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이 약간 도는 하늘색의 부드러이 내려앉은 옷을 입은 창문에서 기분 좋은 달과 별들이 조심스레 훔쳐보고 있는.. 아마 2층에 자리 잡은 듯한.. 방이 있다.
그 방에는 달님과 별님들이 훔쳐 볼 만큼.. 꽤나 멋있어 보이는 방이었다.. 뭐 남자의 그것도 소년의 방으로는 보이나 혈기 왕성한 시기의 지저분한 소년의 방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뭔가 달랐다..
그 말을 지탱해 주는 이유로는 방의 중앙에서 조금 왼쪽 창문 가 쪽으로 벗어난 곳에는 아리따운 피아노와 바로 얼마 전 까지 현을 조율했을 것 같은 깨끗한 바이올린이 놓여 있었고.. 보통 그 시기의 소년들의 방과는 다르게 숨겨둔 빨랫감이나 방안의 먼지는 단 한 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럴까? 방에서 풍기는 듯한 뭔가 멋있고 심플한 분위기는 빨리 그 방의 주인공을 알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곳.. 하얀빛 방문을 열고는 한 남자가 들어 왔다..
그 남자.. 아니 소년은.. 방금 샤워라도 했는지.. 그의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은 약간의 물기를 품고 있었고.. 꽤나 현대적이며 이지적인 분위기를 자아하는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한번 씨익- 웃으며 방문을 닫더니 정면으로 걸어와 앞에 방 중앙에 있는 테이블을 지나 책상에 털썩 하고는 걸터앉았다.
의자에 앉은 그는 팔을 펴서 기지개를 크게 켜고는 잘 정돈된 책상의 어딘 가에서 검은 톤의 다이어리를 하나 꺼내어 왔다.. 그는 꽤나 익숙한 폼으로 다이어리를 닫아 주는 그 단추를 끌러 내고는 몇 장을 넘겨 내었다.. 그 곳에 있는 글씨를 보니.. 꽤나 정갈한.. 아주 보기 좋은 모양을 한 글씨로.. 이름과 주소 등.. 간단한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그 중.. 그의 이름을 살짝 보니.. '오오토리 쵸타로' 라 적혀 있는 듯 했다.. 그의 이름은 쵸타로라는 참 부르기 좋은.. 이름인 듯하다.. 그는 웃는 걸 참 즐겨 하는지 또 한번 웃고는 다이어리의 내용별로 나누어 둔 5개의 단락 중에 두 번째 단락을 펼쳐 보였다.. 그 속 안을 보아 하니.. 공부와 테니스를 동시에 겸하면서도 그 어느 것 하나에 부족한 것이 없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 이유는.. 1월 1일부터 빠짐 없이 하루하루의 모든 계획표가 차질 없이 빼곡이 적혀 있었고.. 그 계획 밑에 적혀 있는 글들을 보면 그가 본인이 짜 놓은 그 계획들에 문제없이 충실히 해 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아아.. 이제 또 한 주가 시작되고 마네.. 이번 주 계획도 짜야 겠지? 이번 주에는 파워도 좋지만 공의 컨트롤의 정확도를 조금 높혀 지도록 노력해 봐야 겠어.. 그리고 체력 단련은 좀 더 하는 편이 낳을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 달리기 5 km를 더 추가하는 편이 낮겠지? 흐음.. 공부는 수학 쪽이 조금 미흡하니까 수학 문제집를 좀 더 풀어보는 쪽으로 해야 겠고.. 피아노랑 바이올린은 실력이 뒤떨어지지 않도록 평소처럼 하루 30분씩은 꼭 하는 걸로 해야 겠다.. 뭐 이 부분은 별 조정이 필요 없겠는걸? "
그는 턱을 오른 손으로 괴고는 그렇게 이번 주에 하고 자 하는 일을 정리 한 후에 다이어리에 기입하기 위해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를.. 이번 주의 행사를 정검 해봤다..
"으음.. 2월 9일.. 10일.. 11일.. 12일.. 13일.. 14일.. 15일.. 뭐 이번 주도 문제없겠는걸? 별 행사는 없으.... 아! 아니다!! 2월 14일!!! 발렌타이 데이구나~! 히히!! 뭐.. 우리 나라에서는 사람들 사상이 잘못 되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 주는 날이지만! 원래 원조는 사.랑.하.는.사.람. 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지? 히힛!! 그날 시시도 상에게 초콜릿을 주어야 하는데.. 흐음.. 뭐가 좋을까?"
그의 눈은 좀 전과는 다르게 밝고 초롱초롱 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뭔가를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이어리 한 주 계획표에 뭔가를 싹..싹.. 하며 적어 나가기 시작한 듯 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컨트롤이라든지.. 체력이라든지.. 수학 문제지라든지.. 피아노 같은 것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린 듯 했다.. 그는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그 시시도라는 사람 앞에만 가면.. 그는 엄청난 단순 쟁이에.. 바보가 되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만을 바라보는...
조금은 늦은 오후 인 듯하다.. 꽤나 넓고.. 많은 테니스 코트 장이 있다.. 그 크기로만 보아도.. 그 곳이 어디인지를 실로 짐작케 했다.. 그렇게 많은 코트 장을 가진 학교.. 효테이를 제외하고는 몇 학교나 있을까?
200명의 테니스 부원들을 집합시킨 무리의 학생들의 수는 꽤나 대단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이가 두 팔을 벌려가며 말을 한다..
"흐음.. 오늘은 이 몸이 너희들을 위해서 부 활동을 이만 끝내주도록 하지.. 이만 해산이다.. 다 집으로 향하도록!"
"아토베.. 우리의 봐서가 아니라 네가 빨리 부 활동을 끝내고 싶은 거 아니야? 물론 다른 때랑 한 30분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흐음.. 불만이 있는 건가? 오시타리? 그렇다면 오시타리 너는 그라운드 30바퀴 달린 후 하교하도록.."
"아아.. 아토베 너무 하잖아..! 유리 유시만 달리는 법이 어디 있어!! 흥! 어차피 너 지금 후도미네의 카미오군이랑 데이트하려고 빨리 끝내는 거 아니야? 흥흥!!"
"뭐라고? 카바지!"
"우쓰-"
"무카히, 오시타리 모두 끌고 가!!"
"우쓰-"
"아아... 너무한다고~!! 카바지.. 넌 왜 아토베 말만 듣는 거야?? 나도 네 선배라고!!!"
"흠.. 가쿠토.. 그러니까 아토베 한테는 너무 심하게 말하면 안 된다니까.. 나 혼자만 그냥 그라운드 30바퀴 달리면 되는 건데.. 아아!!! 카바지.. 아프잖아!!"
"하암.. 시시도. 무슨 일 있는 거야?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흐음.. 아아.. 저기 카바지한테 끌려가는 거.. 오시타리랑 무카히 인거야? 또 왜 저래?"
"지로.. 이제야 일어난 거야? 오늘 아토베가 30분 빨리 끝내 준거에 대한 조금 태클을 걸다가 저리 된 거지.. 하여튼 이제 부 활동 끝났으니까.. 집에 가서 자.. 지로.."
"아아 정말!! 히히~~ 오늘은 마루이군 응원가야지!! 오늘 마루이군.. 교내 랭킹 전 있다고 했거든~~ 응원 와도 된다고 했어~!! 히히!! 시시도~ 내일 봐!! 나 이만 간다!!!!"
"응.. 그러도록 해.. 하지만 마루이군이 응원 없는 날도.. 요즘은 무슨 핑계를 대어서 릿카이로 가지 않아?"
"히히~ 보고 싶으니까~ 내가 가는 거야!! 그럼 이만 간다!!! 안녕~~"
한 쪽에서는 카바지가 선배 둘을 끌고 가는 장면이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둘이서 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조용해 보이는 버섯머리를 한 사람은 세이가쿠의 에치젠이라는 사람의 '흐응.. 아직도 멀었군..' 처럼.. '하극상입니다..선배들..' 이런 식의 말을 중얼 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이곳은 효테이의 평범히 볼 수 있는 모습들 이였다.. 거의 언제나 볼 수 있는..
하지만 오늘은 뭔가 어색한 듯 했다..
저기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쪽이..[절대 조용히 라 볼 수는 없겠지만..]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런가 보니.. '시시도상!! 시시도상!!' 이라 외치는 녀석이 없어진 것??
자세히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소란에 끼지 않고.. 부실에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는 은빛머리의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선배들.. 저 이만 집에 가볼께요.. 오늘은 조금 바빠서 말이죠.. 하하.. 그리고 시시도상!! 오늘 집에 못 데려다 들여서 정말 죄송해요!!!!"
"내가 바보냐!! 네가 안 데려다 줘도.. 난 집에 갈 수 있다고!!"
"아.. 그런가요? 하지만 우리 시시도 상을 어느 도독 놈이 넘보면 어떻게 해요.. 흐음.. 역시나 불안한데.. 흐음.. 무카히 선배.. 오늘만 우리 시시도 상이랑 같이 가주시면 안될까요?"
"쵸오타로!!! 나를 어떻게 보는 거냐? 나 혼자서 충분히 갈 수 있다고!! 그리고 나도 남자야!!"
카바지에게 무슨 수모를 당했는 지. 조금 힘들다는 표정을 하고 오는 무카히는 오시타리의 어깨에 기대어 오다가.. 말을 한다..
"으으.. 유유시.. 나더러 같이 가 달래.. 그렇게 할까?"
"뭐.. 괜찮지 않나? 가는 길도 같은데.. 나도 같이 가줄꼐.."
"흐응~ 그래 오오토리!! 나랑 유시가 시시도랑 같이 가줄께!! 걱정 말라구~~ 아아.. 시시도는 좋겠다~ 항상 오오토리가 그렇게 챙겨 주니까.."
"아아!! 난 괜찮다니까!!"
"흐음.. 그냥 같이 가자고.. 가..!!"
괜찮다고 말하는 시시도의 발언은 계속 조용히 묻혀 지고 있다.. 가쿠토와 오시타리 마저.. 오오토리의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 할 수밖에 없다..
"히힛!! 그럼 부탁 할께요~ 오시타리 선배.. 무카히 선배!! 전 이만 갑니다!!"
그는 그렇게 밝게 말하고는 정말 바쁜지.. 그들이 있는 곳을 지나 학교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차례차례 하교할 준비를 마치기 시작한다..
"시시도!! 이제 집에 가자~!!"
"나 혼자가도 돼.. 가쿠토.. 넌 그냥 오시타리랑 가.."
"에이.. 그렇게 말해 놓고.. 너 혼자 가게 하면.. 난 나중에 오오토리한테 혼나~~ 히히!! 시시도!! 얼른 가자~~ 유시도!!"
가쿠토는 평소처럼 하늘 위로 조금 점프- 를 하며 시시도와 오시타리를 재촉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와 같이 하는 학교가 기쁜지.. 아니면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예쁘게 웃으면서..
"그래 시시도.. 얼른 와라.. 우리 오랜만에 같이 가지 뭐.. 오오토리녀석 들어오기 전 까진 우리 셋이서 같이 다니지 않았냐.."
"뭐.. 쵸타로가 아니라.. 너희 둘이서 사귀기 전까지는.. 말야?"
밝은 가쿠토를 보며 기분 좋게 말을 하던 오시타리는 시시도의 말에 뭔가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머리를 약간 긁적이면서 다만 얼른 가자며 시시도의 팔만을 끌어당길 뿐이다.. 그래서 그 셋은 정 레귤러들 중 가장 늦게 하교 길로 향하게 된다..
후후 이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차라리 혼자 간다고 했던 거라고.. 쵸타로.. 너 임마.. 잘못 생각 한 거야.... 저렇게 닭살커플들 사이에서 하교를 하라니.. 우우.. 저 자식들 하루종일 그렇게 붙어 있으면서 지겹지도 않나? 그리고 가쿠토 녀석은 원래 그렇지만 오시타리녀석.. 의외잖아.. 으으 정말 닭장이 따로 없군.. 차라리.. 도둑들 쪽이 더 안 위험 할거야.. 이 닭살 커플들 사이 보단..
시시도의 생각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그들은 학교 앞에 있던 분식점에 들려 뭔가 먹을 것을 사고는.. 서로 먹여 주느라 정신이 없더니.. 기어코 다 먹은.. 지금은 서로 묻은 곳을 닦아주느라 또다시 닭장의 본보기를 놓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어? 그러고 보니~ 이번 주 토요일이 14일이지? 히히~!! 발렌타이데이네~!! 유시유시~!! 나 초콜릿 줘~!!"
"내가 바보냐? 그 날은 여자가 남자한테 초콜릿 주는 날이라고.. 내가 여자냐? 아니 꼭 그게 아니어도.. 내가 미쳤어? 그렇게 사사로이 초콜릿 같은 거나 챙겨 주느라 돈 낭비하게.."
"에이.. 하지만 오오토리 녀석은 분명히 너한테 초콜릿 주느라 바쁠 거라고.. 어디 그 녀석이 그런 날 빼 먹는 인재냐?"
"흐음.. 주든 말든.. 돈이 썩어 나나 보지.. 그런 별 쓰달 데기 없는 날까지 챙기는걸 보면.. 그리고 꼭 준다는 보장도 없잖아? 아.. 집에 이제 다 왔네.. 나 이만 들어간다.. 잘 가고.. 이만 집으로 들어가라.. 또 서로 데려다 준다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서로 집 앞만 수 백번 돌지 말고.. 알았지.. 그럼 이만 안녕.."
"어? 어!! 시시도!!"
가쿠토는 시시도를 부르지만 이미 그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 가버린 후이다.. 가쿠토는 그런 그를 보며 한마디 중얼거려 본다...
"힝.. 하지만 유시랑 걷다 보면.. 헤어지기 싫단 말야.. 그리고 나도 유시를 데려다 주고 싶은걸? 하지만 유시도 날 데려다 주고 싶어한다고.. 히잉.. 나더러 어쩌라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가쿠토를 보는 유시의 눈이 좀 더 다정해 지더니..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러이 쓸어 준다.. 살짝 웃으면서..
아아.. 이번 주 토요일이 14일이라는 건가? 그럼.. 쵸타로 녀석 생일 아니야? 뭐 발렌 타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지만.. 그래도 그 녀석 생일인데.. 그냥 넘기기는 조금 미안하잖아..
라는 생각을 하며 이내 지난 자신의 생일.. 그 거대했던 선물들을 생각해 낸다.. 그 선물들을 생각하며 시시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보더니..
"그래.. 애인으로서가 아니라 그 정도의 선물을 받았으면.. 답례정도는 당연한 거야.. 나도 어느 정도의 선물을 준비 해봐야 겠지.. 근데.. 뭐가 좋지? 잠깐 나.. 지금 돈이 얼마나 있는 거야?"
시시도는 지갑을 열어보고는 이 정도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얼마 전.. 지로녀석의 꼬임에 넘어가.. 풍선껌 20통을 사주고.. 나 또한 몇 달 동안 모아둔 돈으로 이번에 새로 테니스 라켓을 한 두 어 개와 그 밖의 용품들을 충동 구매 했기에.. 그에게 남아 있는 돈은 거의 없었다.. 거기다가 용돈을 받은 지는 아직 3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고.. 다음 용돈을 받는 날은 다음 달이기에 미리 용돈을 달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 30분쯤 지났을까? 그는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눈동자가 조금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니.. 매일 그렇게 매달리는 쵸타로군이 조금은 불쌍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단지 착각일까?
"흐음.. 오늘 부 활동은 이만 끝내도록 할까 카바지?"
"우쓰-"
"그래.. 오늘은 이만 부 활동을 끝내도록 하지.. 모두들 이만 해산!"
아토베의 해산이라는 소리 에 맞추어 힘차게 스윙하던 약 200개의 라켓은 움직임을 멈추고, 약 200명의 얼굴에는 약간의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오늘 훈련 또한 효테이 학원 다운 특훈이였나 보다..
"아아.. 시시도상.. 오늘도 죄송해요. 저 오늘도 빨리 가야할 것 같아서요.. 오늘도 못 데려다 드릴 것 같은데요?"
쵸타로의 인사에 시시도는 그냥 무시하는 듯 앞 서 부실을 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런 그를 따라 다른 방향으로 오오토리도 나간다..
"하암.. 오늘 부 활동 끝난 거야?"
"그렇다.. 흐음.. 지로.. 이만 자고 집에 가도록.. 그런 그렇고.. 저 것들은 나의 미기에 취할 시간도 없이 빨리도 달려나가는 군.. 저렇게 따로 나가고서는 밖에선 또 만나는 거 아닌가? 안 그런가 카바지?"
"우쓰-"
다른 의자보다 훨씬 호화스러운 의자에 앉은 아토베가 말을 하자.. 카바지는 몸을 약간 굽히면서 예의 그 '우쓰-' 로 대답한다.. 그리고 이만 집에 가야할 지로는 아토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꿈나라로 빠져 버린다.. 마루이군이 이 곳으로 와 그를 깨우지 않는다면.. 아마 오늘도 부실에서 하룻밤을 영락없이 졸다가 보낼 것 같다.. 옆에서 깨우는 오시타리를 가볍게 무시하는 채로 잠자는 것을 보니..
"흐음.. 그나저나 유시.."
가쿠토는 뭔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직도 열심히 지로를 깨우고 있는 오시타리를 보며 말한다..
"응?"
"요즘.. 이틀간.. 저 녀석들.. 뭔가가 바뻐 보이지 않아?"
지로를 깨우는걸 그새 포기했는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대답한다..
"그러게.. 저 녀석들.. 뭔가 바빠 보이는데? 뭔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의아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무슨 일인지 알아 낼 수는 없을 듯하다..
흐음.. 오늘은 12일인가? 2일 남았군.. 생각보다는 조금 빨리 진행되고 있어.. 그래도 이번 주에 계획한 일들은 놓치지 않고 잘 되어 가고 있는데? 후훗.. 부활동이 끝나고 나니까.. 이 곳도 조용해지는 구나..
은빛머리를 한 남자가 부실에 있는 테이블의 의자에 앉으면서.. 한번 조용히 웃는다..
"흐음.. 오늘은 부실에서 수학 문제지 좀 풀고 갈까? 어차피 사람도 없고.. 이번 주에 계획 했던 것 보단 많이 풀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그는 가방을 들어 안에 있는 꽤 두꺼운 문제집 한 권과 연습장 한 권.. 그리고 필통을 꺼내고는 가방 문을 닫는다.. 필통의 한 곳에 자기 잡고 있는 샤프를 꺼내어.. 연습장을 이용해 문제들을 싹싹 풀어 나가고 있다..
아아.. 오늘은 조금 한가 한 듯하다.. 계획한 만큼의 돈은 거의 다 매 꿔져 가고 있고.. 조금만 더 모으면 원하는걸 살 수 있을 정도로 모아져 간다..
갈색 머리에 짙은.. 푸른빛이 도는 하늘색 모자를 쓴 남자가 부실로 보이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아아.. 깜박 있고.. 테니스 라켓 하나를 두고 왔어.. 오늘 그 라켓.. 강도를 조금 더 높이기 위해 거트를 갈려고 했더니.. 놓고 같잖아.. 아아.. 안 된다고.. 흐음.. 역시 부활동이 끝난 코트 장은 상당히 한산한걸?"
시시도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코트 장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 중 레귤러도 안된.. 그냥 부원들이 사용하는 F, G 코트들을 보며.. 나도 1학년 때.. 참.. 저 곳에서 많이도 연습했었는데.. 이 A코트에서 연습하기 위해.. 들어오기 위해.. 후후..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들어오는 건가?
흐음.. 뭐 내 쳐질 뻔한걸.. 구해 준 것도 쵸타로.. 그 녀석이었지? 바보 녀석.. 효테이는 한번 준 레귤러로 떨어지면 아무리 실력이 있더라고 다시 올라오기 힘들다는 걸 모르는 건가?
내 대신 정 레귤러를 포기하려 굴었다니.. 사카키 선생님.. 그때 진심 이였다고.. 정말.. 정말.. 바보 같은 녀석이야.. 네가 그때 떨어지고 내가 붙었더라도.. 전혀 소용없는 짓이잖아.. 우리는.. 우리는 복식 페어니까.. 후후.. 아닌가?
그때 그 사건 전에는 그 녀석도 나도.. 단식 페어 였었지? 흠.. 하지만 복식을 하고 나니까 더 이상 단식이 하고 싶지 않은걸? 물론 같이 복식을 하는 멤버가 네가 아니라면.. 너무 싫지만 말야.. 후훗.. 아아.. 이만 이상한 생각하고.. 이제 부실에 들어가서 라켓을 찾아야 겠는 걸..
- 드르륵..
시시도는 부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실에는 창문을 열어둔 탓인지.. 어느 정도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오늘은 그래도 따뜻한 날 이여서 그런가? 바람이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오히려 기분 좋아지는 듯 하는 바람이었다..
시시도는 그런 창문 가에 서서 밖을 잠시 보고는 라켓을 두었을 만한 곳을 향해 부실 깊숙이 들어갔다..
"어? 쵸타로 녀석 아니야?"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바람에 의해 은빛 머리카락을 날리며..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채로 엎어져 있는 쵸타로를 볼 수 있었다..
"이봐.. 쵸타로.. 거기에 엎어져서는 뭐하는 거야?"
시시도는 그렇게 물어봤음에도 꿈적도 안 하는 그를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다가가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 그를 바라보니.. 부실에서 공부를 하다 잠이 들었는지.. 그의 큰손에는 검은색 제도용 샤프 한 자루가 야무지게 쥐어져 있었고.. 베개를 벗삼아.. 문제집 한 권이 그의 밑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정말 깊은 잠에 빠져 있는지..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담은 표정이었다..
"바보녀석.. 아무리 졸려도.. 이런 곳에서 잠들면 되나?"
시시도는 그런 그를 약간은 핀잔하면서도.. 입가에서는 미소가 지워지질 안았다.. 그 이유는 뭘까? 그렇게 시시도는 자신도 모르게.. 라켓을 찾아야 한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변함없는 표정이기는 하지만.. 뭔가가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 보고 있었을까?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 나도 꽤나 관심 있는 머리카락이지만.. 이 녀석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항상 관리하는 나보다 머리 결이 훨씬 좋아 보인다.. 별 관리도 안 하는 것 같은데.. 햇빛에 빛나.. 상당히 부드러워 보이는 그의 머리카락을 한번 만져 보고 싶다.. 라는 충동이 치밀어 올라.. 이내 손을 그의 얼굴까지 올려보지만.. 망설임 끝에 그냥 손을 내리고 만다..
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은..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한번 손을 대려다가 못 되고 마니..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그의 머리카락 이였다..
그리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숨기고 있는 그의 반듯한 이마.. 그 밑에.. 항상 나이보다 어른스럽게 느끼게 하는.. 깊은 생각을 담은.. 그의 부드러운 눈동자.. 오뚝한 코.. 그리고.. 가끔 날 멈추게 만드는 그의 입술..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있으니.. 뭔가.. 상당히 만지고 싶다.. 라는 느낌을 더욱더 있었다..
원래 금기라 정해 놓은 것은 더 가지고 싶은 걸까? 만지면 안 된다.. 안 된다.. 할 수록.. 내 손은 더 주체하기 힘들어 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의 그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에.. 손을 넣어.. 정돈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게도 생각이.. 그리고 이성이라는 게 남아 있기 때문일까? 그가 깨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쳇 이 바보 녀석.. 왜 이런 곳에서 잠이 들어서 내 눈에 띈 거냐? 그리고.. 나더러 밖에 다닐 때 조심하라고? 그건.. 너나 해야겠다. 흥! 하지만.. 이 녀석.. 지는 힘이 있다 이거지? 나도 힘이라면. 어느 정도는 있는데.. 피!"
시시도는 어느 정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그의 얼굴에서 손을 때며.. 애써 빨게 진 얼굴을 감추려 하며.. 그런 말을 내 뱉는다.. 그러다가 생각한다.. 어차피 이 녀석은 잠들었고.. 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내가 왜 그랬지? 하며 그냥 서 있는.. 그이다..
아까 열려 있던 창문에서는 또 한 차례의 바람이 불어 들어 왔고.. 조용한.. 가벼운 바람이 잠들어 있는 그의 머리카락을 간지럼 태운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들을 정말 간지럼을 타는지.. 조금씩 움직인다. 쵸타로의 얼굴에서 그렇게 놀던 머리카락들은 이내 그 자리에서 떠나가질 않으려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내 시시도가 망설여 가며 정리해 준 머리카락들은 흐트러지고 만다..
"이 녀석.. 이렇게 되면.. 감기 들잖아.. 아무리 요즘 날씨가 아무리 포근해 졌다해도.. 자는 도중에 바람 맡는 건 안 된다고.."
시시도는 아무도 듣는 이 없어도 그리 말하고는 창문으로 가.. 문을 곧게 닫아 둔다.. 누가 밖에서는 다시 열지 못하도록.. 문까지 걸어 잠그고는..
"흠.. 근데.. 내가 여기에 왜 온 거지?"
라 말하고 있는 시시도의 표정은 정말 생각을 하는 듯한.. 고심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시선을 여러 곳으로 돌리던 중.. 그의 시선에는 자신의 라켓이 눈에 들어 왔다..
"아.. 라켓을 놓고 가서 다시 가지러 온 거였지?"
시시도는 그 라켓을 손에 쥐어 가방에 넣고는 목표는 달성 했다는 듯.. 이제 부실을 나가려고 몸을 뒤로 돌린다.. 그러다가 잠시 서더니.. 테이블에서 잠들어 있는 쵸타로에게 다가선다..
"후.. 이 바보야.. 내가 이렇게 해주는 건 순전히 감기 걸려서 나랑 복식 못하면 안되니까! 그렇기 때문이야!! 별 이유 없다고.. 제길.."
입으로는 험하게 말하고 있지만 행여나 그가 깰까 두려운 건지.. 깨지 안길 바라는 건지..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그는 그렇게 까지 말하고 머리를 약간 긁적이더니.. 아직 까지 입고 있던.. 레귤러 자켓을 벗어.. 잠들어 있는 오오토리에게 덮어 준다..
'그래.. 순전히.. 그가 감기에 들어 내가 연습을 못하게 될까봐서이다.. 이렇게 내 자켓을 빌려주는건.. 순전히 결국은 내가 좋기 위해서다.. 그런 거야!! 절대 쵸타로 녀석 좋으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고!'
라는 식의 생각을 마치자 마자.. 그는 부실 문 앞으로 당당히 걸어 나간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서.. 잠시 고개를 돌려 그를 보고는 한 번 미소를 짓고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간다..
방에 걸려 있는 은빛이 연하게 도는 하늘색 커튼 사이로는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어 들어오고 있고.. 내 옆에서는 나를 깨우는 자명종의 벨소리가 울리고 있다.. 즉.. 내게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리는 소리이다..
오오토리는 어느 때처럼.. 조금은 일어나기 싫은 듯한 표정을 하며.. 잠자리를 더 청하려 하지만.. 문득.. 오늘이 2월 14일.. 그 결정의 날이라는 생각이 들자.. 잠을 떨어버리고 일어나고 만다.
평소처럼.. 오오토리는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바쁜 부모님은 이미 출근하신 지 오래 전 일 테고.. 그 덕에 1층 거실로 내려온 쵸타로를 맞이하는 건 사람의 온기가 없는 차가운 거실을 뿐이다..
이미 너무 어릴 때부터 적응해 왔어도.. 아무렇지 않는다는 건 뭔가 어색할 지도 모르나.. 오오토리는 이제 이런 분위기에 적응 되서.. 이런 차가움 따위는 이미 오래 전 적응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 차가움이 크게 느껴져 온다.. 왜 그럴까? 그는 이상하게 오늘 따라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시시도 그에게 매달리는 건.. 항상 밝은 척.. 지내고 있는 건.. 이 외로움이 가져온.. 부작용이 아닐까?
후후.. 이만 생각할래.. 오늘은 별로 지각하고 싶지 않거든.. 그리고.. 이제 바쁘신 부모님의 얼굴은.. 잊은 지 오래인데 뭐..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다 하시는 분들이니까.. 그리고 나이 차이가 꽤 있는 누나는 미국으로 유학 간 후 내게는 연락이 거의 없는걸? 후후.. 정신 차리자..
그는 이제 학교 갈 준비를 시작한다.. 학교 갈 준비와 동시에.. 이내 굳어진 나의 표정을.. 원래 대로의 돌려놓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다른 때라면 모를까... 오늘은 발렌타이데이.. 시시도 상에게 밝은 표정으로 선물을 주고 싶으니까..
"아 오오토리 왔는가?"
"아.. 아토베 부장?"
어느 때와 같은 시간에.. 부실에 들렸다.. 번거로움을 싫어하기에.. 아예 아침에는 이 부실에 등교해서 가방을 두고 연습을 한 후 부활동이 끝나면 교실로 향하곤 한다.. 그리곤 오늘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부실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열쇠당번인 카바지 - 원래는 아토베였으나 카바지가 입부 한 이후 담당은 카바지에게 미루어졌다. - 밖에 없겠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카바지를 뒤에 세우고는 아토베가 먼저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흐음.. 오늘은 특별히 이 아토베님께서 너를 축하해 주기 위해 빨리 왔으니.. 감사해 하도록.."
"네? 무슨 축하요?"
"네 생일이 아닌가? 2월 14일.."
"아.. 제 생일 이였던가요? 아.... 맞군요.."
쵸타로는 아토베의 말에 조금 많이 의아해 한다..
오늘이.. 내 생일 이였던가? 하긴.. 생일을 잊고 산지.. 꽤 됐구나.. 하긴.. 기억해 주는 사람도 없는걸? 부모님조차.. 누나조차 잊고 지내는걸?
우리 가족은.. 원래 생일에 대한 감각이 무디니까.. 아주 어릴 땐 투정 부렸지만.. 그것이 곧..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이미 오래 전에 느껴 버렸으니까.. 그래도.. 전화 한 통화 없었다는 건.. 조금 서운한걸? 내가 사춘기.. 인 걸까? 항상 그러는 건데.. 서운하다니..
그래도.. 참 좋은 선배를 두었네.. 힛~ 설마 그 대단한 부장이라는 사람이.. 이 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선망의 대상 이였던 부장이.. 제일 먼저 말해주다니.. 이거 조금 의왼 걸?
근데.. 시시도 상도.. 기억해 줄까? 훗.. 오오토리.. 너무 많은걸 바라는구나? 시시도상이 기억해 줄 리가 없잖아.. 후훗..
"아.. 부장.. 챙겨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잊고 말았거든요.."
"후후.. 오늘은 네 생일이니.. 내 특별히.. 이몸의 미기에 취하더라도.. 용서해 주지.."
"네? 아.. 그러지는 안아도 되요.. 부장.."
"왜 그러는가? 후훗.. 아! 선물도 준비 해 두었어.. 아마 사상 최대 최고의 선물이 되고 말 거다.."
오오토리는 방금 전까지 아토베에 대한 고마움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조금의 불길함을 가지고 그가 건네주는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을 풀어 보니.. 한 50여장 정도가 되는 그의 사진 이였다..
"저.. 부장.. 이 사진들이.. 선물인가요?"
"그렇지.. 누구나 가지고 싶어서 안달인 것이지.. 후훗!! 어떤가.. 나의 미기에.. 빠질 만 하는가?"
"하하.. 부장.. 이 사진들.. 그냥 카미오상에게 전해 드리는 것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의 나르시즘은 -아토베.. 본인 앞에서 이 말을 하게 된다면.. 아마 경을 치게 될 것이다..- 끝이 없는 것 같다..
"흐음.. 나의 이 멋진 사진을 받지 않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난 선물로 정 레귤러 탈퇴를 고려해 보도록 하지.. 나 정도의 힘이면.. 너를 자르는 건 쉬우니까!"
"아아.. 아니예요.. 부장.. 이 사진.. 정말 감사히 받을게요.."
라.. 말하는 쵸타로 등뒤에서는 서늘한 식은 땀 한 줄기가 흘렀다.. 그가 하는 말을 어길 시에는 그것이 곧 진실이 된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아무리 실력이 높더라도.. 다시 정 레귤러로 돌아오는 것은 상당히 힘들 다는 것을.. 쵸타로..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침 부 활동은 끝이 났다.. 아침 부 활동때는 꽤나 혼란스러웠다..
아토베 부장 다음으로는 그 뒤를 지키고 있던.. 카바지 녀석이 어울리지 않게 선물을 건네 왔고..
그 다음으로는 폴짝폴짝.. 날아서 내게 달려드는 무카히 선배의 축하 공략과.. 선물들..
그리고 차분히 걸어와.. '축하한다..' 라는 간단한 말과 함께.. 가장 실용적인 선물을 주고 간 오시타리 선배..
그런 후 히요시 녀석이 선물을 주었고.. 지로 선배는 잠에서 깨어나.. '오오토리! 오늘 생일이지? 축하해.. 음냐.. Zzzz' 란 말 한마디를 하고는 곳 잠에 빠져들었다..
그 후 테니스 부원 중 200여 명중 약 2/3 정도에게 생일 축하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그래서 많이 놀랐다.. 말하고 다닌 적도 없는데.. 알고 있었던 점과.. 이렇게 생일을 누군가가 챙겨 준다는 것.. 상당히 놀랄 만하고.. 조금은 흥미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사실.. 내 생일 임을 알고.. 가장 기대하고 있던 건 시시도상의 작은 말 한마디였는데.. 그 많은 부원들이 네게 오는 바람에.. 말 한 마디조차.. 콤비네이션 연습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내가 바라는 건.. 시시도상과의 대화뿐이다..
어차피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오후 부 활동도 빨리 끝날 테고.. 발렌타이 데이라 부장도 빨리 갈 테니.. 연습도 빨리 끝날 꺼다..
그러면 시시도 상과 놀아야지~ 오늘을 위해.. 시시도상에게 초콜릿을 주기 위해.. 일주일 동안.. 많은 노력을 했으니까..
쵸타로는 이내 기분이 좋아져.. 텐션이 막 살아 나기 시작했다.. 오늘 4교시의 수업들은.. 아무래도.. 평소보다 집중이 안될 듯하다.. 아무래도 내 머리 속에는 방과 후 시시도상과 무엇을 할 지에 대한 계획들을 다시 한번 다져 보며 지내게 될 것 같으니까..
그러면서.. 참도 시간이 안 흐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 시시도사앙!!!!"
드디어 4교시 수업은 마칠 수 있었다..
다른 부들은 토요일은 다들 쉬지만 여전히 연습을 하는 테니스 부 부원들은 - 그 중 준·정 레귤러들은..- 연습을 위해 역시나 테니스 코트 장을 찾았다..
아침부터 시시도와 함께 하고 싶었던 오오토리는 종례가 끝나자 마자 부실로 달려왔지만 시시도는 조금의 뜸을 들인 후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오오토리는 복식을 핑계로..
빨리 와 놓고는 연습에 나가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아직 연습 안 갔냐?"
"시시도상이랑 같이 하려고 기다렸어요~!"
"나랑? 왜?"
"아.. 우리 복식 페어잖아요.. 오늘은 콤비네이션 연습을 조금 하고 싶어서.. 시시도상 기다렸어요!!"
오오토리는 시시도의 모습이 보이자 마자 그에게 쪼르르 강아지처럼 달려가서 같이 연습을 하자며 조르고 있다.. 하지만 시시도는 기분이 별로 인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야.. 너 나 졸업하면.. 복식 할거냐?"
"네?"
"복식 안 할거면.. 콤비네이션 연습 그렇게 많이 필요 없지 않아?"
"시시도상?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시시도상.. 혹시 제가 화나게 한 거.. 있나요?"
"넌 있다고 생각해? 없잖아.. 그치? 원래 내 성격이 이런 거 모르냐? 나한테 아무리 잘 해줘도.. 난 항상 이렇게 모진 거 모르면서 나랑 사귀자고 그랬어?"
"아.. 시시도상.. 죄송해요.. 저.. 이만 연습하러 나갈게요.. 아직은 추우니까.. 시시도 상은 추위 잘 타시니까.. 자켓은 꼭 입고 연습 나오세요.. 그럼 이만.."
끝내.. 보고야 말아야.. 내 속은 풀리는 걸까? 날 보며.. 꼬리 흔들며 좋아하는 강아지 같이 달려들던 녀석이.. 내 핀잔에 금방 풀이 죽어.. 시무룩해하며.. 저렇게 부실을 나간다..
이상하게.. 난 아무 것도 화난 게 없는데.. 말이 왜 이렇게 막 나가는 거지?
그래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조심해서 말하는 편인데.. 저 녀석 앞에선.. 그게 안 된다.. 그 녀석 상처 입는다는 거.. 잘 아는데.. 그냥 말이 헛되게 나가고 만다.. 조금은 미안해지지만..
이 개 같은 성격.. 어쩔 수 없나 보다.. 후.. 사실은 나.. 삐진 게 아닐까?
가장 먼저 생일 축하 해주고 싶은데.. 그 자리를 아토베 녀석에게.. 빼앗겨 버려서.. 후후.. 나 그렇게 속 좁은 인간 아닌데...
시시도는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살짝 지으며 쵸타로녀석 말대로.. 자켓을 잘 입고는 한 손으로 라켓을 들고.. 부실을 빠져나간다..
지금이라도.. 그가 원하는 대로. 복식 연습해야 할까? 라.. 생각하지만..
이놈의 이상한 자존심이 허락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새 부 활동 종료.. 어김없이 웃으며 다가오는 쵸타로 녀석이 보인다..
아까의 심한 말로,, 연습 도중 내내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듯 다가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부 활동 종료 후 어김없이 웃으면서.. 내 스포츠 음료까지 챙겨가며 내게 다가오고 있다..
"저.. 시시도상.. 오늘.. 저랑 같이 시간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주위에 있는 다른 레귤러들은 다들 부실을 바쁘게 나가고 있다.. 날이 날이라 그런지 다른 날에 비해 빨리 부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가는 그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알았다. 임마.."
시시도의 대답 한마디에 이내 씨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던 그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있다..
"어디로 가실래요? 시시도상?"
"어디긴.. 너희 집이나 가자.. 어디 한번 생일 상이나 얻어먹어 보자고! 어차피 다른 녀석들은 지들 데이트하느라 오지도 못하는데 그 녀석들 몫까지 내가 충실히 먹어 주마.."
그의 말에 조금은 생각하는 양.. 조금은 어두워진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저희 집이요? 아.. 네.. 가요.. 원하신 다면요. 근데.. 도중에 마트에 들려야 해요.. 같이 가 주실 수 있으세요?"
"마트? 그래 같이 가지 뭐.."
쵸타로의 집으로 향하는 중에 있는 대형 마트에 들어갔다...
"음.. 시시도상 뭐 드시고 싶으세요?"
"나? 아무거나 상관없는데.."
"아.. 그래도 말씀해 보세요.."
"말하면.. 네가 만들어 주게?"
"네!"
"으음.. 특별히 바라는 건 없고.. 치즈샌드위치?"
"시시도 상이 제일 좋아하시는 음식이죠? 그거라면 저도 만들 수 있어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그래.. 맛있게나 만들어라.. 근데 뭐 이렇게 많이 사냐? 너희 집에 음식 없어? 순전히 요리할 재료만 고르고 있잖아.. 너"
"아.. 시시도상에게 모두.. 제가 직접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요!"
"그거.. 다 먹어도 무방한걸 만들겠지?"
"에이.. 시시도상 너무해요.. 이래봬도 저 요리 잘한다고요~!"
"그 말.. 믿어도 되지?"
"그럼요!!"
"그래.. 알았다.."
시시도는 저렇게 밝은 녀석의 모습을 보자니 나조차도 기분이 좋아 졌다..
그들은 작은 농담을 조금씩 건네며 오오토리의 집으로 갔다..
"여기예요.. 시시도상.."
"이야.. 집 크다.."
"크죠? 하지만 별로 좋지도 않아요.."
"그래? 흠.. 지은 지 오래 되어 보이는데.. 구조는 별로 안 좋은 거구나.."
"훗.. 그렇다고 쳐두죠 뭐.."
오오토리는 대문 가까이로 가 열쇠로 문을 열었고.. 시시도는 쵸타로가 열어 논 그 대문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후훗.. 시시도상 인사 안 해도 돼요.. 어차피 아무도 없는 걸요?"
"아무도 없냐? 난 또.."
"아.. 이리로 들어오세요.."
"그래.."
시시도는 쵸타로가 안내해 주는 거실에 있는 쇼파에 앉았고.. 쵸타로는 그런 시시도를 보고 약간 웃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사온 물건들을 놓고 주스를 한잔 따라 시시도에게 건낸다..
"시시도상 주스 드세요.."
"그래.."
"음.. 혹시 배고프세요?"
"아.. 조금 아무래도 아직 점심 전이고.. 테니스까지 하고 돌아 왔으니까.."
"아.. 그럼 지금부터 제가 음식 만들어 드릴게요!!"
"근데 너희 부모님은 언제 오시는 거야? 네 생일이고.. 토요일이니까 조금은 빨리 오시지 않아?"
"그런가요..? 언제 오실 까요? 흐음.. 어쩌면 오늘은 오실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늘 오실 지 내일 오실 지.. 아니 오셔도 만날 수 있을지..잘 모르겠는 걸요?"
"어?"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제 생일인 것도 모르시거든 요.."
"설마.. 모르시겠어?"
"모르시는 게 당연해요.. 저도 오늘 제 생일인지 몰랐는걸요? 그리고.. 저희 집에서는 생일이라는 거 특별하게 여기지 않아요.. 어차피 태어나서 잘 살고 있는데, 태어난 날을 기념해서 뭘 하냐는 뜻이죠. 뭐.. 저도 이제 그게 적응되어서 전화 한 통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걸요?"
쵸타로의 표정은 전과 다를 바 없이 웃으며 말을 하고 있었지만 먼저 물어본 시시도는 괜히 물었다는 미안함에.. 어찌할 수가 없어 보인다..
"저희 집.. 많이 재미없죠?"
"엉?"
"그러니까.. 다음에는 시시도상 집에 초대해주세요~!!
그럼 전 음식 만들고 올게요.. 시시도상은 여기서 TV라도 보면서 기다려 주세요.. 금방 만들 테니까.."
"아.. 어 그래.."
- 띵동!
"음.. 누가 왔나봐요.. 흐음.. 올 사람 없는데..."
오오토리는 잠시 머리를 가우뚱.. 하고서는 현관문 앞에 있는 인터폰을 든다..
"저.. 누구세요?"
[오오토리 쵸타로상 집 맞습니까?]
"네.. 제가 오오토린데.. 누구세요?"
[아토베 케이고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아토베 부장이요? 아.. 네.. 들어오세요.."
"쵸타로.. 뭔데? 무슨 아토베야?"
"아.. 아토베부장이 뭔가를 시켰나 봐요.. 뭐지?"
그렇게 뭔가에 대해 조금 생각하고 있는데 이내 문을 열면서 몇 명의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들어온다.
"오오토리 쵸타로상!! 생일축하 드립니다!!"
쵸타로와 시시도가 뭔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는 사이에 그 아토베가 보냈다고 하는 사람들은 생일축하 노래 등을 부르며 그들이 앉아 있는 쇼파 앞 테이블에 케이크하나와 와인 이 담긴 바구니를 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를 하고 나갔다..
"케이고사마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나의 이 미기에 취하지 말라!' 그럼 좋은 시간을 보내세요.. 안녕히.."
그들은 마지막 말을 건네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갔고.. 그들은 뭔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거.. 아토베가 보낸 거.. 맞냐?"
"그런 것 같은데요?"
"근데.. 아토베 녀석이 웬일이지? 지금 지 애인하고 노느라 바쁠 텐데.. 너한테 이런 거나 보내주고.."
"그러게요.. 하지만 감사해야 겠는 걸요?"
"응.. 하지만.. 마지막 말은.. 좀 그렇다.."
"그러게요.. 역시 부장다운 말이었어요.. 나의 이 미기에 취하지 말라니.. 하지만 부장의 톤으로 듣지 않으니 뭔가 좀 색다르지 않았어요?"
"다르긴.. 개뿔이.. 야 요리하지 말고 앉아라.. 그냥 케이크나 먹자.."
"아.. 그렇게는 안되죠! 제가 만든 음식.. 안 드시고 싶은 거예요?"
"흐음.. 난 빨리 죽고 싶지 않은데?"
"아아 시시도상~ 설마 제가 시시도상에게 그런걸 드리겠어요? 잠시만요! 저 음식 만들어 가지고 올게요!!"
"그래.. 그럼 만들어 와봐.."
쵸타로는 약간의 콧노래를 중얼거리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쵸타로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시시도는 잠시 생각한다..
'아토베 녀석.. 고맙다.. 네가 이렇게 챙겨줄 줄은 몰랐지만.. 네 덕에 분위기가 한층 살아 난 것 같아.. 훗..'
시간이 지날수록 오오토리는 무얼 그렇게 만드는지 갈수록 맛있는 냄새는 더 짙어졌고.. 시시도는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쵸타로를 조금 바라보다가 이내 TV를 틀고 거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시도상.. 이제 다 됐는데.. 이제 좀 드시러 오실래요?"
"아. 그래.."
쵸타로의 부름에 시시도는 일어나 식탁으로 향하려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케익을 바라본다.. 역시 들고 가야겠지..
"쵸타로.. 이거 여기다 둘까?"
"아.. 네.."
시시도는 식탁 위 중앙정도의 자리에 케익을 두고 그가 만든 음식들을 바라본다..
"이야.. 보기에는 아주 장관이구나.. 맛은 못 믿겠지만 보기에는 아주 맛있을 것 같아...."
"맛도 좋다고요~ 시시도상! 이리로 와 앉으세요.."
"잠깐만.."
시시도는 케익에 있는 촛불에 불을 붙여 나가기 시작한다.. 긴 초 하나와.. 네 개의 작은 초들에..
시시도는 생각한다.. 기왕이면 케익 정도는 아토베녀석이 아니라 내가 사주고 싶었는데.. 이미 선두를 놓쳐 버린 듯하다.. 그리고.. 내심 내 연인을 챙겨주는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쵸타로.."
"네?"
"생일 축하한다.."
"고마워요.."
"제일 먼저.. 축하해 주고 싶어서.. 학교에 제법 일찍 왔는데.. 이미 아토베 녀석에게 선두를 빼앗겨 버렸더라고.."
쵸타로는 밝게 웃으면서 꽤나 큰 선물 덩어리를 내게 건내 왔다..
뭐가 그렇게 큰지.. 단순한 초콜릿만은 아닌 듯하다..
시시도는 그가 준 그 선물을 받아.. 정성껏 포장한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뜯어갔다..
"이게 뭐야?"
그가 뜯은 포장지 안에는 꽤 큰 상자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자를 열어 보니 하늘색 캡 모자 하나와 손으로 손수 뜬 것 같은 목도리 한 개.. 그리고 초콜릿 한 상자가 있었다..
"흐음.. 이게 다 뭐야?"
"뭐긴요.. 시시도상에게 드리는 선물들이죠.. 참! 그 목도리.. 그거 뜨느라 저 죽는 줄 알았다고요.. 제거까지 두 개 만드느라.."
"니꺼?"
"네!! 시시도상과 같은 목도리.. 하고 싶어서요.. 그 초콜릿은.. 제가 다 손수 만든 거니까.. 꼭 드셔야 해요!!"
"아.. 그래 고마워.. 근데.. 힘들지 안았냐?"
"너무너무 힘들었죠.. 그래도.. 시시도상께서 기뻐해 주실.. 그 모습만 생각했어요~"
"자식.. 그래서 이번 주에 그렇게 바빴냐?"
"아.. 네.. 이번 주는 거의 시시도 상을 못 데려다 그려서.. 너무 슬펐어요.."
"나도 바빴는걸 뭐.. 근데.. 이번 주 네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야? 한 주 계획.. 미리 짜서 실행하는 거 아니었어? 그거 어기면 잠도 안 잔다고.. 저번에 들은 것 같은데.."
"물론.. 다 했죠.. 공부도.. 테니스도.. 취미도.. 그리고 사랑도.. 무엇하나 놓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욕심 많은 녀석.."
"훗.. 이제 알았어요? 저.. 욕심 많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라고요.. 무엇하나 놓고 싶은 것이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는 거예요.."
"이그.. 나보다 더 어른인 것 같다.. 너는.."
"핫.. 그런가요? 에이~ 그래도.. 전 시시도상이 더 믿음직스러운 걸요?"
"뭐가.. 그나저나 음식 다 식겠다.. 어서 먹기나 하자고.."
"네~ 아.. 이거 치즈샌드위치예요! 시시도상이 제일 좋아하시는 음식이죠?"
쵸타로는 그 치즈 샌드위치가 담겨 있는 접시를 시시도 앞에 가져다 놓으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시도는 그 중 하나를 들어 베어먹는다..
"의외네? 맛있는걸?"
"그 봐요.. 제가 잘 만든다고 했잖아요.. 특히.. 시시도상이 좋아하시는 음식인걸 안 이후로.. 더 노력했다고요.. 선배 입맛에 맞게 맛있게 만들고 싶어서요~ 자.. 다른 것도 드셔 보세요.."
"알았다.. 쵸타로.."
그렇게 서로 권하며.. 먹으며.. 재미있게 놀면서.. 식탁에 있는 그 많던 음식들을 차례차례 먹어 나가기 시작했다..
다만.. 쵸타로 그 솔직한 녀석은..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시시도상만큼은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란 말을..
입 밖으로 내 놓지 않았지만 속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 벌써.. 8시네요.."
"아.. 그래? 나 그럼 이만 집에 가봐야 겠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면 안 되요?"
"안돼.. 엄마한테 말도 안 했단 말야.."
"전화하시면 되잖아요.. 시시도상..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면 안될까요?"
쵸타로는 정말 비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을 하고 있다..
이렇게 까지 그가 부탁하면 어쩔 수 없다.. 애써 강한 척 하지만.. 나.. 저 녀석의 저런 모습에 약하다..
혹시 저 녀석 내가 저런 모습에 약한 거..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설마..
"알았어.. 안 갈께.. 그렇지만 조금 있다가 나 갈 꺼야.."
"네! 고맙습니다!!"
"흐음.. 이제 뭐할까?"
"뭐 하시고 싶으세요?"
"나.. 네 방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아.. 제방이요? 그럼 오세요.. 제방은 2층이거든요.."
시시도는 쵸타로의 뒤를 따라 쵸타로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신의 방과는 너무 달라 보였다..
정말.. 이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 방이라고는 생각하기 조금 어려울 정도로 정돈이 잘 되어 있었고.. 방의 많은 부분을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방 예쁘다.. 치.. 내 방이랑은 정 반대로.. 참 깨끗하네.. 하긴.. 네 성격으로 이 정도 정리는 기본이겠지?"
"아.. 그거 칭찬이에요?"
"응? 네가 알아서 생각하라고.. 이 정도는.."
"네~!"
시시도는 방 가운데 지점에 위치한.. 테이블의 의자에 앉았고.. 쵸타로는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끌어와 그의 앞에 앉았다..
"근데.. 쵸타로.."
"네?"
"너.. 저 악기들.. 다룰 줄 알아서 갖다가 논거냐? 아니면.. 그냥 폼이야?"
"훗.. 설마 다룰 줄도 모르는걸 가져다 놓았겠어요? 방만 차기 하게.."
"아토베라면 가능한 일이야.."
"아.. 그런가요?"
"응.. 근데.. 너 악기 잘 다뤄?"
"으음.. 어느 정도는 자신 있죠.."
"그래?"
"네.. 한번 해볼까요?"
"그러던지..."
"후훗.. 잘 들어보세요.."
오오토리는 시시도를 한번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앞에 앉았다.. 두 가지의 악기 중 그가 선택한 것은 피아노였나 보다.. 몇 번.. 피아노의 건반을 조금 눌러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시시도를 바라본다..
"시시도상.. Robin Spielberg의.. Because Of You란 음악이에요.."
쵸타로는 다시 고개를 돌려 피아노 건반을 한번 보더니.. 평소에도 즐겨 치는 곡인지.. 눈을 조용히 감는다.. 그리고 곳.. 그의 손가락은.. 아름다운 선율의 무언가를 그려낸다..
파워 풀한 스컷트 서브를 칠 때의.. 스포츠를 즐길 때의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상된다..
부드러운.. 음들을 차례차례 정리 해 나간다는 기분을 들게 하는 그의 피아노 소리는.. 참 좋은 느낌을 전해 주었다..
다른 연주곡에 비해.. 조금은 많이 짧다는 느낌을 주는 건.. 깊게 그 음에 빠져 있던 시시도의 생각이기도 했지만, 곡 자체가 원래 짧기도 했음이라..
"괜찮은 음이죠?"
"응.. 그래.. 괜찮은 음이야.. 그리고 꽤 잘치는 걸?"
"아.. 칭찬해 주시는 거예요? 훗.. 저 더 연습해야해요.. 아직 한참 멀었다고요.."
"겸손하긴.. 멋졌다.. 좋았어.."
남을 칭찬하는 행위가 조금은 힘든.. 시시도 일까? 시시도는 그렇게 쵸타로를 칭찬하면서.. 약간의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쵸타로는 그 모습을 보진 못한 것 같다..
"맞아... 나도..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아.. 정말요?"
"후.. 그래.. 생일 축하한다.. 난 발렌타이 같은 행사는 안 챙겨.. 그냥 네 생일 선물이다.."
"와~ 시시도상이 주시는 거면.. 아무거나 좋아요!!"
"이그.. 뭐가 그리 좋다고.. 항상 이러는 건지.."
"당연히 시시도상이 좋은 거죠!!"
"이젠 적응 되서.. 아무렇지도 않아.."
"아.. 정말요? 에이.. 그럼 다른 말을 찾아야 하나?"
"넌 내가 놀라는 반응이 좋은 거냐?"
"헤에.. 설마 그럴리가요~"
"이그.. 이게 선물이다.."
"와~ 감사히 받겠습니다!!"
쵸타로는 밝게 웃는 얼굴이 되어서 시시도의 선물을 풀어 보았다..
"와~ 이거 목걸이네요?"
시시도가 준 선물 안에 들어 있던 건.. 은으로 된.. 십자모양의 팬던트가 달린 은색의 목걸이였다.. 거기다가.. 그 목걸이는.. 두 개..
으아아 너무 깜찍하군요~! 그리고 시시도상의 맨트 좋았어요! "다음 연도도.. 그 다음에도.. 계속 같이 보내 줄 테니까.. 혼자 쓸쓸하게 보내지 마라..."하고 "고맙다고.. 하지마... 당연한 거잖아.. 네 곁에.. 내가 있는 건.." 이부분 크~ 감동입니다 감동!! 그럼 건필하세요
첫댓글 걱정마 쵸타로 ;ㅂ; 1년후면 효테이고등학교 입학해서 더 엄청난 닭살을 떨수있다!! [<-즐]
아.. 길어서 힘들었어요.; 중간중간의 오타는 애교~찡긋.[죽어!]./ 시시도는 오오토리를 은근슬쩍 챙겨주는군요. 자기 최면을 걸면서. "절대로 너를위한게 아냐!" 후훗.. 귀여워요!![탕!]./
으아아 너무 깜찍하군요~! 그리고 시시도상의 맨트 좋았어요! "다음 연도도.. 그 다음에도.. 계속 같이 보내 줄 테니까.. 혼자 쓸쓸하게 보내지 마라..."하고 "고맙다고.. 하지마... 당연한 거잖아.. 네 곁에.. 내가 있는 건.." 이부분 크~ 감동입니다 감동!! 그럼 건필하세요
아윽, 정말이지 이둘으은ㅠㅠ 긴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읽으면서, 모에모에 두근두근 도키도키모드가 되어버려서vv 아욱, 좋아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