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서정춘
어느 여름 날 밤이었습니다
마부 자식의 몸에서는
망아지 냄새가 난다는
내 나이 아홉살때
나는 아버지만큼
젊은 조랑말과
그 말머리에 흔들려서
찰랑거린 놋쇠방울소리가
하도나 좋았습니다
그러면 나도 커서
마부가 되겠노라
마굿간에 깃든 조랑말의
똥그랗고 검은 눈동자속에
얼비친 별하나
별들을 들여다 보며
별밤지기로 놀았습니다
이런날 밤이면
이따금 조랑말의 말머리에서
찰랑거리던 놋쇠방울소리가
밤하늘로 날아올라
별빛에 부딪쳐서
영롱하게 바스라지는
소리들을 눈이시리도록
우러렀던 나만의
황홀한 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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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서정춘
아그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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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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