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살림> 두 번째 수업이 열린 3월13일에는 ‘마을살이’와 ‘마을밥상’에 관심 가지고 인수마을에 꾸준히 찾아오고 계신 안동대학교 민속학연구소 연구원 선미님이 빛알찬 푸른이들과 만남을 가지셨어요.
서로 첫인사 나누며 ‘마을밥상’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나에게 마을밥상은...
‘나무’이다. ‘새로움’이다. ‘이유식’이다. ‘아기꼬순내’이다. ‘미안함’이다. ‘잡곡밥’이다. ‘밥’이다. ‘가족’이다. ‘쉼터’이다. ‘내가 가장 드러나는 곳’이다. ‘마주함’이다. ‘리트머스종이’다. ‘밝은 기운’이다. ‘땅’이다. ‘키움’이다. 등이 이어졌어요.
선미님은 안동에서 푸른이들 가르치는 일도 하고 계시는 데 빛알찬 푸른이들 만난 날은 학생이 되어 함께 <밥상살림> 배우셨어요. 빛알찬 학생들이 지난해 나무배움하며 그린 엽서와 하늘땅살이 그림 담긴 엽서 선물 받으시고 무척 고마워하셨네요.
학생들은 <밥상살림> 첫 시간 이후, “나의 밥상살림 돌아보기 - 노동의 순환, 생명순환, 자원순환 세가지 면에서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가?”를 주제로 글쓰기를 했어요.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을 돌아보며 적어 본 내용입니다.
밥상살림 돌아보기 - 첫째, <노동순환>
“집에서 부모님 없이 있을 일은 많이 없고 오빠도 있다 보니, 스스로 할 일 찾아서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슬쩍 맡기고 많이 의지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하면 잘하는데.. 내가 어쩌다 안 해도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잘 안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렇게 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별거 아닌 것처럼 지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관련된 떠오르는 일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내가 국물을 많이 먹으면 배가 계속 아팠어서 건더기만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걸 못 먹으니까 더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몸에 맞지 않는 걸 계속 먹어서 배가 엄청 아팠던 적도 있다. 또 예전에 학교에서 우리가 하는 밥상기도와 밥에 대해 미안한 일이 있었다. 입으로는 천천히 온 마음으로 먹는다고 해놓고 먹기 시작하자마자 서로 빨리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사건 덕분에 내가 온마음으로 먹고 있나? 돌아봤다. 그래서 지금은 밥 먹을 때 ‘이 밥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생각해보고 천천히 온마음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으로 살자! 하며 마음에 새기고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말 빼고는 밥상에서 만들어 주시는 밥을 먹는다. 가끔씩 나도 밥상밥을 떠오고 수저 놓고 밥그릇에 담는다. 밥먹고 설거지는... (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지만..) 한다.
집에서 주말에는 요리해서 먹고 내가 요리 할 때는 아주 가끔이다.
새참으로는 엄마가 만든 빵 먹거나 과자 등 먹는다.”
“밥상살림, 노동은 나에게는 내 삶에 지나치는 것 정도였다. 밥짓기는 내가 하기도 하는데.. 내가 하고 싶기도 한데 잘 안되기도 하고.. 관심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있는 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눈치볼 게 아니라 잘 했어야 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밥상살림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나는 귀찮아서 억지로 밥담고, 밥상 차리고, 설거지 하는 때가 많았는데 왜 귀찮게만 생각했을까? 돌아보았다. 참 고정되어있던 생각이었다. 한 번도 밥상살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노동 하면 막 힘듬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고 다르게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게 밥상살림이다. 앞으로는 고정된 생각으로 하지 말고 새로움을 찾아가고 배워가며 재미있게 해야겠다.”
“집에서의 밥상준비 때 책을 보고 놀다 밥을 다 지은 엄마, 아빠가 부르면 밥상준비를 했다. 숟가락 젓가락 놓기, 책상 닦기, 밥국찬을 그릇에 담는 일을 한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에 설거지를 한다. 보통 놀고 있을 때 엄마 아빠가 밥먹을 준비하자고 부르면 가장 먼저 귀찮은 마음이 앞섰었다. 하던 것을 그만 두고 준비해야하니까 싫었다. 하지만 내가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나는 그냥 차려진 밥을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먹게 되는 거다. 밥상살림은 밥을 먹는 모두의 의무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내가 뻔뻔하게 느껴졌다.”
“집에서의 나의 살림 몫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았다. 요리, 설거지와 마무리, 밥상에서 밥 싸오는 일 등을 하긴 하지만 밥상살림 몫에서 내 기여도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5학년인가 6학년인가 요리에 불이 붙어서 떡도 만들고, 닭볶음탕, 강된장, 달걀찜 등 온갖 요리를 다 섭렵할 듯이 매주 요리를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안하게 되었다. 바빠졌느니, 칼에 손을 베일까봐 위험하다느니 등 밖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 나, 나의 문제다. ‘자치살림’. 스스로 살림하는 주체성을 학교에서 배우면서 정작 내 삶에 들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게으른 것이겠다. 학교에서 하는 배움을 헛되게 만들지 않고 싶다.”
“내가 보통 집에서 하는 일은 많이 없다. 상닦고 그릇이나 수저 놓고 정리하는 간단한 일들이다. 요즘은 설거지도 조금 하지만 그다지 순환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내가 너무 살림을 안했구나 돌아봐졌다. 노동의 순환이라는 건 아무것도 안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니 내가 노력해서 움직여야겠다. 그리고 이 순환이 나를 살린다는 걸 기억하고 싶다.”
“노동에 대한 부분은 꽤나 내 삶에서 실천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일단 밥을 짓는 것은 혼자 있을 때 많이 한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 때 혼자 밥을 챙겨 먹기 때문에 밥을 하고, 먹을 만큼 덜고 그릇에 담고 반찬들과 같이 먹는다. 보통은 집에 있는 반찬들을 주로 먹지만 종종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반찬을 해먹곤 한다. 설거지는 솔직히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마음이 동한 날이라던가 부모님이 시킬 때 하기 때문에 집에서 학교에서의 배움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밥상살림 돌아보기 - 둘째, <생명순환>
“밭에 가면 잘 따라가서 일 거들지만 어떤 일들은 잘 안하려고 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밭에서 하는 것 말고 집에서 하는 씨앗정리라든지..”
“작년에는 (학교에서 하는)하늘땅살이로 완두콩, 팥, 수수, 옥수수, 토마토 등 여러 작물 심고 키웠다. 하면서 정말 힘든 일임을 깨달았고 올해 더 잘해보고 싶다. 집에서 나온 부산물은 엄마가 하고 있는 밭에 퇴비로 사용한다.”
“농사는 물론 학교에서도 하고 집에서도 해왔다. 전에는 산너머밭에서도 하고 집앞 화단에서도 했다. 집앞은 지금도 하고 있다. 근데 전에 밭에 가면 많이 놀았다. 학교에서는 잘 하려고 하는데 집에서는 그런 노력들이 흐지부지해진다. 물론 열심히 하기도 한다. 엄마 아빠보다 내가 더 잘 알아서 할 때도 있다. 손을 아예 놓고 있을 수도 없고. 내가 하늘땅살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잘 했을때는 정말로 참 뿌듯하기도 했다. 잘하기도 했는데 좀 귀찮다는 게 문제였다. 학교에서처럼 귀찮아할 것 없고 마음내서 잘하면 참 즐거울텐데 말이다. 난 귀찮아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마음을 잘 내야겠다.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농사란 삶의 시작이다. 농사 즉 하늘땅살이가 있어야 먹고 산다. 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고, 잘 몰랐는데 밥상살림에도 하늘땅살이가 들어있었다. 무엇이든 모든 게 다 연결되어 있구나. 이야기를 들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쉬운 거지만.. 어쨌든 열심히 하며 살아야겠다.”
“나는 밭에 거의 가지 않는다. 학교에서나 밭에 가서 농사를 짓지 벼베기, 모내기 같은 잔치가 아닌 이상 거의 주말에 밭에 가지 않는다. 가끔씩 엄마와 밭에 갔을 때는 김매기를 하거나 물을 준다. 하지만 밭에 애정을 주고 정성스럽게 키우는 편은 아니다.
작물에게는 꼭 정성을 쏫아부어야 잘 자란다. 내가 밭에 가지 않는 동안 누군가가 정성을 주었기 때문에 작물이 잘 자랄 수 있었던 거다. 우리 모두의 밭인데 나도 주체적으로 밭을 돌보고 키웠어야했다.”
“생명순환을 집에서 많이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밥을 먹을 때, 하늘땅살이 할 때, 거둔 작물을 먹을 때 등 내 몸에 들이는 걸 느끼고, 오줌액비 같은 걸 모을 때 밭으로 돌아가는 걸 느낀다. 이런 작은 것들을 잘 느끼도록 깨어 지내야겠다.”
“생명순환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해야할지 어려운 부분이다. 하늘땅살이를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하는 것 말고 생각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집은 아파트이고 상자텃밭을 할 수 있는 베란다마저 바닥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물을 뺄 수 없어 상자텃밭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내가 생명순환에 대한 부분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집에서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몸과 흙을 살리는 먹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밥상살림 돌아보기 - 셋째, <자원순환>
“내가 가스를 쓸 일은 많이 없고 전기를 생각해보면 불 잘 끄고 다니는 것 정도 있지 않을까? 평소에도 방 불은 잘 끄는 것 같은데 책상에서 뭐 할 때 켜는 불은 종종 놓칠 때가 있다.
물 쓰는 거는 씻을 때 물을 아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괜히 나가기 싫어서 오래 씻게 된다. 그래도 이번에 이렇게 고백 나눴으니 앞으로 더 신경 써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더 노력해야겠다.”
“전기와 물은 없어지면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저번주 물날(3.8) 하늘땅살이 수업때 지현 선생님이 <앗! 깜깜해>라는 책을 읽어주셨다. 바빴던 사람들은 전기가 없어지자 옥상으로 올라가 별빛을 보며 서로 알아간다. 그런데 전기가 다시 나타나니까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다. 전기는 우리 삶에 많이 들어와 있다. 지금은 전기가 없으면 어떻게 살까? 생각을 하면 상상이 안 된다. 전기 코드를 계속 꽂아 놓으면 안 써도 전류가 흐른다고 해서 안 쓰는 건 뽑고 다니 적이 있었다. 요즘에는 하도 많이 써서 자주 안 하는데 잘 아껴 써야겠다.
물은 없어서는 안 되지만 막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변기 한 번 내리는데 물이 18리터 정도가 내려간다. 또 계곡물에 한 번 무엇을 빠뜨렸다고 바다가 오염될 수 있다. 나비효과처럼 아주 작은 것도 나중에는 큰 것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생명을 소중히 대하자고 하면서 이런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씻을 때도 펑펑 쓰지 않고 잘 아껴 쓰고, 자연과 지구가 오염되지 않게 잘 살피며 가꿔가야겠다.”
“올해부터 우리 집에선 산에서 물 뜨고 그 물로 밥도 하고 마시기도 한다. 나도 가긴 가는데 많이 가진 않는다. 우리집은 가스레인지가 아니라 전기레인지다. 우리가 바꾼 게 아니라 원래부터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쓴다. 전기는 이제 우리에게 당연함이 되어 낭비를 많이 하는 거 같다. 전기를 당연함보다 감사함으로 여기며 지내야겠다.”
“겨우 라면 하나를 끓이는 데에도 꽤 많은 에너지가 든다. 수돗물을 전기의 힘으로 끌어올리고 그 물을 전기로 끓인다. 그리고 먹는다. 나는 생활 속에서 전기를 아주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전기가 없다면 어떨까? 나는 샤워도 못하고 밤에 숙제도 못하고 밥도 잘 못 먹게 될 것이다. 전기가 당연하지 않다는 걸 기억하며 낭비하지 않고 지내야겠다.”
“처음에는 밥상살림인데 자원이야기는 뭘까? 했지만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물이란 존재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지금은 전기를 이용해 물을 너무 쉽게 끌어오고 쉽게 쓴다. 하지만 이제껏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도 설거지하며 물을 틀어놓는데 이젠 끄면서 해야겠다. 중요하다는 거 깨달았으니까.”
“에너지 순환 떠올리니 내가 너무 넘치게 쓴 게 돌아봐졌다. 에너지를 아끼는 마음으로 살림하고 싶다.”
“내 삶에서 물, 전기나 에너지에 대한 걸 얘기 한다면 많이 낭비하고 사는 것 같다. 물도 그렇지만 전기 쪽은 정말 낭비 그 자체다. 환한 대낮에 집안 곳곳에 불을 다 켜놓기도 하고 조금만 추워도 난방을 땐다거나 불을 켜놓고 자는 일도 많았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여러 생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노력은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우리들 삶 속엔 밥상살림과 연결된 부분이 참 많다는 걸 이번 기회에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들 채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