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20:1-12
찬송가 342장 너 시험을 당해
난리(:전쟁이나 병란)가 났습니다. 말 그대로 북이스라엘에 난리가 났습니다. 북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 성이 아람의 군대에 의해 포위당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여호와 하나님 또는 선지자 엘리야, 아합 왕에 의해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방 왕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됩니다.
아람왕 벤하닷의 사마리아 성 포위(1-6)
(1) 아람의 벤하닷 왕이 그의 군대를 다 모으니 왕 삼십이 명이 그와 함께 있고 또 말과 병거들이 있더라 이에 올라가서 사마리아를 에워싸고 그 곳을 치며
이전 장들이나 이후 장들과 달리 오늘 본문은 ‘아람의 벤하닷 왕’을 주어로 시작됩니다. 이는 곧 앞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어떤 분위기로 이어져 갈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벤하닷은 문자적으로는 아람에서 섬기던 태양신 하다드의 아들, 또는 그와 같은 권위를 가진 이를 뜻합니다. 이는 동시에 아람(시리아)의 왕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사용되었습니다. ‘바로’가 애굽의 왕을 가리키는 것처럼 말입니다.
벤하닷은 각 지방의 영주 32명과 함께 기병과 병거들이 모이자, 단숨에 북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 성을 포위했습니다. 그리고는 성으로 사자들을 보냈습니다.
(2-3) 사자들을 성 안에 있는 이스라엘의 아합 왕에게 보내 이르기를 벤하닷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은금은 내 것이요 네 아내들과 네 자녀들의 아름다운 자도 내 것이니라 하매
성안에 들어선 사자들은 곧장 아합 왕에게 그의 은금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아내, 건장한 자녀들에 대한 소유권을 벤하닷 왕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습니다. 개역개정 성경은 이 말에 담긴 뉘앙스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공동번역 성경은 이 말의 뉘앙스를 다음과 같이 잘 담아냈습니다.
(공동번역 2-3) 벤하닷은 사마리아 성 안으로 사절을 보내어 이스라엘 왕 아합에게 말을 전하였다. "나 벤하닷이 말한다. 그대의 은과 금은 나의 것이다. 그대의 아내와 아들들도 나의 것으로 삼는다."
‘나 벤하닷이 말한다’
아람 왕의 강경한 뉘앙스가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개역개정 성경은 원어 אמר(아마르)를 ‘이르되’로 번역했는데, 이는 사실 말하는 자의 권위를 강하게 드러내는 표현으로 ‘경고하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이 백성에게 명령하거나, 왕이 신하에게 조서를 내릴 때 사용되는 용어였습니다.
다시 말해 벤하닷이 그의 사신을 통해 아합에게 전한 말은 일반적인 내용을 전하는 평서문이 아닌, 경고의 의미를 내포한 고압적 명령이었습니다.
곧장 북이스라엘 왕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4) 이스라엘의 왕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내 주 왕이여 왕의 말씀 같이 나와 내 것은 다 왕의 것이니이다 하였더니
북이스라엘 왕의 답변은 그의 무기력함을 부족함 없이 보여줍니다. 이방 왕 벤하닷을 ‘내 주 왕’이라 호칭하며 즉각 자신의 모든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랜 고민도 없이 이같이 말하는 모습을 보여 사마리아 성안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을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아합은 북이스라엘의 주, 진정한 왕이 누군지를 충분히 떠올릴법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리하지 못한 부분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아파보니까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줄 알겠고,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보니까 비로소 하나님을 찾고 또 찾게 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북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아합의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곧 사신들이 다시 왔습니다.
(5-6) 사신들이 다시 와서 이르되 벤하닷이 이르노라 내가 이미 네게 사람을 보내어 말하기를 너는 네 은금과 아내들과 자녀들을 내게 넘기라 하였거니와 내일 이맘때에 내가 내 신하들을 네게 보내리니 그들이 네 집과 네 신하들의 집을 수색하여 네 눈이 기뻐하는 것을 그들의 손으로 잡아 가져가리라 한지라
사마리아의 열약한 상황과 아합 왕의 무기력한 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린 벤하닷은 결코 지체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곧장 사신을 다시 보내 그의 뜻을 더욱 분명히 전했습니다. 내일 이맘때에 이전에 말한 바와 같이 아합의 은금과 아내, 자녀들을 넘겨받을 뿐 아니라, 그의 신하들의 집까지 샅샅이 뒤져 맘에 드는 것을 모두 가져갈 것을 말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아합은 자신의 소유뿐 아니라 그의 신하들의 모든 것까지 내어줘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다급히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사마리아 성에 갇힌 아합의 선택(7-12)
(7) 이에 이스라엘 왕이 나라의 장로를 다 불러 이르되 너희는 이 사람이 악을 도모하고 있는 줄을 자세히 알라 그가 내 아내들과 내 자녀들과 내 은금을 빼앗으려고 사람을 내게 보냈으나 내가 거절하지 못하였노라
북이스라엘 왕 아합은 그제야 장로들을 다 불러 모았습니다. 사마리아 성이 아람 군대에 의해 포위당한 상황에서 이처럼 장로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둘 중 한 가지 상황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북이스라엘 전역이 아람의 손에 들어갔기에 각 지역의 장로들이 아람의 군대를 피해 사마리아 성으로 도피한 것이었거나, 다른 하나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대비해 미리 소집된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떤 경우이었건 간에 현재 북이스라엘이 절박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합은 장로들에게 이미 아람 왕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거절하지 못했음을 고백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로와 백성들은 다음과 같이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8) 모든 장로와 백성들이 다 왕께 아뢰되 왕은 듣지도 말고 허락하지도 마옵소서 한지라
이는 일부 장로와 백성들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장로와 백성들의 하나 된 소리였습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왕이 이러한 취급을 받는 것을 매우 못마땅히 여겼습니다.
이러한 반응에도 아합은 사신을 통해 그의 뜻을 전했습니다.
(9-10) 그러므로 왕이 벤하닷의 사신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내 주 왕께 말하기를 왕이 처음에 보내 종에게 구하신 것은 내가 다 그대로 하려니와 이것은 내가 할 수 없나이다 하라 하니 사자들이 돌아가서 보고하니라 그 때에 벤하닷이 다시 그에게 사람을 보내어 이르되 사마리아의 부스러진 것이 나를 따르는 백성의 무리의 손에 채우기에 족할 것 같으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림이 마땅하니라 하매
아합은 벤하닷의 1차 요구 사항은 들어줄 수 있으나, 2차 요구 사항은 들어줄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곧장 전운을 감돌게 했습니다.
벤하닷은 곧장 아합에게 사신을 보내어 사마리아 성이 잿더미가 됨은 시간문제임을 매우 강경하게 시사했습니다.
이를 전해 들은 아합 역시 곧장 결사 항전의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11) 이스라엘 왕이 대답하여 이르되 갑옷 입는 자가 갑옷 벗는 자 같이 자랑하지 못할 것이라 하라 하니라
새번역 성경은 이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새번역 11) 이스라엘 왕이 회신을 보냈다. "너의 왕에게 가서, 참 군인은 갑옷을 입을 때에 자랑하지 아니하고, 갑옷을 벗을 때에 자랑하는 법이라고 일러라.
더 쉽게 표현하면 '길고 짧은 것은 대어 보아야 안다'는 말입니다. 이제껏 굴종적이었던 아합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구석으로 몰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쥐가 뒤돌아선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벤하닷은 즉각 사마리아 무혈입성을 포기하고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12) 그 때에 벤하닷이 왕들과 장막에서 마시다가 이 말을 듣고 그의 신하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진영을 치라 하매 곧 성읍을 향하여 진영을 치니라
아합의 그 한마디에 벤하닷이 몹시 흥분한 것처럼 보입니다. 일촉즉발의 민감한 상황에서 술잔을 든 그의 손이 떨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곧장 전장에 동행했던 왕들과 함께 들던 술잔을 내려놓고는 사마리아 성을 공격할 것을 명했습니다. 사신을 통해 여러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오만하리만큼 안정적이었던 이전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아람 왕 벤하닷이 사마리아 성을 포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곧장 포위한 성을 무력으로 점령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성문이 스스로 열리기를 바라며 이스라엘 왕 아합의 폐부를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포위된 성안에 갇힌 아합은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을 막아보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결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마음을 간파한 벤하닷은 더 많은 요구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이에 아합은 장로들을 소집해 작금의 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모든 장로와 백성들은 왕을 위한 목소리로 하나되었습니다.
비록 아람 왕 벤하닷 의해 촉발된 북이스라엘의 난리는 막을 수 없었지만, 이 과정에서 아합은 북이스라엘로 다시금 하나 되게 했습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음에도 하나로 똘똘 뭉친 상황과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에 제각기 흩어진 상황 중, 어느 편이 더 비참한 상황으로 생각되십니까?
아합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 결과적으로 악한 왕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오늘 그가 보인 인간적인 모습은 조금 달리 생각됩니다. 여호와 하나님을 내 주 왕으로 믿는 오늘 우리의 인간적인 모습은 분명 그의 모습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으십니까?
장로와 백성을 방패막이 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자 했던 그의 모습에 저절로 허리가 숙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껏 저희가 꼭 움켜쥔 것은 무엇입니까?
혹 주님이 아닌 주님의 옷자락이었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설령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상황과 환경에 의해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더라고, 오롯이 내 주 왕이신 주님의 성탄을 기리고 다시 오심을 대망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주 왕은 그 누구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심을 고백하며,
오늘 하루를 진정한 의미의 대림절로 가꾸어 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도
내 주요, 왕이신 하나님. 아람 왕 벤하닷을 주어로 시작되는 오늘 본문을 살피며, 우리 삶의 주어는 누구였는지를 돌아봅니다. 한결같이 하나님 아버지만을 진정한 주요 왕으로 모시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니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더는 상황과 환경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세상과 사람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주님의 옷이 아닌 주님을 꼭 붙잡고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포위된 사마리아 성안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헤아려 보시겠습니까?
2. 만약 내가 아합 왕의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3. 사신들이 은금과 아내, 자녀들을 넘기라는 말에 순순히 넘겨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4. 진정한 내 주 왕은 누구신지, 그 증거로 무엇이 있는지를 정리해 보시겠습니까?
(작성: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