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다큐 2 (하남)

[신두연]

봄볕이 따듯한 일요일 한낮, 햇살을 받고싶어 마라톤 복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햇살은 보약이나 마찬가진데...밖에 나서니 봄햇살이 온 몸을 간지럽힌다..

전철을 타고 멀리 서울을 벗어나고파....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름 한번 엄청시리 길게도 지어놨네...헐,

그냥 '동대문공원'이라고 이름 붙이면 안되나??)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상일동 종점으로 가서 남양주시 '새재골'로 가려했는데

상일동 종점 말고 또 한갈래 종점인 마천동 종점에 내린다.

중간에 졸아버리는 바람에 어디행인지 놓치고 말았네...

아무려면 어떠리...

봄햇살 즐기며 달리고 다리힘 올려 종단대회 뛰어야 될 몸.

오늘은 파릇파릇한 푸성귀며, 봄꽃들을 보러나왔다.

그동안 겨울의 황량한 들녁에 새생명의 아우성을 듣고 싶었다.

산으로 올라 멋진 풍광을 보며 카메라에 담는 것보다

오늘은 척박한 겨울의 땅에서 올라오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고 싶다.

마천동은 서울의 제일 동남쪽 끝 동네이다.

馬川이라는 말은 조선 중기 때 임경업 장군이 말을 타고 이곳을 지나다가 말에게 물을 먹인 곳으로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옛날에는 경기도 광주군에 속해 있던 곳이 서울로 편입되었다.

윗쪽은 강동구가 있고 남쪽은 강남구, 이곳은 송파구...

동쪽엔 하남시와 경계고, 남한산성과 붙어 있는 곳이다.

서울 쪽에서 남한산성을 올라가자면 이 동네를 거쳐야 한다.

마천동에서 내려 몇 발 짝 안 가니 바로 하남시 남한산성도립공원 땅이다.

마천동과 바로 붙어 있는 하남시 감이동, 감일동 모두 야트막한 야산을 끼고 있는 동네.

河南은 원래 백제의 땅이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 고구려에서 내려온 주몽의 둘째 아들 비류와 셋째 아들 온조.

첫째 아들인 유리가 주몽의 뒤를 이어 권력을 잡자 배다른 형제인 이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어머니 소서노와 함께 남으로 내려와

셋째 온조가 자리잡은 곳이 이곳 하남 위례성이다.

둘째 비류는 인천 미추홀에서 자리를 잡았다. 바다가 보이는 낭만적인 곳을 그는 좋아했나보다.

그러나 그곳은 습한 곳이라 비류는 이내 그곳이 좋은 터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으나

그는 동생이 있는 위례성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동생한테 쫀심이 상하니까...

하남 위례성은 처음 온조가 10명의 재상들을 데리고 왔다고 나라 이름이 십제(十濟)였는데

결국 형님의 미추홀 재상들이 그곳을 버리고 위례성에 합류하면서 백제(百濟)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그 후 백제가 가장 강성하던 근초고왕 때까지 도읍지였다.

한강과 앞쪽의 남한산은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훌륭한 방어진지였고 그 가운데 자리한 위례성은

넓은 들녘이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그랬던 그곳, 그 들녁을 맑은 공기 마시며 뛴다.

LH공사에서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다는 현수막과

LH공사 직원이 이곳에 들어와 측량을 하기만 하면 잡아죽인다는

주민자치위원회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어딜 가나 개발바람이 부는 곳에는 을씨년스런 구호들이 바람에 날린다.

서로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보상비를 많이 받아 나가려는 지주와 세입자...

보상비를 조금 주려는 공사 측...

 그러나 그런 인간들의 갈등을 알리 없는 저 무심한 생명체는 태양을 받아 먹으며 대지를 호흡한다.

마늘의 저 색갈을 보라. 연둣빛이 점점 물이 올라 푸르름을 더해가는 저 싱싱함을...

원초적인 생명력이 느껴지는 저 아름다움을...

봄의 꽃은 노란색으로부터 시작된다.

복수초가 그러하며, 그 다음에 피는 생강나무꽃도 노랑이며 산수유가 노랑이다.

유채꽃도 노랑, 그 다음 따라 피는 개나리가 노랑이다.

노랑과 함께 피는 꽃들이 흰색이다.

백목련과 매화가 흰색이다.그 다음 살구꽃과 복숭아, 사과꽃, 배꽃...

흰색에서 조금씩 농도를 더해 분홍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왜 노랑과 흰색꽃이 봄을 알릴까?

대지는 온통 겨울에서 바뀐 것 없이 흙빛인데

그들은 다른 화려한 곳들이 나오기 전에

빨리 이 세상에 나와 수분을 하고 씨앗을 맺어야 후세를 기약할 수 있다.

이른바 불루오션(?)전략이라고 할까?

그 노랑과 흰색은 나무로 봐서도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전략적사고의 결과이다.

그 뒤를 따르는 꽃들은 연분홍을 시작으로 점점 붉은색으로 무장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수수하거나 눈에 잘 띄지 않은 색깔로는 벌과 꽃들을 불러오질 못한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이기에 5월이 되면 잎사귀를 먼저 내보낸 장미는 최대한 붉은 빛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남한산성도립공원으로 인해 그린벨트로 묶인 이곳, 지천에 창고들이 즐비하다.

 이런 그린벨트지역엔 신축주택은 여간해서 허가가 나오질 않는다.

이런 창고만 지을 수 있다. 창고 모퉁이에 핀 산수유꽃

 어느 묘목장을 지나며...

배 다른 자식 같아 보이네...저토록 애틋할까?? 나중에 새끼가 많이 자라면 우찌할까?

어미가 먼저 자라 그늘을 없애줘야 할텐데...괜히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

 개나리가 활짝 폈네..

감북동을 돌아나와 초이동, 초일동을 뛴다.

이곳도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이라 넓고 구릉진 시골인데도 집들은 허름하다.

언젠가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저 건너 강동구 상일동처럼 엄청 개발 바람이 불텐데...

땅 주인들은 그냥 묻어두고 세월이 흐르면 기회가 오겠지.

그들은 먹을 게 많은 사람들이니까

땅을 사면 잊어버리고 그냥 기다린단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린벨트지구에서 해재되고 아파트가 들어선다.

그 땐 돈방석에 앉는거지...뭐 다 그런거다.

그러니 땅이란건 있는 사람들만의 잔치라고 해야하나?

특히 이런 그린벨트에 땅 가진 사람들...

초이동과 붙어 있는 서울 상일동,

참 우습다.

천호대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울과 하남시...

한쪽은 고층 건물로 우뚝우뚝 솟아 있고

한쪽은 아주 오래된 60년대 집들과 비닐하우스...

길동초등학교 교정엔 백목련이 화려한 자태를 뽑낸다.

천호동 가로변의 꽃가게를 지나며

  활짝 핀 매화가 봄을 알린다.

오늘은 어렇게 세 시간 반에 걸쳐 하남시와 강동구 일대를 뛰며 봄과 대지의 정기를 듬뿍 받고 돌아왔다.

나를 즐겁게 해 준 내 튼튼한 다리에 감사드린다.

[김재호]

두연아! 오랬만이다. 이제 드디어 두연이가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는 구만. 두연아! 사진이 옆으로 치우졌다. 다시 수정해라..

[신두연]

사진 사이즈가 넘 커서 그랬나 봐...줄여서 수정했다...고마워. 순향이 딸 결혼식에는 가나? 또 부탁하려구...ㅎㅎ

[김재호]

그래 국민,429502-96-127507이다. 잘 전해주고 올께..

[신두연]

오케바리~~지금 입급했다...축하 내 몫 까지 해주고 잘 다녀오시게...

[김세훈]

나도

[김세훈]

가만히 앉아서 봄 구경 한 번 잘 했다.나도 두연이 튼튼한 다리에 감사를 드린다. 울트라 마라톤이 언제 쯤이고? 이 번에도 응원 갈까?

[신두연]

올해는 7월 10일(일요일) 오전 6시에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 622km대장정에 들어간단다. 해남-영암-광주-전주-대전-청주-충주-원주-횡성-홍천-인제-고성(통일전망대)에 토요일 오후 2시까지 도착하여야 한단다. 올해는 응원오려면 제일 가까운 곳이 원주이니...멀어서 오질 말고, 내년엔 작년 코스로 가니 그 때 봐서 시간나면 오시도록...ㅎㅎㅎ

[김세훈]

에너지 대사과정을 잘 공부하시고 이 번에는 데자 뷰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잘 하시게

[신두연]

그래...에너지 대사과정 공부 많이해서 더이상 데자뷰현상 없이 해볼께...고마워.

[조현모]

봄꽃이 벌써 활짝폈네. 대전보다도 더 빠른 것 같다. 기지개 켜고 운동할 시즌이 다가왔구나.

[신두연]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운동하면 좋을 계절이지...자네도 잘 하고 있으리라 믿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