어 보지만 연락해오는 곳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대학 3학년 때 아내를 만나 근근히 유학생 신분을 유지해 왔는데,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려니 사회가 너무 냉랭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박사를 받고도 국내 강단에 서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특히 사립 대학 교수로 가려면 수억 원의 기부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오랜 공부 끝에 허망함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고학력이 오히려 골칫덩이고, 학부생 또한 기업 채용률이 떨어지면서 내년 봄 취업 전선이 그다지 밝지 않다. 예년에 비해 일본의 전문대 대졸자들이 법적으로 개방되고 문호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힘들다.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는 개성과 특별한 기술을 가진 학과가 상대적 안정을 누릴 것으로 내다볼 수 있다.
3. 주재원, 비즈니스
한국 기업도 이제는 서서히 일본 사회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과거 주재원을 한국에서 파견하였다면 최근에는 현지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MF 대량 철수 이후 소수 중간 관리자는 파견하지만 그 외에는 현지 채용을 늘려 가는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파견 주재원은 과거 40∼50대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대폭 젊어져 20대 후반에서부터 30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 기업 주재 상사도 본국의 경제 지원에 의존을 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지 자급 자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소수 정예 인원으로 지사를 꾸려나갈 전망이며, 인원 보충도 점차 현지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지에서 채용한 일본인과 본국에서 파견된 중간 관리자들이 업무 스타일에서 얼마나 마찰을 줄일 지에 따라 현지화의 의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4. 한국계 종교 기관
부익부 빈익빈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종교기관이다. 수천 명의 신도를 거느린 교회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거주하는 방 한 쪽에서 신도를 맞는 영세한 곳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종교계도 상도덕을 추구하는 일반 업체 못지 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무분별한 종교 기관 난립과 질 저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행적이 의심스런 스님에서 ‘비행기 안수 목사’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여전히 혼탁하다. 게다가 각종 종파가 얽혀 있고, 종교 지도자가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불미스런 일을 저질러 지탄받는 사례도 종종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발생해도 같은 종파가 아니라고 발뺌하거나 종단에서 제외시키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대처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는 사회의 양심이고, 특히 외국 생활에서 종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종교기관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보다 ‘바벨탑 쌓기’에 바빠서는 교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곳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서로 돕는 자세가 요구되며, 더 이상 임대료 연체 같은 일로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교민들의 바람이다.
5. 건설 노동자
이곳 저곳 임금을 따라 옮겨 다니는 철새형 노무자의 마지막 안식처는 싸구려 민박집이라는 말이 있다. 게다가 참을성 없는 직선적인 성격으로 동료나 오너와 사사건건 부딪쳐 일자리를 자주 이탈한 사람에게 ‘재팬 드림’은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 다른 곳보다 보수가 적더라도 얼마나 꾸준히 일이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인지, 임금은 잘 주는지를 파악하여 눌러 앉은 사람들은 그나마 재팬드림의 절반을 이루는 셈이다. 일본 경기가 불투명하고 늘어나는 리스트라와 실업자로 자국인의 일자리도 없는 마당에 외국인 노무자 고용을 환영할 리 만무하다. 내년에도 여전히 경기는 불투명하다. 불경기에 살아남는 방법은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이다. 절대 옛날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6. 서비스업
“안 된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원인을 분석하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 최상이고 정상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기가 아무리 좋아지더라도 옛날 거품 시대 같은 호황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히려 거품시대가 비정상이라는 지적이 더 많다. 서비스 업계가 안 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되는 곳은 성업중이다. 그래서 잘 나가는 곳의 원인을 분석하여 서비스를 개선하고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손님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클럽, 크라브들은 불법 비자 단속에 잘 대비해야 한다. 서비스업도 회사 경영식으로 운영을 합리화하고, 지역 밀착식 경영으로 바꿔나가야 하며 무엇보다 인근 지역 일본인 가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7. 한국 음식점
-야키니꾸 식당 : 지난해 봄을 넘기면서 야키니꾸는 모처럼 조성된 한국 음식 붐을 타면서 가장 잘 나가던 업종이었다. 그러나 올 가을 광우병은 메가톤급 핵폭탄이었다. 초저녁 바글바글해야 하는 자리는 썰렁하기 일쑤이고, 쇠고기의 안전도를 외쳐도 여전히 손님들은 외면한다. 그러나 이런 불황을 광우병만 탓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야키니꾸집에 가면 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가정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여러 가지 기획 세일을 통해 지금이 값싸고,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는 인상을 심어 줘야 한다. 광우병 파동은 이미 장기화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광우병 1, 2, 3호가 문제가 아니다. 총체적으로 육류에 대한 안전성을 의심하는 바람이 불 수도 있다.
-한국식 횟집 : 광우병 파동의 반대 급부를 누리는 곳이 한국식 횟집이다. 광우병 파동이 언제 잠잠해 지느냐에 따라 횟집 신규 오픈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파동이 길어지면 기존 업체의 횟집 겸업이나 업종 변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회는 지금 어느 분야에도 뒤지지 않는 효자 품목으로 볼 수 있지만, 앉아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곳까지 덩달아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PR과 서비스, 이를테면 각종 감사 세일, 생맥주 무료 서비스, 4인 이상 1인 무료 서비스 등 기발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매입 가격에 따라 또는 요일에 따른 세일 등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모처럼 조성된 횟집 호황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정요리 : 최근에 두드러진 것은 신생 음식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야키니꾸와 차별화하여 가정요리라는 간판을 내거는가 하면 순대집, 설렁탕, 닭갈비, 감자탕, 복어요리 등에 이어 순수한 가정요리가 또하나의 음식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간 가정 요리는 다른 분야에 비해 튀지 못했는데, 광우병 파동 이후 기존 고기 굽는 야키니꾸와 차별을 선언하여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가정 요리는 일본인에게는 야키니꾸와 혼동을 주고 있다. 가정요리도 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으로 결국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류가 아닌 여러 가지 다양한 메뉴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양이나, 메뉴의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8. 직업소개소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알선하였다가 낭패를 봤다는 업주와 고용자의 시비는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판단은 본인과 업주라고 하지만, 아직도 한 번에 폭리를 취하려고 하거나 몇 명 사기단을 구성해 속칭 ‘넣었다가 뺐다’하는 악덕 사기꾼이 있다.
특히 광고를 통한 소개의 경우 얼마나 꾸준하게 간판을 걸고 하는지가 중요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곳은 신뢰도가 낮고 핸드폰 번호가 수시로 바뀌고 상호가 바뀌는 곳은 문제가 있다.
특히 직업소개소는 여전히 일본경찰의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에스테, 데이트 클럽 등 업소 소개시 금전 거래가 확인될 경우 인신매매로 간주하여 소개한 사람, 사용자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9. 송금 업계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중국계 동포 송금회사가 날로 번성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은행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은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지방이나 변두리 지역은 비디오 가게가 송금을 대행하고 있다. 송금 회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오래 신용을 쌓았는지의 여부이다. 올해는 금융시장 자유화에 따른 새로운 미국 웨스턴 시스템, 외화 투자 형식 송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개인 송금 업자는 고객의 신뢰를 위해 고객에게 미리 자신의 신원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금업 역시 일본 당국에서 관심 있게 주시하는 분야이기에 실정법을 잘 지키며 운영하고, 항상 조사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동포 업계는 과거 한국 업체의 잘잘못의 전례를 잘 파악해 두어야 한다.
10. 여행사, 할인항공권 업계
뉴욕의 테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이 여행사다. 한-미-일의 안보체계로 한국도 여행 위험국이라는 인식과 함께 수요가 급감했다. 올 한 해는 월드컵이라는 특수 경기로 한일 간의 왕래가 빈번하여 호황을 누릴 수 있다지만 기대는 금물. 이미 예약이 종료되어 항공사 횡포가 예상된다. 항공사는 비행기 수요가 적을 경우 인심쓰듯 자리를 내주고 충분한 기간을 설정하여 티켓 배려를 해주겠지만, 수요가 많으면 항공사가 유리하도록 기간을 설정하여 교민 여행사는 찬밥이 될 수 있다. 이런 일관성 없는 관행은 국내 대표 항공 회사가 더욱 심하다. 항공사는 월드컵 특수로 한몫 챙기자는 생각보다 교민 여행 업계를 우선 배려해야 할 것이다.
11. 운세 철학
사이비 점쟁이는 물러가라. 그저 적당히 한 번 문을 열었다 안 되면 광고비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한 욕심이 과한 탓에 한 건 잡아 보려는 일명 사이비도 판친다. 괜찮은 운세 철학관인지 판단은 이용자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참고가 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신용을 쌓아 왔느냐가 판단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자주 자리를 옮기고 전화번호가 바뀐다는 것은 불확실하다는 증거다. 자칫 어려운 외국 생활에 그릇된 인생 상담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2. 국제전화
작년 한 해 잘 나간다고 믿고 있던, 재일 교민사회의 벤처기업 신에이텔레콤의 부도가 충격을 던져주었다. 국제전화의 획기적 상품이 쏟아져 나와 이제 국제 전화는 더 이상 인터내셔널한 영역이 아니다. 머지 않아 통신시장은 개방되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시내 요금 수준으로 세계 곳곳에 다이얼을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국제전화는 인터넷폰이라는 신시장이 도래했다. 다이얼패드, 와우콜도 다 옛말이 되어간다. 최근 통신 선진국이 앞다투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결국 뒤쳐진 사람들만 재래 통신에 의존할 것으로 본다. 국제전화 카드 시장은 아직 외형적으로 규모가 작지 않지만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통화 품질이 좋은 카드가 통용되리라 믿는다.
13. 비디오업
융도의 벽은 높은 것일까? 작년 4월부터 시작된 재일동포사회 판권 전쟁은 융도기획으로 재확정되면서 새로운 파장을 불러왔다. 공개 입찰의 의미를 상실한 채 모양새 갖추기 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융도기획은 기존 업체 재계약에 의해 지역 제한을 풀어 업체 난립이 예상되고 있다. 대다수 비디오 가게는 식품점, 송금, 비디오를 겸업하고 있다. 올해 판권 경쟁에서 독자적인 판권을 확보하지 못한 비디오 연합회의 고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잘 분석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지금부터 차기 공개선정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자기만 살아남기 식으로 발 빠르게 이탈하기보다는 공동 이익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 판권 공개 입찰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때이다.
14. 미용업
달머리는 달 모양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인가. 일정한 금액을 내고 한 달간 고정적으로 헤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달머리라고 한다. 최근에 한국 미용실 가운데는 기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친절한 서비스를 무기로 24시간 영업을 불사하고 있다. 미용실은 종업원 관리가 가장 큰 관건이다. 타업소에서 빼내 가거나 잦은 이적은 영업과 직결되고 있다.
15. 보따리장수. 미용업
‘보따리’는 깃발은 내리는가. ‘보따리’는 점차적으로 조직화하고 덩치가 커졌다. 소위 아줌마 부대를 형성해 발빠른 대응으로 도매상인보다 빠르게 물건을 공급해 주어 교민 식생활의 해결사이자 전령으로 톡톡히 한 몫하고 있다.
보따리 상인들의 고민은 일본 경기 침체에다 경기에 따라 주문량의 높낮이가 심한 것이다. 일본 경기 회복은 보따리 장수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요즘의 보따리 품목은 과거처럼 식품에 한정되지 않고 일본 의류 등으로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또 긴급 전문 운반팀이 등장하고 있고, 이들이 일본 내 차량 업자와 한 조를 이루어 쉴새 없이 한국과 도쿄를 오간다.
16. 일반 무역업
일반적으로 일본으로 무역을 희망하는 업체는 많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접는 것이 일본 무역이다. 노크하는 사람들도 많고 실패율도 높다. 이것은 철저한 제품 준비와 냉철한 시장 분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 산다면 아무나 붙잡고 팔아 달라는 막무가내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제대로 준비도 안 되어 있다. 일본 무역은 완벽한 시장 조사와 함께 일본인의 기호에 따라 자세한 카탈로그, 섬세한 제품 포장이 필요하며, 기존의 판매 루트가 없을 경우에는 박람회나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17. 중고품업
재일 교민 사회에 중고품점은 돌풍이다. 다른 업종이 한국인 의존도가 높은데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층이 일본인, 일본 내 외국인, 한국인 등 폭이 넓다는 것이 장점이다. 소다이 고미 처리, 부도회사, 이사, 도주에 따른 짐처리 등으로 돈을 받고 물건을 치워주고 손질해서 되팔 수 있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1석 2조의 효자 업종이다. 이 업계는 유일하게 자국인 끼리 부딪치지 않고 제살 깎기 영업을 피할 수 있다. 되레 물건이 부족한 경우 서로 보완하여 사고 팔아 줄 수 있는 업종이다. 최근 체인화가 가속화하는 경향을 보이며 올해도 효자 업체로 마음 편한 업종이다.
18. 구두, 지갑, 가방 제조업
가방, 구두 공장의 경우 아다치구(足立區) 일대 다이토구(臺東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동경 근교에 가방 공장만 1천여 점에 달했지만 지금은 약 1/3 수준이다. 가방 구두 공장은 주로 일본 유통업자들이 원단과 재료를 공급하고, 공장주는 개당 시공료 즉 인건비를 챙기는 식이다. 최근 가방 공장의 변화는 예전보다 달라지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선 내적으로 서로 제살깎기식으로 수공비가 턱없이 낮고 일본 유통업자 로비까지 겹쳐 상거래 질서를 해치고 있다. 일본 유통업자들도 이런 약점을 노려 어렵게 한다. 구두, 가방 분야에서 최근 달라진 판도는 중국 동포가 경영하는 곳이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고, 이 분야에 오랜 신용을 가지고 10년 이상 기반을 꾸려 가는 알짜배기도 더러 있다.
19. 보석 가공업
보석 가공 분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 전북 이리 보석 가공 기술자들의 일본 진출이 본격적인 초석을 다졌다. 주로 오카치마치(御徒町), 야마나시(山梨), 고후(甲府) 등지에 대표적인 한국인 보석 기술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고급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 보석업계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최근 이런 기술과 경제적인 부를 축적한 곳은 직접 소도매 점포를 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보석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종업원간에 소규모 단위 모임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지만, 여전히 경쟁 관계 속에서 높은 이직률이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20. 통역 번역 가이드업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일 교류가 두드러질 것이므로 통역, 번역 업무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어느 정도 고급 일본어 구사자와 통역자들이 특수 경기를 누리겠지만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분야는 앞으로 전문 무역회사 이벤트, 각종 문화 이벤트 프로그래머 등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21. 의류 패션, 액세서리 유통
지난해 교민사회에 파장을 몰고 온 것은 시부야, 동대문, 남대문, 요코하마 등 한국의류 전문점이 일본에 진출한 것이 한국 패션에 인식을 높였다. 이들 점포를 통해 한국 점포부스가 많이 입주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모 업체가 일본의 백화점에 입주했다가 예상보다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고 철수를 요구받은 사례도 있다. 다만 이런 대형 종합 쇼핑몰 등장으로 상품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한국 패션 액세서리의 일본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어 후발주자를 용이하게 돕고 있다. 이 분야는 동경 닛뽀리 옷감 시장에 대구 섬유원단을 공급하거나 한국 패션숍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22. 숙박업
민박 호텔 등 교민 숙박 업계는 어느 때보다 솔솔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린다. 특히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있어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분야는 일찍 서둘러야 한다. 한국 여행사에게 업체를 알리고, 손님이 찾았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을 보완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본 업체와 손잡고 손님을 연결해 주는 등 호텔방 수배도 같이 병행해 보는 것이 어떨까?
23. 교민 잡지 분야
요즘 교민사회 는 잡지 대풍년이다. 거의 기존 잡지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기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일본기관에서 제재할 길이 없어 출처 불명의 저속한 인터넷 기사가 판을 친다. 너무 한다고 탄식하던 독자들도 공짜 덤핑 광고에 이쪽저쪽 줄타기를 하는 등 공짜에 눈이 멀어가고 있다. 이제는 독자들의 냉철한 자세가 필요하다.
24. 식품 유통업
교민사회 유통이라면 대표적으로 식품유통을 들 수 있다. 이 식품유통은 주력 품목을 정해 전문화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젓갈류 전문 유통을 비롯해 전통식품의 직접 제조도 늘어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 분야도 경쟁이 치열하여 이윤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게다가 야키니꾸 업소의 불황에 따라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늘어나는 통신판매 유통은 신년 벽두에서부터 출혈이 예상되고 있지만, 일본 농촌 지역에 직접 위탁 계약하여 야채 재배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곳도 있다.
25. 주류 유통
주류유통 판매허가는 외국인의 금지 품목의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일본인 면허 소지자나 일본업체와 손을 잡는 형태로 주류유통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백세주, 문배주는 지사 설립을 통한 일본진출을 선언하였다. 국내시장에 그쳤던 전통술과 소주는 일본의 주류시장에 괄목할 만큼 성장하는 추세이다. 특히 소주시장의 독자적 브랜드로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아쉬운 것은 담배, 맥주 등의 유통은 일본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26. 에스테
혜성같이 등장해서 일본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던 에스테 산업은 올해 어떤 운명에 놓일까? 크라브, 스낙크 졸업세대들이 에스테로 돌파구를 찾았고, 사실상 교민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오며 일자리 창출에 한 몫을 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사회에서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고, 지나친 경쟁으로 최근에는 하나 둘 문을 닫는 업소도 있다. 에스테 산업은 올 한 해가 장기적 산업으로 발전할 것인지, 일시적 바람으로 끝날 지 알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소위 구조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 상태이므로 닻을 내리는 사례가 빈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 인테리어업
이제 음식점도 맛으로만 손님을 끌 수가 없다.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단조로웠던 인테리어를 벗어나 한국 점포도 확연히 멋을 아는 인테리어에 눈을 떴다. 최근 신주쿠를 중심으로 열고 있는 가게를 보면 한국전통의 멋을 살리기 위해 기와나 장승이 등장하고, 값비싼 재료도 마다 않고 사용해 인테리어 수준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 덕택에 야키니꾸 전문 인테리어 회사가 등장하고, 이 분야는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더욱이 목공, 건축 기술자들의 일자리가 점차적으로 줄어들면서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든 사례가 늘어났다. 이 분야도 앞으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평형을 이룰 때까지 신규 오픈과 폐점이 교차할 것이다.
28. 한국 식품점
일본 전역에 한국식품점은 한국인, 재일동포, 일본인이 경영하는 1,200여 개를 넘어섰고, 이제는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일본의 매장도 4만이 넘는다.일본 전통 슈퍼 등에도 한국 식품은 쉽게 볼 수 있다. 뉴커머들이 대거 일본에 진출한 이후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로 식품점은 급증하고, 알게 모르게 한국 식품붐의 최전선에서 홍보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해는 신주쿠를 중심으로 한 대형식품점의 가격 할인 경쟁바람이 불어 광우병 파동과 함께 우여곡절이 많은 한 해였다. 올해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한류 열풍’(중국에 부는 한국 유행)이 일본으로 역류할 것으로 기대되고, 교민사회에도 업체들이 계속 등장하여 출혈이 예상된다. 이 업계 역시 제살깎기식이 아닌 협의체를 구성해 싸구려 이미지가 나지 않도록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과제 중의 하나이다.
29. 의약, 의료 분야
여전히 교민 숫자에 비해 의료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재일동포 공식 63만 중 의사가 5,000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기존 재일동포들이 동포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병원 시설에 투자한다면 어떨까? 최근 병원이 한두 군데 문을 열고 있지만 아직 한정적이고 제대로 홍보가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교민의 건강을 책임질 병원은 아직 부족하므로 신년에는 병원과 의료기관의 신설을 기대해본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기존의 진료과목 이외에 스트레스와 문화 충격에서 오는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교민들에게도 의료의 손길이 요구된다.
30. 사우나, 피부 미용
일본의 온천문화가 발달해서 그런지 한국 관광을 다녀 온 일본인 가운데는 한국의 사우나와 피부 관리 업계에 대단히 관심을 갖고 체험하고자 한다. 종류도 다양해서 맥반석, 찜질방, 해초마사지, 진흙마사지 등을 이용해서 높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도 대규모로 시설을 갖춘 사우나는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고, 일본인들도 한국식 사우나 시설에 관심을 갖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31. PC방
교민사회 인터넷 PC방 등장은 통신생활에 한층 더 발전을 가져 왔다. 상대적으로 비싼 컴퓨터 구입에 부담을 안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보의 목마름을 해소하여 왔다. 최근 일본 전역에 이러한 인터넷방은 줄잡아 60여 개를 넘어서고 있고, 일본인 사이에도 한국형 PC방을 모델로 삼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문제는 지역 집중화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붙어 ‘동반 자살’을 불러오고 있다. 이 분야 역시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상의 시설과 초고속망 구축이 관건이다.
32. 벤처기업
벤처기업은 국내에서 가장 어려운 한해였다. 물론 우수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곳은 예외이지만, 지난해 경기가 나빠지면서 벤처는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시련을 맞았다. 일부 몇몇 벤처기업은 정확한 시장 조사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을 하여 낭패도 보았다. 그런 와중에 일부 우수한 벤처기업들이 속속 일본에 입성하였고, 최근에 아이러브스쿨(=동창찾기) 일본 진출도 눈길을 끌었다. 현재 벤처기업은 우에노 한국 비즈니스 센터와 토라노몽 근처에 많이 진출해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에는 뿌린 씨앗이 수확으로 이어질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33. 건강산업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돌풍이다. 어떤 의학보고서는 21세기 건강보조식품 규모는 수십조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이 먹고 살만해지면서 관심을 갖는 것은 먹는 것과 입는 것이다. 교민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한 해는 신토불이 건강식품이 대거 진출해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이제 일본에 살고 있는 교민들도 번거롭게 일일이 한국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동경에서 제조된 따끈따끈한 건강보조식품 (십전대보탕, 자라탕, 호박탕, 염소탕, 개소주) 등을 구할 수 있다. 올해 역시 다이어트 건강보조식품은 교민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34. 컴퓨터 프로그래머
한국 컴퓨터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일본이 가장 인정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기술자도 30대 전후로 젊은 것이 특색이다. IMF라는 사회 격동을 맞으면서 일본 진출에 러시를 이루었다. 지난 한 해만도 송출 회사를 통해 진출한 기술자는 1,000여 명을 넘어섰다. 일본 시스템은 한국에서 수년 전에 사양화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고 자국인들은 인건비가 높아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은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의 한국인을 활용,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DM프로매니저, 3D까지 한국인을 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5. 기숙사 임대업
작년까지만 해도 소리 없는 사업이었다. 이 분야는 한국 유학원과 연계해 일본에 오는 유학생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기숙사이다. 대부분 경매 물건이나 일본 회사 료(=기숙사)로 쓰던 건물 등을 싼값에 분할 받아 재테크하는 사업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실정이었다. 특히 교통이 편리한 곳은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경쟁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신생 유학생 임대업자가 늘어났고 일본 유학 인기도가 다소 시들하면서 이용률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6. 교민 인쇄업
교민사회에 가장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업종이 인쇄기획실이다. 컴퓨터 발달로 간단하게 인쇄물을 디자인할 수 있어 손쉽게 뛰어드는 업종. 게다가 잡지사마다 웬만한 인쇄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 신규 업자들은 공을 들인 만큼 남는 게 없는 사업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획실에서 일하다 뛰쳐나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교민사회는 대량 발주가 적고, 대다수 명함, 전단지, 메뉴판 따먹기식이다. 제대로 규모를 갖춘 곳은 간판, 실사 등 시설이 있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수요가 미지수다.
37. 재일 문화계
문화계 바람이 거세다. 한일 월드컵으로 인해 문화계는 어느 해보다 고무되어 있다. 작년에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김연자, 정명자 씨 등의 방북이 이어졌고 국내 인기정상 가수의 일본 공연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가수 공연에서 75% 이상이 한국인 관객. 위문공연이라는 오명을 못 벗고 있다. 올해도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간에 문화이벤트가 쏟아질 것이지만, 한편으로 일회성으로 그칠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38. 통신 판매업
한국 통신 판매업체는 날로 늘어가는 실정이다. 특히 인터넷 발전으로 어느 때보다 각광을 받고 있지만 고전하는 곳도 적지 않다. 통신판매 선두주자로 농협 김치 판매를 비롯해 인터넷 쇼핑몰이 있다. 올해도 여전히 쇼핑몰이 늘어날 전망이고, 지난해 눈에 띄는 것은 잡지 매체들의 통신판매 겸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민사회를 대상으로 한 통신판매는 수요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 분야의 시장 규모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39. 교민 이삿짐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분야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삿짐 업체의 출현은 교민생활의 원활한 소통에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저가 이사로 서비스는 뒷전으로, 도착해야 할 짐이 도착하지 않거나 한국으로 갈 짐이 대만으로 간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는 특히 귀국하는 학생들의 명의를 빌려 자동차 운반을 하는 업체로 인해 피해가 속출했다는 원성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여전한 덤핑의 악순환이다. 대다수가 차량만 있으면 시작했다가 쉽게 떠나간다. 이제부터 고객은 업체가 얼마나 꾸준하게 영업을 해왔느냐를 보고 일을 맡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40. 스포츠 레저 분야
일반 인과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조기축구 등사회 체육에 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와 운동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쯤으로 치부되던 것과는 달리, 최근들어 운동이나 레저 활동이 교민 일상 생활로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교민 축구대회로 영사배, 대사배 축구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구약소 같은 일본 관청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센터를 이용하는 교민도 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