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못 믿을 요양 시설…
신고제로 누구나 운영 가능, 오피스텔·모텔 개조해 만들어
안정제 먹여 재우거나 묶어놓기도… 입소 뒤 건강 되레 악화되기 일쑤
서울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이정숙(가명·40)씨는 2008년 6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맡기기 위해 요양시설을 네 차례나 옮겼다. 이씨는 "나와 오빠 부부는 맞벌이에다 자식이 셋씩이나 있고, 결혼도 하지 않은 막내에게 어머니를 맡길 수도 없어 요양시설을 찾아다녔다"며
"그런데 맡길 만한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처음에 간 곳은 경기도 안산의 한 요양병원이었다.
한 달에 150만원이나 들었다. 하지만 이씨는 1년 뒤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를 응급치료한 인근 종합병원 의사는 "요양병원에서 준 처방약과 어머니 체질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이름도 알 수 없는 신경안정제를 1년 내내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씨는 요양병원에서 치매 환자를 잠재우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먹인 것으로 추정했다.
- ▲ 경기도의 한 요양원 현관에 한 노인이 멍하니 앉아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요양원에 들어가는 많은 노인이 불친절한 요양보호사들과 청결하지 않은 시설 때문에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어머니 고향인 데다 바닷가에서 가까워 환경이 좋아 보였다.
생활비도 한 달 45만원으로 저렴했지만 서울 사는 3남매가 자주 들르기엔 너무 멀었다.
경기도 안양의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옮겼는데, 어느 날 어머니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장애등급 1급인 어머니는 고혈압 약과 치매 약을 제대로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한 달치 약을 보름 만에 다 먹어버렸던 것이다. 요양원에선 모기약도 뿌리지 않았는지 어머니 얼굴은 온통 모기에 물린 자국이었다.
2010년 10월부터 어머니가 네 번째로 지내는 곳은 경기도 군포의 요양원이다.
이 요양원에선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노인들을 재우기 위해서인지 항상 불을 꺼놓고 있었다. 이씨는 "어머니가 요양시설에서 잘못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늘 걱정"이라고 했다.
◆온몸 만신창이 된 채 숨지기도
요양시설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누구나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일부 요양원들은 오피스텔이나 모텔을 개조하기도 한다. 환자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좁은 병실에 환자들을 가둬놓거나 묶어놓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성복(가명·42)씨는 "5년 전 요양병원에서 치매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김씨 아버지는 80세이던 2004년 4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아버지는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
처음 1년은 어머니가 집에서 돌봤다.
하지만 74세 어머니가 자신보다 무거운 아버지를 24시간 병수발하는 건 무리였다.
가족들은 이듬해인 2005년 중반 한 달에 140만원 내는 요양시설로 아버지를 모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입원한 지 반 년도 안 돼 욕창과 멍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아버지가 자꾸 집에 가겠다고 하니까 간호사들이 압박붕대로 팔다리를 묶어놨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엉덩이와 볼을 때리기도 했다"며 "내가 지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직접 모셨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했다.
주부 이영미(가명·46·서울 영등포구)씨는
2009년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40일 만에 몸 한쪽이 마비되고 말도 못하는 등 증상이 악화하자 집으로 모셨다. 간병인들은 자리를 비우고 환자들을 방치했다.
이씨는 아버지를 집에서 모시기 위해 학원에서 공부하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이씨는 "학원 강사가 내 말을 듣더니 '하긴 요양시설에 가 있었으면 (아버지는) 몇 달 만에 돌아가셨을 거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영리목적 시설이 문제, 감시도 부족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에겐 일반 병원보다 더 좋은 시설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08~2009 인권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노인을 때리고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서 밤에 소변이 샐까 봐 몸에 테이프를 붙였다가 아침에 떼는 노인요양원도 있었다.
한 노인요양원에서는 간병인이 할머니의 양말을 신기는 과정에서 가슴을 눌러 갈비뼈를 부러뜨린 일도 있었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서비스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치매·중풍 환자들이 하소연할 방법도 없고 정부의 감시 체계가 부족하다 보니 노인 요양시설들이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원·요양병원의 차이는?
요양원은 65세 이상만… 의사 면허여부도 달라
'○○요양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노인요양시설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보살피는 곳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장기요양 1~3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 들어갈 수 있다.
요양병원은 노인을 치료하는 의료시설이지만, 요양시설처럼 나이 제한이 없다.
병원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노인성 질환으로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대상이다.
요양원은 개인이나 법인 아무나 운영할 수 있고,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가 상주할 필요는 없다. 사회복지사는 입소자 30명 이상시 1명 이상,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입소자 25명당 1명 이상만 있으면 된다.
이에 비해 요양병원은 의사나 한의사만 세울 수 있다.
의료진도 연평균 1일 입원 환자 40명당 의사 1명, 간호사는 입원 환자 6명마다 1명 이상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입원 비용은 요양원이 상대적으로 싸다.
요양원은 본인 부담금 20%와 장기요양보험 80%로 운영되고,
본인 부담금은 한 달 평균 40만~50만원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병원이어서 치료비 등 개인 부담금이 많다.
시설이 좋은 1등급 요양병원은 한 달 평균 150만~170만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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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환자] "치료와 여가 함께 하니 병원생활이 즐거워요"
2010년09월23일 오후 1시 서울 중랑구 망우동 북부노인병원 '열린 공원'에 핀 들국화 앞에서 한 간병인이 휠체어에 탄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그 옆 벤치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손녀들과 요구르트, 과자를 나눠 먹고 있었다.
병원 안은 대부분 벽이 유리창으로 돼 있어 햇살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왔다. 소독약 냄새도 나지 않았다. 1층 중앙에 만든 대나무 공원은 숲 속에 간 느낌이 들게 했다. 병실마다 테라스를 따로 둬서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쉴 수 있게 했다.
- ▲ 서울 중랑구 망우동 북부노인병원에서 노인 환자들이 간호사의 지도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북부노인병원 제공
병원을 설계한 강희성 공간건축 대표는 "노인 병원은 일반 병원보다 환자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유리 재료를 써 채광을 통해 냄새를 없애려고 했다"며 "노인 환자들은 일반 형광등도 어둡다고 느끼기 때문에 복도나 계단까지 유리로 만들어 밝게 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노인 환자들은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만으로도 비타민 D가 생성돼 우울증 예방에도 좋다"고 말했다.
2층에는 복도 끝 모퉁이마다 대형 TV가 설치된 휴게실이 있었다.
휴게실에서 TV를 시청하던 한 할머니는 공포영화 장면이 나오자 고개를 돌리며 간병인에게 "난 귀신 나오는 건 못 봐, 빨리 다른 거 틀어"라고 했다. 이곳은 병실에는 TV를 두지 않았다. 노인 환자들이 TV를 보기 위해 걷도록 유도하고,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치매 치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북부노인병원은 2006년 5월 서울시가 설립한 노인병원이다.
지하 2층, 지상 4층에 연면적 약 1만8000㎡(5400평)으로, 의료진 21명을 합쳐 150명이 일한다. 병원에는 혈액투석실부터 재활치료실까지 노인 환자를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 병원은 외관도 깔끔하지만 치료 프로그램도 다르다. 오전에는 종이접기와 원예치료·노래교실·음악치료·미술 치료를 하고, 오후에는 파워스트레칭·노래교실·웃음치료·영화교실·건강치료를 하고 있다. 식단도 환자들의 음식 취향에 따라 짜인다.
신장이 나빠 7~8년 전부터 혈액투석을 받는 김춘옥(72·서울 노원구) 할머니는 "오전에는 혈액투석을 받고 오후에는 음악요법이나 웃음요법 교실에 가는데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병원인 북부노인병원은 '아(亞)급성기 병원'으로 분류돼 3개월 넘게 입원할 수 없다.
아급성기 병원이란 종합병원에서 수술 등 치료를 받고 당장 사회복귀가 어려운 환자들을 잠시 치료하는 곳이다. 아급성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다시 종합병원으로 가고, 상태가 좋아지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으로 옮겨진다.
보호자 김모(64)씨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 한쪽이 마비된 남편을 2개월 전 이 병원에 입원시켰다"며
"병원을 나갈 때가 돼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 병원만 한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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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환자] [2] 요양 시설에 버려지는 노인 환자들
(출처; 조선일보, <특별취재팀> : 2010.09.30) 이혜운 기자, 송원형 기자, 박진영 기자
요양원에 부모 맡긴후 "잘 부탁해요" 하곤 아예 연락 끊기도
노인이 사망해도 가족과 연락 안돼 장례 못치러
"버려진 노인환자들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 필요"
중풍을 앓는 최 할머니는 혼자서는 식사를 하지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 중증 환자다.
막내아들은 2009년 7월 요양원에 전화해 "곧 어머니 뵈러 갑니다. 잘 부탁해요"라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다. 월 50만원인 요양원 이용료도 1년 넘게 입금되지 않고 있다.
◆부모 맡기고 연락 끊는 자식도
2010년09월14일 오후 전남의 B노인요양원에는 이순자(가명·87) 할머니가 병실 침대에서 눈을 감은 채 온종일 누워 있었다. 이 할머니는 올해 초 가족들과 함께 입소했지만, 그 뒤 가족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장기요양보험 1급인 할머니는 치매와 노환으로 혼자 움직이지 못한다.
요양보호사는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가족들이 안 오는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가정인 듯하다"고 말했다.
- ▲ 4일 전남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들이 요양사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마당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전북 C요양원 관계자는 "노인이 사망했는데도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발을 동동 구르곤 한다"며 "규정상 보호자 없이는 요양원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요양원은 2009년 여름에 가족에게 버림받은 치매 할머니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장례 문제로 쩔쩔맸다.
입소 때 보호자는
"내게는 고모뻘 되는 분인데, 자식이 없어 아무도 돌볼 사람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갔다고 한다.
월 40만원인 생활비는 첫 달부터 들어오지 않았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신현자(가명·53)씨는 "한 번은 장례를 치르려고 경찰을 통해 보호자를 찾은 적도 있다. 다들 사정이 있겠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은 고이 보내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씁쓸해했다.
사설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했던 최모(50)씨도 "1년에 한 번꼴로 찾아와 연말정산하듯 돈만 내고 가는 보호자들도 많다"며 "어르신 얼굴도 제대로 안 보면서 이용료 깎아 달라고 사정하는 자식도 있었다"고 말했다.
올 6월 보건복지부가 전국 노인 67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3.8%의 노인이 가족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응답했고,
그중 3%는 "자식에게 버려졌다"고 답했다. 학대한 가족의 50.6%가 자녀였다.
요양원 관계자들은 "병든 부모를 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255만2000원이었다.
◆보호자 찾아오지 않아 우울증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이 나이가 많을수록 자식들이 면회가는 빈도는 더 낮다.
경기도 양평의 한 요양원 관계자는 "80~90세의 노인들은 자녀도 60~70대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자녀는 자신도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자주 찾기 어려우신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요양원 관계자도 "가족 중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거나, 돌볼 여력이 없는 이들이 노인을 시설에 맡기지 않겠느냐"며 "이러다 보니 보호자와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연락이 된다 해도 1년에 한두 번 겨우 찾아오는 보호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김정훈(가명·56)씨는
"버려진 노인 환자들은 결국 시설 운영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감싸 안는 수밖에 없다"며
"이런 노인분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서 인간답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요양원에서 간병 봉사활동을 하는 김모(46)씨는
"가족들이 자주 찾지 못하는 노인 환자들은 그리움과 외로움에 더욱 시달린다"고 했다.
외로움은 우울증을 낳고 우울증은 자살을 부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 노인들의 우울증 경험 비율은 27.1%였고,
이 중 홀몸 노인은 41.7%에 이르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80대 이상 노인은 1000명이 넘었다.
심현보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과장은 "치매나 중풍 등 병세를 비관하다 우울증이 되기도 하고, 병으로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돼 우울증이 올 수 있다"며 "노인 자살자들의 85%가량은 우울증을 같이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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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환자]
"노인들을 막 대한다고요? 요양사들도 정말 힘들어요"
(출처; 조선일보, <특별취재팀> 2010.09.30 03:00
시간당 3000원꼴 중노동
요양원들도 힘들다… 요양사 구하기 어렵고 정부는 지원 없고 규제만
요양보호사 D(62)씨는 "시설장(요양원장)들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요양보호사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시키고 있다"며 "초기 투자 비용을 빨리 회수하려는 시설장의 마인드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D씨는 "24시간 동안 종일 일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한 달에 15일 360시간 일하는데 월급은 120만원 정도"라며 "시간당 3000원씩 받고 중노동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가 되려면 이론 80시간·실기 80시간·실습 80시간 등 240시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정금자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입소자들을 함부로 다룬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야말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직접적 요인"이라며 "정부가 요양원 내 인력을 지원하고 부당한 업무에 대해서는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재교육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요양보호사는 2년마다 한 번씩 교육을 받게 돼 있지만 관련 규정이 미비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치매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 노동의 특성상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 등 실무 중심의 재교육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원 측도 고충이 있다.
인천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F(44)씨는 "정부가 요구하는 서비스 기준과 현장에서 서비스받는 노인들의 만족도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관료들의 현장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에게는 음식량과 배설량이 모두 중요한데 공무원들은 식사했는지 정도만 서류로 점검하고 만다"며 "실제 요양시설을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남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G(53)씨는 "요양보호사 수가 많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를 구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지방 요양시설까지 와서 일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며 "정부는 제대로 지원도 안 해주면서 바닥 재질까지 따지는 등 규제가 너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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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환자]
일부 요양기관들, 무자격 보호사 고용… 건보공단 돈 타내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환자] [3] 병수발 가족도 고통, 어떻게 해야 하나
(출처; 조선일보,<특별취재팀>
이혜운 기자 송원형 기자 박진영 기자: 2010.10.01
"내 가족 내가 챙겨야지만… 말 못할 어려움에 냉가슴"
기저귀 등 환자용품 구입 대부분 개인이 부담해야
“그림치료·음악치료처럼 가족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어 줬으면…”
“간병 매뉴얼 책도 보급을”
"여보. 무릎 위에 한번 누워볼까?" 2010년09월 14일 오후 2시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사는 권태복(68)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 부인 임영화(63)씨 무릎에 머리를 갖다대자 아내가 "새삼스레 왜 그래?"라며 밀쳤다.
권씨는 "오늘은 대소변도 잘 보고, 기분이 좋은 거 같네"라고 말했다.
아내 임씨는 2000년 신장병 진단을 받은 뒤 2002년에 치매, 2010년 5월에는 뇌경색까지 겹쳤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남편 권씨가 대소변을 받아내며 간병을 도맡았다.
권씨는 "요양시설에 보낼 돈도 없지만 내 가족은 내가 책임지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씨는 치료비가 많이 들고 간병이 힘들어 술을 마시다 2004년 알코올 중독 판정까지 받았다.
"내가 죽으면 아내가 비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는 권씨는 1년 반 동안 통원 치료를 받으며 독하게 술을 끊었다.
그해 권씨는 벽을 꽃무늬 벽지로 도배하고, 바닥은 푹신푹신한 자재로 바꿨다.
아내가 집에서 운동할 수 있게 실내 자전거와 허리운동 기계도 샀다. 집을 요양원처럼 꾸민 것이다.
아내가 운동하는 사이 권씨는 한쪽에서 서예를 한다. 그는 "서예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잊는다"고 말했다.
- ▲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 집에서 권태복(왼쪽)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 부인 임영화(오른쪽)씨의 손을 잡고 있다. 권씨는 2000년부터 신장병·치매·뇌경색을 앓고 있는 부인을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재환(31)씨는 누나와 함께 2003년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 곽정희(57)씨를 집에서 모시고 있다. 20년 전부터 노점상을 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져왔던 어머니를 직접 돌봐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집에서 노인 환자를 돌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머니 식사인 유동식 음식물과 기저귀, 목 안 가래를 뽑아내는 특수 튜브 등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김씨는 "내 월급과 누나 월급을 합쳐 한 달에 260만원을 벌지만 세 식구가 생활하고 어머니 간병하려면 빠듯하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장모(72)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남편 정모(77) 할아버지의 병시중을 든 지 6년이 됐다.
힘이 억센 할아버지를 덩치가 작은 할머니가 돌보기는 여간 어렵지가 않다. 할아버지를 씻길 때마다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해야 한다. 한눈을 판 사이 할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갈까 봐 늘 긴장해야 한다. 다섯 걸음 걷다가 주저앉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병원에 약을 타러 가는 길도 고역이다.
할머니는 "50년을 같이 산 사람을 나 편하자고 요양원에 보낼 수야 없지 않겠느냐"며 "좋은 곳에 보낼 돈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 환자를 둔 가족들의 '벙어리 냉가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권씨처럼 집에서 고생하며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양원에 보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아픈 가족을 시설에 맡기고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경우가 많고,
'요양시설을 못 믿어서'이거나
요양시설에 보낼 돈이 없는 사람도 허다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09년 노인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환자들을 주로 돌보는 사람은 자녀가 46.8%로 가장 많았다.
요양기관에 보내 요양보호사의 간병을 받는 경우가 21.3%로 두 번째였고,
배우자(17.0%)가 뒤를 이었다.
노인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김씨 남매는 "세 가족이 사는 집은 방 두 칸 3000만원짜리 전세인데 어머니가 중풍에 걸렸어도 월수입 기준에 걸려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도 없고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어머니처럼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리처럼 집에서 모시는 사람들을 위한 재가(在家) 서비스도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태복씨는 "그림치료나 음악치료처럼 가족 스스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할머니는 "안 그래도 남편 챙기기가 너무 힘든데 주말에는 간병인이 잘 오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하는 이영미(가명·46)씨는 "환자 가족들은 치매 환자를 울면서 달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간병 매뉴얼' 같은 책자를 만들어 배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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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 선진국에선] 호주, 노인요양서비스 불만해소제 운영,
미국, 時價보다 싼 노인 아파트촌 만들어
출처; 조선일보, <특별취재팀>
국내운영 노인장기요양보험제 시설·전문 인력 등 준비 부족
노인환자 100만명 시대가 왔지만, 집에서 모시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아무 요양원에 맡기기도 불안하다. 결국 노인환자는 '국가적 차원의 보호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도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질병 등으로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장기요양급여(서비스 포함)를 제공하는 제도다.
2010년06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 536만명 중 30만명이 요양등급(장애 1~3등급)을 받고,
그중 26만명이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서비스 만족도는 제도 도입 첫해인 2008년 8월 74.8점(100점 만점)에서 올 6월 86.8점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노인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는 거리가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요양시설과 전문인력·시스템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신고제'를 도입해 시설 간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질이 낮은 시설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등급 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환자도 많다.
한 노인환자 보호자는 "거동하는 치매환자가 거동이 불편한 일반 환자보다 훨씬 간병하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등급을 하향 조정당해 정부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선우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권한이 세져야 서비스 질이 올라간다"며 "노인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요양원에서 자식들에게 돈을 더 요구할까 봐,
그리고 환자 가족들은 직접 모시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노인요양 서비스 불만해소 제도를 199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입소자나 보호자 등이 불만을 얘기하면, 정부에서 그 시설에 대해 암행 감찰을 하고 제보가 사실이면 최고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제보자에게도 그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다.
미국은 장기요양서비스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 중이며
입소자대표회의·입소자가족대표회의 등이 활성화돼 있다. 옴부즈맨 제도는 각 주(州) 노인담당 기관에서 요양시설 거주자들의 불만을 접수해 해결하고, 요양시설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엄명용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환자들의 취향에 맞춰 요양시설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미국은 서민·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시가보다 싼 아파트촌(村)을 만들어 노인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요양시설보다는 맞춤형 재가(在家) 서비스를 늘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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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환자] 좋은 요양원 고르려면…
(출처; 조선일보, <특별취재팀>, 2010.10.01)
시설 청결부터 살피고 응급의료 체계 점검을
산책공간도 확인해야
노인 환자를 좋은 요양원에 보내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용하는 '장기요양기관 평가 매뉴얼'에 따라 좋은 요양원 고르는 방법을 정리했다.
먼저 어르신들에게 요양원은 또 다른 집이기 때문에 청결 상태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선 쓰레기 분리·배출이 확실히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거즈와 일회용 주사기 등 오염쓰레기의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요양원 내에서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식당과 욕실, 화장실도 둘러보며 청결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거동이 불편해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실내 온도와 습도, 채광이 적정한지 확인해야 한다. 실내 온도는 동절기에는 18도 이상, 하절기에는 27도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주간과 야간에 각각 요양원에 들러 확인하는 게 좋다.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의 경우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 요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막기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응급의료시설과 기기를 갖추고 있는지,
소화기구와 비상구가 확보돼 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선정한 상위 10%의 119개 우수 요양원 명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www.longtermcar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