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메일을 통해 문의를 받게되는 질문들을 보면 그 세부내용에 있어서는 다를지라도 큰 틀에서
본다면 하나같이 질문들의 유형이 큰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얼마의 여유가 있는데 어떻게 저축하면 좋을까요?"라는 식의 막연한 질문들이
거나 혹은 "앞으로 몇 년간 얼마의 자금으로 저축을 하고 싶은데 어느 상품이 가장 좋을까요?"라는
식의 질문들입니다.
솔직히 이러한 질문들을 받으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제교육이 그간 얼마나 잘못되
어져 왔는가 하는 아쉬움과(이것은 비단 개인의 책임만은 아닐 것입니다. 솔직히 그간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교육에서는 물론 학교교육에서 조차 옳바른 경제관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
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경제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찾아가는
곳이라고는 오로지 옆에 있는 은행 밖에는 없으며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이 온통 합리적인 투자의
대상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만 보아 투기적 행위에 올~인 아니면 무작정 위험하다는 불안감에
거들떠도 안본다는 식의 극단적인 성향을 보일 뿐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행위와 미래를 위한 체계
적인 재무설계가 자리잡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편이 맞
을 듯 합니다.) 함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도 열심히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부자가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또한 느끼게 됩니다.
마치 십 수 년 간을 영어책을 붙잡았어도 정작 외국인과 대화 한 마디 못하고 있는 영어교육의
현실처럼...
정말 돈을 모으고자 하신다면 먼저 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깨닫고 지금까지 님께서 돈을
대해왔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야만 합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수십년을 살아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에 배어버린 돈을 대하는 생활습관을
바꾸어야만 함을 의미합니다.
습관을 바꾼다는 것!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님을 의미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많은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얘기들은 누구나가 알고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라 치부하며 쉽게
넘어가려고만 한 채 마치 공식에 대입만 하면 정답이 나오는 수학문제에서의 모범답안을 요구하듯
오로지 자신이 모르는 어떠한 금융상품(이런 분들은 흔히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이 높은..이라고 표
현하죠)만을 찾아주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어느 누구나 가입만 하면 알아서 부자로 만들어주는 그러한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돈은 모으는 일보다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설사 100%의 안정성에다 높은 수익률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정작 자신이 그 모
은 돈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면 결코 그 돈은 자신의 호주머니에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 언론기사에서 접하는 복권에 당첨된 이들이 오히려 더 불행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님께서도 너무나도 당연한, 하지만 많은 이들이 너무나도 쉽게 간과하는 돈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
적으로 바꾸지 못한 채 단지 좋은 상품만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관리할 능력조차 없는 상태에서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먼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님께서도 고백하셨듯이 돈이란 놈은 휘발성이 참 강한 놈입니다.
얼마전에 CF에서도 "직작인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생길 때면 머피의 법칙과 같이 꼭 쓸 일
도 함께 따라 생긴다는 내용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지요.
월급을 받거나 상여금을 받거나 혹은 적금의 만기가 되어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싶었는데 얼마 지
나지 않아서 보면 특별히 쓴 일도 없는듯 한데 막상 통장은 바닥을 드러내게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저는 돈을 바닷가의 모래에 비유하기를 좋아합니다.
모래를 한 움큼 손에 쥐면 주먹을 펴지 않아도 옆으로 새어나가 마지막에 손을 펴보면 남아있는
모래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돈 또한 이와 같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알게 모르게 사라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또한 돈을 네 발 달린 짐승에도 비유를 합니다.
때문에 두 발 달린 인간이 아무리 쫗으려 해도 결코 돈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돈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돈을 쫓을 것이 아니라 돈이 다니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
그것을 잡아 길들임으로써 돈 스스로가 알아서 자신을 따라오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이 모두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돈을 관리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한 얘기들입니다.
돈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처음에 말씀드렸던 돈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과연 어떠한가의 문제입니다.
너무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얘기들이라고만 생각이 되시나요?
그러면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얘기해 보겠습니다.
흔히들 직장인들에게 있어 재테크는 곧 세테크라고도 말합니다.
때문에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상품들을 찾아 우선적으로 마련하려 하고 또 연말만 되면 조금이라도
소득공제를 받아보고자 적격연금(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상품)에 가입하고 카드영수증에
의료비 영수증을 챙기느라 분주해집니다.
하지만 정작 새해 1월이 되어 소득공제분이 급여통장에 찍히면 많은 이들이 공돈이 생겼다는 기분
에 그토록 고생해 받은 돈을 술 한 잔에 날려버리거나 이번에 소득공제를 받으면 어떻게 쓸 것인가
에 대한 궁리부터 합니다.
그렇게 사용한 돈이 40만원이라 가정한다면 이는 은행의 정기예금(4.5%, 정상과세시)에 무려 1천
만원 이상을 1년간 넣어두어야만 얻을 수 있는 이자소득과 같습니다.
이 얼마나 어리섞은 짓인가요?
순간의 만족과 소비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미래의 더 큰 이득을 안겨다 줄 수 있는 기회비용을 날려
버리는 짓입니다.
저축을 함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으기 위한 저축이 아닌 쓰기 위한 저축을 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십수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열심히 아끼고 모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살고있는 아파트 한 채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 직장인들의 모습입니다.
그럼 그간 젊은 시절에 그렇게도 열심히 고생해 벌어왔던 돈의 행방은...?
님의 경우처럼 특히나 상여금 등을 통해 비정기적인 소득이 많은 경우 이러한 돈의 관리는 더 힘들
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돈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못해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지출들을 통제하
지 못한다면 돈을 모으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새어나가는 돈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문제겠지요.
그 시작은 바로 앞서 말씀드린 자신의 생활습관과 돈에 대한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직 무분별한 소비의 습관을 바꾸지 못한 상황이라면 돈의 속성을 역으로 이용해 손에 쥐어
지지 않게끔 함으로써 소비의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상품 하나를 추천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는 아닌 만큼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앞선 얘기들이 길어졌기에 님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짧게 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첫 째, 전세자금을 먼저 갚고 투자를 해야할지 아니면 분산해서 둘다 해야 할지?
; 당연히 대출상환과 저축은 병행해 가야만 합니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대출부터 빨리 갚고 저축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60세 까지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도 실제 저축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전제사금을 갚고 나면 또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을 갚고나면 다시
자녀들의 대학자금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소득없이 2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할 노후의 시기가 됩니다.
언제 저축을 할 수 있을까요?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주었다 비가 오면 다시 우산을 뺏어가는 곳이 바로 은행입니다.
아래에 있는 대출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제 답글을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둘 째, 내년에 결혼할 생각이라 장기 투자격인 펀드도 무리인것 같고 어느곳에 어떤 투자를
해야할지..
; 이 또한 결코 바람직한 생각이 아닙니다.
인생은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 경주와 같습니다.
당장 내년에 결혼자금이라는 목적자금이 필요한 만큼 일단은 단기저축에 집중하더라도
장기 목적자금을 위한 준비 또한 작게라도 시작하심이 옳습니다.
단기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는 중기 목적자금은 단기 목적자금이 되고 장기는 또 중기
목적자금이 되지요.
장기 목적자금이라 해서 무한정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습니다.
돈을 모으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시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바로 시간입니다.
"복리의 마술"에 대해 이해한다면 제가 드리려는 말씀을 이해하실 수 있을듯 합니다.
셋 째, CMA로 바꾸시는 분들 많은데 제가 듣기론 통장 잔액이 적으면 그냥 급여통장으로 하는게
낫다고 하는데 고수님들 생각은 어떠신지..
; 혹시 대박의 환상을 꿈꾸시나요?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앞서 길게 말씀드렸던 돈에 대한 생활태도 또한 이처럼 사소한 것 조차 소홀하게 보지 않는
데 있습니다.
참 역설적이게도 부자이지 못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오히려 쉽게 자신의 지갑을 열게 됩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어짜피 생활비통장 개념의 수시입출금식 통장은 님께서 직장생활을 마치더라도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CMA 금리가 하루나 일년만을 놓고 본다면 별 것 아닌듯 보일 수 있어도 평생의 시간을 계산
한다면 결코 님께서 무시하실 만한 금액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아무나 하는 이런저런 얘기들에 쉽게 흔들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먼저 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세요.
그렇다면 자신이 귀를 기울일 만큼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 만일 정말 배울
만한 모습이 있는 분이라면 님이 먼저라도 다가가 배우려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재테크에 있어 누구에게나 맞는 천편일률적인 정답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상기 글 또한 제 개인적인 가치관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인 만큼 다른 이들과는 다를 수도 있음을
참고 바랍니다.
또한 어떤 하나의 상품에 대해서도 그것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설계가 되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입니다.
때문에 처음의 예에서와 같이 막연히 어떤 상품에 얼마씩 저축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식의 질문은
옳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 막연히 몸이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과 다르지 않습
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용한 의사라도 처방은 불가하겠지요.
재무설계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먼저 답을 구하기 전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재무목표들을 스스로 계획하여야만 합니다.
님의 질문에는 그러한 부분에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예컨데 막연히 결혼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결혼할 경우 주택은 전세로 할 것인지, 직접
구입하고자 하시는지, 혹은 부모님 집에서 당분간 함께 살 것인지, 그리고 구입이나 전세라면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규모를 원하고 부모님의 도움은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목표가 수립되어야 남아있는 기간 동안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산출되고 그에
맞춰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결코 점쟁이가 아닙니다.
스스로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면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도 결코 답을 드릴 수 없음을, 그리고
분명하지 못한 목표는 결코 달성될 수 없음을 또한 참고 바랍니다.
첫댓글 막연하게 글을 올렸는데 "보도섀퍼"님의 글에 부끄러워서 고개가 숙여지네여... 님의 글 프린트 했습니다.. 뼈속 깊숙히 새기겠습니다... 처음부터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포트폴리오 제대로 작성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