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군의 네 번째, 뮤지컬, '햄릿'
완성형의 이재환을 보다.
1차: 2017. 06. 27 (화) 20:00 1층 B구역 2열 9번
2차: 2017. 07. 05 (수) 20:00 1층 B구역 3열 7번
3차: 2017. 07. 08 (토) 19:00 1층 A구역 19열 7번
4차: 2017. 07. 09 (일) 18:00 1층 A구역 17열 8번
5차: 2017. 07. 13 (목) 20:00 1층 B구역 10열 16번
1. 아버지의 작은 검
체스 이후로는 오랜만에 무게감 있는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재환군 이기도 했고..
부왕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극의 특성상 조금은 긴장하고 위축된 채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어요.
처음 관람을 하던 날은, 무대 중앙에 시선을 주고 있는데 ”아버지..!“ 라는 재환군의 목소리를 듣고
움찔, 하며 어디에서 들리는 목소리인지 두리번거리며 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아차, 싶었어요. 프레스콜 때 봤던 성 밖의 모습이 이 곡이었구나..!
부왕의 장례식을 망연자실,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는 재환군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읊조리듯 표현해내는 모습에 함께 먹먹해지고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재환군 본인의 의지가 강한 작품이기도 했고, 저 또한 간절히 바라던 작품이었기에
첫 공연, 첫 넘버가 더 뭉클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왜 가셨나요.. 한마디 말없이.. 이젠 난 누구와 얘기해야하죠.. 할 말이 많은데..’
2. Why me?
“왜 나야!!!!“ 라며 부정하고,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는, 재환군의 목소리가 생생하네요.
한 번 듣고도 귀에 맴도는 곡이어서 제목이 궁금했었는데 말 그대로 Why me 여서 웃었던 기억도 나요.
이 전 넘버에서는 햄릿을 제외한 모두가 새로운 왕과 왕비의 결혼식을 축하하며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웃고 떠들어요.
부왕이 서계셨던 자리에 서서 고개를 떨구기도 하고, 부정하듯 고개를 젓기도 하고,
주먹을 내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재환군이 표현해내는 햄릿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부왕에게는 한없이 작고 귀여운 왕자 였을텐데..
어머니 앞에서는 애써 웃어 보이며 혼자 아파하는 햄릿에 모습에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덴마크여, 알고 있나, 왕을 잃은 슬픔도 벌써 잊어버렸나,’
3. 내 맘 속 깊은 곳까지
햄릿에게 받은 편지를 손에 쥐고 행복해하며 햄릿의 사랑을 확인하던 오필리어가 드디어 재환군과 만나는 넘버였어요.
극의 초반부터 내내 슬프고 심각한 표정을 짓던 재환군이 오필리어를 보며 그제서야 웃음을 보이고 수줍게 손을 잡으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모습에, 숨이 탁 트이고 마음이 놓였던 건 왜인지 모르겠어요.
절대 소리 지르시면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해주던 재환군의 상탈 씬도 잊을 수가 없네요.
가장 예쁘면서도 아프고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넘버여서 기억에 오래 남는 곡이었어요.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마음 속 아픔도 가슴 속 슬픔도..’
4. 피는 피로써
암전과 함께 예쁜 사랑을 하는 햄릿과 오필리어의 모습에 훈훈해하고 있는 찰나,
갑작스런 부왕의 등장에 정말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와 함께 하체에 수건을 내두르고 튕겨지듯 무대 아래로 내려 온 재환군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심장을 부여잡았던 기억이... 놀라서 움찔거리는 움직임에 잔 근육이 더 도드라져 보이더라구요.
부왕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 햄릿의 분노, 광기, 부정 등의 다양한 감정을 서슴없이 표현해내며
많은 배우들 가운데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재환군의 모습을 보며 심장이 시큰거리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내 맘 속 깊은 곳 까지’도 오필리어와 속삭이던 느낌과는 다르게
절규하듯 아버지를 대신 할 복수를 다짐하는 햄릿의 결심이 재환군의 목소리를 통해 그대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피는 피로써 갚으리.. 아버지 원수를..! 목이 말라 제발!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5. 수녀원으로 가
폴로니우스에게서 편지를 빼앗아 달아나며 미친 연기로 좌중을 압도하던 재환군의 연기는...
진짜 세상에 안 본 사람이 없어야 하는 장면임에 분명합니다.
‘미쳤어.. 돌았어..‘ 분명 재환군의 목소리인데 앙상블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등장해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몸짓, 표정, 목소리에 온 몸에 소름이..
여러 번 관람하면서는 신부님 뒤에서 몸을 낮춰 따라 들어오며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었는데, 참 대견하고 예뻤습니다.
복수를 위해 오필리어 마저 부정하며 미친 척, 냉정한 척 그녀를 놓아주려는 햄릿의 모습 또한
재환군의 연기를 통해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필리어, 너 아직도 꿈꾼다면.. 망설이지마, 더 늦기 전에 수녀원가서 찾아..!‘
6. 증거가 필요해
복수를 위해 걸어 가야하는 길고 외로운 길의 시작에 오필리어 마저 없는 재환군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방향을 잃어버린 모습이더라구요.
낮은 음으로 복수를 다짐하는 무게감에 심장이 시큰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나 어디로 가야하나, 길을 잃어버렸어, 대체 난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복수하마..‘
7. 오늘 밤을 위해
1막의 마지막 넘버로 기억하는데, 참 재미있고 짜릿한 장면이었습니다.
복수를 위한 증거를 찾기 위해 부왕의 죽음을 주제로 한 연극을 계획하는 햄릿과 유랑극단..
굵은 목소리로 힘을 주어 노래하는 재환군의 에너지와 배우 분들의 탭댄스에
절로 발 박자를 맞추며 흥겨워했던 기억이 나요. 하! 하! 하! 하! 하하하하! 오늘 밤을 위해~
’산다는 게 연극 같아, 온통 거짓말, 모두 가려져있어,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즐겨, 오늘 밤을 위해!‘
8. 사느냐 죽느냐
2막이 시작되고 갑자기 암전이 되더니 독약을 들고 기대 서있던 재환군의 모습이 기억나네요.
복수를 앞두고 마냥 행복해보이지는 않았어요.
마주하게 될 진실이 두려워 고뇌하는 햄릿의 모습을 잘 표현한 넘버였다고 생각 되요.
’사느냐.. 죽느냐.. 그게 문제야,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참고서 견뎌야하나, 아니면 운명에 맞서 싸우나...‘
9. 오늘 밤을 위해+Sextet
’좋아, 시작해볼까?’ 재환군의 진두지휘 아래, 증거를 찾을 극의 막이 오르는 장면이었어요.
햄릿의 박수유도에 저도 모르게 극의 관객이 되어 홀린 듯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자연스러운 극을 위해 호탕한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삼촌에게로 향하던 날카로운 재환군의 눈빛에
감탄이 절로 나옴과 동시에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까지 느껴지더라구요.
배우 분들과의 6중창 속에서도 온 신경이 재환군에게 집중될 만큼 무게감 있고 전달력이 높은 성량에 놀랐어요.
드디어 찾게 된 진실과 증거에 관객의 입장에서도 함께 전율이 돋더라구요.
‘찾았다, 확실한 증거, 모든 게 명확해졌다. 이거야, 확실한 증거, 모든 게 명확해졌다. 복수.. 하마..’
10. 가혹한 운명+누가 미쳤어
‘어머니..! 어머니..!’ 4캐스트의 막둥이 켄릿다운 귀엽고도 다급한 목소리에 잠시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아버지가 주신 작은 검으로 부왕의 영혼 앞에서 복수의 칼을 내리꽂는 모습이었는데 안타깝게도 폴로니우스여서..
순간 정신을 차리고 거투르트 품에 안겨 두려움에 떠는 재환군의 모습에 안아주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삼촌의 오른 팔과도 같은 폴로니우스의 시신을 조종하며 광기어린 노래를 부르던 모습과 동시에
현실의 두려움과 마주한 모습까지 교차되어 볼 수 있는 장면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고 가슴이 아픈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가혹한 저주가 시작됐어..
‘누가 미쳤나, 돌았나, 춤 잘추네? 이거 왈츠야, 뭐야? 미쳤어.. 돌았어..’
11. 모두 다 똑같아
극을 보는 내내 이보다 더한 비극이 없어서 먹먹하고 무거웠었는데, 잠시나마 미소를 주었던 넘버로 기억되네요.
켄릿에 몰입된 관객들로 하여금 순간, 쟈니가 비춰보이게 한 기분 좋으면서도 덤덤한 진실을 표현한 가사의 곡이었어요.
선배님들과의 케미 돋는 재환군의 발랄한 춤사위와 귀여운 표정에 더욱 집중하며 보게 됐어요.
세상 귀여웠던 해골 3마리가 생각 나 지금까지도 웃음이 나네요.
‘예쁘거나 못생겨도, 여기 오면 모두 다 똑같아,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저 세상엔 못 가져가!’
12. 오필리어의 장례식
‘천사란 별이 떨어졌다..’ 신부님의 목소리와 함께 힘없이 늘어진 채 오빠의 품에 안겨 등장한 오필리어의 모습을 보고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넘버예요.
극에서는 생략되었지만 햄릿이 영국으로의 유배 후 되돌아 온 날이.. 오필리어의 장례식이라니...
무덤 속 오필리어를 안아들고 절규하던 햄릿의 모습에 망원경까지 챙겨가서 집중해서 봤어요.
‘이건 아냐 믿을 수 없어, 널 지키지 못했어.. 날 용서해, 널 울게만 했던 나를, 너 없는 이 세상 아무 의미 없어, 함께 죽겠어..’
13. 결투
극을 관람하기 전, 시놉시스를 읽고 갔던 터라.. 햄릿을 포함한 모든 주인공들이 죽는 비극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이리 한꺼번에 숨 막히게 해결(?) 될거라고는....
배우 분들의 열연 속에 반복되며 깔리던 앙상블님들의 ‘신이여, 심판하소서.’ 소리가 묵직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줘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어요.
독주를 마신 어머니가 죽고, 레어티스까지 죽인 후에 절규하듯 ‘삼촌..!!!’ 이라고 포효하는 재환군의 목소리가 생생하네요. ‘아버지..! 어머니..!! 삼초온..!!!’을 부르는 재환군의 목소리가 각각의 부름에 대한
햄릿의 감정변화를 또렷하게 잘 전달해주었던 것 같아요.
‘덴마크여!! 알고 있나!! 이 나라의 왕은 독으로 죽는다!!’
14. 사느냐 죽느냐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친구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햄릿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아이에게 이런 비극을 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부정하고 싶고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픈 뮤지컬이었어요.
체스를 보면서도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사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극장에 온 건 아니었는데..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어서 먹먹하게 오래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섬세하고 소름끼치는.. 어마무시하게 성장한 표현력을 보여준 재환군, 진짜 고맙습니다.
‘사는 건, 죽는 건, 무얼까... 죽는 건 단지 잠드는 것, 그뿐야.. 어쩌면 난.. 꿈꾼걸까.. 사느냐, 죽는냐, 그것이, 문제로다.’
15. 커튼콜
극이 끝나자마자 홀리듯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졌어요. 모든 관객들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마음 속 아픔도, 가슴 속 슬픔도, 모두 다 버리고, 우리함께 오르고 또 올라 천살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재환군, 선배님들께도 많은 사랑과 예쁨을 받고 있구나..
배우님들의 눈빛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대견해서 정말 엉덩이 토닥토닥 해주고 싶었어요.
‘산, 다, 는게, 연극 같아, 온통 거짓말 모두 가려져있어, 피가 끓고 울고 웃기도 하겠지,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즐겨, 오늘 밤을 위해~~~~~~~~~~~~~~~~~~~~~~♥’
관객이 무대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의 역량과 표현력이라고 생각해요.
‘여보세요, 동네사람들! 이재환의 햄릿을 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작품 하나하나를 거쳐 가면서
대사전달력, 성량, 표현력, 감성, 표정까지.. 그 성장이 눈에 보여서 고맙고 대견한 극이었습니다...
재환군이 재해석해 표현한 아나톨리, 크리스토퍼 왕자, 도묘지 츠카사에 이어 완성형인 햄릿까지,
그 순간을 함께하며 모두 제 눈과 귀에 담을 수 있었음에 새삼 감개무량하고 벅차네요.
앞으로 또 재환군이 만들어 낼 새로운 극과 무대가 상상이 안될 정도에요..
빅스의 귀염둥이 메인보컬에 이어, 뮤지컬 배우로서의 재환군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 할 수 있음에 울컥하는 마음입니다. ^^ 아이돌 빅스의 켄이 아닌, 뮤지컬 배우 이재환, 으로서의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던 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에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주목받아 마땅한, 완성형의 작품이었어요.
우리 진짜.. 오래 오래 봅시다!
흑흑.... 너무 잘했어.. 눈물나 진짜....하고 싶은거 다해라... 이재환... 하.. 너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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