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산에 걸고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우에무라 나오미 (植村直己)
우에무라 나오미(1941~1984)는 생전 산악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했다. 메이지 대학 산악부에 입회해 산을 배우며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1970년 마침내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을 오른다. 이후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동계 완등하고 개썰매로 세계 최초로 북극권 1만 2천 km를 단독 종단해 북극점 단독 도달이라는 기록을 세운 데에서 나아가 그린란드까지 단독 종단한다.
나열한 성취도 대단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은 더욱 억척스럽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할 생각은 없이 온통 산 생각뿐. 산에 가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공사판에서 모은 돈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포도 농장 잡역부로, 프랑스 스키장 경비원으로 일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외국의 산을 보고 싶어서였다. 인생 자체가 세계의 산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방랑이었다.
그의 모험에서 인상적인 점은 그가 늘 혼자 있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혼자 계획하고 혼자 준비하고 혼자 행동하는 단독 등반을 추구했던 그는 결국 1984년 2월 북미 매킨리 단독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 중 실종됐다. 죽음의 순간조차 혼자였다.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도전이라고 아내를 안심시키며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가 닿으려던 궁극의 가치가 자유였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 그 속에 어우러져 자기 자신을 잃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도. 솟구치는 열정 앞에서 균형이라는 명목으로 머뭇거리고 뒤돌아보는 지금 이 시절에 맹목적으로 산으로, 자신의 마음 앞으로 돌진했던 그의 우직함, 무모함 등이 그립다.
[출처] 산의 말들 : 우에무라 나오미, 『청춘을 산에 걸고』|작성자 마운틴노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