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트로 혁명과 그에 뒤이은 진화를 규명한다. 우리가 몰고 나와 대소동을 벌이고 있는 신구 걸작 8대. 제스로 보빙던이 이들을 정밀 시승했다.
UR-QUATTRO
‘우르’(Ur)는 오리지널이란 뜻. 드라이빙 성격은 세대에 따라 달라졌다
랠리카로는 너무 길다. 어떻게 한다? 당장 중간 토막에서 길이를 얼마쯤 잘라냈다
SPORT QUATTRO
RS2
포르쉐에서 한 수 배운 아우디는 유명한 아우디 스타일을 찾아냈다
'콰트로에 시동을 걸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RS4
RS6
뒷좌석에 드러누울 수도 있다. 가격표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다윈 박사, 이 차를 진화론의 시각에서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요?
TT RS
S4(B8)
그렇다, 이들은 모두 아우디 콰트로다. 우리 <카>에 모두 실렸던 차이기도 하다
R8 V10 SPYDER
콰트로의 후계를 찾는 일은 끝났다. 바로 여기 그 핏줄이 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여기 있다. 아냐, 잠깐, 제스로가 어디 있지? 누가 제스로 못 봤나?
콰트로의 내력을 알게 되면 모든 사람이 콰트로를 몰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당장 콰트로를 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배지는 진정한 전설이고, 그 배지를 달고 있는 수많은 차도 마찬가지다. 이때 내 눈앞에 트랜스포터 한 대가 들이닥쳤다. 트랜스포터의 뒷문이 열리고 산뜻한 스포트 콰트로가 굴러나왔다. 뒤이어 박스형 10V, 쇼룸에서 갓 나온 듯한 RS2와 RS4가 잇따랐다. 덩치 큰 RS4는 주변 5m 안에 들어오는 어떤 사람이든 박치기로 날려버릴 기세다.
우리는 자그마치 8대의 걸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1980년에서 2010년까지 콰트로 DNA를 추적할 가장 뛰어난 아이콘에, 가장 즐겁고 가장 무서운 네바퀴굴림 아우디. 우리는 그들 모두를 몰아보기로 했다. 그들의 혈통에 이상이 없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고로 날씬한 아우디의 현대형이 초기 콰트로 정신의 유전자를 담고 있을까? 우르-콰트로(Ur-Quattro)에서 시작하여 포장을 갓 뜯은 R8 스파이더에 이르기까지 8대 모델의 정밀 시승을 통해 콰트로의 전설이 2010년에도 살아 있는지 밝혀내고자 한다.
Ur-Quattro 이처럼 좁은 타이어를 끼운 네모난 쿠페가 세상에 그처럼 심오한 영향을 끼쳤다니 믿기 어렵다. 덩치 큰 후손에 비하면 가느다란 필러와 작은 바퀴 탓에 가녀려 보인다. 직렬 5기통 2.1L SOHC 터보 엔진은 197마력에 29.0kg·m. 하지만 최고시속 220km와 0→시속 100km 가속 약 7초를 너무 초라하다고는 할 수 없다. 사실 한때 왕좌에 올랐던 이 차는 요즘의 그저 그런 해치백 스피드밖에 내지 못한다. 한데 콰트로는 특별한 차. 못생기고 가느다란 4스포크 스티어링 휠 앞에 꼿꼿이 앉는다. 그 너머 있는 계기 클러스터는 구두 상자 모양에 2개의 큼직한 다이얼을 담았다. 왼쪽의 속도계는 시속 250km까지 눈금이 새겨졌고, 오른쪽의 회전계는 레드라인이 6,500rpm에서 시작된다. 센터콘솔 밑둥, 히터 조절장치 아래에는 센터디퍼렌션을 잠그는 푸시-풀 레버가 자리잡고 있다.
시동을 걸면 격렬하게 분출하는 깊은 저음에서 기묘한 재잘거림으로 사운드 트랙이 바뀐다. 느긋하고 매끈하고 나직하며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엄청난 터보랙을 예상했지만 성능이 대단치 않아 충격적인 토크는 없었다. 3,500rpm을 지나면서 점차 상승곡선을 탔다. 처음 승차감은 몹시 분주하고, 깨진 노면에서는 어색하게 덜컥거렸다. 게다가 코너에 들어가면 상당한 롤링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콰트로는 안정을 찾고 맛깔스럽게 중립을 지키며 노면을 파고들었다. 이때 거침없이 액셀을 밟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트랙션은 완벽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스티어링. 상당히 가볍고 아주 느리지만, 감각이 매우 풍부하다. 삐걱대며 흔들거리지만 하중이 커도 멋지게 균형을 맞춰 진정한 자신감을 안겨줬다. 한데 요즘 아우디에선 이 매력이 사라졌다. 정말 아쉽다. 그렇지만 긴 스트로크와 약간 튀는 기어박스 동작을 아쉬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결국 우르-콰트로는 이미 크로스컨트리를 휩쓰는 파멸적 무기는 아니다. 한데 여전히 독특한 경험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물론 후배들이 훨씬 많은 즐거움을 안겨주기는 하지만.
Sport Quattro 때는 1984년. 그룹 B 경주차들이 랠리계를 빛내기 직전이었다. 콰트로는 84년의 승리로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그룹 B 경기규정을 받아들이면서 압도적인 전력에 위협을 받았다. 극단적인 랠리카의 신세대가 등장했다. 바로 푸조 205 T16으로 대표되는 미드십과 소형·경량의 민첩한 모델들. 이들은 더 크고 더 무거운 콰트로에 비해 너무 빨랐다. 극단적인 해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스포트 콰트로다. 기본형보다 휠베이스를 320mm 줄였고, 심지어 로드카(경기규정에 맞춰 만들어야 하는 200대)마저 최고출력이 320마력에 무게가 1,298kg에 불과했다. 0→시속 96.5km 가속은 4.8초.
그룹 B 클래스의 3,000cc 규정에 맞추기 위해 스포트 콰트로의 5기통 엔진은 배기량을 2,144cc에서 2,133cc(FIA는 1.4L 터보를 요구했다)로 줄였다. 보다 가벼운 알루미늄 블록에 처음으로 기통당 4밸브를 채택했다. 아울러 해제 가능한 ABS,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 너비 9인치의 로널제 합금 휠에 빵빵한 225 타이어를 신겼다. 그 결과 아주 화끈한 몸매를 자랑했다. 짧은 휠베이스가 관심을 끌었고, 보닛의 추가 공기흡입구와 뜨거운 공기를 내보내는 슬래시 덕트가 치열한 개발 작업을 입증했다. 지금까지 나온 어느 콰트로보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차다.
기본형과는 감각에 큰 차이가 있다. 좁은 레카로 시트에 앉아 두툼한 3스포크 스티어링을 잡는다. 손가락이 들어갈 작은 홈이 있다. 기어 레버도 마찬가지로 뭉툭하다. 백미러와 뒤쪽 윈드실드를 바라보면 너무 가까워 아찔하다. 스티어링은 훨씬 무겁지만 피드백을 강렬하게 받아들인다. 클러치도 무겁다. 3,500rpm을 휙 넘어서면 엔진은 한층 힘차게 몰아붙였다. 승차감은 뻣뻣하지만, 이번에는 수평운동을 일으켰다. 따라서 롤링이 줄어들고, 코너에 들어갈 때 반응이 훨씬 좋았다. 짧아진 휠베이스의 이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안정됐지만 드라이버의 방향전환에 뜨겁게 호응했다. 언더스티어가 줄어들고, 액셀 위치 또는 제동입력에 따라 한결 예리하게 균형을 잡았다. 당연히 네바퀴굴림. 황홀한 랠리카다.
RS2 클래식과 모던이 뒤얽힌 차. RS2는 작고 곧추선 느낌을 준다. 가느다란 필러가 시야를 활짝 열었고, 일대 도약을 이룩했다. 아우디의 아름다운 현대적 실내의 첫 싹을 볼 수 있다. 큼직한 카본파이버 패널, 은색 다이얼(시속 290km 속도계, 7,000rpm 레드라인), 도어의 밝은 청색 알칸타라와 레카로 시트 등. 한데 그보다 더 고혹적인 디테일이 있다. 눈에 익지만 엉뚱하게 들어앉은 ‘포르쉐 911컵’ 휠, 911에서 훔쳐온 미러, 새빨간 포르쉐 브레이크 캘리퍼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 이 차는 바로 포르쉐와 합작한 아우디다.
80 아반트를 바탕으로 한 RS2는 포르쉐의 로스레-바우공장에서 1994~1995년에 나왔다. 포르쉐가 엔진,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를 개발했고, 2.2L 직렬 5기통이 RS2의 전설을 다졌다. S2를 폭넓게 다시 손질해 보다 높은 부스트로 작동하는 대구경 KKK 터보, 신형 인터쿨러, 한층 공격적인 캠과 보다 큰 연료분사장치를 갖췄다. 최고출력 315마력에 최대토크 41.7kg·m가 콰트로 드라이브트레인(토센 센터디퍼렌셜, 뒷액슬에 전자 디퍼렌셜 록)과 짝지어 무시무시하게 빨랐다(어느 잡지는 헤드라인에 ‘맥라렌보다 빨라!’라며 비명을 질렀다). 실제로 시속 50km까지는 그랬다. 한데 0→시속 96.5km 가속에는 4.8초, 0→시속 161km 가속에 13.1초. 그래도 상당히 인상적인 기록이었다.
성능은 시들지 않았어도 RS2는 여기저기 덜 떨어진 구석을 보여준다. 차체가 무척 허약해 연속 요철을 넘어갈 때 부들부들 떨고 흔들거린다. 뻣뻣한 서스펜션이 부실한 바탕에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불완전한 도로에서는 RS2가 어울리지 않는다. 빠르지만 투박하고, 능률적이지만 재미가 없다. 한데 스티어링은 멋지고 깔끔하다. 6단 기어박스는 스트로크가 짧고 맛깔스럽게 단단하다. 브레이크 감각은 빼어나고 엔진은 3,500rpm을 넘어서면 진짜 괴물로 둔갑한다. RS2는 변함없이 튀는 차다. 하지만 내가 90년대 중반 꿈꾸던 차는 아니었다.
RS4(B7) 5기통 터보 RS2와 자연흡기 V8 4.2L의 RS4 사이에는 12년이 가로놓여 있다. 우리가 스타 배역을 찾을 수 없는 시간의 공백. 한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그 기간에 허풍스런 아우디가 몇 대 나왔다. 아우디 최초의 트윈 터보 V6을 얹은 RS4와 무지막지한 RS6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RS2처럼 이들도 약간 1차원적. 빠르지만 치밀한 기교가 부족하다. 게다가 좌절감을 안겨주는 투박한 계기들이다. 그와는 달리 제2세대 ‘B7’ RS4는 콰트로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고, BMW M3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BMW를 들먹이는 이유가 있다. RS4의 앞액슬 전방에 놓인 V8을 M 디비전이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직분사 엔진은 8,250rpm까지 올라가고, 아찔한 7,800rpm에서 414마력을 토한다. 최대토크는 5,500rpm에서 43.7kg·m. 기묘하게도 0→시속 96.5km 가속에 4.6초. 스포트 콰트로 및 RS2와 똑같다. 한데 그들보다 한층 빠른 느낌이 들었고, 대다수 시승자들은 4.5초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속 161km(11초 미만)에 이르면 스포트 콰트로와 RS2는 뒤로 밀려난다. 이 V8은 정말 위대한 엔진의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섀시는 어떤가. 콰트로 시스템은 처음 50:50 토크 분할을 벗어났다. 그 대신 뒷바퀴에 60%(필요할 때는 최고 85%까지)를 보낼 수 있다. 아울러 RS4는 DRC를 갖췄다. 중앙 밸브로 연결한 오일라인으로 댐퍼들을 이어주는 정교한 시스템으로, 정속주행일 때는 밸브가 열린 상태다. 한데 롤링 또는 피칭이 시작되면 밸브는 닫히기 시작한다. 그러면 오일에 압력을 가해 압축된 댐퍼를 밀어 수평을 유지한다. 그 기능이 뛰어나 RS4는 나긋하게 달리면서도 차체를 눈부시게 조종했다. 민첩하고 유연할 뿐 아니라 도로와 싸워 이기기보다 유연하게 더불어 호흡했다. 스티어링은 가볍지만 일관성이 있고, 8캘리퍼 브레이크도 위력적이었다. V8과 상큼한 6단 수동 기어박스가 한계까지 몰아갔다. 414마력을 그처럼 깨끗하게 풀어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침착하게 일을 해내다니 실로 경이적이다.
RS6 5.0 TFSI QUATTRO RS4처럼 정교한 디테일과 위대한 능력을 갖춘 차를 만드는 데는 대단한 노력과 창의력이 필요했다. 그에 비해 RS6은 바로 차세대 콰트로였다. 사진으로 볼 때 견딜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RS4와 마찬가지로 40:60의 파워 분할과 DRC 서스펜션을 갖췄다. 엔진은 트윈 터보 V10 5.0L에 572마력과 66.2kg·m. 초고성능의 6단 ZF 자동 변속기와 짝지었다. 부풀어 오른 박스형 아치는 오리지널 콰트로와 상통하는 특징. 왜건으로 무게가 1,985kg 또는 2,025kg이지만 0→시속 96.5km 가속에 4.6초. 솔직히 RS4보다 훨씬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R8 스파이더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 즉각적인 토크는 그토록 힘찼다.
하지만 분명 RS4는 아니다. 그렇다, RS6은 시간을 보내기에 경이로운 차. 기어를 통해서 풀어내는 믿을 수 없는 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RS4를 가름하는 촉감의 래파토리나 경쾌함을 살리지 못했다. 사실 이 차에 담긴 정신에 비춰 RS2에 더 가깝다. 그러나 한 가지를 눈부시게 해낸다. 거대한 타이어와 막강 브레이크의 도움을 받는 콰트로 드라이브트레인. 따라서 어떤 조건에서도 가차 없는 성능을 발휘할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섭도록 빠른 차지만, 결국 그 크기와 무게에 눌리고 말았다. 한데 즐길만한 것이 결코 적지 않다. 엔진은 파워와 견인력으로 끊임없이 충격을 준다. 기어박스는 더할나위 없이 느긋하다.
스포트 모드에 들어가면 상큼하고 즉각적이다. RS6 실내에 들어가면 경탄할 만큼 편안하고, 섬뜩하도록 잘 만들어졌다. 가장 부드러운 ‘컴포트’ 모드에서 승차감이 약간 뜨는 듯하고, ‘스포트’나 ‘다이내믹’에서는 가볍게 쿵쾅거려 안타깝다. 하지만 대다수 RS6 고객은 포르쉐, 페라리 외에 역사적 머신(7만7,740파운드, 약 1억3,216만원으로 아주 부유한 고객에 알맞다)을 자기 곳간에 들여놓는 기쁨을 누린다. 그럴 경우 RS6은 시골길을 두둥실 떠다니기에 기막힌 차다.
TT RS 이 차는 콰드로 대열에서는 기술적으로 별종에 든다. 가로배치 엔진과 할덱스 클러치가 파워를 뒤쪽으로 보낸다. 따라서 전통적인 세로배치/토센 디퍼렌셜 콰트로와는 다르다. 최신형 직분사 5기통 2.5L 터보 엔진은 디지털로 재조율한 우르-콰트로를 연상시킨다. 다만 엔진 사운드의 가장자리가 훨씬 단단하고 한결 빨리 증폭된다. 본격적으로 빠른 소형 쿠페다. 터보 5기통은 335마력과 45.8kg·m를 뿜어낸다. 무게는 1,450kg, 0→시속 100km 가속에 꼭 4.6초. 성난 하드코어 소형 쿠페는 겁나는 페이스로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물론 이 차에는 스포트 디퍼렌셜이 없다. 그러나 할덱스는 다시 손질되고, 최고 100%의 토크를 뒷바퀴에 보낼 수 있다. 적어도 아우디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실제로 TT RS는 놀라운 트랙션을 갖춘 앞바퀴굴림이라는 느낌이 든다. 뒷바퀴는 노상에서 흔들리는 차체를 잡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 한데 굉장히 능률적인 차다. 대단한 메커니컬 그립과 무한한 성능을 뽐낸다. 다만 즐거움이나 쌍방소통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다. RS는 댐퍼가 조절식이 아니라 까다로운 도로에서는 튀어오르는 버릇이 있다. 스티어링은 무겁고 둔하며 약간 끈끈하다. 브레이크는 정상급이지만 섬세한 감각은 전혀 없다. 그냥 A에서 B 지점으로 치고 나가는 미사일. 그러면서 추월을 일삼는다.
RS6과 비슷한 데가 있어 약간 둔한 피드백은 봐줄 만하다. 아무튼 상당히 큰 차다. 하지만 TT RS는 스포츠카다. 그냥 무거운 걸음으로 지면을 박차고 나가며 재미없이 오직 성능을 뽑아낼 일은 아니다. 운전자를 꼬득여 성능을 즐기게 해야 하고, 실수를 용서하고 매끈한 달리기에 상을 줘야 한다. RS는 우르-콰트로를 재구상하고 현대에 맞게 패키지를 다시 짠 차가 아니다.
S4(B8) 보기에 S4는 별로 뛰어난 데가 없다. 사실 RS6 또는 주먹을 불끈 쥔 RS4 다음으로 맹숭맹숭하고 약간 울적한 세단. 하지만 뜻 깊은 차이고, 무겁고 비능률적인 RS6보다 더 스마트하다. 구형 S4의 덩치 큰 V8을 피하고, 직분사 V6 3.0L 수퍼차저 엔진을 골랐다. 훨씬 가볍고 능률적이며 강력해 328마력의 최고출력과 44.7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토크배분은 친숙한 앞 40 뒤 60으로 개선됐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뒷액슬의 신형 스포트 디퍼렌셜로 좌우 토크 배분장치다. 코너링 때 파워(최고 100%)를 코너 바깥쪽 뒷바퀴에 보내 언더스티어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인다. 신형 RS5도 그걸 받아들였다.
S4의 훌륭한 좌석은 당연하다. 마음대로 조절가능한 운전위치가 환상적이고, 흠 하나 없이 잘 만들었다. 대체로 S4는 7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를 단다. 한데 시승차는 6단 수동식. RS4와 마찬가지로 변속이 상쾌했다. V6 수퍼차저는 탁월한 엔진. 저회전부터 힘차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포효와 함께 7,000rpm으로 치달을 때도 매끈했다. 구형 S4의 더 부드러운 V8을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스포트 디퍼렌셜은 ‘드라이브 셀렉트’(Drive Select) 패키지의 일부로 들어온다. 버튼을 눌러 스티어링 감각과 스피드, 엔진 반응, 서스펜션 세팅 외에도 스포트 디퍼렌셜의 뒷바퀴 파워 전달 강도를 조율할 수 있다. 3개의 세팅-컴포트, 다이내믹, 인디비주얼-이 있고, 인디비주얼은 MMI 메뉴에서 부분별 세팅을 바꿀 수 있다. 엔진, 디퍼렌셜과 댐퍼를 다이내믹에 맞췄더라도 스티어링만은 더 가볍고 자연스런 감각의 컴포트로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세팅하면 S4는 구형 RS4의 마법을 듬뿍 살려낸다. 구형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고, 가변비 스티어링은 BMW의 액티브 스티어 시스템보다 부자연스러운 개입이 훨씬 덜하다. 코너 진입이 놀랍도록 정확하다. 이때 액셀을 밟으면 뒷액슬이 힘차게 코너를 빠져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언더스티어가 줄어 주행선을 깔끔하게 지킨다. 괴기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맛깔스럽다. 아울러 정말 정교한 라인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접지력의 한계에 도달했으면서도 그립을 절대적으로 살려낼 수 있다. 크게 과소평가된 차, S4.
R8 V10 SPYDER 원래 람보르기니를 밑받침한 섀시에 미드십 고회전 자연흡기 V10을 담아낸 R8. 우르-콰트로 컨셉트보다 실망스런 TT RS에 더 가깝다.
값 11만2,500파운드(약 1억9,125만원)로 대중적 영웅이 될 가망은 없다. 한데 TT RS와는 정면으로 맞선다. 섬세한 자태, 침착하고 서두르지 않는 역동적 순수성과 오너의 기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안겨준다. 아우디와 콰트로의 선전용으로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값, 성능, 당당한 풍모 등 수퍼카적 요소를 잠시 우리 마음속에서 쓸어내자. 대신 R8의 승차감, 스티어링과 기어변환 등 기본요소에 집중하자. 승차감은 말문이 막힐 수준. 여기 나온 어떤 차보다 좋고, 수많은 중형 세단보다 뛰어나다. 스티어링은 매끈하고 가볍지만 정확하고, 성격이 투명하다. 위협적인 메탈 시프트 게이트와는 달리 기어 레버의 조작감은 가볍고 경쾌하며 빠르다. 천천히 몰 때 R8은 그야말로 숭고하다.
대개 저속에서 좋은 차는 고속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나긋하다고 조절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R8은 언제나 평형을 유지하고, 노면이 흔들려고 해도 주행라인을 잘 지켜낸다. 밸런스는 전형적인 콰트로(가벼운 언더스티어)지만 처음에만 그런 기미를 보일 뿐 뒤쪽에 치중한 네바퀴굴림이 언더스티어를 뚫고 중립적 균형을 찾아내며, 가끔은 깔끔하고 정연한 오버스티어로 넘어간다. 콰트로의 안전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차원의 조절능력을 절묘하게 끌어들인다. 따라서 R8은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안정과 엄청난 도전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수퍼카적 요소, 당당한 풍모, 성능, 폭발하는 활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도 R8은 상당히 잘 해낸다. 물론 일부 기본적 실내 부품을 하급 아우디와 함께 쓰고 있다. 한데 품질만은 최고. 나직하게 앉지만 예상보다 몸을 훨씬 꼿꼿이 세울 수 있어 익숙한 전방 시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상당히 새롭다. 분명 이색적인 느낌이 든다. 페라리 458보다 감흥이 떨어지고,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보다 특별한 느낌은 덜하다. 가야르도는 아우디의 부품을 뒤섞어 한층 극단적이면서 덜 직관적인 실내를 빚어냈다. R8 앞에서 911 터보는 아주 재래식이며 노동자 스타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운전경험에서 벗어나거나 덜어낼 것이 하나도 없다. 속임수가 전혀 없고, 단지 정확할 뿐이다.
뛰어난 섀시가 저속에서 마술을 연출한다면, V10 엔진은 즉각적이고 지능적이다. 힘차게 짖어대는 가야르도보다 사운드가 훨신 부드럽고 음악적이다. 게다가 더 매끈하기도 하다. 풍부한 토크가 있지만 회전대를 올릴 때 비로소 V10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8,700rpm의 한계 회전수에서도 비단결 같고, 사정없이 최면을 걸어온다. 2단의 폭발하는 분노에 대비한 뒤 3단으로 올라간다. 빈틈이나 허술한 데가 없다. 다시 강공을 시작하고 타성 없는 광기를 폭발하며 회전수가 치솟는다. 끝없이 가속하다가 6단에 이르러 리미터가 작동한다. 이쯤 되면 ‘수퍼카’ 항목에 ○를 줄 만하다.
이런 모든 감각과 감동을 20분쯤 한껏 맛본 뒤에야 이 차가 컨버터블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쿠페형에 비해 V10 사운드를 훨씬 잘 들을 수 있으며, 엔진이 주위에 소용돌이치는 공기를 뜨겁게 달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데 느낌만으로는 쿠페와의 차이가 별로 없다. 그렇다, 스티어링 칼럼을 통해 가벼운 흔들림이 전해질 뿐. 하지만 그 뿐이다. 뒤틀림과 흔들림, 팔딱거림과 깡충거림, 반응을 둔화시키는 무게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쿠페가 여전히 우월하다. 쬐끔. 한데 이 스파이더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만일 모든 콰트로가 이렇게 달린다면 우리 모두가 아주 행복할 것이다.
UR-QUATTRO ■ 2,144cc SOHC로 출발해 1987년 2,226cc로 배기량이 늘어났다. 89년에 기통당 4밸브로 전환. 최종적으로 20밸브형은 217마력을 냈다 ■ 1981년 몬테 하누 미콜라 랠리에서 겨우 10km 달린 뒤 1분 앞서 출발한 란치아 스트라토스를 앞질렀다. 뒷바퀴굴림과의 게임은 여기서 끝났다 ■ 4,500파운드(약 765만원)에서 시작되는 초라한 10밸브형의 중고차 광고를 보면 믿기 어렵다. 심지어 새차와 같더라도 1만2,000파운드(약 2,040만원) 이상 받기 어렵다
새차값|1만4,500파운드/약 2,465만원 현재값|4,500~1만2,000파운드/약 765~2,040만원 엔진|5기통 10V 2,144cc, 197마력@5,500rpm, 29.0kg·m@3,500rpm 트랜스미션|5단 수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96.5km 가속 7.3초, 최고시속 220km, 연비 8.1km/L 무게|1,290kg 제작연도|1980~1991년 제작대수|1만1,452대
SPORT QUATTRO ■ 198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데뷔. 302마력으로 그때까지 나온 제일 강력한 독일 로드카였다 ■ 알루미늄 엔진 블록을 사용해 프론트 오버행 무게를 23kg 줄였다 ■ 야성적인 S1 버전은 84년 말에 등장했다. 출력 470마력에 트윈 클러치 기어박스를 달고 미국 파이크스 피크에서 2번(85년 미셸 무통과 87년 발터 뢸) 우승했다
새차값|5만1,282파운드/약 8,718만원 현재값|4만~7만파운드/약 6,800~1억1,900만원 엔진|5기통 터보 20V 2,133cc, 302마력@6,500rpm, 35.6kg·m@4,500rpm 트랜스미션|5단 수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96.5km 가속 4.9초, 최고시속 250km, 연비 5.7km/L 무게|1,298kg 제작연도|1983~1986년 제작대수|214대
RS2 ■ 총생산량 2,891대 가운데 오른 핸들 RS2는 겨우 180대 ■ 벤츠 500E와 같은 공장에서 만들었다. 아우디는 500E를 보고 포르쉐 제작기술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후광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 1만3,000파운드(약 2,210만원)면 약 1만3,000km를 달린 괜찮은 RS2를 살 수 있다. 한데 댐퍼와 부시가 닳지 않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차값|4만5,705파운드/약 7,770만원 현재값|1만3,000파운드부터/약 2,210만원부터 엔진|5기통 20V 2,226cc, 315마력@6,000rpm, 41.7kg·m@3,000rpm 트랜스미션|6단 수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96.5km 가속 4.8초, 최고시속 261km, 연비 8.0km/L 무게|1,595kg 제작연도|1994~1995년 제작대수|2,891대
RS4 ■ 스티어링에 달린 ‘S' 버튼을 눌러보라. 그러면 스로틀 반응이 날카로워지고, 배기관의 바이패스 밸프가 열리며 좌석의 옆받침이 부풀어 오른다 ■ 아우디에 따르면 RS4는 0→시속 200km 가속에 16.6초 ■ 값은 2006년형이 2만5,000파운드(약 4250만원)에서 시작하고, 2007년형 아반트는 3만파운드(약 5,100만원) 중반대로 올라간다. V8 사운드를 잘 들을 수 있지만 카브리올레를 피하기로 했다
새차값|4만9,980파운드/약 8,500만원 현재값|2만5,000~3만5,000파운드/약 4,250~5,950만원 엔진|V8 32V 4,163cc, 408마력@7,800rpm, 43.2kg·m@4,500~6,000rpm 트랜스미션|6단 수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96.5km 가속 4.6초, 최고시속 250km, 연비 8.5km/L, CO₂배출량 324g/km 무게|1,650kg 제작연도|2005~2008년 제작대수|2만401대(B6/B7)
RS6 ■ 지금까지 나온 최강 아우디 로드카. 페라리 F50이나 재규어 XJ220보다 출력과 토크가 앞선다. 시가지 연비는 5.9km/L ■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6,250파운드(약 1,063만원)짜리 옵션. RS6의 무게가 최소 1,985kg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번 살펴볼 만하다 ■ 왜건은 스타일이 멋지고, 세단은 운전이 훨씬 재미있다
새차값|7만7,740파운드/약 1억3,216만원 현재값|4만~5만5,000파운드/ 약 6,800~9,350만원 엔진|V10 40V 4,991cc, 572마력@6,250rpm, 66.1kg·m@1,500~6,250rpm 트랜스미션|6단 자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96.5km 가속 4.6초, 최고시속 250km, 연비 8.6km/L, CO₂배출량 333g/km 무게|2,025kg 제작연도|2008년부터 제작대수|현재 진행 중
TT RS ■ ■ 전자력 가변식 댐퍼(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는 1,150파운드(약 200만원)짜리 옵션. 고정식 댐퍼는 영국 도로에 맞지 않아 고려해볼 만하다 ■ 최고시속을 250km에 묶었다. 돈을 좀 더 주면 리미터를 시속 280km로 올릴 수 있다 ■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왼쪽 배기관의 밸브를 열어준다. 그러면 화려한 5기통 사운드가 증폭되고 액셀 반응은 더 예리해진다
새차값|4만9,980파운드/약 8,500만원 현재값|2만5,000~3만5,000파운드/약 4,250~5,950만원 엔진|V8 32V 4,163cc, 408마력@7,800rpm, 43.2kg·m@4,500~6,000rpm 트랜스미션|6단 수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96.5km 가속 4.6초, 최고시속 250km, 연비 8.5km/L, CO₂배출량 324g/km 무게|1,650kg 제작연도|2005~2008년 제작대수|2만401대(B6/B7)
S4(B8) ■ 옵션인 좌우 토크 배분 스포트 디퍼렌셜은 작동원리가 미쓰비시 란에보의 액티브 요 컨트롤과 같다. 콰트로 기술진은 에보의 민첩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 S트로닉 기어박스는 시프트업 때 순간적으로 엔진의 점화를 끊는다 ■ V6 3.0L 수퍼차저 TFSI는 구형 S4의 V8 4.2L보다 37%나 효율이 높다
새차값|3만5,375파운드/약 6,014만원 현재값|불명 엔진|V6 수퍼차저 24V 2,995cc, 328마력@5,500~7,000rpm, 45.2kg·m@2,900~5,300rpm 트랜스미션|6단 수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96.5km 가속 5.1초, 최고시속 250km, 연비 12.4km/L, CO₂배출량 225g/km 무게|1650kg 제작연도|2008년부터 제작대수|현재 진행 중
R8 V10 SPYDER ■ 지금까지 나온 아우디 가운데 제일 값비싼 모델. 투박한 R트로닉 패들 시프트 기어박스를 제거해 5,200파운드 (약 884만원)를 절약하라 ■ 시속 50km로 달릴 때까지 소프트톱을 열거나 닫는 시간은 19초. 카브리오로서는 놀랄 만큼 단단하다 ■ V10의 최고 회전대는 8,700rpm.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기본장비. 무게배분은 앞뒤 43/57이다. 네바퀴굴림은 뒤쪽에 기본 85%의 비중을 둔다. 이 차를 사랑해야 할 4가지 이유
새차값|11만1,955파운드/약 1억9,032만원 현재값|불명 엔진|V10 40V 5,204cc, 518마력@8,000rpm, 53.9kg·m@6,500rpm 트랜스미션|6단 수동, 네바퀴굴림 성능|0→시속 100km 가속 4.1초, 최고시속 312km, 연비 8.1km/L, CO₂배출량 356g/km 무게|1,720kg 제작연도|2010년부터 제작대수|현재 진행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