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14 세 가지 참회법으로 기꺼이 책임지기

[원빈스님]

입보살행론14 세 가지 참회법으로 기꺼이 책임지기

참회懺悔의 본질은 후회입니다. 이 마음 작용을 씨앗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삶 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외부조건을 변화시키고 싶거나,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마음이 변화하기를 희망한다면? 올바른 참회법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후회만으로는 부족하니까요. 
도둑놈 심보를 벗어날 수 있도록 세 가지 참회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세 가지는 빚을 갚는 결이 다름을 바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째, 업 종자를 태워버리는 참회법입니다. 인과의 구조 속에서 심어진 씨앗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태워서 그 힘을 잃어버리게 만들수는 있습니다. 후회의 불 그리고 정화의 불로써 종자에 묻은 선악의 성질을 태워버립니다. 이것이 가장 표편적인 각회단정의 원리가 갖춰진 참회법입니다.
둘째, 종자가 자라나지 못하도록 조건을 제거하는 참회입니다. 씨앗이 발아하여 자라나 꽃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 중간 과정에서 끊임없이 적절한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악업 종자가 많더라도 그곳에 영양분과 물 그리고 햇빛을 주지만 않는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명상 수행자가 활용할 수 있는 참회법으로 악업이 꽃 피우는 최상의 조건인 '불안'을 다스리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안심이 곧 참회입니다.
셋째, 악업을 뒤덮을만큼 선업 공덕을 심는 참회입니다. 범부는 무한한 세월 동안 윤회를 반복했고, 그 속에서 무수한 악업과 선업 종자를 마음에 심어 놓았습니다. 무한한 바다에 물 한 방울 더한다면 별 의미가 없어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선업 공덕의 물방울을 능동적으로 지어나간다면, 흐름이 바뀝니다. 악업 종자가 득세하는 흐름에서 선업 공덕이 발현되는 흐름으로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덕 지음으로 참회하는 방법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참회는 반드시 각회단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세 가지 참회법은 마지막 정화의 수단이 다른 것입니다. 첫번째 방법은 원만참회법으로 강렬한 두려움과 후회를 원동력으로 기꺼이 빚을 갚아나갑니다. 두번째 방법은 안심참회법으로 번뇌로 인해 흔들리는 불안의 마음을 안심으로 이끄는 수행 공덕으로 빚을 갚아나갑니다. 세번째 방법은 공덕참회법으로 가장 단순한 원리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무작정 선업 공덕을 끝 없이 짓는 것입니다. 선업의 잔고가 올라가면 악업의 빚은 자연스럽게 상환될테니까요.
그럼 셋 중에 어떤 참회법을 활용해야 할까요? 사실 셋으로 구분했지만 참회법은 원만참회법 단 하나입니다. 안심과 공덕으로 참회하는 방법은 원만참회의 정화 방법을 구체화시킨 방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은 각회단정의 과정입니다.
참회법을 실천하는 예시를 들어볼까요? 낚시를 즐기던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어느 날 자신이 살생을 즐기고 있다는 자각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살생이 불러오는 과보를 배우게 되니 너무나도 두렵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는 낚시를 하지 않겠다고 결단을 내려야겠죠? 이 지점에서 갈림길이 생깁니다. 대부분 정화의 과정을 책임지지 않아서, 다시 살생을 하게 되거든요. 습관대로, 업력에 이끌려서.
원만참회법은 이 살생업을 참회하기 위해 각회단정의 모든 과정을 원만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정화의 방법은 각자 개성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다양한 정화의 수단 중 수행자들은 마음을 다루는 수행공덕으로 정화를 합니다. 낚시를 하며 살생을 했던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 올 때마다 그 불안한 마음을 최우선적으로 다스리는 것입니다. 꼭 이 후회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마음이 질투로 인해 불안하거나, 분노와 수치심 등으로 불안하면 최우선적으로 마음을 안심으로 되돌립니다. 이 마음 수행을 계속 반복합니다. 최선을 다해 '불안'이라는 조건을 제거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 수행 공덕을 삶 속에서 평생 반복합니다. 안심이 될 때까지. 충분한 정화의 빚 갚음이 됩니다.
공덕참회법은 죄책감이 마음에 걸릴 때마다, 이 허물을 발견할 때마다 선업 공덕을 짓는 것입니다. 보시와 지계를 비롯한 육바라밀의 공덕을 짓고, 도울 수 있는 지인과 중생들을 돕습니다. 항상 법회에 참여하고 법을 공부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선업 공덕의 기회를 잡고, 이를 최선을 다해 실천합니다. 공덕참회를 하는 이들에게는 이것이 바로 정화의 과정이요, 이 공덕으로 빚을 갚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덕 지음이 충분히 축적되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각하게 됩니다. 이제 악업의 허물이 사라졌다는 것을.
핵심은 정화 즉, 빚 갚음입니다. 이 과정을 충분히 겪어야 합니다. 기꺼이 감당해야 합니다. 모든 방편을 동원하여 실천해야 합니다. '깨치면 단박에 모든 악업을 참회할 수 있다?'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깨치는 극소수만 누리는 기쁨입니다. 속지 마세요. 극소수 외에는 활용할 수 없는 방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속아 넘어가면 도둑놈 심보만 증장될 것이고, 결국 겉멋만 들어서 참회가 점점 더 어려워질 뿐입니다. 
빚진 것은 정직하게 기꺼이 갚아나가죠. 이게 정상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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