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011]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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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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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우리 이래서 컴백무대고 뭐고 다 망하게 생겼어!"
한여름의 더위에 짜증을 내며 아이스크림을 물고 괜히 투덜거리는 강한율..
아마 그 더위는 모두들 공감할 만했다.
"아, 몰라. 컴백무댄지 뭔지.. 더워 죽겠구만. 연습실 좀 바꾸면 안되냐?"
"휴.. 여기도 엄청 빌어서 구한 곳인데, 휘렴이 니가 구할꺼면 난 대찬성!"
"꺼져봐, 반하운"
"다들 다시 시작하자!"
반하운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러나 모두들 더위에 절어버려 의아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지만.
"응!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하운 오빠도 열심히 한다고 하잖아"
역시나 그렇듯 주연이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반하운 편을 들어주었다.
반하운 바보새끼. 좋아하는 거 그거 한번 못알아주고 그러냐.
누구는 없어서 사랑못하는데. 누구는 그 사람이 사라져서 사랑 못 하는데.
하지 않는게 아니라 못하는 건데.
"어이, 강한율. 빨리 드럼채 잡아라"
한휘렴은 베이스를 잡고 강한율을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모두들 그렇게 아무말 없이 자기 자리로 가서 악기를 잡아들고 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드럼채가 서로 맞부딫혀 소리를 내고, 베이스와 일렉이 서로 맞추는 그런 소리.
신디와 드럼이 서로 주고 받는, 그런 소리
천국.
의자를 빼고 일어나 조용히 밖으로 나가버렸다.
악기소리때문인지, 집중력 때문인지 모르지만 내가 나가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냥, 잠시 듣는 것을 미루는 것 뿐. 완벽하게 천국과 하나가 되는 그 음악이 뭔지.
그게 뭔지 제대로 알기위해 잠시 듣는 것을 미루는 것 뿐이다.
"미안, 나 지금 너무 행복해. 그래서 미안해. 미안해"
발걸음을 돌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혜윤이 있는 그 곳으로.
내가 또 다시 한번 상처를 줘버렸던 그 장소로.
10년 후면 왠지 내가 있는 이 주위는 모두 슬픈 추억의 장소로 변할 것만 같다.
병문앞에서 머뭇거리기를 몇분쯤이나 했을까. 아니, 머뭇거릴 필요도 없었고 여기 올 이유도 없었는데.
여기 온 건 왜였을까..
"어! 소연이? 소연이 맞지?"
반대편에서 불려지는 내 이름에 신혜윤일까 걱정했지만 그 목소리는 들어봤지만 많이 들어보지는 못한 목소리.
강제전학 되어버린 새한고 우리반 내 옆에 앉은 그 귀찮은 여자아이.
그리고 그 귀찮은 여자아이를 심드렁하게 쳐다보다가 뒤를 돌려고 하면,
신혜윤이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아, 젠장"
곧장 그 귀찮은 여자쪽으로 걸어가서 손목을 붙잡고
신혜윤이 오는 정반대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소연이 맞지? 너 어디 아픈거야? 병원에 왜 왔어?"
"....."
"소연아, 너 진짜 어디 아파? 그리고 우리 왜뛰어?!"
"그 나불대는 잘난입"
"응?"
"한번만 더 지껄이면 입 꼬매버린다"
살벌하다 못해 무섭기까지한 말을 들은 그 여자얘는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깐 난 너같은 얘 싫다고.
순정만화에나 나올법한 큰 눈으로, 금방 울음이라도 떨어질 듯한 그 눈망울으로.
하얀 얼굴로 세상 모르는 듯한 그런 얼굴로 쳐다보는 그런 너가 싫어.
물들어버릴꺼니까.
나랑 있으면 얼굴색도 잿빛으로, 눈빛도 차갑게. 미소는 냉담하게 바뀔꺼니까
물들어버린다는거. 그거 아주 쉽게 동화되어버리는 거 아주 잘아니까
"하하, 소연이는 농담도 잘해!"
"농담따위 안키워"
"네 눈, 슬퍼보여. 네 마음, 아파보여 소연아"
"피식- 알면 꺼져. 그리고 소연이라고 한번만 더 부르면 진짜 가만 안둬"
그렇게 반쯤 열린 문을 밀고 병원을 나와버렸다.
피했다. 피해버렸어.
더이상 내 모습 보이기 싫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귀찮다고. 너같은 얘, 싫어. 귀찮아 미치겠어.
애써씌운 내 가면을 억지로 벗기려는 것만 같아서, 감춘 내 모습을 억지로 밝혀내려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싫어.
"미친- 뭘 바라고 여길 온거야."
그렇게 나는 또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니, 피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습관적으로 나는 HEAVEN의 연습실에 들리게 되었고,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연습은 꽤 잘 되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D-1.
"악, D-1이다! 나 심장 떨려서 쇼크사로 죽는거 아냐?"
"그러지마! 그러면 공연 못한단 말야!"
"빙신들-, 웃기고 자빠졌네"
쇼크사로 떨려 죽을것만 같다고 하는 강한율과, 맞춰주는 반하운. 그리고 옆에서 콧방귀나 뀌고있는 한휘렴.
그렇다. 공연은 내일.
내일 천국과 그들이 하나가 되는 시간.
"하,하운오빠! 나 얘기할 거 있어."
"응? 뭔데?"
"모두들 잘 들어..하운오빠는 특히 잘들어야 되고"
"좋아해, 좋아해 반하운"
"왓, 뭐야뭐야! 반하운 이새끼, 너 고백받았어! 들었냐? 좋겠다!"
옆에서 강한율이 말도안된다는 듯이 소리쳤고, 모두들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모두의 눈길이 그 둘에게로 쏠려버렸다.
"반하운이 뭐냐, 하운오빠지 임마"
"사귀자, 반하운."
"싫다 뭐. 너는 이쁘지도 않지, 섹시하지도 않지, 그리고 무엇보다..흐음, 반항적이야. 반하운이라니."
반하운은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장난스럽게 되받아쳐버렸다.
그리고 주연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지만
"나, 포기 안한다!"
"공연 하루전에 사랑싸움 보러 온줄 아냐, 연습할 거 아니면 나 간다."
"소연이 누나! 왜 피해? 우리 음악, 우리 노래 한번도 들은 적 없잖아. 오늘은 듣고 가!"
"나 설득시킬 시간동안, 주연이한테 더 신경써. 그리고 너희 노래는..내일보려고"
"진짜? 내일 공연장 올꺼야? 응? 진짜? 진짜지!?"
"시끄러-"
"엑! 정말? 소연이 누나가 온다고?!"
"빨리 연습이나 해라"
제일 싫어하는 목소리가 귓구멍에 박히고,
신요한이 일렉 소리를 내면서 집합하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에이씨, 여기는 경력순이야! 그러니깐 형은 내 후배지!!"
"웃기고 자빠졌네, 경력순이고 뭐고 니 학교 선배다 임마"
"참나! 나 학교 바꿨어! 이제 새한고 다니거든!"
"지랄, 강전이지 임마. 바꾸긴 뭘바꿔. 연습이나 해"
강한율이 자기가 선배라고 떵떵거리고 있었고,
그런 강한율을 가소롭다는 듯이 강한율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아버리는 신요한.
"흥! 그래도 내가 더 잘할껄?"
"아, 알았어! 니 잘났으니깐 연습하자고! 소연이도 온다잖아 내일"
"애칭 붙이지마 기분 더러우니까"
"혜윤이도 부를까?"
"뭐?"
"내동생 혜윤이도 부를까라고 물었는데?"
"맘대로해라, 난 상관없으니까"
"누,누나! 잠깐만!"
"뭐냐"
"VIP특별석. 콘서트같지! 콘서트같이 해보려고 특별석 만들었지롱"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 몇개가 떠다니고, 왼쪽 상단에 HEAVEN이라고 흘려쓴 글씨체가 먼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몇시, 어디서 열리는 지 까지도 세세히 나와있었다.
"11시다, 놓치면 안되!"
"알았어 임마"
"잠깐만-"
"뭐"
"하연이도 같이 데리고 와라"
가려고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한휘렴이 내 앞을 막아섰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불러세우는 한휘렴.
그리고 티켓한장을 더 내게 내밀었다, 웃긴자식.
"니가 직접 줘"
"아, 그냥 니가 같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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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2]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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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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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아~ 소연아~ 이모왔다!!"
"어? 소연이 안녕, 하연이는?"
"수업"
"아, 밥 먹었어?"
"아니, 생각 없어"
반항끼가 묻어나오는 말투를 감추지 못한채 툭툭 내뱉어버렸다.
이모는 익숙한듯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휴, 요즘 K그룹한테 밀리고 있어. 다들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원"
"권력이 그렇게 좋아?"
"그럼, 좋지. 다만 치고 올라가는게 힘들 뿐이지"
"그래?"
"왜, 갑자기 후계자에 관심이 생겼어?"
갑자기 짐을 풀던것을 멈추고 내가 앉아있는 의자 옆에 앉아 궁금하다는 듯이 내게 물어왔다.
내가 후계자에 관심이 있을리가..
헛된 궁금증을 품은 채 나를 큰 눈으로 바라본다, 아. 부담스럽다니깐.
"그냥. 요즘 우리는 어떤데?"
"H그룹은, 경제도 별로 안좋고..아무튼 조금 문제가 커졌어. 그 쪽 후계자가 또 나타났다고 하더라고"
"또?"
"아니, 정확히 말하면.양아들이라고 해야하나"
양아들? 미쳤군. 후계자가 없어 K그룹 사장이 양아들을 키우다니.잔인하군, 정말
자기 친 아들의 행방은 궁금하지도 않는지, 찾아본다는 소문 한번 없이 양아들을 데려다 키운다니.
고로, 그 양아들이 후계자가 된 다는 말이지 않는가.
"전 후계자는?"
"아무도 어떤 일로 사라졌는지 몰라. 죽은건가..?"
"....."
"아으, 피곤하다.. 잠깐 먼저 쉴게!"
"어"
몇분이 지났을까, 계속 허공을 응시하며 후계자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듯 하던 차 였다.
그때 문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하연언니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모의 신발만 보고도 어찌나 웃음이 귀에 걸리던지.
"어! 이모 왔어?"
"응, 지금 쉰데.. 나중에 가봐"
"에이, 나 할말 많았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면 되잖아"
"응 그래야 겠다"
순간 멈칫했다. 내가 한 말에서 비롯되는 모든 끔찍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듯 해서. 나중이라는 말, 참 무섭지.
나중에 무슨 일을 하던, 그 상대방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다 끝나버리는 일
나는 피해자였어, 이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나중에'라는 단어의 피해자.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 한마디..
그 단어를 '나중에'라는 단어로 덮어버린 채 결국 후회하게 되버린 피해자
결국 그 단어는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뿐, 입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사랑해' 라는 단어는.
다음날 정말 진화고의 축제 열기는 대단했다.
이 주위에서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던 알수없는 고등학교 교복들이 눈에 띄었고,
남녀불문하고 여러 학생들이 진화고로 몰려들었다.
"에이씨-, 새한고만 빼고! 이 아줌마가 어딜 만져! 새한고만 빼고 못들어간다고!"
저 멀리 강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강한율, 반하운, 그리고 한휘렴이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하는 건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쯔음, 강한율이 빨간색 확성기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강한율의 확성기에 '선도'라고 붙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것들이 선도는 아니겠지.
강제전학간 녀석에, 자칭 염색체 부족하다고 머리 물들인 녀석, 한마디 말 안해도 딱 '나 좀 논다' 하는 포스 풍기는 녀석.
그런 세 녀석이 선도라니..애당초 고민할 거리조차 되지 않는 생각이다.
"진화고 축제지, 너네 축제냐?! 이만 바이바이 하자고! 악-, 밀치지마 하마야!"
이곳에 아줌마고, 하마가 어디있는지 모르겠지만 강한율은 멋대로 별명을 지어 불평을 하고 있었다.
반하운은 애교작전인지 모를 작전으로 달래서 내보내려는 심산인듯 하고,
한휘렴은..그놈의 포스란게 뭔지, 그의 주위에는 개미한마리 다가서지 않았다.
"이 아줌마야, 못들어간대니깐!"
"누나들, 오늘 우리 공연 취소됬거든? 그러니깐 나중에 와라! 알겠지?"
"아니 왜, 새한고만 받는데? 우리학교가 새한고보다 더 가까워 하운아!"
"맞아, 학교끼리 무슨 동맹이라도 맺은것도 아니고, 누나는 한율이랑 친하니까 받아줘라- 응?"
그 밖에도 여러가지 불만과 부탁이 쏟아져나왔다.
친하니까 들여보내달라는 둥, 아는사람이 진화고에 있어서 그렇다는 둥 자기 의견 늘어놓기 바빴다.
나는 저 만치서 그들의 실랑이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이 아가씨야, 막고있는거 안보이냐? 따라와"
갑자기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한휘렴은 강한율과 반하운을 가리키더니,
한심하다는 듯 나를 데리고 학교 뒷문으로 들여보냈다.
무서운 자식, 쥐도새도 모르게 와서 멋대로 끌고 학교 뒷문으로 향한다.
"니때문에 새한고만 들여보낸다고 해서 이고생이거든"
"누가 그러라 그랬냐, 그리고 어디서 반말이야 싸가지 없는 자식아"
"싸가지는 댁이 더 최강이야"
그렇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비웃음을 날리며
겨우 들릴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기분나쁜 놈.
"하연이는 왔냐?"
"내가 그 표 전해줬을꺼라 생각하냐?"
"어"
"미친놈, 잠깐 어디 들렸다 온대"
"반하운이 남주연 말고 한소연 좋대"
"그래서"
"넌 반하운 어떻게 생각하는데?"
"눈물냄새 나는 사람"
"끝?"
"끝"
아니, 사실은 잘 몰라. 사실은 끝이 아닐지도 몰라.
잘 모르겠어. 내마음.
그에게서 났던 눈물냄새랑 너무 동일해서. 그래서 마음이 흔들린 걸 지도 몰라.
자기합리화 시키고 있는 걸지도 몰라. 정말..내가 왜 이렇게 되버린거야.
동화되어버렸어. 제길스럽게도.
그가 내게서 떠났던 날을 기억한다.
눈앞이 온통 핏물로 물들어버린 시각에서, 죽어버린듯 표정없는 얼굴을 하고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던 그를 기억한다.
눈물공장이 터져버려, 그 후에는 고장나서 다시는 한 방울도 나올 것 같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악몽처럼 되살아날것만 같아,
다시는 그 상황을 떠올리기도..다시 그런일이 반복될것만 같은 일도 모두 피하고만 싶은 그런 한장면.
말로 다 못할만큼 증오심과 배신감으로 차오르던 그 순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그리고..반복하고 싶지 않아, 그와 했던 일.그와 함께 했던 모든 일들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첫사랑아,
이제는 안녕이라는 선택을 앞두고 절벽앞에 선 것만 같아.
한번만 더 건드리면..결별이라는 곳에 떨어질수 있을까.
바라고 있는 걸까, 이한아 나 말도 안되게 결별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그래버린 걸까..? 안되지? 그러면 안되는 거였지? 근데, 마음이 좋대.
이한이 너랑 비슷해서가 아니라, 너랑 똑같은 눈물냄새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좋대. 사랑하는 건 아닌데, 그냥 보면 웃음나고 그냥 같이 있으면 행복하대.
어떡할까, 나 어떡하면 좋을까. 좋아져. 자꾸만 좋아지게 만들어. 처음부터, 원래부터 강이한이었는데.
모든것은 강이한 부터 시작해서 강이한으로 끝났는데.
반하운으로 시작한대.
눈을 감았다가 슬며시 뜨면 너가 환한 미소로 웃고 있을 것만 같은데. 그럴것만 같은데.
"야, 한휘렴! 혼자 농땡이 피우니까 좋냐?"
언제들어온건지 강한율이 앞에서 씩씩대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반하운도 들어왔지만.
"한소연 와서 여기서 기다렸지"
"그럼 문자라도 날려야지! 흥이다, 한휘렴"
"하연이 누나는 안왔어?"
반하운이 나에게 궁금한듯 내게로 시선을 옮겨 물어보았다.
왜그럴까, 뭔가 어색한 이 느낌은. 넌 그저 눈물냄새가 나는 사람일 뿐인데.
어째서 그 이유만으로도 거북할까. 이 감정이 거북한 건 맞는걸까.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껄?"
그때 한휘렴 핸드폰이 울렸다, 아마 하연이 언니인 것일까.
울리지 않는 내 핸드폰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럴까, 그런 기분이 드는건.
모두가 정말 나를 떠나간다는 그런 기분이 드는 건 그저 착각인 걸까.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계획했던 일인데.
막상 그 상황이 닥쳐오니 마음이 아프네. 더군다나 이한이 너랑 같은 사람이 내 마음에 멋대로 들어와버려서.
"여보세요, 어. 도착했어? 그럼 거기서 기다려 내가 나갈께. 어-"
그렇게 짧은 통화를 마치고 나갔다 온다며 손짓을 하고는 조용히 강당을 빠져나가는 한휘렴.
그리고 내 옆을 스쳐지나가며 조용히 나에게 던진 한마디
"잘 생각해, 아까 했던 말. 걔는 진심이다"
'잘 생각해, 아까 했던 말. 걔는 진심이다'
'잘 생각해, 아까 했던 말. 걔는 진심이다'
'잘 생각해, 아까 했던 말. 걔는 진심이다'
'잘 생각해, 아까 했던 말. 걔는 진심이다'
뭘 잘 생각하라는 건지. 대체 뭐가 진심이었다는 건지.
못들은 걸로 하자 한휘렴.
너랑 나, 그리고 이 적막만이 했던 말을 기억하는 거일테니깐.
이쯤에서 멈추자. 이런 얘기도, 이런 상황도. 다 멈춰버리는 거야
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끝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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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3]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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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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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아"
"죽을래, 어디서 반말이야"
"윽, 휘렴이는 그렇게 불러서 나도 해본건데..씨.."
강한율은 한휘렴이 나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부러웠었던 걸까,
결국 강한율 삐져버렸지만.
"으아, 떨려! 한율아.. 나 진짜 떨려 미치겠어!"
"응?, 응응! 나도나도. 쇼크사로 어제 죽을것만 같았는데 오늘은 너무떨려서 쇼크사도 못할것 같아"
"아니, 그거 말고. 심장이 떨린다구!"
"응? 뭐야, 반하운 너 설마-..나 좋아해?"
"미쳤냐! 너 말고. 아 있어, 몰라 몰라!"
슬쩍 반하운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얼굴만 빨개져서 연신 몰라몰라 소리를 외친다.
그리고 그 모습이 흥미로운 듯 계속 주시하는 강한율.
하연이 언니를 마중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나가보니 사람들은 아직도 강당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제는 선도부원이 아닌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막고 있었다.
오늘따라..날씨가 흐리다. 마치,비가 올 것만 같잖아.
그렇게 생각한지 몇초쯤 되었을까, 빗방울이 뺨에 톡-하고 떨어졌다.
'톡..토톡-'
빗방울이 떨어져 울음소리를 내고,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운동장에 물웅덩이가 금방이라도 생길 것만 같았고, 마음도 눈물웅덩이가 생길 것만 같았다.
"이한아..울어...?"
.................................
.....................
"누나! 소연이 누나! 어디가!! 하운이 아까 누나 찾으러 간다고 해서 나갔는데?"
"잘 말해줘. 나 간다"
"아 진짜, 어디가! 이제부터 소연이라고 안할께! 이거 우리 존나 열심히 한건데?! 이래도? 이래도 갈꺼야?"
"..미안-"
"오늘 특별한 날인데! 오늘 반하운한테는 진짜 특별한 날인데도? 갈꺼야?"
안될꺼란 거 안다.
그치만 너희들하고 약속한 것보다 훨씬 전, 몇년 전에 약속한 사람이있어.
비가 올때는, 무조건 달려가겠다고.
그렇게 약속한 사람.
열심히 했다고, 컴백무대니까 특별한 거라면서 계속 걸음이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강한율.
그리고 그 옆에서 그저 피식피식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대는 한휘렴.
이제는 한휘렴 옆에서 자리잡고 있는 걱정하는 하연언니.
그래도 갈래, 나. 모든 사람을 잃어도, 모든 사람과 헤어져도. 그래도 갈래, 나.
다시 내곁으로, 다시 처음처럼 시작될 거 라는 생각. 그거 버린지 오래고 추억도 바랜지 오래야.
근데 그래도 갈래. 그래도 가고 싶어 나.
미안, 똑같은 눈물냄새가 나는 또 다른 강이한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어, 누나?! 어? 씨, 몰라! 난 몰라, 아 몰라!"
"피식-. 웃기고 자빠졌네. 한소연..지랄하고 앉아있네."
* * *
이한아, 요즘들어서 비가 많이 와.
반하운이 내 일부를 차지할때마다, 마치 너를 되새김질 하듯.
많이 추울텐데, 많이 외로울텐데.
"내가..내가 너무 많이 미안해. 근데 이한아,너 나한테 다시 돌아올꺼 아니지?"
"................."
"돌아오지 않는게 아니라, 돌아오지 못하지..?"
내가, 내가 너무 많이 미안하긴 한데..그런데 이한아,
나 앞으로 미안해야 되는 일이 너무나도 많은 데 어떡해야 할까
너는 웃으며 용서해줄까..? 아니면, 그저 대답없는 적막을 선물해줄까.
가지고온 가방 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빗속으로 울렸지만,
받을 생각조차 없을 뿐더러, 머리도 복잡해져 왔다.
그러나 쉽게 끊어지지 않는 벨소리에 결국 핸드폰 플립을 열어 귀를 갖다대게 만들었다.
"....."
-......
"누구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잘 못거셨-"
-반하운의 18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
-아까 말해주려고 했는데, 왜 그냥갔어. 오늘 반하운 생일이란말야. 생일파티이었는데, 공연.
"뭐?"
아직도 추적추적 비는 그칠듯, 안그칠 듯 그렇게 빗방울만 우산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만 있는 그 장소에서 내 목소리가 메아리 치고 있었다.
마치 되묻는듯이.
-반하운 우리 밴드맴버리더니까, 그래서 공연한거였는데 가버리면 어떡해. 그러면 하운이 아프잖아. 누나
"......"
-누나한테 노래 들려주고 싶다고해서 공연한 거 였는데...이러는거 이한이 형도 싫어할껄
"니가..강이한을 어떻게 알아"
-..저번때, 이한이 형 산소 갔을 때 누나가 있었던 병원. 내가 아는 형 병원이야"
"들었어?"
-.....공연 오후타임으로 미뤘어, 그러니까 1시간안으로 와. 수원에서 여기까지라면 그리 멀지 않을꺼니까
내가 강이한 산소에 왔는건 어째서 귀신같이 알고있는 건지.
대체 내가 또 왜 이들에게 휘말려야 하는 건지.
"나랑, 반하운이 한 얘기..다 들었냐고 물었잖아, 강한율!!!"
-..끊을게 누나
"말해, 당장!"
끊어진 핸드폰을 부여잡고 그렇게 계속 대답없는 고함만 쳤다.
이건..정말 아니잖아. 단단히 꼬였다. 이건 아닌데. 이건 정말 아닌데.
이한아, 나와 너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다른 사람이, 나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마구 파헤쳐 버리는 것만 같아서..그래서 무서워.
우리 둘만 알고있는 추억이라 생각했는데.
근데 자꾸만 제3자, 제 4자가 나타나서 회상하게 만들어버려. 어째서..어째서 알고있는거야.
마치 나보다도 널 더 잘아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잖아. 난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어버리잖아.
사라져버린 너에게 아무말도, 어떤 변명도, 이유도 들을 수 없게 되버렸잖아.
그래서 나 조금 슬프다. 아주 조금.
"나, 가도되..?"
"....."
"나 지금 말한거.. 강이한을 잠시 떠나도 되냐고 말한거였어. 이래도 붙잡지 않을꺼야? 대답..안해?"
"....."
"..갔다올께. 그럴께 이한아. 다시 비오는 날, 또다시 비오는 날 내가 다시 올께"
그렇게 비가 이한이 위로 촉촉히 젖어드는 위로 혼잣말을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 날 다시 올수 있을까..?"
작게, 아주 작게.
빗소리에 파묻혀, 이한이가 듣지도 못할만큼 작게..물음아닌 물음을 했다.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오는게 아니라, 내 마음이. 내 심장이. 이리로 다시 오게 될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없는데, 정말.
"이한아, 사랑해.."
"....."
"사랑했었어. 아주...많이"
끝내 사랑할 거라는 얘기는 못했다. 자신이 없었다.
미래 진행형을 확신할 수 없었다. 무서웠기에, 자신이 없었기에
끝내 그 얘기는 머릿속에 담아두고 산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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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4]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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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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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안으로 들어서니, 아까와는 달리 여러 학생들이 자리에 앉거나 뒤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아까 앉았던 특별석 자리로 가려고 애썼지만,
강당안에는 진화고와 새한고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이미 들어와버려, 앞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았다.
"뭐하냐"
"신요한?"
뒤에서 내 어깨를 톡톡 치며 날 위에서 내려다보는 한사람.
신요한을 날 내려다보다가 시니컬한 웃음을 짓고는
내 팔을 잡고 길을 내주었다.
물론, 기분이 그닥 좋지만은 않았지만.
"뭐야. 누가 이딴 부탁해달랬어?"
"니 눈이"
"지랄"
"뻥이고, 혜윤이가"
"..."
"그것도 뻥이고, 내맘이다. 3분후면 오후 공연 시작되니까 5번째에 HEAVEN나올꺼야"
"근데"
"끝나면 저쪽으로 들어와. 그리고 HEAVEN이라고 종이붙여진 문 찾고 들어와라"
"니네가 스타냐? 뭔데 오라가라야"
"오늘만큼은 스타야, 잘봐라"
신요한은 익숙하게 길을 뚫고 밴드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듯 했다.
그리고 이어서 예술제를 빛내는 여러 공연들이 줄지어 나왔다.
4번째 공연의 막이 내리고, 드디어 5번째의 막이 올랐다.
"오래기다리셨습니다! 진화고 오후부의 다음무대, 천상의 목소리 HEAVEN을 소개합니다!"
사회자의 눈에서도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가득차보이는 것은 내 생각뿐이었을까.
뒤에 앉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좌석도 없이 강당 밖에까지 서있는 다른 학교 학생들도 일제히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장하는 낯익은 얼굴들
반하운은 좋지 않은 표정이었는데 앉아있는 날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병신, 뭐가 좋은지.
강한율도 바로 무대 앞 특별석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살짝 웃었고,
한휘렴은 내 옆에 하연이 언니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시크한 웃음을 뿜어내기 바빴다.
그리고 좌석 뒤에서는 자기를 보고 웃었네, 자기를 보고 손짓을 했다는 둥
작은 소란도 일었고 말이다.
"안녕하세요 진화고의 전설 HEAVEN입니다-!"
여태까지는 찾아볼수 없었던 모습.
리드보컬인 반하운은 마이크를 쥐고는 인사를 했다.
"컴백무대인데..환호성이 좀 작다! 나 멋있는만큼 박수!"
순식간에 박수소리가 일었고,
그와 동시에 드럼채 소리가 맞부딫치며 연주가 시작되었다.
아니, 천국의 문이 열렸다. HEAVEN의, 천국의 사자들이 돌아왔다
"HEAVEN의 첫곡, 'to the heaven' 입니다!"
to the heaven. 즉, 천국으로.
들은적이 있다.
한휘렴에게 목걸이를 받으러 갔던 그 라이브 까페에서 처음으로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뭐랄까. 형용할 수 없었다. 그저 순식간에 멍-해지는 그 느낌은.
"짙은 어둠이 깔리고, 하늘로 올라가죠. To the heaven-
오늘도 그들의 혼을 울리네, 영롱한 달빛처럼 모두 잠든 어느날
아무도 모르게 내려온 하늘의 사자-
천국과 우리가 하나되는 시간,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날.
천국으로 올라간다. To the heaven-
천국을 울리는 음악, 천국에 도달할 음악-
천국을 이어주는 천사, 천국에 미친 우리들 HEAVEN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천국까지 닿는 그 순간
달빛이 지고, 꽃잎은 다시 피어나겠지-
모두가 잠든 이순간, heaven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번곡은 나, HEAVEN의 악동 귀염둥이 한율이도 부를껀데..나 귀여운만큼 박수!"
아까 시작때와 같이 박수소리가 일제히 커졌다.
그러자 반하운이 마이크를 뺏어들어 삐친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뭐야! 내 박수소리보다 더 크다..나 삐졌으니까 빨리 다음곡으로 넘어갈께요"
장난끼 가득한 웃음으로 농담을 하는 반하운,
그리고 정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일렉기타를 쥐고있는 강한율.
오늘만큼은 한 여자 앞에서 공연이라 떨리는 것 처럼 보이는 한휘렴,
앞이 보이지 않아도 귀로 음악하고, 마음으로 다가서서 음악하는게 보이는 남주연.
그리고 오늘만큼은 스타라고 자부하던 신요한까지.
노래가사처럼, 그들은 하늘의 사자.
그런것만 같았다.
"다음곡은 반하운 작사 작곡의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입니다!"
조명이 다시 어두워지고, 이번엔 신디로 시작을 알렸다
반하운..작사 작곡도 할줄 아는구나.
"푸른빛이 감도는 이른새벽-
여느때처럼 그녀의 하루도 시작됩니다
눈물냄새가 고여버린 그 여자, 매일 거짓말에 절어사는 그 여자
그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너무 슬픈 의미인 목걸이로 우리의 첫만남이 시작되었죠-
아련한 슬픈냄새를 가진 그 여자, 마음이 아파져오는 눈을 가진 그 여자
그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나좀 봐줄래요
나 계속 눈을 바라보고 있는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째서 그녀만 모르는 걸까, 마음이 아파와-
이별이 슬퍼 시작을 못하는 그 여자, 시작이 두려워 마음을 닫아버린 그 여자
그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상처받기 두려워 상처주는 그 여자, 마음이 아파올까봐 표정이 없어진 그 여자
악녀같은 나쁜여자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 지금 고백합니다,
사랑해-"
노래가 끝나고 사랑해라고 마이크에 대고 속삭일때 쯔음,
반하운이 내 눈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괜한 착각이었을까.
'사랑해' 가슴아프고도 미워할수없는 단어. 피할수도, 피하기도 어려운 단어.
그래서 더 미운 단어. '사랑해'
"자자, 박수그만! 그만! 알았어알았어, 나 멋지니깐 그만치고! 오늘 반하운 생일이란 말씀!"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다음곡은 생일축하합니다_"
HEAVEN의 악동, 강한율은 마이크를 쥐고서 앞으로 나아갔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반하운!!
생일축하 합니다!"
노래하고, 음악하는 그 모습. 아름다워 보였다.
이 곳에 내가 껴있는게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차마 환하게 웃기도 두려워졌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잠잠해졌을 즈음에, 아직도 흥분에 가라앉지 못한 얼굴로 모두 다시 만났다.
"휘렴아! 나 잘 봤어, 너 되게 잘하더라!"
"당연하지, 최하연만 보고 연주했는데"
"소연이 누나, 나 잘했어?"
반하운이 콩콩 뛰어와 나에게 건내는 한마디.
미안해지는데..너무 밝게 그래버리면 미안해지잖아.
"꽤..잘하더라"
"당근이지! 나도 한소연만 보고 노래했는데!"
한휘렴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하운. 나만보고 노래했다고.
그런걸까, 나를 보고 노래를 불렀던 걸까..
"사랑해 그거 되게 오그라들지? 아우 나도 소름돋았어!"
"그럼 왜했냐, 병신! 이래도 소연이 누나는 모를껄"
반하운이 소름돋는다며 몸을움츠리고 연신 소름돋는다는 말을 하면, 강한율이 어깨를 토톡거리면서 핀잔을 준다.
'사랑해' 이젠 웃음도 안나올 것만 같은 그말. 들어도 감정이 없을것만 같은 그말.
그렇지만 떨렸다, 노래가사이지만.. 그렇게 말하는 반하운을 보면서 심장이 반응해버렸다.
한소연, 너 이제 어떡할래. 정말로, 이젠 다신 이한이한테 안갈것만 같잖아 비가와도, 어떤날에도..안갈것만 같잖아.
한마디로, 배신해버린거잖아. 나, 한소연이 한사람만 믿고 여태까지 살아온건데.
그 이유가 몽땅 사라지게 되어버리는 거잖아
믿을사람은 하나뿐이라고 믿었는데, 그 약속 깨지게 되어버리는 거잖아..
확신도 없기에, 카지노로 치면 이건 도박이다.
"나 아까 노래하는거 들었지"
"어"
"내 닭살멘트도 모조리 다 들은거지?"
"그래"
"그럼 답은?"
"뭐?"
"쪽팔리게 닭살멘트날렸는데 답을 못받았단 말야"
"그래서"
"누나도 해줘"
"핵심만 말해라"
....
"나 한소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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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4]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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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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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안에 대답안하면 사귀는거다"
"주연이가 너 많이 좋아해. 알긴 아냐"
"남주연이 나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한소연 좋아하는데"
"그러면 주연이가 너무 불쌍하잖아-"
"나는?"
".....글쎄-"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습니다. 웃을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앤딩은 없는걸까. 상처받지 않고 깨끗한 웃음으로 다가갈수는 없는걸까.
그 방법은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걸까, 아니면 단지 내가 못알아보는 걸까.
그리고 그 방법을 알게 됬을때,
그 방법을 사용하게 될까. 아니면, 그저 모른척하고 지내게 될까.
* * *
"뉴스속보입니다, 최근 K 그룹에서 또다른 후계자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직 정확한 바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K그룹의 뒤를 이을것으로 생각되며 K그룹의 후계자였던 K그룹 회장 아들 K씨는 아직도 실종상태로 추정되-"
'삑-'
"뉴스탔네. 기어이 탔어. 미친것들이지..K그룹"
이모가 텔레비젼을 끄고 혀를 쯧쯧하고 찼다.
그래, 미쳤어. K그룹 회장은.
"뭐야, 무슨일이야? K그룹 후계자라니? 지 아들놈은 안찾고? 뭐야 K그룹 회장 매정하네"
"그러니까. 정말 머리가 지끈거릴정도다. 우리 H그룹은 대체 뭐하는건지 원,"
머리가 아프다며 손을 이마에 갖다댔을때 이모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 액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플립을 열어, 전화를 받는 이모.
"무슨일이야..뭐? K그룹에서 초대를 해? 하, 참. 그깟 후계자 하나 생겼다고 뭐하자는건지."
K그룹에 관한 얘기인가보다.
후계자가 생겼다고 무슨 파티라도 하는걸까
"얘는 또 뭐라는거니, 당연히 가야지! 그 잘난 후계자님도 봐야하고"
후계자. 누굴까 궁금해졌다.
'뚝-'
"휴..소연아, 너 금요일날 시간 되니?"
* * *
"아, 드디어 오셨군요..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K그룹 회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저녁만찬은 그럴싸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있는 상태였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그런 유명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역시 듣던대로 K그룹은 대단한 것 같다.
"자, 모두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K그룹의 대를 이을 후계자를 소개하겠습니다"
모두의 이목이 K그룹 회장쪽으로 쏠린 가운데, 뒤쪽에서 키가 큰 한사람이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반하운.."
.................
..........
"답이 안나온다.."
달갑지 않은 저녁만찬을 끝으로,
나, 그리고 이제는 K그룹의 후계자라고 불러야 하는..반하운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어색하기 짝이 없을 만큼.
"누나가 H그룹 후계자일줄 몰랐어"
"이렇게 된 이상..서로 멀어질 거라는거, 너도 잘 알고있을거 같다"
"이딴 큰 그룹따위 나한테 맞지도 않아. 후계자 할 생각도 없어"
불안해져 버렸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너무나도 똑같아서. 그래서 섬뜩할 정도로.
3년전과 똑같았던 이 이야기의 결말을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무서워졌다.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던 그런 이야기이기에.
"불안해서 그런거지?"
"무슨말이야"
"불안해서 그런거잖아,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입닥쳐"
"맞지? 강이한 사건이랑 똑같은 일 일어날까봐 그런거잖아"
맞아, 그래. 나 불안해. 그래서 미치겠어.
왜 하필 너인지도 궁금하고. 왜 똑같은 일이, 어째서 섬뜩하리만큼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무서워.
이 이야기가, 이 이야기의 앤딩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알아...?
"누가 강이한이래, 엄연히 선배야"
"한남자로서 말하는거야"
"웃기지마, 나도 너같이 순진하기만 한 남자, 싫다고"
"피식- 그거 내가 남주연한테 했던 말이랑 비슷하네"
"잘아네"
"그럼.. 나도 멋있는 남자 되야겠네"
자그마치 3년이다. 또다시 이런일 반복하며 살고싶지 않아.
처음으로 진지한 반하운의 눈을 보았다. 마냥 귀엽고 순진한 그 녀석이 아니라, 진심이 보이는 한 남자였다.
그리고 나는..또한번의 상처를 줘버리게 된 악녀였다. 어떻게하면 신경안쓰고 즐기다 갈수있겠어. 어떻게 하면.
그래도 마음이 아픈데. 안되는거 아는데도 마음이 아픈데.
후계자. 그거 꽤 무서운거다? 특히 양대산맥의 두 그룹의 후계자들이 사랑에 빠진다는건 한마디의 망언일 뿐이고.
하지만 후계자도 포기할 수 없어, 그게 내가 3년동안 버티고 살아왔던 이유 중에 하나니까.
이자리에 서려고 3년동안 악착같이 살아왔던 나였으니까
이제..때가 온것같애. 그런거 같애 이한아.
그런데 끝을 모르겠어. 시작하는 방법은 알았는데.. 이 이야기의 끝, 그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일단 시작하면 알게될까..?
멀어지려는 걸까. 모든 사람과, 이 세상과. 이렇게 아프게 멀어지려는 걸까.
만약에 말이야. 아주 만약에 말이야. 정말 가능성 없을 수도 있는 얘기지만.
나 죽으면, 나 죽으면 날 위해 울어줄 사람이 한명이라도 존재할까.
울지 않아도 좋으니. 날 찾는 사람은 내 곁에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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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5]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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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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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 할말있어! 나가자"
가만히 창가옆에서 교복입고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때,
강한율이 다가와서 나를 툭툭 건들였다.
"너랑 할말 없어"
"아 글쎄, 나는 할말 있다구"
"안들을래"
"누나, 나 남자게 여자게"
갑자기 피식하고 웃더니 자신이 남자냐, 여자냐를 묻는 강한율.
가만보면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다.
"뭐?"
"남자게 여자게"
"남자"
"내 나이대는?"
"10대"
"나 대한민국 건장한 18살 남자 강한율이니까, 누나는 나 못이기는 거 알지?"
장난스럽게 나에게 말하고는 내 손목을 잡고는 나를 데리고 교실을 나가버린다.
하..정말, 뭐하는 짓인지.
"그냥 여기서 말하면 안되?"
"누나"
"뭐"
"반하운말이야"
"앞으로 걔 얘기할꺼면 아는척하지 마"
냉담하게 말하고는 뒤돌아서서 다시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누나를 좋아해. 반하운이"
".........."
"걔 부모없어서 존나 불쌍해. 새 부모가 생겼는데, 그런데 니가 더 좋대"
"반말하지마"
"새로운 가족보다 차가운 니가 더 좋대. 병신같은 반하운이"
"........"
"내 친구 아프게 하지마. 내 친구니까 힘들게 하지마"
"힘든게 뭔지는 아냐"
"뭐?"
"힘든게 뭔지는 아냐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허탈하게 말을 뱉어내면,
뒤에서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는 강한율이었다.
"나 누나 되게 좋아하는데. 그랬는데 자꾸 미워지게 만들지마"
"좋아해달라고 한적 없어"
"반하운 존나 아파해. 그래서 불쌍해."
"걔가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봤대? 가족을 죽이려해봤대? 힘든게 어떤건지도 모르면서 지껄이지마"
"너만큼은 아니더라도 남보다 못지않게 눈물 많이 흘린 놈이야"
"피식-."
"눈물냄샌가..나 그딴거 나지도 않고, 뭔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반하운 눈물 많은 얘야"
어쩌면 동정어린 눈빛으로,
어쩌면 차갑게 식어버린 시선으로..그렇게 나를 바라보면서 얘기한다.
"울게하지마. 겨우 웃은얘야. 다시 울게하지마..그러지마 누나.."
겨우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을 마치고 나를 지나쳐 2학년 교실로 내려가는 강한율.
그리고 다리가 풀릴것만 같은 몸을 이끌고 교실로 들어섰다.
그렇게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전학생.
"소연아! 헤헤, 안녕"
누구였더라..아, 그 귀찮은 아이.
나는 위아래로 쭉 훑어보고는 대답도 안하고 지나쳐 자리에 앉았다.
물론, 귀찮은 아이답게 내 옆에 앉아서 나불대기 시작했고.
"아참, 내이름도 모르지! 내이름은"
"명찰"
"응?..아, 명찰. 명찰에 써있듯이 내 이름은 강다연이야"
"꺼져"
"나 친구 없단말이야..응? 우리 친구하자"
"친구같은거 안키운다고"
"아까 강한율이랑도 얘기하러 나갔었잖아!"
"피식-"
"친구아니야?"
"아니야"
이말을 하는데 어찌나 목이 메이던지 차마 말이 안떨어졌다.
친구. 그래,한소연. 너 원래 친구 없었잖아.
"나 너 없으면 이제 왕딴데.."
"근데"
"너도 친구없으면 왕따잖아! 그러니까 친구하자구"
"친구만 없지 왕따는 아닌데"
차가운 얼굴을 하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녀의 눈초리는 그저 휘어질뿐.
"나 소연이 첫번째 친구하고싶어!"
"난 싫은데"
"왜 그렇게 싫은데?"
"난, 죽을꺼니까"
"뭐? 저번때 병원간거 진짜 아파서였어? 어디가 아픈데?"
"한소연 마음이 죽어. 심장이 죽어. 그래서 넌 안돼"
"에이, 그런게 어딨어. 장난치지마"
"그럼 기다려"
"응?"
"기다리라고. 내가 죽을때까지"
"뭐?"
"죽나 안죽나 그거 궁금한거잖아.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죽을자신없잖아.."
자신없게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그녀.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재끼는 나..
죽을 자신이 없다니, 당치도 않다. 살아 숨쉬는게 너무 힘들어서 죽어버리는 게 훨씬 편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거보여? 몇번이나 그으면 죽을까 궁금하지 않냐?"
와이셔츠를 걷어올려 오른쪽 손목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상처. 그리고 하나 하나 그어진 그 잊혀지지 않는 자국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려온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 사람한번 잘못건드렸다가 황천길 갔다오는 건 순식간이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파릇파릇한 청춘은 어느새 폭삭 늙어버린 힘없는 영혼으로 변해버려.
"..죽지마. 그거 정말 무서운거거든"
"난-"
"........"
"네가 싫어. 죽을만큼 짜증나. 그리고 나도 싫어, 죽여버리고 싶을정도로"
정신차려. 이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그러려면 말야.
영화속에나 나올 법한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해맑은 미소를 담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안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를 만들고, 가면을 또 한번 쓰고, 냉담한 눈빛과 가식적인 비웃음, 그리고 거짓말쯤은 할 줄 알아야 해.
그래야 이 세계에서 뒷통수 맞지 않고 지배하면서 살아갈 수 있거든. 그렇지 않으면 죽는 건 한순간이거든.
슬픈일이지..그렇다는건 말야.
그런데 넌 나와는 너무 다르잖아. 그래서 나는 너 같은 얘들이 싫어. 물들어 버릴 테니까.
역시 다가오면 다치는건 자신이다. 그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들. 알면서도 다가오는 바보같은 인간들.
"이제 알았냐? 난, 너가 진심으로 싫다고. 니 얼굴도, 니 표정도, 니 행동도 다 짜증나"
"...."
"그러니까 제발 좀 꺼져"
"싫어. 나랑 친구하기 전까지는 안갈래-"
"너, 그 말 지금 뭐라고 들리는지 아냐?"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당연히 모르겠지.
어쩌면 모르는게 당연할지도. 아니면..눈치가 없는건가?
"몰라.."
"죽으라고. 한소연 빨리 죽어버리라고 들리거든"
"그런거 아니야"
"이자리에서 손목 긋고 병원이라도 실려가야 만족하냐?"
나도 모르게 어느새 감정이 실린 말로, 그녀에게 다그쳤다.
그리고는 멍하니 나를 지켜보는 그녀에게 보란듯 필통을 뒤져서
커터칼을 꺼내었다.
"하지마!"
"그럼 가. 저 문 밖으로 걸어가서 그 길따라 영원히 나타나지 마"
"그것도..싫어."
"넌 모르지. 한번 상처난곳에 다시 상처 그을수 있기까지의 두려움"
"......."
"그런데도 할수있는 이유.. 넌 모르잖아"
"하지마..그러지마"
"살아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서야. 그리고 아픈 마음을 잠시동안 잊게 하기 위해서야."
"......."
"그게..죽는 것 보다 더 무서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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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6]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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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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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그룹의 친아들 K군이 나타났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양아들이 K그룹의 후계자가 될 예정이었으나,
친아들 K군이 나타나게 된다면 K그룹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는다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화영기자와 연결하겠습니다.
김화영 기자-"
"네, 김화영 기잡니다. 현재 이곳은 여의도에 위치해있는 K그룹의 본사로서, K그룹의 후계자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
'삑-'
"이게 또 뭐야. 후계자니 뭐니 하는게 너무 복잡한거 아냐?"
하연언니는 커피테이블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뜻한 커피를 내려놓았고,
인상을 찌푸리며 텔레비젼 화면을 응시하다가 머리가 아픈듯이 전원버튼을 눌러 꺼버렸다.
그럴일 없지..? 강이한. 너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1% 도 안되잖아. 아니, 0%지.
내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너 죽어가는거. 그랬잖아. 그런거잖아.
그런데 마음이 조금 아프다. 자꾸 생각나게 만들어서. 자꾸 누군가가 우리의 과거를 헤집어놓을것만 같아서.
"요즘..반하운이랑은 만나?"
"아니"
"걔 힘들어보이더라.."
"근데"
"뭐?"
"근데 뭐. 걔가 나한테 뭔데"
"너 좋아하잖아, 하운이가"
"그래서 언니는 경쟁상대 H그룹과 K그룹의 후계자가 만나서 연애질한다, 뭐 이딴거 바라는거야?"
실현가능성 0%라는 현실에 그저 헛웃음만 나올뿐이다.
그리고 그 대타로 나타난 것만 같은 눈물냄새나는 또 다른 한 사람, 반하운.
별 것 아닌 질문에도 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만 같다.
"..좋아하는거지?"
"뭐?"
"반하운. 그 아이 좋아하는거지?"
"픽- 좋아해?..동정이야, 동정"
이제는 아예 기대치를 낮춰버리고 동정이라는 두글자에 무너져버리게 생길것같다.
정말 동정인 것 일까, 여태까지의 모든 감정은 그저 동정에 불과한 것일까.
동정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고서는 감정을 그 안으로 밀어넣어서, 선입견이 생겨버린 건 아닐까.
하연언니의 갑작스런 그 말에 머리 속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3년만에 웃었어, 너. 하운이 만난 이후로 부터 조금씩 웃었어"
"그런 거 아니야"
"이한이 이제 잊을 때도 됐잖아.."
"나 아직 강이한이랑 끝난 거 아니야"
"소연아, 무엇보다 너가 너무 아프잖아. 이젠 웃어도 돼"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도, 이제는 정말 웃어보고 싶어서.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정말 이번만큼은 이기적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매일 매일 강이한을 지워버린다, 하루에 하나씩 추억을 잃는다.
'Rrrrrrrrrrrr....Rrrrrr..'
"누구세요"
-니가 제일싫어하는 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놈, 딱 두 놈있다.
한휘렴, 그리고 신요한.
지금 목소리로는 한휘렴이다. 잊을만 하면 전화 거는 그.
"무슨일이야"
-반하운 말이야
"..끊어"
-반하운 그새끼 영정사진 볼려면 끊던가
"어디야-"
말도 안되게 아무런 생각이나 주저하지도 않고 바로 달려나갔다.
그대로 병원을 찾았다.
분명히 영정사진이라고 했다. 한휘렴 그 새끼가 아무리 장난 많은 놈이라 하지만 도무지 장난같지 않았다.
* * *
'벌컥-'
"왔다"
강한율이 초록색 사과를 들어 한입 베어물며 말하고 있었고,
하얀색 환자복을 입은 반하운과, 그 옆에서 무표정하게 문자를 하면서 서있는 한휘렴.
"뭐하자는거야"
"한소연 낚기 대작전"
"뭐?"
"..가 아니라, 한소연 마음 확인하기 대작전"
"......"
"엑, 나 뻥 아닌데. 조금만 늦었으면 반하운 황천길 직행이었어"
결국 죽는건 아니네. 안도감에 다리가 풀렸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거. 그거 다시 보고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랬던걸까. 앞뒤 보지 않고 반하운이 있는 병동에 달려온걸까.
장난끼 가득한 3명을 보고는, 뒤돌아서서 말없이 병동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면 한휘렴이 내 팔목을 잡아버린다.
"놔"
"내숭떠냐? 그냥 좋으면 좋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잘난 니 방식대로 하던대로 하라고"
내 방식. 좋다 싫다 어설프게 질질 끄는거. 그거 내 방식 아니지.
아주 싫어하는 타입인데 언제 내가 그렇게 되버렸는지.
한휘렴은 나에게 건방지게 말하고는 강한율과 병동을 나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알고싶지도 않지만 이상황에서 빠져주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누나"
반하운이 하얀색 환자복을 입고는 언제나 그렇듯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건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뒤돌아보았다.
"내가 다 포기할께요, 그러니까 나 좀 봐줘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반하운이 어찌나 강이한과 겹쳐보이던지.
그 웃음이 행복한 웃음이 아닌 금방이라도 눈물이라도 흘러내릴것만 같은 슬픈 웃음.
눈물냄새가 났지. 그리고 이제는 슬픈 웃음까지 담고있어. 너란아이,
너무 똑같다. 똑같은데 한편으로는 너무 달라.
"K그룹 잘 이끌어나갔음 좋겠다"
"후계자 내가 바란거 아냐, 난 한소연이 더 좋으니까"
"........."
"K그룹 후계자 이한이 형이잖아요, 형이 나타나지 않을꺼라는거 알아. 그래도 갖고 싶어, 한소연이라는 사람"
"그렇게 말하지마, 똑같잖아. 너무 똑같아 보이잖아"
"이상형이 키큰 남자면 나 맨날 우유먹을께요"
"........."
"이상형이 공부 잘하는 남자면 나 학교에서 전교 1등할께요"
"..내가 너한테 뭔데"
"사랑하는 사람. 보고싶어도 계속 보고싶고, 맨날맨날 보고싶고, 하루종일 생각나는 사람"
반하운, 너 말이야. 굉장히 비슷해. 강이한이라는 사람과.
내가 강이한을 처음 만났던 그날. 네 모습, 그때의 강이한같아.
근데 한편으로는 너무 달라. 뭔가 굉장히 틀려. 닮았지만, 뭔가 달라.
그래서 기대하게 되는걸까? 기대해도 되는건지 궁금해.
이 이야기의 결말도, 나와 너의 결말도 알 수가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도 기회를 줘요. 2달만 아니, 1달만 줘요"
"결국 아픈건 너니까.."
"더 아플것도 없어, 행복해질꺼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수 있을까..
내가 처음 너를 만난 순간부터 모든것이 뒤틀린듯해.
어쩌면 우연일지도 몰라,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고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모르겠어.
확실한건 한소연은 더이상 한소연이 아니라는 거야. 아직까지도 3년동안 참아왔던 복수는 잊지 않았지만.
대체,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단 한사람도 불행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그딴것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걸까.
따가운 햇살이 푸르른 나뭇잎을 통과하며 초록빛을 자아내는 그 어느 여름 병동.
문득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대답따윈 관심없단듯 더운 바람은 일렁였고, 차라리, 그 때가 더 행복했다면 넌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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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7]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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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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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꾸 언니 화나게 만들래?"
오랜만에 보는 하연이 언니의 정색하는 모습, 그리고 오랜만에 듣는 하연언니의 잔소리.
아마, 그 원인은 내 손목의 커터칼 자국이겠지.
그 귀찮은 얘 덕분에 하연언니의 재밌는 모습도 보네, 참 웃겨-
"별거 아니잖아"
"너 죽어. 자꾸 이럴꺼야? 널 아끼는 사람들은 생각 안해?"
"아끼는 사람 없어"
허탈하게 웃으며 하연언니를 힘없이 바라보면,
하연언니는 눈살을 찌푸린다.
"적어도 나랑 네 이모는 널 아껴, 반하운도 널 아끼고"
나란 사람, 곧 잊혀지겠지. 없어지면, 몇년 안으로 그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겠지.
마치 지금 내 기억 속 강이한 처럼 말이야.
잊혀진다는 건 꽤 무서운 거 같아. 무섭지만 언젠가 다가오는거.
이 상처도 언젠가 없어지기 마련이겠지. 그러니까, 별거 아니야.
* * *
"미친새끼.."
"....."
"그 놈 미친놈이네, 그거 뻥이지? 그치?"
"야-"
"응?"
반하운을 미친놈이라고 칭하며 얼굴이 벌게질 만큼 흥분한 얼굴을 들이민다.
어느덧 새로 물들인 갈색 빛이 도는 머리를 들이밀고 큰 눈으로 초롱초롱하게 바라보기 까지, 이젠 익숙하다.
너야 말로 미친놈이다, 강한율.
"시끄러워"
"뭐?"
"너. 시끄럽다고"
입이 벌어진 채로 멍하니 서서 나를 바라보는 강한율.
넌 대체, 어느 별에서 왔냐.
"솔직히 말해봐, 친구하기도 싫어하는데 반하운이랑 사귄다고?"
"그러는 너도 솔직히 말해봐, 니 컨셉이 뭐냐"
"나대기"
"미친놈-"
여느때처럼 강한율은 한살 위인 내 교실에 매일 들락날락 거렸다.
오늘도 개의치 않고 찾아와서 반하운과 나의 관계를 캐물었고.
"진짜 사귀는거?"
"어, 그러는 너도 컨셉이 좀 과하지 않냐"
"조금. 근데 잘생겼으니까 다 용서가 되는거야, 누나"
"너, 재수없다"
"알아. 너무 잘나서 얘들이 나보고 재수 없대"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나에게 큰 눈을 하고는 말해오는 강한율.
덕분에 키 크고 어이없는 그 자식을 어이없게 위로 올려다 봐야 했지만.
이건 정말 미친놈이다. 미쳤다. 미칠 광 자를 몇백번 더 써도 모자랄 놈.
"수업 종 쳤으니까 내려가"
"누나야, 우리 땡땡이 오랜만에 어때?"
"너랑 땡땡이 안해봤거든? 그러니 오랜만에라는 말은 안어울리는데"
"그럼 기념으로 하자, 나가자!"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나온 시내에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었고, 더운 바람이 일렁였다.
"나 더워-"
"죽을래"
"이렇게 더울줄 알았나. 나랑 저거 찍자, 나 저거 되게 좋아하는데!"
무작정 스티커 사진 찍는 곳으로 나를 끌고가 동전을 딸깍딸깍 입구로 넘겨넣는 강한율,
더우면서 쓰고있는 마스크는 컨셉이라나 뭐래나. 그 나대기인가 뭔가 하는 컨셉인가.
"자자, 누나 웃어야되! 웃는 법 알지?"
"풉, 그냥 미소로 변경하자, 어색해!"
웃는 법, 피식- 누굴 바보로 아는지. 하지만 웃어본지 꽤 됬다. 어색한 웃음.
어색하다며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드는 새디스트 강한율.
어색해서 미안합니다, 싸이코씨.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찍은 스티커 사진을 한장만 나에게 주고 강한율이 다 가져가 버린다.
"내가 돈냈으니까 누나는 한개만 가져, 괜찮지?"
"그러던가"
아무렇게나 스티커 사진을 교복 치마에 찔러넣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강한율, 스티커 사진 찍는 거 굉장히 광적으로 좋아하는 가 싶다.
지갑을 꺼내더니 한쪽에는 누가 누군지도 알아볼 수 없을만큼 같이 찍은 수많은 스티커 사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중에 하운이랑 휘렴이랑 누나랑 같이 또 찍자, HEAVEN맴버랑도 찍어야지"
나랑 찍은 사진도 혼자 중얼거리며 지갑 한 쪽 구석에 찔러놓고는 다시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었다.
그렇게 한참을 목적지 없이 걷고만 있는데 강한율이 옆에서 '어!'하는 말과 함께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반하운 과 한휘렴.
"하운이랑 휘렴이다! 우와, 신기하네. 나 하운이랑 휘렴이 안불렀는데! 텔레파신가?"
"뭐야, 너 왜 소연이 누나랑 같이 있어?"
"에~ 질투하는거야? 이거 봐봐라"
연신 신기하다며 시내에서 반하운과 한휘렴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아는 척하는 강한율이었다.
교복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나랑 찍었던 스티커 사진을 자랑하는 강한율.
그 옆에서 뭐냐는 듯이 시큰둥한 반응으로 서있는 한휘렴도 있었고.
이 뜨거운 태양 빛이 비추는 시내 한복판에서의 실랑이. 그래도 추억이자, 좋은 기억이었어.
그냥 옆에만 서있어도 행복해지게 만드는게 그들이었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고 있는 나였지만 정작 내가 행복한가에 의문을 던져보지는 않았던 때였지.
후회가 되지만, 후회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아. 후회 해버리면 먼저 천국의 문을 두드린 그 사람이 너무 억울하니까.
잊고 사는 나를 미워할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리저리 방황하면 그게 더 미워보일테니까.
"뭐야! 나도 찍을꺼야, 누가 소연이 누나랑 같이 찍으래!"
"헷, 소연이 지금 배고프대! 우리 밥부터 먹자"
"너네 지금 뭐하냐"
"질투놀이!"
"질투 안하거든?!"
이제 나를 향해 칼날이 곤두서있던 그 모든 것들을 다시 되돌릴 날이 온 것 같아.
점점 잊혀져 가겠지. 용서 안되겠지.. 아마? 똑같은 살인자가 되버릴테니까.
그리고 어쩌면 나랑 똑같은 불쌍한 희생자가 나타나겠지, 어쩌면.
* * *
"여보세요? 찾아냈어?..어, 그래.."
끔찍하다..목소리, 말투 그리고 그 3년전과 똑같은 그 문장. 모든 것이 싫증나.
그 여느때보다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로 낮게 수화기를 통해 말을 건내받는 그 여자.
소름돋을만큼 3년전과 똑같은 대화를 주고 받는다.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K그룹 후계자 이름이 뭐라고? 어, 그래. 반하운이라는 거지? 그래, 알았어..끊어"
미친여자. 짜증나는 여자. 그래서 죽여버리고 싶은 여자. 강이한이 아니라, 먼저 죽었어야 하는 여자.
그리고 내가 죽일 여자.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인데, 그 여자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잔인했다.
피가 끓어올라, 그 사람만 보면. 짜증나서 죽을것만 같아.
그래도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면 돼.
조금만,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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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8]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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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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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되었다. 너와 나.
이번에는 또다른 제 3자가 나타나셨네. 제 4자, 제5자. 끝없이 시작되겠지.
지독한 갈등. 지겨운 눈치게임.
"요즘 하운오빠 좋아보여요"
"도와주려고 했어"
"물론 그랬겠죠"
"조금 실망했어요"
"많이 아니고?"
"솔직히 많이요. 내가 더 먼저 만났는데 말이죠"
보이지 않는 허공을 향해, 억울한듯 하소연하듯이 얘기를 털어놓는 남주연.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 가지고 아무런 책임 없이 뻔뻔하게 앉아있는건 내 전문이다.
다만, 이번엔 그 사이에 반하운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내가 처음 도와준 남주연이라는 사람이 대상이라는 거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발버둥 치는 느낌 뭔지 알아요?"
"....."
"나, 하운오빠 없으면 불안해. 나 잡아주는 사람 없어서"
"1달만 참아. 반하운이 그랬어, 1달만 시간 달라고. 그 후엔 너가 가져도 좋아"
"하운오빠는 물건이 아니야!"
"내가 강요한 건 아니잖아, 안그래?"
금방이라도 눈물 한방울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당돌한 표정으로 나에게 소리치는 그 모습은, 마치 3년전 나의 모습이었다.
강이한의 죽음앞에서 현실을 부정하는 나의 모습 말이다.
"언니, 내가 부탁할께. 응? 하운오빠 더 아프게 하지마. 상처주지마"
"사람은 말이야- 결국엔 이기적이게 되어있어"
"언니, 제발"
"근데 나도 한달만 이기적이려구. 뭐 좀 확인 해보려구"
내 마음. 그거 좀 확인 해보려구.
정말 모르겠어서, 그래서 옆에 있으면서 한달동안 그거 하나만 확인해보려고.
그리고 확인했을때, 동정이라는 감정이 아니었다면 그건 조금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야.
"자꾸 흔들지마..오빠가 힘들어 하잖아"
"그래도 그 한달은 나에게도. 반하운에게도 꼭 필요해"
"그래도.."
"이러는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야"
"....."
"그리고 울면 지는거야, 바보같은 여자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복도를 나서고, 학교 옥상을 향해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소리없는 부름이 날 붙잡아도.
1달. 그 후면 나는 어떻게 되있을까? 또다시 정신병원? 아니면 강이한 따라 황천길?
그것도 아니면, 남주연과의 약속을 어기고 이기적인 행복을 하고 있을까?
모르겠다. 앞으로의 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가슴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강이한한테 가지도 못하면서 반하운을 잡지도 못하는 나, 그런 나도 싫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좋을 수 있겠어.
모든 건 내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강요하는 쪽으로 흘러가버려
그래서 나같은 여자. 강해지지 않으면 묻혀버린다고. 끝없이 삭막하고도 잔인한 세상속에서 사람들사이에 묻혀버린다고
'♬'
핸드폰 액정에 선명하게 떠 있는 세 글자, 신요한.
그대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지만 계속 울리는 그 끈질김에 결국은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전화하지 말하고 했잖아"
-할말이 있어, 최하연이랑 관련된 일이야
"..어디로 가면 되는데"
-TRIANGLE 로 와- 기다리고 있을께
그 까페라면 강이한과 나, 그리고 신혜윤과 신요한이 같이 가던 그 까페다.
3년 전 그 정신병원을 나온 이후로 단 한번도 그 그 까페를 들어가 본 적이 없지만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분명히, 이 근처다.
[TRIANGLE]
"무슨일이야?"
"..최하연 엄마, 살아있어"
"-!"
"그리고..최하연도 엄마 얼굴을 아주 잘 알고있지, 최하연의 엄마도 최하연을 아주 잘 알고"
"무슨 말이야"
가방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어 내미는 신요한. 그리고 그 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네 사람이 있었다.
내 아빠와 이모가 바람났었던 건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지 못했던 최하연의 엄마.
사진속에는 최하연, 내 아빠, 어떤 남자아이 그리고.....
"이모..?"
"그래, 네 이모가 최하연 엄마야"
"..말도안돼, 이 사진은 어디서 난거야?"
"HEAVEN의 전 멤버, 최인환이라고 알아?"
낯익다, 그 이름.
분명히 처음 그들의 아지트에 갔을 때 각자의 다짐이 적혀있었고, 인환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순간, 인환이라는 사람의 성씨가 최씨라는 것이 뇌리에 스쳤다.
설마..
"네 이모랑 이혼한 이모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야"
"그런데 최인환, 최하연, 그리고 내 이모랑 관계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안거야?"
"전에 우연히 최하연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데, 은근 슬쩍 엄마 얘기를 하더라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럼 최인환이랑 관계가 있다는 건"
"난 인환이 소개로 HEAVEN에 들어온거야, 인환인 원래 내 친구였고"
"......."
"근데 우연히 지갑에서 봤어, 똑같은 사진을"
결론적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내 이모는 하연언니 엄마고, 하연언니는 최인환 이복동생이고, 최인환과 신요한은 친구관계였다.
이거란 말이지.
"근데..어떻게 4명이 한자리에 모인거야?"
"글쎄, 나도 인환이 한테 물어봤지만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하더라고"
"이 사실, 최인환이라는 사람은 알고 있어?"
"이 말은 너한테 첫번째로 하는거야.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신혜윤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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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19] - 한소연 번외편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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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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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내가 어제 친구들이랑 인형뽑기 정확히 5만 7천 800원 투자해서 뽑은거다!"
"뭐? 그냥 그럴바에 딴 거 사지.."
"너-! 그거 무시하지 마라, 그건 정성이 담긴거잖아!"
5만7천800원이나 투자해서 인형하나 뽑으려고 안간힘 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작고, 흰 토끼인형을 들고 와서는 내 책상에 내려놓는다.
아무리 보잘 것 없고, 너무나도 작지만 나에겐 5만 7천 800원짜리 인형이다.
지나가면서 이쁘다고 말했던 그 인형을 그 큰 돈으로 악착같이 뽑으려고 한 사람.
너무나도 눈이 부신 사람이었다.
...............
.........
우리가 처음 얘기했던 날, 기억해?
비가 너무나도 많이 내렸어, 그날은.
항상 학교 가려고 횡단보도를 건널때, 너는 매일같이 교복을 입고 전봇대 옆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었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 곳을 지나칠 때 너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었어.
어느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 넌 교복을 입고 우산은 안 쓴 채 비를 죄다 맞고 있었어.
힐끔힐끔 보다가 그냥 옆에 서서 파란색 신호로 바뀔때까지 기다렸지.
근데, 너가 그러는 거야
"너 냄새나"
..라고.
고개를 돌려 둘러보았지만, 그 주위에는 나밖에 없었어.
어이가 없고 황당했던 나는 말없이 너를 쳐다보았는데 너가 피식-하고 웃더라.
"너 눈물냄새나"
"누구세요?"
"세상이 너무 웃기고 어이 없어서, 지금 죽으러 가는 사람. 너같이 눈물냄새나는 사람"
"그럼 남겨진 사람이 너무 슬프잖아요"
"씨발, 나 죽어도 슬퍼해 줄 사람 한명도 없어"
"..그럼 내가 슬퍼해줄께요"
무엇에 홀린듯이 선뜻 그런 말을 내뱉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을만큼.
처음 대화해본 사람한테 죽으면 슬퍼해준다니, 가관이다.
"피식- 죽는 걸 말리는게 아니고, 슬퍼만 해준다고?"
"아..그게"
"갑자기 어이없네. 생각이 바뀌었어"
"....?"
"오늘 죽으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기분 잡쳤으니까, 한달 후로 미룰래"
그리곤 내 우산을 뺏어들고는 걸어가기 시작한다.
황당하게도 우리가 마치 알던 사람인 마냥 말을 건내고 주고받았다.
"뭐해? 학교 안가? 지금 지각이야"
"아-!"
우산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그 사람.
명찰도 달지 않아 이름마저 알 수 없었다.
"나랑 친구하자"
"뭐?"
"나도 너랑 나이 똑같애, 그러니까 친구하자고. 나 친구 없어"
그 말을 마치자 마자 지각생으로 보이는 두명의 후배가 지나가면서 인사했다.
'강이한 선배님 안녕하세요' 라고.
이 남자 이름은 강이한인 걸까.
"거짓말"
"진짜야, 후배는 있어도 친구는 없다니까"
"....."
"너 나 죽으면 슬퍼해준다며. 친구하자는 약속도 못들어주냐"
"..반갑네요, 내 친구 강이한"
우리의 만남은 어이없고 황당했어.
마치 우연이 만들어낸 운명처럼, 우리는 너무나도 행복했고 눈부셨어.
그 누구 못지않게 말이야.
그런데 우리는 지금 왜 다른 곳에서 있는걸까, 다른 곳을 바라본 채로 말이야.
* * *
"여보세요? 저번 때 전화했던 여은이라고 해요. 아, 네.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
"K그룹 친아들, 강이한 이라고 아시죠? 네, 어려울 거란 거 아는데 부탁드려요."
문 틈을 향해 봤었어. 한 추악한 가면을 쓰고 연극을 시작하는 한 여자를.
세상 물정 모르는 나였기에, 그저 얼어붙은 채 숨어서 듣기만 하고 있었던 걸까?
"네, 때리는 건 안돼요. 아시잖아요, 한번에 보내야죠. 제거해요 그냥"
때리는 정도가지고는 부족하다는 듯이,
추악함에 물든 눈빛과 웃음을 지으며 죽여버리라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도록 없애버리라고.
아무렇지 않은듯이 눈웃음 지으며 내뱉는 그 잔인한 말들.
잔인한 여자.
그렇지 않을 거라 믿고 있던 나에게 그 믿음을 아무렇지 않게 꺽어버리는, 그런 여자.
"여보세요, 이한아? 나 오늘 엄마 산소가기로 한 날이잖아. 괜찮으면 같이 갈래?"
...............................
...........
결과는 보나마나 뻔한 암담한 죽음이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갑자기 왜 같이가자고 그런거야?"
"어..어? 그냥. 우리 엄마한테도 너 보여주고 싶어서"
"소연아, 손 줘봐"
"왜?"
"이쁘지, 직접 주문한거야. 내 이니셜도 박혀있어"
"진짜 이쁘다.. 근데 내 이니셜은?"
"내 목걸이에 있지"
티셔츠 안으로 살짝 가려졌던 목걸이에 박힌 이니셜을 보여줬다.
정말 감동이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졸업하면 우리 결혼할꺼니까 잃어버리면 강이한도 잃어버린다고 생각해"
졸업이 한참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결혼하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뱉는 강이한.
그래서 소중한거야.
이거 잃어버리면, 강이한 영원히 잃어버리는 거니까.
"알았어, 나 이거 맨날 걸고 다닐께!"
"응, 꼭 그래야돼"
다시 되짚어보면, 이 말은 꼭 이별할 때 하는 얘기같았어.
안녕이 아닌 영원한 안녕 말이야.
그리고 정면으로 달려오는 역주행하는 트럭 한대. 순간 여러가지 생각들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지나갔다.
'K그룹 친아들, 강이한 이라고 아시죠? 네, 어려울 거란 거 아는데 부탁드려요.'
'네, 때리는 건 안돼요. 아시잖아요, 한번에 보내야죠. 제거해요 그냥.'
너무 잔인하잖아 이건. 나도 그다지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나봐,그치?
내가 강이한 옆에 있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적어도 이렇게 빨리 일이 벌어질 줄 몰랐는데.
너무해, 이모.
아무리 최하연이라는 사람을 이뻐해주고, 나를 보살 펴 줬지만.
결국엔 다 도구였던거야.
강이한은 즉사해 버리도록 그냥 방치해 두고,
나는 바로 병원에 실려가 치료받고 정신병원에 방치된 것만 봐도 그래.
잔인한 여자. 눈치는 조금도 없는 여자. 권력에 눈 먼 여자.
이제는 강이한이 아닌 또다른 제2의 강이한, 반하운을 죽이려 하는 여자.
그게 이모라서 미워, 하연이 언니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모라서 미워.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는 이모가..정말 밉다고.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이번에도 똑같이 반복될 일이기에, 나는 꼭 받은 거 되돌려 줄꺼야.
한사람으로 부족해서 이제는 다른 사람까지도 왜 죽게 만들어.
권력과 돈에 눈이 멀어버린 여자, 그게 내 이모라는게 싫어.
각오해 이모, 나 이모.. 어쩌면 죽여버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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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020]
written by.까만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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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惡女]
[명사]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
아니, 한가지 고칠것이 있다면 이 이야기의 악녀는 성질이 모질고 나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라는 것.
그런 악녀에게도, 마음은 있다. 모든사람과 같이..악녀도 눈물은 흘릴 줄 안다.
눈물냄새가 절어버린 그 여자, 소외와 오해에 질려버린 그 여자의 가슴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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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뭐라구요?! 안되겠다니요. 저번때 잘 처리 하셨잖아요!"
요즘따라 자주 들려오는 추악한 마녀의 목소리에 나는 오늘도 문틈으로 그녀의 계략을 듣는다.
이번에는 계획이 잘 성사되지 않는지, 오늘은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는 걸 느낀다.
죽이지 않으면 되잖아, 이모. 정정당당하게 우리 회사 잘 이끌어 나가면 되잖아..
그 모습, 너무 추악해.
"안들키시면 되잖아요.그냥 소연이 눈에서 사라지게만 해줘요..그정돈 할 수 있잖아요"
점점 위험해진다. 이대로라면. 또다시 이대로라면. 나는 그 때와 같이 반하운의 죽음을 보아야 하겠지.
나는 또다시 정신병원으로 가겠고.
조심스럽게 앞마당으로 나가면, 하연언니가 문을 열고 내 뒤를 따라온다.
"너 반하운이랑 사귄다며? 휘렴이가 그러더라"
"응"
"정말? 진짜 사귀는 거야? 잘됐다! 거봐, 너랑 잘될 줄 알았다니깐"
"근데 그 얘, 강이한과 많이 닮았다? 아주 많이"
"....."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는데도 너무 많이 닮아버렸어. 반하운이라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말이야"
그 때 일이 떠오르는 듯, 언니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언니는 그 사건의 주범이 이모라는 걸 알게되면 더 착잡해지겠지.
아무것도 모른채 살랑이는 더운 바람이 머리칼을 헝클어 놓았고, 날씨는 티 없이 맑았다..
"반하운이야. 강이한과는 달라. 잊어버려, 강이한이라는 사람"
"언니, 자그마치 3년이야. 1년을 정신병동에서 참았고, 2년간 뻔뻔스럽게 세상과 마주했어"
"갔잖아. 너 옆에 이젠 없잖아. 이제는 반하운이라는 사람이 있는 거잖아"
"언니도 알잖아, 나 힘든거"
"하운이는 안 힘들겠니? 너는 왜 니 생각 밖에 못해?"
그래, 언니. 난 내 생각 밖에 할 줄 몰라.
그 사고 이후로, 나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아.
앞으로도 열지 않을 거야.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언니에게 단 한번도, 단 한번도. 마음을 열어본 적 없어.
그리고 언니에게도 또한 앞으로 마음을 열지 않을 생각이거든.
"...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나보다"
"괜찮아"
"나 먼저..들어갈께"
"난 조금만 더 있다가"
나만 생각하다가 죽어버릴래,
이 세상에서 나만 생각하다가 그냥 죽어버릴래 언니.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도움을 받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있잖아, 어쩌면, 아주 어쩌면. 그 도움을 지금도 받고 있는지도 몰라.
"아프다..이 더위를 잊을 만큼이나..."
그 뜨거운 여름, 아픔을 모르는지 아는지 시간은 흘러만 간다.
학교도 어김없이 눈을 뜨면 가게 되고.
그리고..어쩌면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 귀찮은 한 사람과 대면을 한다.
"쏘연아! 이 오빠가 VIP티켓 얻어왔다!"
오늘도 나는 쉬는시간에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한채 강한율의 수다를 들어야 했다.
어김없이 오늘도 반말을 쓰며 다가오는 강한율.
"반말쓰지 말라니까!"
"어때, 나보다 키도 작고 힘도 없는 꼬맹이면서"
"너보다 세상물정 1년은 더 알아"
"아아, 뭐래. 어렵게 말하지마! 아 맞다, 우리 또 공연한다?"
저번때와는 살짝 디자인과 색깔이 틀린 티켓을 들고와서 호들갑을 떤다.
HEAVEN. 그 공연 한번 더 볼 수 있는 건가..?
"이번엔 아주 마지막이야! 그러니깐 꼭 와!"
"귀찮아"
"누나 귀 안들려? 마지막이라니까? 우리 HEAVEN공연 이제 마지막이라구!!"
"근데"
"아니 그러니까. 뭐..영감! 그래, 영감이라던가. 뭐 소름 끼친다던가. 그런거 못느꼈어?"
'나 흥분했어요'라는 말을 얼굴에 가득 써 놓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보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아, 이제 네 설교는 지겹다고.
"에..뭐야, 둔해."
"누가 둔하대"
"누나 둔하다. 우리가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는 건데!"
느껴져.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만큼 느끼고 있어.
너희들이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는지도, HEAVEN과 언제 이어지는지 까지도 느껴진다고.
거짓말 하는 것 뿐이야.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아 그리고, 나 누나랑 찍은 스티커 사진 없어졌어. 씨, 반하운새끼가 가지고 갔나봐!"
"..다시 찍으면 되잖아"
"정말? 지금 찍으러 갈래? 가자 가자!"
"싫.어. 지금 안가"
"그럼 언제?"
"어! 종쳤다. 잘가"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말을 돌려버렸지.
이제 몇일만 있으면 너는 나를 완전히 돌아서버리겠지..?
아무것도 모른채. 비밀은 나와 당사자만 안채 말이야.
* * *
"부탁드려요..정말로."
잔인한 마녀야, 너는 오늘도 한사람을 죽이는 과정을 실행하고 있어.
그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게 문제겠지만.
"..어머, 정말이세요? 감사해요! 네, 간단하잖아요, 숨통을 끊어버려요. 보수는 얼마든지 드릴께요"
전화 끊는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저 멍하니 문뒤에서 서 있었고.
잠시후 문이 열리고 이모는 나오다가 기절할 만큼 놀랐다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겠지. 그러시겠지. 무섭지도 않나봐, 나 따위..?
"..하..하하, 소연아..언제부터 여기..있었어?"
"........"
"..방금왔어? 말을 하지..하하, 이모 깜짝 놀랐어. 배고프니? 뭐 먹을래?"
"턱.."
"응?"
"턱 끝이 올라가잖아. 뭐가 그렇게 당황스러운데?"
흔들리는 눈동자, 올라가는 턱 끝. 많이 당황했잖아, 이모?
이런 상황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나봐?
"언제온거니"
"방금"
"전화내용 다 들었어?"
"방금왔다니까"
"......."
"그런데 들렸어. 뭐가 그렇게 간단해? 사람죽이는게 그렇게 간단한 거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