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수요산악회는 지난해 11월, 2024년 2월 7일 산행지로 강원도 평창군 선자령(仙子嶺. 해발 1157m)을 잡았다.
평창군 대관령과 강릉시 경계를 이루고 있는 선자령은 겨울이면 동해의 온습한 공기와 내륙의 찬 공기가 만나면서 눈이 많이 내려 겨울철 눈꽃산행 1번지로 인기가 높다.
하늘에 살던 선녀들이 이곳 아름다운 산 아래 계곡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산행을 사흘 앞둔 지난 4일부터 날씨가 심상치가 않았다.
<바우님 사진>
전국에 비가 예보됐고, 대관령 등 강원도 고산지대에는 10㎝ 내외의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하지만 강원 산간에는 시간이 갈수록 눈이 거세져 폭설로 바뀌었고, 급기야 지난 5일 오전에는 대설경보까지 발효돼 우리 운영위원들의 가슴은 더욱 타들어 간다.
<바우님 사진>
선자령은 등산객들의 출입을 막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5일과 6일 평창군 관광안내소와 대관령면사무소, 평창국유림관리소 등에 여러 차례 전화해 입산통제 여부를 확인한다.
태백산, 함백산 등과는 달리 다행히 선자령 입산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6일 오후 30㎝의 적설량을 기록한 채 눈이 점차 그치면서 선자령 등의 대설경보가 해제됐다는 소식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7일 아침, 서른일곱 명의 회원을 태운 버스가 대관령 마을휴게소(옛 대관령휴게소)로 접어드는 사이, 도로변 양옆 산에 펼쳐진 은빛 설원을 보곤 회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10시 25분 버스에서 내리는 회원마다 “우와~”, “대박”, “한 폭의 동양화”라는 등의 감탄사를 쏟아내고, “선자령에 오길 잘 했다”라고 소리친다.
해발 1157m인 선자령은 백두대간 능선에 있는 산이다. 그렇지만 이곳 휴게소가 해발 840m에 위치, 선자령까지의 표고 차는 317m에 불과하다.
정상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데다, 거리는 편도 5㎞가 조금 넘어 어린이도 등반할 수 있어 선자령은 '눈꽃산행 1번지'란 별칭을 얻었다.
단체 사진을 촬영한 뒤 능선 등산로 입구 오른쪽 샛길을 통해 KT 중계시설을 거쳐 전망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오르는 동안 희열에 들뜬 회원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차곡차곡 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이렇게 하다가는 오후 3시까지 하산하지 못한다며 회원들을 재촉한다.
구름이 잔뜩 낀 데다, 때때로 자욱한 안개까지 뒤덮는다.
<바우님 사진>
정오 무렵, 진눈깨비가 쏟아지는데도 등산로 옆 너른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친다.
10인용 쉘터(비닐 텐트)를 준비해 갔으나 날이 춥지 않고 바람도 거의 없어 그냥 진눈깨비를 맞으며 10여 명이 라면과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먹는다.
잠시 후 뒤따라온 후미 팀은 바로 옆에 2개의 쉘터를 치고 그 안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친 뒤 광활한 설원을 지나 드디어 선자령 정상에 선다.
전에는 선자령을 10여 차례 오를 때마다 전망이 좋아 정상에서 강릉 시가지와 동해를 조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계방산(1579m), 오대산(1563m), 발왕산(1458m), 황병산(1407m) 등 많은 산들의 파노라마도 일품이었는데, 오늘은 안개 탓에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듯 안개가 짙은 데다, 바람마저 거의 불지 않아 풍력발전기 몇 대만 희미하게 보이고, 그나마 작동을 멈춰 선자령의 겨울 맛은 좀체 느낄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떠하리오. 오를 때마다 풍광과 조건이 다른 게 자연의 섭리인데, 나약한 존재인 인간은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정상석 앞에서 많은 사진을 남긴 뒤 2시가 넘어서야 발길을 되돌려 출발하지만, 3시까지는 도착할 수 없어 산악대장에게 무전으로 이 같은 사실을 전한다.
선자령 정상석 뒤 산길을 내려와 왼쪽으로 진행하는데, 회원들이 왜 그렇게 사진 욕심이 많은지 풍경이 괜찮다 싶은 곳에 서서 연신 필자를 부른다.
<바우님 사진>
아니, 몇몇은 눈 위에 벌러덩 드러누워 도장(?)을 찍기도 한다.
거의 다 내려오자 양떼목장이 있고, 질병 유입차단 겸 양의 탈출 방지를 위해 울타리를 쳐 놓은 곳에서 풍경 사진을 몇 장 담고 하산을 서두른다.
오후 4시쯤 하산, 버스가 출발했지만 진천에 이르자 퇴근 시간에 걸려 고속도로에 차가 밀린 탓에 7시 반이 넘어서야 청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 선자령 산행은 원 없이 눈을 밟아 보았던, 기쁨과 행복이 함께 한 하루여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 서른일곱 명은 그야말로 명절 설을 앞두고 '행운의 설(雪) 폭탄'을 맞은 셈이다.
회원 여러분, 설 잘 보내시고 14일 경북 포항에서 만납시다.
첫댓글 지기님 글을 잘쓰셔네요 회원님들 떡국만드시고 숫자에 나이는 먹지말자구요 명절 잘보내세요
전 직업인데 10년이 지난 이제는 기억력도 가물가물, 필력도 떨어지고, 단어조차 기억이 나질 않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맞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억울하니 먹지 맙시다. ㅎㅎ
내일이면 갑진년 청룡의 해가 뜹니다.
우리 회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잘 쇠시며, 건강한 모습으로 14일 포항에서 뵙겠습니다.
글을읽고있으니 다시 선자령에 있는듯. 감회가 새롭네요 후기까지 쓰느라 고생했네요 설명절 잘보내고 허리도 좀나아서. 담주에 봅시당~~
선자령에 또 가고 싶은가요? ㅋㅋㅋ
어제 육거리에 새로 개업한 재활의학과 의원에 갔다 왔더니 허리가 조금 나은 것 같아요.
허리에 주사 4방 맞고 물리치료와 견인치료 받고 약 지어와 먹고 있는데 진통 효과가 있는 듯 해요.
그래요. 14일 포항에서 봅시다.
깨소금을 훌훌 뿌린 고소하고 상큼한 글 잘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ㅋㅋㅋ 깨소금을 뿌렸다고요?
먹을 깨소금도 없는데 낭비는 그만....
카페지기님 글을 읽으면서도 그날에 들떳던 가슴이 다시한번 출렁이며 나도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네요 명절 잘쉬시구 담주수욜에 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선자령에 그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20년 가까운 산행 동안 처음이네요.
산행기를 남겨놓으면 하나의 기록이 되거든요.
열심히 쓰려고는 하는데, 사람이 게을러지고 필력도 점차 떨어져 힘이 드네요.
행운의 설(雪) 폭탄~~
내가 불참 했을 때만 하늘이 빅 이벤트를 선물 하는구나
밥에 눈 말아 드시는 풍경도 나무마다 쌓인 눈의 모습도
이 겨울울 최고의 산악관광을 다녀오신 분들 설 잘 보내시고
복도 듬뿍 받으세요. 미리내님 훌륭한 후기 감사합니다.
오솔길님, 계속 나오지 않으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겠지요? ㅎㅎ
30cm가 넘는 눈밭을 걸으며 선자령을 다녀오다니,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요?
정말 가슴이 뛰고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약 올리려고 드린 말씀이 절대 아닙니다.
에고~ 오솔길님 배 아프실까봐 자랑질은 그만 해야 되겠네요. ㅋㅋㅋ
멋지십니다
눈이 퍽퍽 쌓인 선자령에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얼마나 시원 33하고 예뻤는지 모르지?
하긴 사진 보면 알겠지만....
다음에는 같이 갑시당~
졸필로 쓴 후기 읽어줘서 쌩유~~~
@미리내 시간되면 가보도록 노력해볼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