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가 |
작 품 명 |
소재 또는 모티브 |
특 징 |
최인훈 |
어디서 무엇이 되어 |
온달설화 |
설화에 작가적 의미를 부여하여 변모된 현대적 사고를 보여줌 |
옛날 옛적 훠어이 훠이 |
아기장수설화 | ||
둥둥 낙랑둥 |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 ||
달아 밝은 달아 |
심청전 | ||
이강백 |
비옹사옹 |
옹고집전 |
한국적 연극전통을 모색한 작품. 잊혀져 가는 한국적 정서를 일깨움 |
봄날 |
동녀 설화 | ||
동지 섣달 꽃 본듯이 |
오백 장군설화 | ||
오태석 |
쇠뚝이 놀이 |
산대놀이 |
반극적인 실험에 설화를 접목함으로써 현대적 설화 수용 방법제시 |
춘풍의 처 |
이춘풍전 | ||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
심청전 |
이 밖에 이현화의 '산씻김'(씻김굿), 김광림의 '홍 동지는 살어있다'(꼭두각시 놀음),이윤택의 '바보각시'(살보시 설화), '오구'(장례의식), 윤대성의 '남사당의 하늘'(남사당패놀이) 등이 전통연희를 현대화한 작품들이다.
방법론적인 면에서 현대화된 전통극을 다시 분류해 보면 민예극장의 '서울 말뚝이'(산대놀이), '물도리동'(하회탈춤)과 같은 작업은 '창작가면극' 에 해당하고, 전통극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는 추상화된 가면과 몸짓으로 재창조해 내어 놀이로서가 아니라 예술로 접근한 최인훈 등의 작품들은 '현대적 전통극'으로, 전형화 된 인물설정을 통해 지배세력과 피지배 세력간의 대립을 희극적으로 처리하고 무용, 판소리, 인형극 등을 삽입한 임진택, 채희완 등의 '마당극'과, 기둥줄기와 의상, 음악만을 전통연희에서 따오고 오늘의 문제를 풍자하는 극단 미추와 mbc 등의'마당놀이'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마당놀이'의 형태가 대중의 취향에도 맞고 현대인의 감각에도 맞는 방안으로 제주의 전통연희도 뮤지컬이나 마당놀이 형식으로 개발되었으면 한다.
오페라에서 뮤지컬이 생겨났고, 판소리에서 창극이 탄생했듯이 마당극에서 형성된 마당놀이는 제주의 놀이굿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양식이기 때문이다.
한편, 제주의 전통연희는 민속음악이나 무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극적 요소가 배경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 연극적 안목으로 새롭게 창작되어야 한다.
제주도립예술단에 의해 공연되고 있는 일련의 작품들은 무용위주여서 논외로 하고,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나 한라문화제에 연출되는 작품들은 전통의 단순한 모사에 그쳐 감동이 적다. 현대적인 해석과 의미제시를 통한 재창조가 이루어질 때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현대화의 의의가 있다.
서양의 대중적인 오페라나 뮤지컬의 무대 매카니즘을 활용한 작품 창조는 전통연희의 현대화작업에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고 또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
Ⅱ.제주 전통 연희의 연극적 요소
1. 제주도 놀이굿의 연극적 특징
한국의 굿은 무속이라는 현상을 이루는 핵심이긴 하지만 한국인의 놀이 관념을 규정 짓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굿은 제의성과 연희성을 갖고 있는데 굿을 기복의 절차로 생각되면 거기에는 비합리적인 원시종교와 미신의 색채가 덧붙여지지만 유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면 그 비합리적 구성이 놀이의 자유, 방종, 정화의 기능에 의해 수렴된다. 따라서 굿을 놀이의 각도에서 분석 검토함으로써 연극적인 특징을 알아보고자 한다.
키스터는 무속극과 부조리극을 비교하면서 굿의 공통적인 연극적 요소를 양식화된 몸짓의 모방, 노래와 춤, 연극적인 상징들, 풍부한 해학과 언어적인 기지, 연극적인 매혹과 경이, 그리고 능숙한 즉흥극으로 꼽았다.
한편 제주도의 굿은 언어위주의 신화인 '본풀이'를 굿본으로 하여 무용위주의 '맞이'. 연극적 연출의 '놀이'가 삽입되는데, '본풀이' 속에는 제주인의 상상력과 문화, 제주 사회의 내재적인 규율과 법칙, 가치체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신화를 향유하는 신앙민의 집단 미의식이 발현되어 있다.
연극적인 '놀이굿'은 굿의 전편이 연극적으로 구성된 것(세경놀이, 전상놀이, 영감놀이, 산신놀이, 강태공 서목시놀이, 서천꽃놀이 등)과 일반 굿 속에 극적 요소가 삽입된 것(성주풀이, 구삼승 냄, 불도 맞이 등의 굿 속의 촌극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표적인 놀이굿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세경놀이 : 풍농굿의 일종으로 성행위와 임신출산의 생활과정을 자연의 질서 속 에 대입하여 획득한 놀이굿
○ 전상놀이 : 업의 뿌리인 삼공본풀이를 굿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놀이굿으로 가난 이라는 나쁜 전승을 내쫓고 부라는 좋은 전상을 집안으로 끌어들이 는 내용
○ 영감놀이 : 도깨비 탈을 쓰고 영감으로 차린 도깨비들이 한바탕 수선을 떨고 진 상물을 잘 대접받고 떠나는 풍자적인 놀이굿으로 풍어를 기원하는 의례
○ 산신놀이 : 사냥하며 살던 조상들의 노여움을 풀어주고 우마번성과 생업의 풍요 를 기원하는 놀이굿
○ 강태공 서목시 : 성주풀이 중 극중 놀이굿으로, 새집을 지어 집안에 복을 불러 들이는 모의적 건축의례.
○ 서천꽃놀이 : 영등굿에서 행해지는 극중놀이로,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구삼 승 할망을 달래어 내쫓아 마을의 부정을 없애는 축사의례.
이들은 공통적으로 일정한 줄거리가 있고, 극적인 플롯이 있고, 반전으로 해피엔딩을 이루며, 해학적인 대사와 몸짓, 비판과 풍자, 즉흥적인 애드립 등 연극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무대극, 뮤지컬 또는 마당놀이로 현대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2. 기타 전통 연희와 설화의 연극성
전통적인 제의는 단순히 매년 새로운 주기의 출발점을 기리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식은 자신 안에서의 조화, 자신과 자연의 조화, 그리고 이런 조화를 창조해내는 신들과의 조화스런 상태로 의식을 통해 복귀함으로써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려는 공동체의 열망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엘리아데의 말은 제주의 전통연희과 놀이 굿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말이다.
또한 전통적인 제의는 우리의 삶을 우주 질서의 구심점 가운데 있게 하려는 원초적인 욕구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제주에만 있는 '천지창조신화'는 제주도가 우주의 중심임을 말해 주는 예가 된다.
제주도 전통적인 연희는 입춘날의 '입춘굿 놀이'로 해서 2월초에 행해지던 '영등굿놀이'로 끝난다. 입춘굿놀이 속의 씨앗싸움 장면이나 영등굿 놀이 속의 '躍馬戱'가 극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내용이 너무 단순하여 현대화를 위해서는 상상력을 이용한 재창작이 불가피하며, 8월 보름에 행해지던 '照里戱'도 줄당기기 놀이로 극적인 구성은 빈약하다.
'차사영맞이'는 제주도민의 생사관이 잘 드러난 전통적 연희인데 저승의 길을 치워 닦아 영혼을 맞이하고, 영혼을 데리고 온 차사와 영혼을 위로한 후 저승의 좋은 곳으로 보내는 내용의 노래와 춤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를 우리의 장례의식과 연결시켜 현대극화 하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관민이 함께 어울려 놀았던 '정소암 화전놀이'도 기생들의 노래, 사령들의 칼춤, 선비들의 글솜씨 자랑, 민원청취 등 내용이 다양하여 극적인 재구성이 용이한 작품이다.
이 밖에 '연신(船王)맞이 굿놀이', '불싸움놀이', '요왕(龍王)맞이 굿놀이' 등이 놀이 속에서 극적인 모티브를 취하여 현대적 재창작이 가능한 연희다.
민요는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한다.
특히 제주의 민요는 노동요가 대부분으로 제주 선인들의 가치관과 삶의 구체적인 형태와 방식이 녹아 있는데 이는 극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대표적으로 '오돌또기'가 갖고 있는 서사성은 그중 백미이다. 풍랑과 난파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바람의 섬 제주가 갖고 있는 정서와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 이는 무대극, 마당놀이, 뮤지컬 등 어느 장르로도 잘 어울릴 것이다.
신의 내력담을 담은 서사무가 또한 연극화 소재의 보고다. 그들이 많은 어려움을 거치고 당에 좌정하여 모심을 받기까지 과정은 연극의 갈등구조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 이를 모티브로 현대극화 한다면 제주도적인 연극이 창출될 수 있다.
다음은 설화를 연극화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제주의 신화, 민담, 전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이미 무대화가 시도되고 있다.
'자청비 설화'를 내용으로 한 '서천꽃밭'(우봉규)과 설문대 할망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동지 섣달 꽃 본듯이' (이강백) 아기장수와 용마전설을 소재로 한 '옛날 옛적 훠어이훠이'(최인훈)등이 그것인데 내용이 제주적인 연극은 아니었지만 설화의 극화 가능성과 현대적 수용의 한 방법을 제시한 좋은 모델들이다.
그밖에 '삼성신화와 혼인지설화', '김녕사굴 전설', '막산이', '산방덕이', '한락둥이'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풍부한 극적인 소재들이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무대화하느냐 하는 것인데, 결국은 전통연희나 설화의 현대화 문제는 작가의 재창조에 대한 예술적인 의도와 소재에 대한 해석의 문제로 귀결된다.
꼭 같은 소재도 작가에 따라서 마당놀이로, 민속극으로, 현대적 전통극으로, 뮤지컬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모티브만을 차용하여 은유나 상징으로 작품을 쓴다면 작품의 영역을 무한하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배비장전' 같은 경우도 무대를 현대로 하여 패러디화 하여도 얼마든지 재창조가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 '이 대감 망할 대감'(박승희)은 배비장전을 패러디화한 작품이다.
Ⅲ. 현대 예술화 방안과 과제
1. 인프라 체제구축
제주의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선 몇 가지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작품을 무대화하기 위해서는 마당이 필요하다.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적 또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설전용 공연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제주의 명소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가령 바다가 바라보이는 넓은 곳에 신화공원을 조성하고 제주의 신화와 관련된 자연물들을 배치하고, 모형물들을 건축하고, 우리의 상상 속에 살아 있는 신화의 모습들을 구체적 형상물로 만들어 내고 그 안에 공연장이 세워 질 수 있다면 좋겠다.
가령 설문대할망의 모습을 상징화하여 거대한 건물을 짓고 그 안에 호텔, 식당, 오락실, 공연장, 전망대 등을 갖춘다면 싱가포르의 '멀라이온',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프랑스의 '에펠탑' 보다 실용적이고 다목적인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주의 상징으로도 안성맞춤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정기적인 공연축제 프로그램의 창설이다.
전통 연희물 공연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샤만축제' 같은 프로그램이 창설될 필요가 있다. 이것도 신화공원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공간에서 매년 연말에 정기적으로 열린다면 새해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자하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과거와 미래가 혼재하는 독특한 문화 양식이 소개될 수 있을 것이고, 현대적인 창작물도 공연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인적자원의 확충과 쳬계적인 교육 문제이다.
전통연희를 현대화하는 문제나 무대화하는 과정에는 많은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작가나 연출가, 기능과 실력을 갖춘 연기자의 양성은 물론 공연장을 관리하는 무대기술자의 지속적인 양성과, 이를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거나 기획 홍보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하여 도내 대학에 '전통 연희과'나 '공연 예술과'를 개설하여 전문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2. 장기적인 정책과 지원
제주의 전통 연희의 현대화에는 장기적인 정책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전문공연단체가 필요한데 이는 여러 가지 여건상 초기에는 관립단체를 창설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지금의 제주도립예술단이 있기는 하나 이를 활용하려면 현재 무용과 음악 위주로 되어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연극위주로 확대 개편하여 장기적인 레퍼터리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를 자치단체가 모두 떠 안기는 무리이다. 따라서 인건비와 제작비의 일부는 도에서 부담하고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관광협회와 공동 운영하여 수익사업이 되도록 하여 외국의 유명한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현대의 무대 매카니즘을 활용한 웅장한 볼거리 있는 작품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처럼 도의회 내에 도민의 대표들로 하여 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여 지원하는 방안도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유수 기업을 끌어들이거나 주식회사를 만들어 이를 민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Ⅳ.제 언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전쟁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또한 정보화 사회에서 창조화 사회로 이행될 것이라 한다.
제주도에는 많은 유, 무형의 문화자원이 있고 그 중에서도 전통연희라는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 산재해 있다. 우리에게는 이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이를 활용하여 현대에 가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도 누군가 하여야 한다. 이는 개인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기적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 환경적인 여건 조성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소규모의 단편적인 공연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다.
우리의 독특한 정서와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입체적이고 웅장한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공동체의 조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 문화 전쟁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경쟁력 있는 문화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의 절대적인 관심과 행정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선결 요건이다.
<참고 문헌>
이상일 , 한국인의 굿과 놀이, 문음사, 1984
키스터 , 무속극과 부조리극, 서강대, 1986
서연호 , 동시대적 삶과 연극, 열음사, 1988
유민영 . 전통극과 현대극, 단국대, 1984
이미원 , 한국 근대극 연구, 현대미학사, 1994
김방옥 , 약장수, 신의 아그네스 그리고 마당극, 문음사, 1989
문무병 , 제주의 민속, 제주도, 1998
현춘식 , 느영나영 한마당, 제주도, 1991
제주국제협의회 학술세미나 주제발표(2000.7)
<전환기 제주 문화의 방향모색> 수록
(제주국제협의회 총서 제10집. 2000.11 도서출판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