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수골에 불이 밝으면
방송 일시: 2012년 6월 18일(월)~6월 22일(금)
채 널: KBS 1TV 오전 7:50 ~ 8:25
프로듀서 : 김태민
해발 650m, 깊은 산 속 비경에 반해 계곡도 비틀비틀 흐른다는 을수(乙水)골!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인데~
이곳에서 반평생을 살아온 이들이 있었으니~ 60년 경력의 베테랑 심마니 전광서(75) 할아버지와 심마니 아내 50년 경력의 이복순(70) 할머니가 그 주인공!
일흔 해를 넘게 살아온 몸은 무릎이며 허리며 삐걱삐걱 말썽인데~ 계곡에서 물을 긷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촛불로 밤을 밝히는 오지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허나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 한 모금이 꿀맛이요~ 토굴에서 해를 난 김치가 별맛이니, 오지살이에 쌓였던 애환도 싹~ 잊게 해준다!
그뿐이랴~ 사람이 귀하다 보니 무슨 일이든 짝꿍이 되어 하는 부부! 오천 평 밭을 일굴 때면 할아버지가 소가 되고 할머니가 쟁기꾼이 되니 환상의 복식조가 따로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진다! 드디어 을수골에도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 무공해 청정지역인 을수골에 불이 밝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때 묻지 않은 산골 노부부의
좌충우돌 문명 적응기가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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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 산중 오지! 을수골~ 이 맛에 산다!
홍천군 내면, 산 아래 마을에서도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40여 분을 달리다 보면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는 을수골!
이곳은 전광서(75) 할아버지와 이복순(70) 할머니의 터전이다.
온 산을 통틀어 드문~드문~ 서른 가구 남짓 살고 있는데다,
외딴곳에 있다 보니 지금껏 전기와 수도가 발을 들이지 못한 오지이다.
산골에선 사람보다 흔한 것이 멧돼지와 뱀이건만,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9km가 넘는 비포장 험로를 달려 사온 귀한 찬거리도 까마귀밥이 되기 일쑤!
뿐이랴! 긴긴밤을 촛불에 의지해 보내고,
오뉴월에도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 빨래해야 하니,
궁벽한 오지에서 생활하기가 무엇하나 쉽지 않다.
겨우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곤 2년 전 자식들이 놓아준
발전기를 돌려 일일연속극을 보는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기름값에 마음 졸이니, TV를 보면서도 좌불안석이다.
그러나! 조금만 둘러보면 앞뜰이 반찬이요, 뒷산이 약방이니~
움직이는 만큼 채워주는 자연에 감사하며 사는 부부!
게다가 사람이 귀한 산골이니 10리 밖의 이웃도 이보다 반가울 수 없다!
부족함과 불편함 속에 보석 같은 행복함을 숨겨놓은 을수골!
부부는 하나하나 보물을 찾는 맛에 푹~ 빠져버렸다!
#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을수골
을수골 토박이인 광서 할아버지는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한 산골 살림에 아래로 줄줄이 동생들이 있으니,
장남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할아버지...
열네 살, 이른 나이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심마니가 되었다.
철모를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며 중단한 학업은
할아버지에게 평생의 한으로 남았는데...
자식에게만큼은 그 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첫째 영조(50) 씨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산골보다 교육형편이 나은 청주로 이사를 했다.
물설고 낯선 도시에서 자식들을 가르치고 뒷바라지하느라
채소 장사며, 소(牛)장사에 약장사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던 전광서 할아버지와 이복순 할머니.
그러던 부부가 20여 년 전, 을수골로 돌아왔다.
도시에서 편히 모시겠다는 자식들의 만류에도
끝내 부부가 고집을 꺾지 않았던 건
가난했지만, 포근한 품으로 안아주던 고향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 미안하고 고마운 나의 당신
“아이 러브 유~ 유 러브 미~”
약주라도 하는 날이면 할머니를 향한 세레나데를 열창하는 할아버지!
스물셋, 서울 미군 부대에 복무 중이던 청년 전광서는
마침 서울의 친척 집에 머물던 전라도 처녀 이복순을 만나 단숨에 사랑에 빠졌다!
53년이 지났건만 할아버지의 눈에 씐 콩깍지는 벗겨질 생각을 하지 않는데~
아침이면 가마솥에 할머니의 세숫물을 데우고~
밤이면 드라마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 발전기를 돌리기 바쁘다.
뿐이랴~ 요리하는 할머니 곁에서 파를 다듬어주는가 하면,
심 보러 간 산에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야생화를 한 아름 캐오니
과연~ 을수골이 자랑하는 로맨티시스트답다!
그러나 다정한 할아버지에게 무뚝뚝해도 너~무 무뚝뚝한 할머니!
“나이가 드니 구박이 심해진다”는 할아버지의 핑계와는 달리
할머니의 가슴에는 할아버지를 향한 원망의 응어리가 있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임만 믿고 따라온 곳이
두메산골 오지였으니~ 속은 기분이 드는 건 당연지사!
손이 갈라지도록 돌밭을 일구고,
옥수수가루로 끼니를 때우며 눈물로 보낸 날이 숱하다.
그뿐만 아니다! 할아버지에겐 산골살이보다도 더 충격적인 비밀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평생 마음에 짐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
할머니는 한평생 품고 살아온 마음의 굴레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 '전기'에 대한 동상이몽
노부부 둘만 덜렁~ 깊은 산골에 있다 보니 자식들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닌데...
청주에 살면서, 아버지를 따라 심마니가 된 첫째 영조(50) 씨는
차바퀴가 닳도록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농사일을 돕고,
산골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식료품이며~ 생필품을 사다 나르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식들의 걱정을 덜어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관공서에 민원 넣기를 수차례! 워낙 인구가 적고, 외딴 지역이라
지금껏 시행되지 않았던 전기가설공사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소식을 듣고 자식들만큼이나 기대에 부푼 부부!
냉장고며~ 세탁기를 장만할 생각에 한껏 들뜨는데~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없는 산골 살림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전제품을 장만하려니 할아버지는 벌써 눈앞이 캄캄~하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자식들!
4남매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깜짝 선물을 준비해 을수골을 찾는다.
전기가 들어오면 부모님의 생활이 한결 편해질 것이란 생각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헛헛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4남매..
시간이 멈춘 듯, 가슴 속 고향의 모습 그대로였던 을수골...
정직한 자연이 있었던 이곳에 전기가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명을 만난 뒤에도 고향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겨줄 수 있을까?
각 부 주요 내용
1부 (2012/06/18)
강원도 홍천, 해발 650미터에 위치한 을수골. 이곳은 전기도, 수도도 없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첩첩산중, 노부부 둘 뿐인 산골집이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돌배나무 위에 올라가 맨손으로 벌을 쓸어 모으느라 진땀 빼는 전광서(75) 할아버지! 나무 밑에서 할아버지에게 필요한 것을 척척 대령하는 이복순(70) 할머니! 겨우 일 하나 마치면, 다른 일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산골.. 다음은 당귀 심을 밭을 갈 차례다. 할아버지가 소 역할, 할머니가 몰이꾼 역할! 힘든 일도 함께 하니 금세 끝이 보인다. 마른 입을 계곡물로 축이고~ 지천에 널린 나물로 밥을 지어 먹는 부부! 토굴에서 꺼낸 김치 맛이 일품이다. 그날 오후, 잠시도 쉴 틈 없이 부부는 약초를 캐러 산에 가는데~ 할아버지는 60년 경력의 심마니답게 두어 시간 만에 망태를 가득 채우고 내려온다. 그날 밤, 저녁식사에 이웃을 초대 한 부부! 사람 귀한 산골에서 이웃들이 한데 모여 저녁 식사를 하니 흥이 오른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멋진 세레나데를 선보인다. 그날 밤,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발전기를 켠다. 일일연속극을 보는 낙으로 사는 아내이기에 비싼 기름 값에도 발전기를 돌리는 것! 한참 흥미진진하게 드라마를 보는데, 갑자기 TV가 꺼지고 만다!
2부 (2012/06/19)
농사일이 바빠 발전기에 기름이 떨어진 줄도 몰랐던 전광서 할아버지. 하루 30분, 일일연속극을 보는 낙으로 사는 이복순 할머니는 TV가 꺼지자 맥이 빠진다. 다음 날 아침, 가스마저 떨어지자 난감한 부부.. 버스도 다니지 않는데다 배달은 꿈도 못 꾸는 오지생활이다 보니, 이웃의 차를 얻어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읍내에 다녀온다. 그날 오후, 반가운 손님이 을수골을 찾는데~ 청주에서 식당을 하는 큰아들 영조(50) 씨가 온 것! 도착하기가 무섭게 팔을 걷어 부치고 밭일을 돕는 영조 씨. 뿐이랴, 나이를 드신 후론 계곡물에 발 담그는 걸 싫어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계곡에 어항을 놓는데~ 산골 벽지에 노환으로 고생하는 부모님만 지내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은 영조 씨.. 함께 청주에 가서 살자고 청한 것도 수차례~ 허나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지키겠다는 부모님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영조 씨는 설득이 통하지 않자 작전을 바꾼다! 틈날 때마다 을수골을 찾는데~ 즐거운 시간도 잠시, 아침 일찍 식당 문을 열어야 하기에 영조 씨는 청주로 돌아간다. 밤길에 아들을 보내는 부부의 마음은 걱정과 서운함으로 가득하다. 그날 밤, 부부는 옛날 사진을 보면서 자식들을 향한 그리움을 달래는데... 다음날 아침, 전봇대를 가득 실은 트럭이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을수골로 들어선다!
3부 (2012/06/20)
전기가설공사가 한창인 을수골! 곧 전기가 공급된다는 소식에 가장 기쁜 것은 단연 이복순 할머니다! 하지만 전광서 할아버지는 빠듯한 산골살림에 값비싼 가전제품을 장만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며칠 뒤, 잔뜩 멋을 낸 부부가 집을 나서는데~ 부모님의 근심을 모를 리 없는 자식들이 가전제품을 마련해 주겠다며, 부부를 청주로 초대한 것이다. 난생 처음 가전제품 매장에 간 부부! 줄지어 선 가전에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그러나 고가의 세탁기에 놀란 할머니! 사면서도 내심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날 오후, 예전에 살았던 괴산의 한 야산으로 간 부부와 영조 씨. 이웃집이 측량을 하면서 봉분 앞 땅이 파인 것을 확인하는 부자.. 이 무덤의 주인은 바로 1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또 다른 아내다. 이복순 할머니는 무덤 가까이로 오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데.. 남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할머니. 산골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에 남편의 곁을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자식들 때문에 차마 떠날 수 없었던 할머니.. 자식들만 바라보고 50년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의 가슴엔 풀리지 않는 한이 맺혀있다. 며칠 뒤, 남편이 제때 물을 주지 않아 말라버린 고추 모종을 본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잔소리를 쏟아 붓는다!
4부 (2012/06/21)
고추 모종이 시드는 바람에 아내의 타박을 받은 전광서 할아버지.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말을 아낀다. 그것도 잠시, 삼밭의 쥐를 피해 모판에 옮겨 심은 삼 모종을 보고 할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지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퍼붓는 잔소리에, 이번엔 할아버지도 지지 않는다! 결국 부부 사이에 쌩~한 냉전의 기류가 흐른다. 다음 날, 무릎이 좋지 않은 할머니는 아침 일찍 병원에 가기 위해 혼자 집을 나선다. 항상 곁에 있던 아내가 집을 비우자 마음이 휑한 할아버지.. 찬밥에 대충 끼니를 때우려는데~ 때마침 식사를 걱정하는 아내의 전화에 서운한 마음이 눈 녹 듯 사라진다. 며칠 뒤, 전기가설공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막내 영대 씨의 가족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싣고 을수골을 찾는다. 가져온 세탁기 작동법을 꼼꼼히 알려주는 며느리. 할머니는 여고생이 된 것 마냥 며느리의 설명을 귀담아 듣는다. 그날 오후, 집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얼마 후, 큰아들 내외와 두 딸까지, 온 식구가 을수골에 들어온다!
5부 (2012/06/22)
2남 2녀 자식들에 손자 손녀까지 온 가족이 모이자 을수골이 들썩인다~ 장성한 자식들을 보는 것만으로 만면에 미소가 흐르는 부부! 강원도 별미인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으니 잔치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그날 밤, 모닥불 피워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4남매. 전기가 들어오면 부모님의 생활이 좀 더 편해질 것이니 마음이 놓이는 한편, 을수골이 갖고 있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을까 걱정스럽다. 며칠 뒤, 부부의 집에 드디어 전기가 들어온다! 설레고 들뜬 마음도 잠시, 할아버지는 벌써부터 전기세가 걱정이다. 반면, 신이 난 할머니는 자식들이 마련해준 세탁기로 벼르고 별렀던 이불빨래를 하려는데, 세탁기가 요지부동~ 작동할 생각을 않는다! 그뿐 아니다. 늦은 밤까지 TV를 보는 할머니 때문에 잠자리가 편치 않은 할아버지다. 반평생 전기 없이 살아온 부부에게는 '전기 있는' 생활에도 적응기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다음날, 여느 때처럼 약초를 캐러 산으로 향하는 부부.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만 얻는 삶이 이어진다. 부부가 살고 있는 을수골에 불이 밝으면, 잊고 있었던 우리들 마음 속 고향에도 불이 켜진다.
연출 : 조창근
글. 구성 : 윤영숙
촬영 : 최병희
조연출: 허지민
취재: 송지우
제작 : 제삼비전 (02 - 782 - 5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