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라이프오브파이, 타워...
최근에 연달아, 집사람과 혹은 혼자서 청승 떨며 본 영화들입이다.
근자에 개봉된 화제작중 박수건달을 제외하곤 두루 살핀 셈이지요.
직업적 특성상 하부구조로서의 노동과 상부구조로서의 문화가 계절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삶을 사는지라
몰아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봤으니 간단하게나마 소개 글 올립니다.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은 아시다시피 프랑스 혁명영화 입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후 반동과 혁명의 끊임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산업화가 진전되고 왕정세력과 공화정세력,
그리고 자본과 노동의 원초적 대립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는
원작 레미제라블을 뮤지컬 영화화 한 것이지요.
물론 앙시앵 레짐이라고 하는 복고 반동에 저항하는 시민계급과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잘 드러낸 원작에 힘입은 바 크겠지만,
잘 만들어진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 했습니다.
어느 나라 역사든 혁명의 시기를 경과하게 되고 또 체제 변혁기를 거치게 되는 바,
나름대로 굴곡진 현대사의 아픔을 지닌 우리네 역사와도 일면 닿아 있는 듯해서
어쩔 수 없이 강한 동일시가 일어나는 영화이기도 했답니다.
4.19가 또 80년 5월의 광주가 오버랩 되기도 했지만,
그 아픔 속에서 프랑스가 시민혁명을 통해 이뤄낸 것을
우리 역시 어느 정도는 이뤄냈다는 자긍심도 동시에 묻어났습니다.
제게 특히 눈에 뛴 것은 원작자 빅토르 위고의 인간에 대한 참으로 따뜻한 시선이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잘 구현되었고요.
조금은 거친 환경에서 자란 여관집 딸인 에포닌이
여주인공 코제트만 바라보는 혁명전사 마리우스를 끝까지 지켜주고
자신의 몸을 던져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은 강한 전율을 느끼게 조차 했답니다.
러셀크로우가 연기한 자베르란 인물 역시 자기 직무에 충실하지만,
결국에는 정의 앞에 자신을 버리는 길을 택하게 되는데
이 역시 위고의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묻어나는 장면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인류역사에 있어 중요한 결절점이었고,
시민사회의 새로운 장을 연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만큼 개봉관에서 꼭 보길 권합니다.
앤 애서웨이의 아름다운 눈물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 영화랍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
색계나 와호장룡, 그리고 브록크백마운틴을 감독한 대만출신 이안감독의 라이프오브파이는
영상미의 측면에서는 단연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색계에서의 강렬한 섹스 신에 충격적으로 매료되었던 나,
브록크백마운틴에서 동성애를 어쩌면 저리도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감탄했던 나,
비록 색깔은 다른 영화였지만 이안 감독의 영화라는데 우선 한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영화 그 자체의 스토리는 단순한 편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보기에 딱 좋은 영화라고나 할까!
완벽한 CG 덕분이겠지만, 태평양의 아름다운 바다 풍광들은 강한 잔상을 남깁니다.
어쩌면 단순하면서도 지루할 수 있는 표류기를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옮길 수 있을까?’
그저 이안감독의 능력에 감탄사가 흘러 나왔답니다.
인간과 동물의 긴장과 공존 그리고 화해와 사랑을 그린 가슴 따뜻한 영화입니다.
물론 중간에 많이 긴장해야 하긴 하지만....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두루 체현한 감독으로 그동안 꽤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 온 이안감독이
어쩌면 동서양의 느낌을 동시에 불어넣은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주제의식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작들에 비해 약하다는 아쉬움을 덧붙일 수는 있겠으나,
모든 영화에 동일하한 무게로 그러한 것들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영상에서 묻어나는 하나하나의 장면이 메시지 그 자체인 영화에
또 다른 그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욕심일 터이지요.
아무튼 환타지와 아름다운 영상을 즐기고자 한다면 라이프오브파이를 권합니다.
타워...
타워는 국산영화지요.
그러나 그냥 국산 같지 않는 영화랍니다.
타워링의 오마주라고 감독조차 선언한 영화라 더 더욱 그런 느낌을 줬으리라 여겨집니다.
스토리는 식상하고 몇 군데 비약이 있는 듯 느껴지고
리얼리티가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몰입을 방해하긴 했지만,
마치 헐리우드에서 나온 액션영화처럼 짜임새가 있어 보였습니다.
정의와 사랑 코드가 많이 닮아 있었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방식이 허리우드 급이라 평할만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네 영화팬들에겐
자연스럽게 어필하는 맛이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손예진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맛도 있고,
명불허전 설경구의 연기를 감상하는 맛도 적지는 않았습니다.
‘클래식’에 푹 빠져 손예진을 좋아 했으면서도
엔딩 크레딧에서 캐스트들의 이름을 보고서야
그 예쁜 여주인공이 손예진이란 걸 알았을 때의 황망함이란....
아무튼 예쁜 손예진을 새삼 발견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극장에 가서도 굳이 붙어 있는 자리를 찾지 않아도 되었다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영화든 빈자리 한 두개는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것도 로얄석이라 할 곳에...떨어진 자리!
또 혼자서 가더라도 외로움을 느낄 나이는 지난 듯합니다.
나쁘지 않더라고요, 혼자 보는 맛도....
첫댓글 혼자 보는 영화, 꽤 괜챦치.. 이번 달 안에 꼭 갈래!
그래 누나..특히 레미제라블과 라이프옵파이는 봐둘만한 영화야. 준기형 끌고 가세요.ㅎ
늦었네.
혼자 보는 영화, 혼자 먹는 밥, 혼자 가는 여행 ,혼자 가는 등산 ..
좋아~
그래도 아직은 혼자 보단 둘이 하는 게 익숙하답니다. 연습이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