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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살아봐야 안다고.
그래서였을까, 김도영과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서로의 패턴이 너무 다른 탓이었다. 처음엔 이해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어느 날이었다. 그러니까 김도영이 나에게 먼저 ‘이혼’을 제안한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반겨준 건 바로 김도영이었다.
“왔어? 오늘도 야근하느라 고생했어~”
“응, 나 먼저 좀 쉴게.”
눈길 한번 안 주고 김도영을 지나치며 말했다. 김도영은 이런 나의 모습이 서운했는지 곧장 날선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게 끝이야?”
“뭐가?”
“나랑 대화하기 싫어?”
“내가 피곤하다고 했잖아.”
나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김도영.
“내일 얘기해.”
이렇게 오늘 일은 마무리 짓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김도영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에 말이 들려왔으니까.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어… 우리 이혼할까…”
그렇게 오늘 우리는 이혼했다.
이대로 영원히, 찬란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은 마침표를 찍었다. 이 이혼에 대해 누구 잘못이랄 것도 없었다. 단지 자연스럽게 만나 자연스럽게 헤어진 거다. 이제 각자 길을 걸어가기 전, 정리할 서류가 있어 김도영과 카페에 들렸다. 서류 정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정말로 ‘끝’이라는 시간만 남겨두고,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도영아.”
그래도 마지막인 만큼, 할 말은 해야 할 거 같아 정적을 깼다. 그러자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는 김도영. 아마 오랜만에 다정히 네 이름을 부른 탓이었을까.
“이혼은 최악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해. 최악은 이혼이 아니라 가면을 쓴 부부지. 상대한테 애정이 없는데, 기대도 안 하는데 같이 사는 게 가장 불행한거야.”
“….. 다음엔 최고의 결혼을 하기 바라.”
김도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한 채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는데…
“헤어짐을 먼저 말한 건 나이지만, 그 이후로 계속 외로운 기분이 들었어. 심지어 네가 내 앞에 있는데도 네가 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을까…?”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나재민 부모님과 아는 사이셨다. 생각해보면 이게 문제였다. 말도 안 되는 “우리 애들 성인 되면 결혼시킵니다!”라는 합의를 통해 미리 결혼을 약속한 것이었다. 뱃속에 있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얼굴도 모르는 나재민을 신랑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나재민은 돈이 많은 풍족한 집안의 자식이었다. 상대적으로 나는 나재민보다 궁핍한 환경에서 컸다. 그래선지 상견례 날, “까오가 있지~” 식으로 비아냥대며 뭐 같은 결혼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씩씩대며 걷는 도중, 담배를 피우는 나재민이 보였다. 무시하며 지나치자 이내 곧 나재민이 말을 걸어왔다.
“야.”
“하자 결혼.”
“아니 다짜고짜 그게 뭔 소리세요…”
그러자 나재민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제안했다.
“진짜 결혼 말고, 계약 결혼. 딱 3년만 살자.”
“이혼하는 즉시 네 명의로 된 집, 자동차, 그리고 너의 취업까지. 내가 보장해줄게.”
미친 제안이었다, 하지만 솔깃한 제안이기도 했다. 나는 미친 짓인 걸 알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위해 꾹 참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나재민은 이상했다. 차갑고 냉정한 녀석이 항상 새벽에 일어나 나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했다. 뭐,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 근데 더 이상한 건, 내가 자고 있을 때 방에 들어와 머리를 어루만진다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이 생활하면서 나를 몰래 힐끗- 보거나 물끄러미 쳐다본 적도 있었다. 하여튼 이상한 점이 다양했다. 그래서 결론은 생각하면 할수록 나재민은 이상한 새끼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3년간의 계약 결혼을 마치고 우린 이혼했다. 두 집안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집에 와서 짐 정리를 시작했다. 나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정들었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방을 돌아보던 순간, 문 앞에 나재민이 서 있었다. 한결같이 건네던 말과 함께.
“밥 먹고 해.”
마지막 밥이라서 그런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큼큼거리며 물을 마신 후, 큰 소리로 컵을 내려놓자 입 안 가득 밥을 먹던 나재민이 빵빵해진 볼로 쳐다봤다. 그 모습이 마치 토끼 같았다. 귀여웠던 건 비밀.
“맛있는 밥 고마워, 따뜻한 침대도 고마웠고. 그리고…”
“나 잘 때 머리 어루만져줘서 고마워, 네가 날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거나, 몰래 보거나, 물끄러미 볼 때 뭔가 내 빽이 된 것 같아서 든든했어.”
“나 사실 잠 안 자고 있었어.”
정적, 그 잠깐을 견딜 수 없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대답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랬는데…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하고 살았어.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마음이 불편한 걸 보면…”
“3년 말고, 평생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결혼 생활 3년을 거친 끝에 협의 이혼한 김도영
VS
계약 결혼으로 시작, 계약 만료로 이혼한 나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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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계약결혼 끝 찐결혼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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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일 있어! 있어! 도영아! 우리 연애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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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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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재혼해
재혼하자!
당장 재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