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리 갯벌과 비인 해변을 걷는 낭만의 서해랑길(#57-58)
2024년 2월 25일 (일) 날씨 : 이슬비 오다 갬 기온 : 섭씨 1~8도
거리 : 25km 6시간 동행 : 23명
송석리-약사암-장구마을-다사항-장포항-선도리갯벌체험장-비인해변-홍원항
<그 또한 내 삶인데>
작은 창에 기댄 노을이 남기고 간 짙은 고독이
벌써 내 곁에 다가와 더 없이 외로워져
손 내밀면 닿을듯한 추억이 그림자되어
지친 내 마음 위로해 주고 다시 나를 사랑하게 해
계절따라 피어나는 꽃으로 세월을 느끼고
다시 고독이 찾아와서 그 또한 내 삶인데
손 내밀면 닿을듯한 추억이 그림자되어
지친 내 마음 위로해 주고 다시 나를 사랑하게 해
더는 사랑이 없다 해도 남겨진 내 삶인데, 그것이 내 삶인데
-조용필 노래 가사-
송석리 와석노인회관
57코스 출발 단체 촬영
아목섬과 갯벌
아목섬 : 마서면 송석리에서 1.5km 떨어진 섬으로 현무암과 화강암으로 구성된 썰물 때 갯벌로 육지와 연결되는 간석 지형 도서이다.
해안부터 아목섬 부근까지 갯벌 위에 자갈을 깔아놓은 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쉽게 아목섬에 접근할 수 있다.
아목섬 뒤에는 개야도가 있다.
굴루핑장
2024년이 시작되고 벌써 2월이 지나고 있다.
겨울에 일주일 동안 비가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장마처럼 계속해서 흐린 날이 이어지니 괜히 우울해진다.
이번 구간에는 처음부터 함께했던 산꾼들은 5~6명이 불참했는데 새로운 회원들이 자리를 채워서 성황을 이뤘다.
남미를 다녀온 황태자님의 여행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우니 한결 서해랑길에 훈훈함이 가득해 좋다.
중남미로 여행을 떠난 산줄기 따라 님의 후일담도 기대가 된다.
작년 여름에 걸었던 서천 갯벌의 송석리 ‘와석노인회관’에서 서해랑길 57코스를 시작한다.
바로 자갈길을 따라 아목섬으로 연결되는 갯벌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랐다.
물이 빠진 바다에 펼쳐지는 갯벌의 생태계는 그야말로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도 남는다.
57코스는 15.9km이고 58코스는 9.1km이므로 전체 25km를 걸어야 한다.
약사암과 판교 천을 지나 길은 장구마을을 이리저리 거친 후 언덕을 넘으니 들판이다.
약사암
판교천 포구
왼쪽으로 방향을 트니 바닷가이면서 방조제를 따라 장구만 갯벌을 만난다.
장구만에는 독살도 있고, 소공원도 조성되어 일반인들이 걷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이곳 바닷가에는 옵바위 즉 군함바위가 있는데 밀물 때 물에 바위들이 잠기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장포항에는 정월대보름에 풍어제를 지냈는지 오색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처마가 있는 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가려고 주인께 부탁하니 흔쾌히 자리를 내주신다.
적은 양이지만 계속 비를 맞으며 걸어서인지 옷도 축축하고 쌀쌀한 기운도 돈다.
뜨거운 물과 과일주 그리고 떡과 빵으로 여럿이 함께 점심을 해결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앞에 간 일행들도 이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장구마을
장구리의 유래는 바다의 모양이 장구를 닮았다고 해서 장구만이라 부른다. 판교천 북쪽 끝이 장구만인데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서천갯벌
장구만 갯벌은 판교천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서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갯벌로 기수역에 의존하는 생물들이 살아가기 적합한 장소이다.
특히 펄 갯벌과 모래와 펄이 섞인 혼합갯벌이혼재해 분포하고 있어 다양한 저서생물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주요 생물종으로는 멸종위기 2급인 흰발농게를 비롯해 농게, 칠게, 풀게, 무늬발게, 사각게, 갈색 새랑조개와 천연기념물인 개리 등이 월동한다.
또한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 바지락, 가무락, 동죽 등은 어민들의 소중한 생계 자원이며 동시에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생물자원이다.
독살
옵바위(군함바위)
정월대보름 행사 깃발이 보이는 장포항 포구
비를 피해 점심 식사를 했던 농가
선도리 해변
바닷가를 따라 선도리 해변이 나타나는데 너무 백사장이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눈을 의심했다.
예전 폐선과 쓰레기 그리고 온갖 스티로폼들로 엉망진창이었던 해변이 완전히 변모된 모습을 보여 주어 놀랐다.
이윽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할미섬과 쌍도가 나타나고 당산 바위 철모 섬도 멋진 모습을 보여 주어 일행들이 신이 났다.
잘 꾸며진 관중석과 노란 백사장이 일출과 일몰 때 촬영 장소로 인기라고 한다.
넓게 조성된 선도리 갯벌 체험 마을과 쌍도로 가는 자갈길이 하트 모양의 이니셜과 조각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할미섬
쌍도
편의 시설이 들어선 쌍도에는 넓은 해당화 밭이 있어 5월엔 꽃 향기가 몇 십리까지 퍼져 나가 청춘남녀들이 모여 들었다.
이 마을 처녀총각들도 이 맘때 해당화 향에 취해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들 중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과 천석지기 부잣집 외동딸이 눈이 맞아 사랑에 빠졌다.
이를 안 양가 부모의 반대에 두 젊은 남녀는 상사병에 몸져 눕고 말았다.
총각은 해당화가 만개한 어느 해 봄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하고, 그 날 밤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처음 만난 장소에 나갔는데, 마음이 통했는지 처녀도 같은 장소에 나와 기다리고있지 않은가!
다시는 못 만날 것이라는 생각에 둘은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선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손을 꼭 잡고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 이들의 마지막이 되었다.
이들의 사랑을 반대한 딸의 부모는 뒤늦게 후회하고 용왕님께 자식을 살려 달라 지성으로 빌었는데, 어느 날 앞바다에 두 개의 작은 섬이 우뚝 솟아나게 되었다.
고래와 거북 모양을 닮았는데 후대의 사람들은 쌍도라 불렀다고 한다.
청춘남녀가 손을 꼭 잡고 섬을 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한다.
두 개의 섬 중에 거북모양의 섬엔 용이 승천한 구멍 주변에 용 알 모양의 돌들이 있고, 거북 모양의 섬엔 금을 캐던 금광 입구가 남아 있다고 한다.
철모섬
철모섬 근경
할미섬과 철모섬 : 선도리 해변 바다에 잠겨 있는 할미섬은 할머니의 얼굴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모래 해안에 붙어 있는 철모섬(당산 바위)과 함께 아침 일출과 저녁 일몰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이다.
쌍도와 선도리 해변
선도리 백사장
쌍도와 서천 갯벌 표지석
쌍도
선도리 갯벌 체험 마을
쌍도
서해랑길 58코스 시작 지점
곱게 핀 동백꽃
어진 것을 감싼다는 비인 : 옛날부터 명문이 낙향하여 자리를 정한다고 해서 비인(庇仁)이라 불렀다.
조선조에 들어 서울의 사대부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고려 중엽 이후 서해안은 왜구의 노략질이 심했고 조선조 세종 때(1418)는 비인 앞바다 마량진에 왜선 50척이 나타나 우리 병선을 불사르고 비인성까지 공격했다.
이 싸움 이후 평지에 있던 비인성은 현재의 위치인 산 위로 올라왔다. 그 뒤에도 비인은 전란이 비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 사대부들이 즐겨 낙향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택리지의 지적은 이렇다.
“여러 읍과 이웃해 있고 뱃길이 편리하여 서울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점을 중시한다면 비인은 과거보다 미래를 위해 남겨진 땅이다.
선비의 상징 인(仁)을 숭상하는 비인 사람들의 양반 기질이 이웃 한산면(韓山面)에 뒤질 리 없다.”
쌍도
선도리갯벌체험장은 57코스의 끝이고 58코스의 시작점이다. 솔밭과 백사장 그리고 잘 정비된 야외 휴식 공간이 많은 야영객이 방문하는 이유이다.
빨간 동백이 만발한 선도리에서 우리의 목적지 홍원항까지는 11km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비인은 과거보다 미래를 위해 남겨진 땅이라고 한다.
선비의 상징인 인을 따르는 이곳 사람들이 한산면과 비교해도 뒤질 리 없다는 표현도 있다.
비인 해변도 모래사장이 의외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의아하다.
근처 마량면 일출과 일몰 그리고 비인 해변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일출과 낙조의 아름다운 광경이 유명하다는 이유인가보다.
갯벌이 물에 잠기자, 갈매기들이 모래사장 끝자락에 옹기종기 모여서 망중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선착장 시멘트 턱에 나란히 일렬로 정렬해 서 있는 갈매기들의 합창이 예사롭지 않다.
서도초등학교를 지나는데 축구하던 어린이들이 큰소리로 인사해서 반가웠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반갑다. 새롭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들을 축하해 주고 싶다.
멀리 서천화력발전소의 연기가 기다랗게 바다로 이어진다.
서해안에 밀집한 화력발전소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예전에 들었었는데 주민들과의 갈등은 어떻게 풀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정마을에는 희망 철길 공원을 홍보하는 거꾸로 쓴 간판들이 이색적이다.
비인 해변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월호리 갯벌은 반폐쇄형으로 모래와 펄이 섞여 만들어진 혼합갯벌이다.
갯골을 따라 형성된 펄 습지에는 다양한 갯벌 생물들이 서식하며, 만조선 근처에 형성된 해안 사구에는 갯그령,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등의 염생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월호리 갯벌은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갯게의 서식지이다. 행양수산부는 이곳에 인공 증식된 갯게를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자연 방류했으며, 이후 모니터링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바다 갈매기들의 망중한
서도초등학교 입학을 알리는 현수막
서천화력발전소
공정마을 희망철길공원
홍원항
홍원항은 춘장대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으며, 바다낚시와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다로 뻗은 방파제와 희고 빨간 등대가 있어 아름다운 곳이다.
서해에서 안면도와 대천 다음으로 명성을 날리는 지역이 서천 마량이다. 연인들이 호젓하게 떠나고 싶어하는 선호지역 순으로는 안면도와 대천을 앞선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마량 포구가 있고, 동백정과 춘장대해수욕장이 지척이다.
동백정에서 동백이 한창일 때는 주꾸미가 홍원항에서 나고, 해돋이와 해넘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붐빌 때는 전어가 홍원항으로 사람을 이끈다.
수산물시장과 낚시가게 춘장대 해수욕장과 동백정 사이 움푹 들어간 만속에 홍원항이 자리잡고 있다.
이름난 항구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서해안 항구 가운데 유독 조수간만의 차이가 적어 어선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이다.
홍원항을 가장 유명케 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을에 나는 전어다.
돈먹는 생선이라 해서 '전어'라 불리는 이 생선은 예부터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문헌에 나오고,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해안에서 나는 생선 중 최고로 꼽힌다.
전어는 사철 나지만 9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맛이 가장 좋기로 소문나 있으며 홍원항은 전남 광양항과 함께 전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다.
홍원항에는 선박들이 바람을 피해 항구 가득 서 있다. 예전 전어회를 맛보기 위해 축제일에 찾았다가 고생한 기억이 새롭다.
길고 먼 오늘 코스였지만, 모두 예정된 시간에 도착해서 놀랐다. 준비한 순대를 데워서 뒤풀이를 진행했는데 의외로 양이 많아 실컷 먹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 보슬비를 맞으며 걸었던 비인 해변의 낭만이 가득한 길은 좋은 추억의 무대여서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걷는 서해랑길 여정에 늘 오늘과 같은 훈훈하고 넉넉한 웃음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첫댓글 동백정을 가고 싶어 따라 나서 마량리 해돋이, 해넘이 마을 까지 둘러보고 데크길도 걸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힘은 들어도 뿌듯함은 배가되는 듯 합니다. 청산님의 글을 보면서 내가 더 많이 알고 걸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글과 사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