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제연설비 무엇이 문제인가?’ |
7명의 안전 전문가, 제연설비를 조망하다. |
본지 465호 특집Ⅰ ‘제연설비의 허와 실’을 통해 제연설비의 구조적 문제점들과 대안들을 조명하고 모색한데 이이 이번호에는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제연설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인터뷰에는 김상욱 소방기술사를 비롯하여 한국소방기술회 이창욱 회장, 여용주 소방기술사, 박재현 소방기술사, 조용선 소방기술인협회 부회장(소방기술사), 경민대 이동명 교수, 연세대 이태식 교수 새한공조 원희섭 사장, 미가산업 이상남 상무이사 등이 적극 협조해주었습니다. 註)편집자 김상욱 소방기술사 “제연은 과학기술의 세계” 김상욱 소방기술사는 제연설비에 관하여“소방시설 측면을 보았을 때 기본적인 화세역학과 응용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수직풍도를 만들고 각층마다 제연댐퍼를 갖다 붙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계에서부터 충분한 과학적인 데이터들을 통해서 시공되어야 하며 시공 후 완벽한 TAB(Testing Adjusting and Balacing)를 통해 안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욱 소방기술사는 국내 처음으로 영국 급기가압 방식의 제연설비 기준법을 도입하고 제정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제연구역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히 남다르다. 먼저 그는 제연설계를 일반화시키려는 것에 대해 “행정이 기술을 지배하는 역사”라고 규정하면서 “행정중심위주의 제도로 다수결의 원칙에 의한 기술의 평준화를 만들어 놓고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제연구역에 대한 설계를 하면서 화재로 인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함에도 배제된 채 설계되다 보니 제대로 방연풍속이 나올 수 없고 수직풍도를 타고 올라가는 공기의 마찰로 인해 같은 건물이라도 층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상욱 소방기술사는 “제연설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TAB(Testing Adjusting and Balacing) 시행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방화문이 아닌 방연문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아파트의 경우 화재실에 대한 감압방식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TAB는 건물 내의 모든 공기조화설비 시스템이 설계에서 의도한 바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점검ㆍ조정하는 것으로 공기 및 수 분배의 밸런싱, 전체 시스템이 설계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전기적인 특성측정과 각종 설비 및 자동제어의 성능확인, 소음측정 등을 말한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이창욱 회장, ‘우리 사회의 절대적 가치는 안전’ “통합발주로 건설사가 기계, 전기, 소방 하청을 주어 재차 하도를 주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단가를 형편없이 떨어트려 부실설계가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을 낳고 있으며 제연설비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일반화시키는 행정위주의 정책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이창욱 회장은 제연설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건축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논리만을 앞세워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제도 역시 행정 논리를 앞세워 소방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 생명을 아무에게나 맡긴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기술사의 능력도 제각기 다른데 제연설계를 전문이 아닌 일반화시킨다는 것은 지극히 경계해야할 일이다. 일반화가 된다면 학ㆍ경력의 인정기술자들도 제연설비 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에 73년도부터 운영하고 있는 소방관련 학ㆍ경력 인정기술자격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제연설비의 일반화는 그들에게 합법적으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당국의 인정기술 자격제도 폐지는 기술자 능력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의 평가 장치가 미흡하고 자격검증을 받지 않고 기술자가 될 수 있어 국가기술자격제도의 위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특급기술인력에 대한 상대적인 등급구조의 불균형 심화로 문제점들이 지적되어왔다. 이창욱 회장은 “우리 사회의 절대적 가치는 안전이며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회적인 리스크 역시 증가하기 마련이다. 관련부처는 기술에 대해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안전에 비중을 두어 제대로 된 리더쉽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방기술사회는 매월 두 차례 두 세 시간씩 정기적으로 제연설비에 대한 포럼을 갖고 제연설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레포트를 통해 제연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박재현 소방기술사 ‘공식만 있고 기술은 없다’ 소방기술사로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제연설비 분야에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사재를 털어가며 고가의 연구 집기들을 마련해 묵묵히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박재현 소방기술사는 제연설비와 TAB(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라는 단어만 나와도 입가에 꽃이 피어나고 눈가에 생기가 돈다. 기술의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는 중용을 지키며 제연기술 발전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항시 열려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지속적인 기술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개선방향으로 지향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계측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검사방법도 제각각 달라 해석력이 떨어져 기술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장조건을 충분히 감안하거나 시스템적인 사양들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단순히 공식에 의해 풍량을 계산하여 입상 덕트를 결정하고 댐퍼의 크기를 정해 도면에 반영하는 것만으로 최적의 제연설비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국내 설치된 대부분의 제연설비들이 닥트선도에 의한 설계가 안되고 있어 댐퍼와 닥트사이즈도 천차만별이고, 풍도내 마찰손실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누설틈새 계산도 적용하지 않는 등 기술적인 요소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재현 소방기술사는 “차압댐퍼 검사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며 외국논문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고 전하면서 “해석력에 따른 응용기술의 향상을 위해서는 품질등급제도를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소방법과 화재안전기준들 대부분이 외국의 법을 검증이나 여과 없이 무차별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국내 여건에 백 프로 충족시키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따르고 있는 만큼 국내 여건에 맞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풍도실험을 할 수 있는 화재시험 연구소가 요구되고 있다. 여용주 소방기술사, '검증된 화재연구 사례로 기술발전 꾀해야' “첫째로 제연설비 화재안전기준 자체에 기술적으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며, 둘째로 기술적인 측면으로서 제연설비의 설계 능력 부족 즉 기술능력의 부족을 들 수 있고, 셋째로 경직적이고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의 불합리성을 들고 싶다.” 여용주 소방기술사는 “국내 제연설비기준은 영국의 BS5588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나 영국과 우리나라의 건물 구조와 소방시스템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로 인하여 국내의 여건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BS5588에 부속실만 가압하는 방식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은 이유가 기술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거나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풍량 계산의 기본인 틈새 면적의 규격이 국내와 동일하다고 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영국과 국내 건물 구조의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용량 계산방식 자체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며 결국 시스템의 성능미달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제연설비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 능력이 실제로 있는가에 대해서 이론적인 기반이나 지식도 없이 단순히 기준만을 들여와 성능이 구현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제연설비의 총체적인 문제점은 기술적 해결로부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제연설비의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고 설계되어 시공되어야 하지만 국내의 화재안전기준은 법과 같아서 기술자가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 적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용주 소방기술사는 “경직된 소방제도는 기술개발의 의지를 꺾어 기술발전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해 가는데 화재안전기준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발목만을 잡고 언제나 획일적인 낡은 기술만을 고집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소방기술인협회 조용선 부회장, ‘상대적인 안전은 있어도 절대적인 안전은 없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 조용선 부회장(소방기술사)은 “제연설비가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공감을 하지만 소급과정에서 오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부분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는 “제연시설 기준이 이제 7차 개정을 넘어 8차 개정을 앞두고 있어 논란의 양상이 부정적인 측면으로 가열화 되는 것 같은데 사실상 제연기술의 수준은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며 제연기술의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을 강조했다. 이미 설계에서 40%의 안전율을 고려하여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법규대로 이행한다면 하등 문제가 발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두되고 있는 제연설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방연풍속과 차압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에 대한 신뢰성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연풍속과 정압을 측정하는 계측기 성능 표준과 검사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기술력과 해석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검사를 할 수 없어 계측기와 검사방법이 제도적으로 표준화되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댐퍼의 누설량에 따른 기밀성과 방화문의 폐쇄력에 대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방화문 폐쇄력에 대한 문제는 먼저 방화문의 폐쇄력을 높이는 제품들이 시중에 출시되어 방화문 폐쇄력에 대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하지만 방연풍속의 적정성과 누설률에 대한 검사방법의 실효성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회장 이상용)는 지난 13일 한국소방검정공사의 협조를 얻어 댐퍼제조업체 A사와 B사, 도어체크 제조업체 C사가 참여해 일반적인 아파트 부속 구조의 형태에서 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 테스트를 가졌다. 시험결과 댐퍼 제조업체 2개사 제품 모두 닥트 내와 부속실 사이 차압이 350㎩정도까지는 자동차압·과압조절형 댐퍼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고 2개사 제품 모두 닥트 내와 부속실 사이 차압이 350㎩이상에서 자동차압·과압조절형 댐퍼가 정상적으로 작동될지 여부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또한 C사의 제품은 방연풍속이 1.1~1.5m/s 정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경민대학교 이동명 교수, “관리소홀로 더 큰 인명피해 불러 일으켜” 지난 6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아파트에 설치된 제연설비의 문제점들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자리에는 경민대학교 이동명 교수가 제연설비 전문가로 나와 제연설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 교수는 이외에도 지난 2003년 초에도 KBS 뉴스를 통해 대형건물에 설치된 제연설비 실태를 조명하였고 같은 해 철도터널의 제연설비에 대한 문제점들을 밝혔다. 이동명 교수는 “2003년부터 APT와 고층건물 등은 제연설비 시설들이 제대로 들어서고 있지만 급기댐퍼의 전원을 내려놓는 곳이 많아 화재가 발생되면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이 전체 8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또한, “백화점이나 상가 등 유동인구가 밀집한 곳에서도 방화문 앞에 물건들을 쌓아놓거나 비상통로에 상품들을 진열하는 등 안전에 대한 관리소홀로 유사시 많은 피해가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파트 방화문에 불법으로 말발굽을 박아 아예 닫히지 않도록 고정시켜 열어놓는 곳이 태반으로 화재가 발생되면 제연설비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이 교수는 “제연구역은 입주자의 마지막 안전공간이며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을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전하면서 “제연설비가 화재로부터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구역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다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2년 산부인과 2층에서 화재가 발생되어 4층에 있던 영아와 산모가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되었고 지난해에는 성수동에 소재한 찜질방에서 화재가 발생되어 50여명이 중ㆍ경상을 입고 잠자던 수백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관리소홀로 방치되고 있는 소방안전시설물에 대한 관리가 철저히 요구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강경한 대책 안이 요구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이태식 교수, 대한민국 안전불감증 이래도 되나? “‘경축!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라고 쓰여진 구호가 쓰여진 현수막을 보면 이러한 세상에서 소방방재 및 안전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식 교수는 “안전진단 통과란 합격이 아닌 불합격을 의미하는 것인데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이 매우 안전하지 못해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것을 현수막을 걸어서까지 경축한다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말한다. 경축할 수 있다는 것은 재건축 프리미엄을 붙여서 건물을 비싸게 팔 수 있고 그 틈에 건설사는 일거리를 맡아 돈을 벌게 되었기에 경축을 한다는 것이다. 이태식 교수는 “주민 안전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법이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재건축법을 개정해보아도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은 한 ‘위험해야 돈을 번다.’ 라는 식의 사고방식 때문에 우리 사회를 안전 무법지대로 만들어 간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자연재해 피해를 당하면 중앙정부 50%, 시도 25%, 해당시군구 25% 의 수습 복구비를 담당하는 구도에 의하여 이웃 재해지역 시군구의 불행을 부러워하는 시군구 등을 볼 수 있는데 정부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이태식 교수는 “지난 97년 이후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것이 국가에 유익이라는 유언비어를 믿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많이 써서 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신용안전을 잃어버리게 한 것처럼 안전문화의식을 바로 잡는 것이 바로 국가의 미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출처:소방방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