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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여섯 시 경이었다. 어제에 비해 한 시간 느려 졌으니, 어제 기준으로 보면 일곱시다. 시간대가 하루 단뒤로 달라지니, 이것 참, 적응하기 어렵다. 육로로 이렇게 시간차가 나보긴 처음이다.
일곱 시 까지는 계속 잤다. 일곱 시 쯤에 일어나 차에 가서 커피세트르 들고 들어왔다. 오늘은 방에서 빵과 커피를 먹고 나가기로 했다. 오늘 주행예정 거리가 620km 정도로 길지 않아서, 그렇게 해도 될 듯 하였다. 커피를 들고 다니는 가방은 예전에 왠 제약회사서 준 건데, 그 땐 이런걸 도대체 어디다 쓰나 하고 쳐박아 둔건데, 이런데 쓰는 건가 보다. 커피 병과, 설탕, 소금 병을 한개씩 집어넣으니 딱 맞아서 들고왔다.
어제 밤에 차에 도난 경보기를 장치해 두었는데, 방에 올라와 김밥에게 경보기가 울렸냐하니 울렸다고 한다. 하도 러시아에 차량 도둑이 많다해서 가지고 온건데, 차량에 창 정도만 가려지는 커버를 씌우는데, 안에 인체 적외선을 감지하는 장치를 두고, 인체의 열이 검출되면 방에 있는 수신기로 신호를 보내주는 장치다. 누가 창의 커버를 열어보게 되면 열이 감지되서 신호가 울리게 되어있다. 차와 방의 거리가 어젯 밤처럼 가까우면 충분히 쓸만하였다.
김밥군은 일곱 시 반에 깨워 쥬스와 빵으로 아침을 먹게 했다. 누텔라 산 것도 있어서 그것도 열량에 도움이 될 터였다.
나갈 준비가 되어 여덟시 전에 체크아웃하러 나갔다. 나가니 오늘도 아가씨가 없어서 일단 차량에 짐을 적재하고 있으니, 아가씨가 어디 갔다가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를 보더니 여권을 다시 달라고 한다. 복사를 다시 해야하는 모양이다. 여기는 외국인이 거의 안오는데라 익숙하지 않은 듯 하였다. 다시 여권을 주니 복사를 또 하였다. 마침내 나갈 준비가 되자 오늘은 알아서 계산서를 주었다.
"다스비 나이야"
인사를 하자, 무뚝뚝하던 아가씨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올랐다. 블라디보스톡 젬추지나호텔의 식당 아가씨들도 내가 그 말을 하면 웃던데, 그 말이 좋은 건지, 러시아 사람들이 그런 인사를 잘 안하는 건지, 하여간 그 말만하면 대부분 웃었다. 외국인이 제대로 발음을 해서 그런 것인지... 하여간 인사를 하고, 차에 타고 출발했다.
시베리아횡단도로에서 안으로 한 10km 들어갔어서 다시 나왔다. 나오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았고, 오늘의 주행이 다시 시작됐다.
길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특이점이 없었다. 단지, 어제에 비해 길에 차가 더 없었고, 한참동안, 아마도 한 시간 정도를 달려도 뒤에서 따라오는 차가 한 대도 없는 정도이다. 그러다 한 대쯤 쫓아 오는 것은 순식간에 나를 추월해 가서 따라가고픈 마음도 별로 들지 않았다. 그저, 시속 100km 에 크루즈 속도에 맞추고 꾸준히 가는 것이 가장 속 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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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땐 울산과 서울을 왕복을 할라지면, 운전하다 보면 허리와 어깨가 많이 아팠는데, 여행 준비하던 한 달간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그런지 그런 현상은 없어졌다. 허리와 어깨는 전혀 안아픈데, 지금은 손바닥과 손가락이 아프다. 바닥이 쓰리다고 할까, 운전을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운전시 장갑을 끼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몇 군데서 차가 어제 처럼 튀어오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어 차를 지그재그로 조금 움직여 주면 튀어오르는 것이 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가 균형을 유지한 채 적당히 지그재그 해주면 부드럽게 튀는 걸 방지할 수 있었다.
# 스코보로디노 호텔 로비의 김밥군
# 프론트의 그녀...
# 전람회의 노래를 들으며 출발...
# 오늘까지 1943.7km 주행. 이 차의 Trip은 999.9km 까지만 기록되고 reset 되는 듯... 20,327km 주행에서 여행 시작.
# 스코보로디노에서 치타방향(왼쪽)으로 시베리아횡단 도로로 진입.
# 치타까지 963km ...
# 치타까지 925km ...
# 오전 9:13, 바깔기온은 21도 정도..
# 창은 곤충들의 충돌로 엄청 지저분...
# 곤충들의 충돌 흔적..
여행 준비물 초기 평가:
지금까지 여행 준비 기간에 준비한 것중 잘 쓰는 걸 꼽자면, 냉장고, 전기 밥솥, USB 선풍기, 태양광 충전기, 멀티 USB 충전기, 휴대용 좌변기 등이다.
냉장고는 쵸코바와 물, 쥬스 등을 차게 보관하는데 기늣을 발휘하고 있다. 물은 대충 보관해도 되긴한데 쵸코바는 이게 있어서 먹기 좋게 보관이 되는 듯하다. 아직까지 반찬을 보관하고 있지는 않아서, 안에 들어 있던 반찬용 보관 그릇과 물김치 담을 용기를 밖으로 일단 빼내서 공간을 좀 만들었다.
전기 밥솥은 그저께 부터 열심히 쓰고 있는데, 이름 없는 작은 도시에서는 식당 찾기도 힘들고해서 방에서 밥해 먹으니 편하고 좋다. 차에서 쓰는건데 12V 10A 어댑터를 써서 쓰는데 괜찮은 편이다. 크기가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USB 선풍기는 이것도 제약사에서 준 것 같은데, 혹시나 캠핑장에서 쓸까 해서 가져 온건데, 의외로 러시아의 숙소에는 에어컨이 없는 곳이 많다. 젬추지나 외에는 하나도 없어서, 이걸 태양광충전기의 USB출력에 꽂아서 쓰고 있다. 태양광충전기는 태양광은 별 쓸모 없고, USB 멀티 충전기로 충전해서 쓰는데, 밤 내내 선풍기를 돌리고 남는다. 충전기는 배 타고 올때는 스마트 패드를 충전하는데도 썼다.
휴대용 좌변기는 어제 김밥군이 한 번 썼다. 러시아의 무료 화장실은 무지 불편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유소의 유료 화장실은 쓸만 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실 이건 러시아에서 예상한 것은 아니고, 중동지역에서 쓸 일이 있지 않을 까 생각했는데, 어제 갑자기 쓰게 되었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하는 통에, 길 가에 차를 대고, 썼는데 괜찮았다. 시베리아는 광활하고.... 크기도 그다지 크지 않아 들고다니는데 부담은 별로 없는 편이다. 다만, 다리 부분에 변이 묻을 수 있는데, 김밥군 어릴 때 부터 떵닦기를 해 오다 보니, 다 큰놈이 만든 문제를 내가 처리하고 있었다.. 다음부턴 김밥군이 알아서...
캠핑등을 산 것이 있었다. 텐트 안에서 일반 220V 전원에 사용하는 것인데, 호텔 같은데에 의외로 등이 어두운 데가 있었다. 그래서 이 놈을 들고 들어 와 써 보니 의외로 좋다. 호텔은 왜 등이 어두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슬아슬 주유:
원래는 주행가능거리가 250km 미만으로 떨어지면 주유를 하기로 했는데, 주행을 해 보니 주유소가 생각보다는 많은 듯 했다. 그래서 200km 미만으로 떨어지면 주유를 하기로 했는데, 오늘 그 주행가능 거리가 230km 정도 남았을 무렵에 주유소가 하나 있었는데, 이 상태면 주유금액이 1200루블 정도에서 끝날거고, 그러면 내일 또 일찍 주유해야 할 것 같고 해서 좀 더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주유소가 정말 없는 것이다. 지도를 보니 인근에 마을같은 것이 전혀 없고, 주위를 보면 점점 산인 듯한 분위기다. 여기는 대체로 평탄한 듯한 지형을 계속 주행을 하게 되는데, 한동안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듯 하고, 길이 이전에 비해 좀 굴곡이 심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거 점점 산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행가능 거리가 200km 이상은 되니, 설마 이 안에 주유소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주행을 해 나갔다. 그러다 150km 미만으로 떨어지니 마음이 약간 불안해졌다. 그래도, 설마 150km 안에 주유소가 없을까 했는데, 정말 없는 것이다. 그러다, 한동안 산을 올라간다 싶더니, 주유소 같은(?) 것이 하나 나타났는데, 유종은 단 두개, 주변을 보니 주유탱크 세 개 인가를 두고 주유소 같지도 않은 것이 하나 있긴 있었다. 그게 주행가능거리 100km 지점이었다.
그런데 디젤의 가격도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비싼 가격이기도 해서, 아마 이것 말고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거기를 지나쳤다. 지나치면서도 내가 이거 잘못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었는데, 주행가능거리가 점점 짧아 질 수록 불안해 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주유등이 켜졌다. 원래 주행가능 거리가 100km 정도에서 주유등이 켜지는 것인데 그게 켜 졌고, 주행가능 거리는 점점 짧아져, 오후 시간이라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데도 에어컨을 켜지 못한채, 정속 시속 90km 크루즈에 맞춰 달렸다. 결국 주행가능 거리가 50km 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에야 주유소가 하나 길 저 안쪽에 나타난 것이다. 마침, 우회전 해서 주유소로 들어가는 순간에 주행가능 거리가 "---"로 바꼈다. 지금 당장 나타나는 주유소에서 주유하라는 표시다.
결국 이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니 1940루블이 나왔다. 우리돈으로 4만원 가량이다. 전체 구간 가운데 주유소간 간격이 가장 긴 구간이 치타 가는 길에 있다고 했는데 아마 이 구간이 아니었나 싶다. 230km 에서 100km 정도 까지였으니 책에서 나온대로 200km 는 아니었으나, 중간에 있는 주유소를 빼면 거의 200km에 가깝다. 이 주유소를 지나면 다시 50km 정도를 가야 주유소가 있었다.
오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시베리아경로를 차로 갈 경우에는, 주행가능거리 200km 미만에서는 어쨌거나 주유를 하는 것이 현명한 듯 하다.
# 주유경고등이 켜졌고, 주행가능 거리가 89km, 남은 목적지 거리가 161km 시점.
# 주유소를 발견하여 들어가는 순간...
# 주행가능 거리 50km 시점...
# 목적지까지 119km 지점
# 막 들어가면서 주행가능 거리가 "- - -" 로 바뀝니다.
# 간신히 주유중...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가 "DT", 디젤 연료 라는 뜻이랍니다.
# 먼저 저기 카운터에 가서 주유할만큼 돈을 내고, 스탠드 번호를 알려 줍니다. 그리고 와서 주유하면 됩니다. 경우에 따라 옆에 스위치를 직접 켜야 합니다.
# 50 L 들어갔다는 건지....
쳬르니셰브스크(Chernyshevsk) Inn Na Tsentralonoy:
여기는 며칠 전에 Booking.com 을 통해 예약한 곳이다. 스코보로디노 다음 목적지를 치타로 할까 하다, 주행거리가 너무 먼 듯하여 여기로 정해서 찾은 속소가 여기다. 횡단도로를 열심히 달리다 옆으로 빠져 나와 들어가는데, 비포장 도로였다. 다행히 목적지가 멀지 않아 비포장 도로를 열심히 달렸는데, 지도상으로 보면 쳬르니셰브스크라는 마을의 입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숙소가 있는건가 싶은데, 가다보니 가스띠니챠 표지판이 어설프게 있긴 있었는데, 대문이 잠겨 있었다. 여기가 거긴가 싶어 한참동안 차를 주차하고, 부킹닷컴의 예약 내용을 살피고 있으니, 왠 할아버지가 나와서 문을 두드렸다. 악수를 청하고 "바킹 바킹?" 하는 것이다. 들어보니 "Booking.com"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다(예)" 했다.
그러자 빨리 가자며 재촉하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시골 집이 나타난다. 주차를 할 만한 대문 뒤 공간이 있고, 거기서 좌측으로 꺾으면 텃밭이 너머에 있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 옆으로 걸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더 안쪽에는 무슨 공사가 진행중인지 인부들 둘이 계속 뭔가를 들어 나르고 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 할아버지가 숙박 장부 같은 걸 들고 나와 여권을 보며 손으로 기입을 했다. 복사를 했는지는 모르겠고, 하여간 체크인은 다른 호텔에 비해 무지 간단했다.
이후 할아버지가 일일이 방과, 주방, 욕실 등을 보여 주고, 방에 TV까지 켜 주고, 조금만 기다리라더니 방에 커튼까지 손수 달았다. 우리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것이 틀림 없었다.
잠시 후에 방에 앉아 혹시 시간이 또 바꼈나 싶어 시계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또 한 시간이 늦어졌다. 이제는 서울보다 한 시간 늦은 것이 되어 있었다. 연 삼일 째 시간이 느려 지고 있었다. 나는 네 시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도착은 세 시인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달릴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기도 주차에 대해 좀 엄격해서 차가 안으로 들어오면 대문을 잠궈 버렸다. 말이 통하면 차 문을 열어 달라고도 해 보겠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안에 있기로 했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차창을 좀 닦았다. 며칠간 주행하면서 엄청난 곤충들이 차창에 충돌하여 비명횡사하며 여러가지 흔적들을 남겼다. 차를 주차해 두니 온갖곤충들이 거기에 꼬여 벌레들이 우글우글하다. 번호판하며 앞쪽 흡기구 쪽은 총천연색이다. 무슨 색이 그리 다양한지, 이런 형태의 곤충들이 잔해는 처음 본다.흡기구 쪽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듯하여 가지고 온 분무기로 물을 뿌려 차창만 닦았다. 그거라도 닦고 나니 좀 나아졌다.
# 체크인을 기다리는 김밥군...
# 언제나 독서중 김밥군..
# 주차장...
# 엄청난 잔해들..
# 오늘의 저녁..
# 솩 공부중 김밥군..
# 저렇게 앉아서도 문제를 푸는 것이 신기...
# 캠핑등을 이런데서도 쓸 수 있습니다만...
저녁 먹기:
여기는 마을이 막 시작하는 곳이고,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면 뭔가 있을 법도 하긴 한데, 막상 나가려면 차도 끌고 나가야하고, 생각해 보니 어제 사 둔 통조림도 남았고 해서, 그걸로 저녁을 먹기로 결정하였다. 어제 처럼 밥을 하고, 오늘은 캔을 두 개 들고 와서 따 보았다. 하나는 멸치 비슷한 놈이고, 하나는 참치 비슷한 놈이었다. 참치비슷한 놈은 살코기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 아니고, 살이 부스러져 있는 것이 참치와는 다른 점이었으나, 맛은 참치와 같았다.
하여간, 연 이틀을 통조림으로 연명을 하였으나, 나름 이게 속이 편한 장점도 있다. 시장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이제 찌개를 끓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시장이 잘 안보인다. 신선한 오이 같은 야채도 좀 먹고 싶다.
내일의 주행거리 960km(???):
숙소에 체크인 한 후에, 내일의 주행거리를 계산해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960km 를 달려야 하는 것이다. 지도상의 직선거리를 보고 대충 결정한 것인데, 아까 말했듯 이 지역은 길이 매우 꼬불꼬불하였다. 그래서 결국 그 전체 거리가 내 예상보다 엄청나게 긴 것이다. 내일은 과연 몇시에나 들어갈 지 모르겠다. 혹시나 내일도 시간이 한 시간 지연 된다면 도착시간이 그다지 느리진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떨린다 내일의 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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