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시승기 2편을 올리겠습니다.
7. 청주대-신탄진(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버스)
청주대 앞에서 기다리니, 약 8분후에 신탄진행 좌석버스인 400번이 왔다. 요금은 구간요금이 적
용되었다. 서울 같으면 그냥 돈을 냈을텐데..하는 생각을 하자 다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일반버
스도 아니고 좌석버스에 구간요금이라니...차는 출발했고, 가는 동안 사람들은 10명 남짓 태우
고 간 것 같다. 청주를 벗어나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이내 고속도로가 보였다. 내 차는 경부고
속도로 옆을 계속 따라갔다. 가다가 정류장에서 사람을 태우려고 서기도 했다. 현도를 지나서 신
탄진에 도착했다. 신탄진에 도착해 금강을 건너기 전에 조치원-신탄진행 성일버스 무번호가 지
나가는 것이 보였다. 작년에 이 버스를 탔었지..라고 생각했다. 만약 서울같으면 이 버스는 서청
주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로 들어가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신탄진 나들목으로 나와 그 앞에 서
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내렸다.
-400번(청주교통), 1,850원, 슈퍼 에어로시티, 2:17-2:59
8. 신탄진-대전역(대전 경유 장거리 여행의 단골 코스)
신탄진 종점에서 신탄진역까지는 제법 걸어야 한다. 더위 속에 그 거리를 걸어 신탄진역 정류장
에 도착해서 BIS를 보았다. 이것은 서울에도 없는 것이다. 서울에 없는 게 있다는 것 때문에 이전
에 이어 지금도 신기했다. BIS를 보니 701번이 보였다. 좌석버스이기 때문에 보내고, 그 뒤를 이
어 724번이 왔다. 여기서 중부군사령부님과 전대정님이 이 버스를 타지 않은 것에 의문이 갔다.
이 버스를 모를 리가 없는데, 왜 이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의문은 두 분
이 설명해 주시지 않으면 쉽게 풀리지 않을 듯 하다. 이 버스는 비래동-부사동을 운행하는데, 시
내버스 치고는 제법 긴 것 같다. 이 차는 이전에 타본 것이어서 코스에 새로운 것은 없었다. 회덕
분기점과 KT&G 제조창, 철로 위 고가 등이 보였고 터미널을 지나 조흥은행 앞에서 내렸다. 그리
고 내리면서 대전 시내버스 요금 인상 공고를 보았다. 많이 올리는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724번(대흥교통), 700원(현재 900원), 슈퍼 에어로시티 가스차, 3:13-3:51
9. 대전역-남부상가(신도안 종점) (독립된 작은 도시)
대전역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대전역`이란 정류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대전역 정
류장을 찾았다가는 대략 낭패이다. 나도 그런 케이스이다. 그러나 차에서 대전역을 보았기에, 빨
리 바로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 정류장이 `조흥은행 앞`이었다. 그러나 이 버스는 대전역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버리기 때문에, 그 앞 정류장인 대한통운 앞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걸
어오니 얼마 안되어서 신도안으로 가는 차가 왔다. 이 버스를 타고, 신도안으로 갔다. 대전 시내
를 지나는 동안 사람들이 꽤 많이 탔다. 계룡시에서 대전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대
전 외곽으로 들어서니, 길이 넓어졌다. 그리고 무슨 동네인가 잊었는데, 신도시 풍의 동네가 나
온다. 아마도 택지개발지구인듯 하다. 그 동네를 돌고 뒷길을 지나 대전 남부 순환 고속도로 밑
을 지나 조금 가니 계룡시이다. 계룡시는 독립된 작은 도시이다. 시도 작고, 있는 것은 사실상 계
룡대 뿐이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거의가 계룡대에 관계되어 있다. 두계를 지나가다가 호남선
두계역이 보였다. 플랫폼이 보여 바라보니, 작은 역인데, 고철의 승차위치가 보인다. 여기 서는
고철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도 깨끗하게 지어 놓았다. 웬지 시골 분위기와는 어울리
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역사를 지은 것은 계룡대와 관계가 있을 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룡
시청 앞도 우습다. 그 주변 블럭에는 모텔들 뿐이다. 아파트가 한 군데 보인다. 그 외에는 아무것
도 없다. 공항신도시는 저리 가라다. 군대의 이미지와 겹쳐서 살벌한 느낌마저 준다. 바다가 있
다면, 아주 살벌한 해수욕장이 되었을 것이다. 엄사지구를 지날때 사람들은 거의 거기서 내리
고, 신도안 종점까지 간 사람은 단 3명이었다. 신도안 종점(정류장에는 버스종점이라고 쓰여 있
고, 타코에는 남부상가라고 나온다)에서 내렸다.
-201번(금성교통), 1,300원, 에어로 시티 540, 3:59-5:10
10. 남부상가-논산 TR(불안과 초조속의 여행)
내가 차차 불안해지기 시작한 곳은 여기부터이다. 시간을 못 맞추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자, 남부터미널-신도안행 중부고속 LS가 왔다. 만약 표를 준다면 타
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공회전하며 서 있는 LS를 보고 있자니, 덕성여객 버스가 온다. 서울에서
는 사라져버린 AM928AT(추정)이다. 이것을 타고 논산으로 갔다. 가는 동안에는 호남선 철로를
따라갔는데,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여행했기 때문에, 호남선 또한 보는 느낌이 예전같지 않았
다. 여유가 있었다면 정겨웠을 것이다. 마을로 들어갈때도 초조가 앞서 역시 경치 감상은 제대
로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판으로 인한 것이기에 아쉬움이 짙다. 국도를 계속 따라, 논산
시외 TR에 도착했다. 거기서 내렸다. 앞의 사거리 표지판에는 연무대 방향은 좌회전을 하라고
쓰여 있었다.
-무번호(덕성여객), 850원, AM928AT(추정), 5:33-6:26
11. 논산 시외 TR-강경 TR(돌이킬 수 없는 오판)
6시 26분에 시외터미널에 도착해서, 원래 계획했던 여산행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리고 표지판
을 보았다. 연무대는 좌회전이었다. 여기서 나는 크나큰 오판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오판이
이번 시승을 실패로 만들었다. 만약 오판을 하지 않았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판단
을 했다. `여기는 중심지고 터미널이 있어서 당연히 연무대 방향으로 가는 승객이 많을 것이고,
따라서 여산행 버스는 당연히 여기 설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버스매니아로서의 버스에 대한 생
각 중 가장 큰 실수였고, 오판이었다. 전대정님이 시장(이름은 모름)으로 왜 걸어갔는지 생각하
지 못한 것이다. 만약 전대정님이 거기 버스가 섰다면, 거기서 탔을 것이라는 생각은 집에 와서
야 났다. 그리고 내가 좌회전을 해서 걸어가 정류장을 찾기만 했어도 여산행 버스는 탈 수 있었
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도 이런 의문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지 못
한채, 45분 이상을 기다렸다. 45분을 기다렸으나 차는 없었다. 결국, 시간의 압박으로 인해 시외
TR안으로 들어가 강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익산 직행을 타려고 했으나 이미 차는 끊긴 뒤였
다.(왜 그리 빨리 끊기는지..) 강경으로 가면, 익산행 버스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50
원짜리 표를 끊고, 삼흥고속 BH116을 탔다. 그게 막차였던 것 같다. 내 시승이 실패하는 순간이
었다. 만약 정류장을 찾아 차를 탔다면, 열차가 출발하기 20여분 전에 익산역에 도착해 시승이
성공했을 것이라는 것은 집에 와서 전대정님의 여행기를 다시 보고 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강
경까지는 약간 밟아, 11분만에 갈 수 있었다.
-BH116(삼흥고속), 850원, 7:32-7:43
12. 강경TR-익산역(가장 비싼 시승)
강경 TR에 도착하자마자, 익산행 버스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맞다는 게 확인되었다. 번호는
기억이 안나지만, 익산-강경 노선의 버스가 반대편으로 지나갔다. 난 그 차가 금방 올 것으로 생
각하고, 그 차를 타가로 했다. 그리고 그 차를 기다렸으나, 25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기다리
는 동안, 덕성여객 차량들만 왔다갔다했다. 시간은 8시 8분이 되었다. 익산역에서 KTX가 출발하
는 시간은 9시 5분, 57분 전이었다. 날은 어두워졌고, 나 혼자만 터미널 앞에 남게 되었다. 그러
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가장 깊게 난 생각은 바로 위의 두 가지 오판이었다. 나는 가지고
있던 비상금을 깨서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3분 후에 터미널 앞에 선 택시를 잡아, 익
산역까지 타고 왔다. 80~100으로 달려 30분 후인 8시 41분에 익산역에 도착했다. 23,000원을 썼
다. 가장 비싼 시승이었다.
-23,000원(택시), 8:11-8:41
13.익산-용산(차창을 보며)
익산역에 도착하니 남은 건 KTX승차권 뿐이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도 없어 간식거리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하고 빵과 음료수를 사서 가방에 넣고 개집표기를 거쳐 5번 게이트로 갔다. 익산에
도착했지만 시승에 실패해 마음은 즐겁지 않았다. 9시 3분에 열차가 도착했다. 가장 오래된 2호
열차였다. 알스톰에서 95년 말에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IMF가 닥친 97년 말에 자동차 전용 운반
선에 실려 우리나라에 와서 99년 말부터 시운전에 투입된, 바로 그 열차였다. 특실 의자는 많은
사람들이 시승했는지 약간 빛에 바래 있었다. 예상대로 텅 비어 있었다. 7호차 13A석에 앉으니
차창 옆이었다. 차창은 3중 유리로 되어 있어 그곳을 보면 거울처럼 얼굴이 보인다.(물론 유리가
비상 창유리였지만)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많은 생각이 났다. 회원분들 생각이 많이 났는
데, 특히 목포역님과 전대정님 생각이 많이 났다. 전대정님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갈 수 있었을
까? 라는 생각이 우선 났다. 그리고 목포역님은 왜 시내버스 시승을 하지 않을까? 아님 하면서
도 안 올리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돌발사태나 오판을 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
해 시승을 안하는건 아닌가? 아님 이전에 하고 올렸는데 내가 못 본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 시승기를 보고 이런 코스로 시승을 하실 회원분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간식을 먹고, 또 다시 회원분들 생각이 났다. 그리고 회원분들 중 누군가가 이
코스로 시내버스 시승에 도전해서 성공할까? 라는 생각도 났다. 그리고 오판을 한것이 너무 뼈아
팠다. 오판만 아니었다면...하는 생각도 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한 끝에 10시 58분에 용산역에
도착했는데, 지연 도착이었다. 논산역에서 수리를 한다고 하여 9분 정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용
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KTX, 18,700원 (할인카드 사용, 정가 26,700원), 9:05-10:58 (9분 지연 도착)
시승기 2편을 마칩니다. 시승을 하고나니 아쉬움이 짙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나니, 고철
의 차창을 보고 그런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웬지 목포역님이 고철에서 제일 먼저 생각이 나더
군요. 아마도 목포역님께서 시승을 많이 떠나시기 때문인 것 같네요. 난 이 시내버스 시승에 실
패했지만, 꼭 한 번은 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코스는 아무데나 좋습니다. 그러나 서울-
대전이 가장 무난한 코스입니다. 시내버스 시승을 하다 보면 시외/고속버스로는 보기 어려운 것
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가져다 줍
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무언가 색다른 것입니다. 이것을 끝으로 제 시승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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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매니아 여행기 *
시승기
실패한 시승기 : 서울-익산간 시내버스 시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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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흐음... 저도 시내버스 시승.. 하긴 합니다.. 멀리 안갈뿐.. -0- 제가 시내버스 보다는 시외/고속 시승을 좋아하는 편이라..;; 장거리 시내버스 시승은 그리 많이 하지 않습니다.. 올해들어선 시승도 자제하는 편입니다..;;
저는 목포역님의 시승기를 보고 군산에서 곡성까지 시내,군내버스로 가본 적이 있습니다. (멀리 가는거는 여건이 안되서..) 목포역님의 시승기가 큰 도움이 되었지요.. ^^
으음...;;; -0- 전 군산에서 곡성까지 시내, 군내버스로 시승한적이 없는데요..;;
장거리 시내버스 시승이라는게 버스시간과, 정류장찾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죠... 찾다 결국 모르면 그지역 주민들한테 물어보는게 좋죠...
네 저도 시간 오래걸림의 압박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