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효자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편 첫 집에 구룡포전복죽이라는 간판이 눈에 띕니다. 수조에 커다란 전복이 가득 찼는데 내부를 들여다보니 탁자는 달랑 하나뿐이에요. 다시 간판을 보니 배달·택배라고 쓰여 있어요. 맞아요, 이 집은 배달과 택배로만 전복죽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구룡포전복죽 박수영 대표는 작년에 이곳에 가게를 내면서 처음부터 배달만 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원래 호미곶 있는 곳에서 5년 넘게 횟집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성수기와 비수기 매출 차이가 너무 크고 바쁠 때는 병원을 수시로 다녀야 할 정도로 몸이 힘들었어요. 이렇게 장사를 하다가는 오래 버티지 못하겠다 싶어서 고민이 컸죠. 코로나19가 터지면서는 매출이 도통 나오지 않아 그만뒀어요. 그리고 혼자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싶어서 배달 전문 죽집을 낸 거죠.”
박 대표는 횟집을 할 때부터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전복죽을 좋아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 전복죽 전문집을 내기로 했습니다. 배달만 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겪은 고충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해요. 반찬 만들랴, 설거지하랴, 손님 응대를 위한 종업원을 고용하면 이들의 비위를 맞추랴, 음식 만드는 것 말고도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죠. 전복죽 맛에는 자신 있었던 박 대표가 혼자서 오래 할 수 있는 일로 배달 전문 죽집을 낸 것입니다.
신선한 활전복 등 재료를 아끼지 않아 고객을 사로잡은 맛
배달 전문 죽집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죠. 구룡포전복죽은 매일 아침 그날 쓸 활전복을 구입해서 사용합니다. 또 죽의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쌀은 친정 엄마가 직접 농사지은 쌀만 사용합니다.
“전복은 10미 이상을 써야 맛이 납니다. 그리고 활전복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릿한 맛도 나지 않아요.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성을 담았더니 한번 맛본 고객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 대표는 포항 전복이 식감이 쫄깃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해녀들이 채취한 자연산 전복이기 때문에 쫄깃함이 대단하다는 것이죠. 박 대표는 죽에 들어가는 전복의 크기를 고객의 상태에 맞춰 다르게 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전복을 큼직하게 썰어서 쫄깃함을 최대한 맛볼 수 있게 하고요. 치아가 약한 어르신들에게는 전복을 얇게 썰어서 부담을 느끼지 않게 배려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고객이 더 맛있게 드셨으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질을 다르게 하게 됐어요. 비록 배달이지만 어디서 주문했느냐에 따라 고객 연령층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항공대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이것은 젊은 층이 대부분이겠구나 하는 것이고, 시장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나이가 좀 있겠다 생각해서 조리하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또한 젊은 사람은 퍼진 죽을 좋아하지만 나이 든 분일수록 퍼진 죽을 싫어한다는 사실도 귀띔해주었습니다. 나이 든 분들은 어려운 시절 죽을 많이 먹어본 경험 때문인 듯하다며 고객에게 최대한 맞춰서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어요. 그 덕분에 배달 전문 죽집을 연 지 1년 만에 단골이 늘어서 주문 고객의 대부분이 단골들이랍니다.
수수료 부담 없는 스마트 오더로 매출 1,000만 원까지 상승
박 대표는 처음엔 배달의민족을 통해 배달을 했었지만 부담이 커서 그만뒀다고 말합니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했더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맛이 나지 않았어요. 맛을 내려면 전복이 일정 양 이상 들어가야 하는데 수수료가 비싸서 단가를 맞추다 보니 전복량을 줄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일일이 댓글도 달아야 해서 부담이 크더군요. 몇 달 이용하다 그만뒀어요.”
그 후 전화로 주문을 받고 포장을 해서 가게 했습니다. 양이 많으면 자신이 직접 배달을 하기도 했어요. 이때 박 대표는 밀키트로 상품화할 것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해요. 하지만 밀키트에는 활전복을 쓸 수 없어서 망설여졌어요. 그리고 집에는 식당 같은 화력을 가진 불이 없어서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습니다. 센 화력으로 끓인 죽에 살아 있는 전복을 넣어서 금세 끓어오르게 해야 하는데 집에서는 그렇게 끓일 수 없으니 맛이 달라지는 것이죠.
맛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점 외에도 포장부터 생산까지 개인이 하기에는 거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밀키트는 고민만 하다 포기했어요. 그러던 중 상인회를 통해 스마트 오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거죠.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하는 스마트 시범상가 사업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 스마트 오더를 도입하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데다 스마트 오더는 배달의민족 같은 광고료, 수수료가 없다니까 얼른 지원했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에요.”
배달 서비스에서 스마트 오더는 소비자가 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스마트 오더가 사업주에게 내역을 전달하고 배달 기사를 자동 배정하는 방식이에요. 사업주는 상품 준비와 배송에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죠. 스마트 오더는 현금과 카드, 지역화폐를 아우르는 통합 결제 수단을 제공합니다. 소비자는 즐겨 쓰는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사업주는 통합 결제 관리 시스템으로 매출을 일괄 관리할 수 있어 좋아요.
“소량은 퀵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주문량이 많으면 제가 직접 가기도 해요. 퀵서비스 비용만 소비자랑 제가 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서 정말 대만족입니다.”
박 대표는 스마트 오더를 도입한 후 매출이 30% 이상 오르며 현재는 1,000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습니다.
전국 주문받는 택배 서비스로 안정적 판로 확대 준비 중
박 대표는 스마트 오더가 가게 인근에서만 주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워서 최근에는 네이버 쇼핑을 통한 전국 택배 사업을 고민 중입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면 매출이 더 일정하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구룡포전복죽의 참맛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박 대표는 스마트 오더 덕분에 전국 배달의 꿈도 꾸게 됐고, 자신과 같은 소상공인에게 스마트 오더는 최적의 서비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