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픈 밤
밤은 햇살을 등진 달의 그늘
향나무 밑 서늘함이 하룻밤 유숙할 요량으로 누웠을 때
간밤 지새울 노래를 낡은 라디오에 담아 다이얼을 돌린다
편의점 앞 인형 뽑는 기계에 장난감 집게차를 설치하고
오백 원짜리 동전을 넣고 있는 사내를 지나쳐
밤의 가슴에 단도처럼 담배 연기를 찔러 넣었을 때
가슴살 베인 피가 흐르고 칼집에 패인 허공의 암각화엔
세월의 여백에 깎이다 깎이다
쪽빛 여읜
빛바랜
물빠진
허연
무명치마 뒤집어 쓰고 꼬부라진 할미꽃 하나
뒤늦게 그녀의 청춘을 산책하는 사내가
암각화 안에 불어 넣고 있는 희미한 숨소리
누릉지 밥을 끓여 된장찌개 올리고
더는 견딜 수 없는 속눈썹 둑이
터져
첫댓글 어머니가 편찮으시나 보군. 이런 기회에 효도하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