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아버지들에게 돈은 가족을 살리는 피이자 눈물 섞인 땀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에겐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식이 뿌리깊게 퍼진 것은 아닐까. 에이즈, 결핵 같은 병균이 들어있는 나쁜 피를 수혈 받으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릴 수 있다. 이처럼 돈도 한 사람과 가정, 사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돈에도 더러운 돈과 깨끗한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깨끗한 돈은 정직하고 바르게 벌고 쓰여질 때 사람을 살리는데 주저없이 사용되고 사회의 이곳 저곳을 살릴 수 있다. 피는 순환해야 몸의 각 기관을 유지하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돈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아버지들이 ‘필요한 만큼 벌지 못했다’고 말하며, ‘나누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아서 나눠주고, 없어서 못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에겐 나누고 베풀려는 생각이 없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 것도 나눠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 우리가 지금 겪는 어려움은 부패와 차별에서 시작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깨끗하게 벌어서 순수하게 나누려는 마음이 이 문제의 근본적인 치료제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지만 잠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음식은 살 수 있지만 식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책은 살 수 있지만 지혜는 살 수 없다 돈으로 화장품은 살 수 있지만 아름다움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사치품은 살 수 있지만 문화는 살 수 없다. 돈으로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피는 살 수 있지만 생명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지위는 살 수 있지만 존경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오락은 살 수 있지만 행복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종교는 살 수 있지만 구원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여권은 살 수 있지만 천국은 살 수 없다.
더러운 돈 1] 대기업
[대우빚 얼마나] 총 90조원… 연간 이자만 60억달러 <주간조선 1563호, 1999.7.29>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대우그룹의 부채 규모는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59조8,000억원, 해외 30조원 등 총 90조원 대로 추정되고 있다. 계열사별로는 (주)대우가 22조800억원, 대우자동차 11조800 억원, 대우중공업 10조2,000억원, 대우전자 4조8,000억원 등이다. 연간 이자만 60억달러를 물어야 하는 부채의 악순환 속에 있는 셈이다.
부패덩어리 경제 살려낼 방법은... <한국경제신문 2001.08.14> “구조조정이 잘 안되는 이유는 조정해야 할 구조 자체가 암호처럼 복잡하게 얽혀 난수표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IMF 사태 이후 대우그룹은 6개월만에 빚이 27조원에서 38조원으로 11조원이나 늘어났다. 자리의 높낮이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나은행 서초지점장 조덕중(49)씨가 ‘돈이 안 돌면 사람이 돌아 버린다’(도서출판 moneyup)에서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는 국가경제의 큰 틀을 조감할 수 있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했고 금융회사의 속사정을 꿰뚫어보는 은행감독원에서 검사 업무를 맡았으며 시중 은행에서 일선 지점장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금융계의 내막을 잘 안다.
그가 진단한 한국 경제의 근본 병인은 한마디로 총체적이고 조직적인 부패구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도려내야 할 ‘구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관료 집단, 기업가 집단, 이들 집단에 각종 연줄이나 금력으로 줄을 대고 있는 지식인 집단과 이익 집단이 얽혀서 만든 거대한 ‘세균덩어리’라고 그는 지적한다.
깨끗한 돈 1]
자동차 판매왕, 이웃사랑도 ‘1등’ 기아차 허과장 <노컷뉴스 2005.01.20> “저에게 차를 구입한 고객들의 사랑을 제가 대신 전달한 것 뿐입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판매왕 상품으로 받은 차량을 정신장애우 복지시설에 기증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203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판매왕에 오른 기아자동차 허영봉과장(38.교대역지점). 허과장은 지난해 판매왕 포상으로 받은 2천만원 상당의 카니발을 경산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랑밭재활원(경기도 화성 소재)’에 기증했다.
그는 “운동선수들이 상금으로 받은 돈을 불우이웃돕기에 쓰는 모습을 보고 나도 1등을 하면 꼭 상품을 기부하겠다고 아들과 약속했었는데 이를 지키게 돼 기쁘다”며 “기아자동차 영업사원들을 대표해 받은 상인 만큼 이번 기증을 개인명의가 아닌 회사명의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니발을 기증받은 ‘사랑밭재활원’의 최재명 이사장은 “그 동안 재활원에 운영차량이 없어 장애우들이 외출할 때면 개인차를 이용하곤 했다”며 “최악의 경기불황으로 본인도 차팔기가 어려울 텐데 이렇게 잊지 않고 이웃사랑을 실천해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사랑밭 재활원에 매월 20만원씩 기부 선행 자동차 판매에 전념하던 그가 이웃사랑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5년전부터 봉사활동을 위해 찾았던 ‘사랑밭 재활원’과의 인연 때문. 이후 허과장은 사랑밭 재활원에 매월 20만원씩을 기부해 오고 있다. 특히 2001년 누적판매대수 1,000대가 넘어 판매명인으로 선정되었을 때는 회사로부터 받은 포상금 500만원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남모르는 사랑은 겸손하기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허과장은 “기부금은 제게 차를 구입한 고객들의 것이고 단지 저는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라며 쑥쓰러워 했다.
더러운 돈 2] 건설
“우지직 꽝…” 출근길 날벼락 | 성수대교 참사 차량들 잇따라 강물속으로<서울신문 1994.10.22> 어이없는 참사가 또다시 벌어졌다.출근길의 시민과 학생들이 성수대교 상판붕괴로 참변을 당하자 국민들은 『도대체 우리사회가 왜 이 모양이냐』며 분노와 울분을 터뜨렸다.※ 폭격을 당한 듯 다리의 중간이 떨어져나간 성수대교의 흉물스런 모습과 강물로 떨어진 상판위에 곤두박질한 버스와 승용차들의 처절한 모습은 실망감과 참담감을 더해주었다.※▷사고순간◁※ 승용차를 몰고가다 현장을 목격,급브레이크를 밟아 목숨을 건진 박종우씨(34)는 『갑자기 성수대교의 상판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면서 승용차등이 잇따라 한강물 위로 떨어져내렸다』고 말했다. ※ 무학여고생 8명은 버스 뒷좌석주변에 있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머리 등을 부딪쳐 모두 숨졌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참사 <조선일보 1995.06.30> - 부실시공 5층 “폭삭” 사상자 7백여명 - 수백명 매몰 불길 솟아 구조작업 난항 29일 오후 5시57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5층건물 2개동 북쪽(정문에서 왼쪽)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7백여명의 사상자들 냈다. 경찰은 바로 옆의 남쪽(스포츠센터)건물과 인근 삼호가든 아파트 a,c동도 연쇄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킨 후 이 건물을 강제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30일 오전1시 현재 27명이 사망하고 7백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무너진 건물더미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사상자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상자들은 강남 성모병원 등 30여개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깨끗한 돈 2]
70대 할머니 전재산 4억건물 기증 <한겨레신문 2005.01.14> “북한동생들과 살려고 모았지만...건강악화로 결심” 파킨슨병에 걸린 혼자 사는 70대 할머니가 전 재산을 건국대에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건국대는 14일 이순덕(78) 할머니로부터 4억6천만원 상당의 2층 건물을 장학금으로 기증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또 건물 이외의 다른 유품들도 이 대학을 통해 사회복지기관에 기탁할 예정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 1960년대부터 이 대학 후문 근처에서 혼자 살며 담배가게와 삯바느질, 식당운영 등으로 돈을 모아왔다. 그는 통일이 되면 한국전쟁 때 북한에 두고 온 두 여동생과 오순도순 살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지만, 4년 전 자신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할머니는 “몸에 마비가 올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통일이 되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며 “건대 학생들한테서 번 돈이니 건대 학생들을 위해 보람있게 쓰고 떠나고 싶었다”고 기증 이유를 밝혔다.
무의탁 노인 위해 36억대 건물 기증 <서울경제 2005.02.03>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에 사는 강호(61)·이정숙(57)씨 부부는 3일 부부 공동명의의 부산진구 개금1동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송원빌딩(연면적 1,120평)을 사회복지 사업을 펼쳐온 사단법인 ‘행복한 사회’(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기부했다. 이 빌딩은 현재 36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행복한 사회의 한 관계자는 “평소 사회봉사활동에 열성적인 강씨 부부가 지난해 무의탁 노인을 위해 써달라며 건물 기부의사를 전달해와 이를 받아들였다”며 “강씨 부부의 뜻대로 이 건물을 노인복지를 위해 활용할 계획”?繭箚? 밝혔다.
더러운 돈 3] 식품
먹거리 장난친 633명 검거 3명 구속 <한겨레신문 2004.06.19> 경찰청은 지난 9일부터 일주일 동안 부정·유해식품 사범 특별단속을 벌여 633명을 검거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검거된 식품사범을 유형별로 보면, 부정·유해식품 제조·판매 60명, 과대·허위광고 140명, 원산지 허위표시 195명, 무허가 식품 제조 등 기타 사범이 238명이다.
식약청, 제조업체 영업정지·대표 구속… “고의적·상습적 판단, 수사확대” <서울=연합뉴스 2005.02.21>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호두·땅콩 모양 과자에 방부제를 넣어 제조·판매한 충북 옥천군 s식품을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적발,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이 업체 대표 전모씨(43)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04년 4월께 호두 및 땅콩 모양 과자의 반죽에 빵 이나 과자에 사용할 수 없는 보존료(방부제) ‘데히드로 초산 나트륨’을 각각 130g, 170g씩을 섞어 적발됐다.
최종으로 만들어진 과자에는 1kg당 호두과자에 0.4g, 땅콩과자에 0.6g의 방부제가 각각 들어 있었으며 2억 4천여 만원어치가 서울 및 부산, 대구 지역에서 유통됐다고 식약청은 설명했다. 시중에 유통중인 제품은 전국 시·도 및 지방 식약청을 통해 압류·폐기 조치될 예정이다. 식약청은 이번에 적발된 제품이 밀가루, 설탕, 계란 및 마가린 등을 주원료로 배합된 빵 제품으로 일반 건과류보다 수분함량이 많아 빨리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고의적이고 상습적으로 보존료를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더 많은 위반업소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깨끗한 돈 3]
성공회 푸드뱅크 <주간조선 2004.01.19> “음식보다 시설 부족이 더 아쉬워” 1998년 5월 성공회는 민간 단체로는 국내 최초로 푸드뱅크 사업을 도입했다. 2003년 12월 정년 퇴임한 성공회 김재열 신부의 주도 아래, 젊은 신부들이 뜻을 모아 결식 아동 500명에게 도시락을 싸주면서 시작됐다. 1년 뒤인 1999년, 정부가 주도하는 푸드뱅크가 결성되는 데 견인차가 됐다.
이제 성공회 푸드뱅크는 전국에서 매일 1만7,000명에게 밥을 제공하는 운동으로 성장했다. 이곳과 연계돼 참여하는 종교·자선 단체들만 전국적으로 260여곳. 중앙 사무국 산하에 7개 지구, 30개 지부가 단체 자원봉사자들과 손발을 맞춘다. 잉여식품을 기탁하는 곳만 570여곳에 이른다.
푸드뱅크 실무책임자인 성공회 김한승(金翰承) 신부는 “IMF 이후 어려운 이웃은 대거 늘어났지만 국가의 사회보장 체계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사회의 무관심이 낳은 구조적인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두 끼 이상 굶는 결식 아동이 1만5,000명, 점심 한 끼를 거르는 학생이 30만5,000명 정도 된다고 추산하지만 정확하지 않다”며 “결식 아동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가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했다.
현재 푸드뱅크는 기업으로부터 식품과 물품을 지원 받고 차량 운영과 물류창고 관리는 정기 후원자들의 도움에 의존한다.
더러운 돈 4] 사행산업
40代 “로또” 외치며 지하철서 투신 로또 복권 당첨되지 않은것 비관 <한국일보 2003.02.10> 로또 복권에 당첨되지 않은 것을 비관한 것으로 보이는 40대 남자가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오후 7시30분께 부산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선로에 뛰어들어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목격자 문모(56·부산 연제구 연산동)씨에 따르면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갑자기 ‘로또’라고 외치며 전동차 앞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발매 횟수 300회 더 늘려야’ 논란 <한겨레신문 2005.01.17> 축구 농구 등 2종목에 한해 토토가 시행된 2003년 한해 발매액은 282억7961만3천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크게 는 것은 종목이 확대되고 발매 회차도 297회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현재 수준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현재 300회로 제한된 발매 회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마 빚 비관 20대 투신자살 <부산일보 2004.11.18> 17일 오전 9시께 부산 동래구 안락동 H아파트 건물 뒤편 야산에서 김모(25·무직·부산 동래구 안락동)씨가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씨가 3~4년전부터 경마로 도박을 해오다 수천만원대의 빚을 진 것을 비관해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중이다.
깨끗한 돈 4]
로또 당첨금 숨은 기부자, 그를 만난 감동
- SBS프로덕션 김형민(36) PD가 자신의 블로그 (http://www.mediamob.co.kr/sanha88)에 올린 글 로또의 뒤안길 지금까지 로또를 맞아 인생대역전을 이룬 사람들이 500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 행운아들은 매스컴이나 주위 사람들의 집요한 추적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허다한 믿거나 말거나성의 루머들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은행 여직원이 퇴사하면서 퇴직 사유에 1등 딱 한 마디를 남긴 후 사라졌다거나 어느 날 부장님 핸드폰에 “내 퇴직금으로 회식하세요.”라는 전설적인 문자를 남겼다는 등의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들의 현재가 궁금하기는 하나 굳이 들추어 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직업상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전국을 헤맬 때가 있었습니다. ‘로또 열풍 그 후 1년’을 아이템으로 다뤄야 할 때가 있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해서, 저는 그 500명 중의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촉수를 곤두세웠음에도 머리카락 보일까 꼭꼭 숨어버린, 또는 이미 인생역전을 이뤄 구름 위로 올라가 버리신 1등 당첨자들의 그림자 옷깃에도 스치지 못하였지요. 말씀드린 대로 저는 그들을 꼭 만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얼떨결에 언론에 공개되었던 로또 당첨자가 어떤 수난을 겪었는지 익히 아는지라 오히려 제 레이더에 그들이 걸려들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 와중에도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은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울산의 40대 회사원이었습니다. 로또 2등에 당첨되어 3천1백만원 정도를 받았던 그는 “친구한테 복권 되면 천만원 주기로 약속했다”는 이유로 천만원을 줬고 나머지 2천1백만원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여자 아이에게 전달함으로써 자그마한 화제를 낳았습니다. 즉, 그는 로또 2등이라는 준 대박을 맞고도 단 한 푼도 자기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철철 흘러넘치는 PD의 호기심에 대홍수를 일으키고도 남을 인물이죠. 몇 개의 프로그램에서 그를 만나러 갔으나 문전박대를 받거나 무슨 시사 프로그램 찍듯 ‘다리만 나오는’ 인터뷰만 겨우 허용하는 등 취재가 어렵다고 소문난 분이었는데 작가로부터 뜻밖에 그 분이 취재를 허락하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가 사는 곳은 울산에서 도저히 잘나간다고 볼 수는 없는 동네의 언덕빼기에 서 있는 한동 짜리 맨션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돈 3천만원이 아무리 값어치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요긴하게 쓰자면 그 허름한 맨션에서 보다 깔끔한 곳으로 옮길 정도는 넉넉히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랬는가. 왜 굴러들어온 호박을 넝쿨째 차 버렸는가. 궁금증으로 숨이 턱에 닿은 제 질문에 비해 아저씨의 질문은 생뚱맞을만큼 천연덕스러웠습니다. “친구가 농담으로 로또 되면 좀 달라고 했을 때 돈 천만원 준다고 했으니 준 거고, 울산방송에서 너무 불쌍한 아이 이야기가 나오길래 그냥 준 거”라는 겁니다.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런 선행을 베푼 데는 뭔가 가슴 아련한 뒷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여겼던 제 기대는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지요. 까닭 모르게 약이 오릅니다.
“부인이 반대하지는 않으셨나요?”
“아니오. 그러자니까 그러자던데요.”
“아들은?”
“그냥 그러자니까 박수 치고 그랬어요.”
머리에 광배 하나 두른 것 같은 성인군자의 가족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저 지하철 옆에서 함께 졸거나 꽉 막힌 길에서 가끔 눈 마주치는 옆차 운전수같은 평범한 아저씨와 그 가족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분은 그분의 1년 연봉을 따라잡을지도 모를 거금을 ‘그냥’ 날려 버렸습니다. 그 보통과 특별의 어울리지 않는 틈바구니를 저는 기를 쓰고 파고들었지요. 왜? 왜? 왜? 그 귀찮은 인파이팅에 그분은 무척 건조한 카운터 펀치를 날려 왔습니다.
“내 것 같지 않더군요. 복권을 사긴 샀는데 그렇게 거금이 떨어지니까 내 것 같지 않더라고. 그래서 버려 버렸죠. 버리니까 그렇게 마음이 편하데...... 경상도 사람들은 그런 말을 가끔 하죠.
‘강구야~~~’”
아마도 ‘광고야~~’에서 변형되었을 듯한 ‘강구야~~’라는 말은 그쪽 지역 꼬마들이 이사를 가거나 하여, 인심을 쓰고 싶거나 하여 딱지나 구슬 등등을 동네에 뿌리고 싶을 때 부르짖는 단어입니다. 결국 아저씨는 돈 3천만원을 ‘강구야~~’ 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머리카락 보일까 꽁꽁 숨기면서 말입니다.
아저씨와 그 부인이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아저씨가 익명으로 전달한 돈을 받은 희귀병 환아의 어머니가 쓴 편지였습니다. ‘대체 이 은혜를 누구에게 고마워해야 합니까.......’ 그 편지를 내미는 부부의 얼굴만큼은 그때껏 얼굴을 지배하던 쑥스러움을 벗어 던진 자랑스러움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인은 이렇게 중얼거렸지요. “우리가 언제 이런 사람이 한 번 돼 보겠어예. 누구한테 이래 고마운 사람 돼 봤어예?”
그들은 그 이후로도 계속 그 아이와의 인연을 끊지 않고 있었습니다. 겨울에 가스 들여놔 주고, 명절에는 과일로 인사치레를 했습니다. 그 와중에 또 로또 3등이 당첨됐습니다.
이번에는 그 아이의 집에 에어콘 하나를 놓아 주었습니다. 남들은 한 번 되기도 어려운 복권을 두 번씩이나 맞은 것도 신기한 일인데, 그걸 또 남 좋은 일에 썼다는 이 대책없이 신기한 사람들은 그게 ‘신이 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판에 박힌’ 말을 했습니다. 조금만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입니다.
로또의 광풍 뒤를 추적하면서 저는 가지각색의 사연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첨 뒤 모든 가게 물품과 생선까지 그대로 둔 채 종적을 감춰 버린 횟집 부부에게는 별의 별 헛소문들이 따라붙고 있었고, 어떤 당첨자는 멀쩡한 직장에 잘 다니던 동생이 사표를 내던진 뒤 사업자금 내놓으라고 손을 내밀었을 뿐 아니라 일가친척이 1개 중대로 몰려들더라며 기가 막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주위에서 부러움과 동시에 동정의 대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친구도 맘 놓고 못만나는 게 뭐 그리 좋은 인생이라고........”
대박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잡음과 쑥덕공론에 우리는 으레 혀를 차면서 돈이 뭔지, 행복이 뭐지 하며 탄식 겸 질문을 스스로에게 내뱉곤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그 탄식을 무색하게 하고, 그 질문의 설득력을 잃게 만드는 신기한 사람들을 만났었습니다. 제가 아저씨에게 지금까지 매스컴을 피하시다가 왜 모습을 드러내셨냐고 물었을 때 아저씨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그 아이한테 도움이 될까 봐서요. 아직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거든. ARS 같은 거 혹시 안되나?”
그렇게 아저씨는 또 한 차례 자신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
첫댓글 돈. 돈이란 참 희귀한 요물입니다. 어떤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요술 종이 같기도 하구요. 만인 앞에서는 부정한 돈은 결코 있어서는 안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깨끗히 나누면서 써야 그 돈은 어떤이의 주머니속에서 찬란히 빛을 발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재물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지혜롭게 사용해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