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4월 17일,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마련한 이벤트로 '추신수 셔츠 데이'가 진행됐다. 추신수는 자신의 등번호가 적힌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단체 응원을 펼친 달라스 한인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해마다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에는 메이저리그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등번호를 달고 경기를 치릅니다.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42번의 재키 로빈슨을 기념하기 위함인데요, 오늘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2차전에는 양 팀 선수들 모두 42번을 달고 뛴 대신 관중석에선 제 등번호 17번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응원을 보내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에서 4월 15일을 ‘추신수 티셔츠 데이’로 지정하고 경기장을 찾는 1만5000명의 관중들에게 티셔츠를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야구선수로 뛰며 오늘 같은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관중석의 한 섹션이 모두 ‘CHOO’로 채워졌고, ‘추’를 외치는 한인 응원단의 뜨거운 목소리를 들을 때는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관중 문화는 한국의 화려한 응원 문화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관중들의 대부분이 박수와 환호만 보낼 뿐 단체로 이름을 부르거나 노래를 하는 응원은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데 달라스 한인회 주축으로 구성된 한인 응원단은 ‘추신수 티셔츠 데이’를 맞아 플래카드와 파란색 손수건을 흔들며 멋진 응원을 보여줬습니다.
야구장을 찾는 미국인들은 프린스 필더의 팬이기도, 부상으로 빠진 벨트레의 팬일 수도, 또 리오스를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야구장을 찾는 한국인들은 모두 제 팬들입니다. 그게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있는 것이고요. 처음에는 그분들이 보내는 응원의 함성이 조금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선 흔치 않는 광경들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한켠이 물컹거리는 듯 했습니다. 녹록치 않은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그분들에게 제가 하는 야구가 조금이라도 기쁨이고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뜨거운 감정이 물밀 듯 했습니다. 물론 제 성적에 따라 기쁨과 행복이 때로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때도 있겠지만요^^.
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 텍사스 레인저스가 보인 행보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부상 선수의 속출로 팀 전체가 아직은 정비가 덜 된 듯해 보일 겁니다. 무엇보다 팀의 중심 역할을 맡은 벨트레의 공백이 커 보이지만, 부상 선수들을 대신해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레인저스 홈구장에 등장한 추신수 응원 플래카드. 메이저리그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인터뷰 때도 말씀드렸지만, 제 몸 상태가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이전처럼 공이 잘 보이거나 스윙이 완벽하게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4타수 무안타가 아닌 4타수 1안타 또는 볼넷으로라도 출루하려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서 타석을 포기하면 시즌 말미에 크게 후회할 것 같아 출루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죠.
아마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번 휴스턴전에서 내리 다섯 개의 삼진을 당했을 것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하루에 5개의 삼진을 당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삼진 4개는 세 차례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5개는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 경기 후에는 ‘이게 뭐지?’하는 생각에 잠시 멍하니 있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제 자신에 대해 화가 많이 났습니다. 삼진도 아웃이고, 내야플라이도 아웃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이렇게 연타석 삼진 5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좋지 않았던 경험이나 기억을 빨리 잊고 다음 경기에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이전에는 그 상황을 복기하면서 제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면서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다면, 지금은 의식적으로라도 자꾸 털어내고 비워내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죠. 시즌은 길고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이런 일 저런 일들을 겪게 됩니다. 채우는 것보다 비워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이번 일로 다시 느끼게 됐습니다.
내일(17일, 한국시간)은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오십니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야구 꿈나무가 방송국의 도움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구장을 방문해 저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이고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만나고 싶었고, 그 아이가 야구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같이 캐치볼도 하고 타격 연습을 하면서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야구 끝나고 한국의 뉴스를 보니까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탑승한 여객선이 침몰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건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네요. 아무쪼록 더 이상의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일기 말미에 한국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과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추신수.(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첫댓글 내일은 진짜 한방 날려주길...
이리 진솔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 오네요...
마음이 훈훈해지는글입니다..
한인분들 너무멋지십니다..한국인의자긍심이느껴집니다
하!!!! 전율!!!! ㅠㅠ 멋집니다. 추선수!!
헐... 대박 멋있어요... 자랑스러워요...!!!! 야구 꿈나무 분... 신수오빠와 원더풀한 시간보내시구 꼭 백혈병 이겨내시길...!!! 추추님 멋있으셔요....
멋있다...ㅎㅎㅎ
가슴이 찡하더이다..
멋지다... 따땃한 남자네요..
추선수의 마음 씀씀이를 알 수 있는 일기였네요....
오늘 일기에는 웬지 무거운마음이 전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