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신포동 먹자골목 앞에는 성당이 하나있습니다. 이름도 잊어버렸는데, 오전에 인천둘레길 코스를 걷다가 본당에 들어가니 수녀님 한분과 신자한분이 기도를 드리는 중이었죠.
어느 신자분은 본당 측면에 각각 상징되어지는 성인들을 향해 묵주를 들고 이동하면서 뭔가를 기도하는 중이었고, 수녀님은 단아한 모습으로 하루 일정인냥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꼬마일때 교회도 가고 절도 가고 성당도 가서 미사도 보던 그 시절이 기억이 나서, 성수가 본당 입구에 있길래 나도 모르게 손을 적셔 성자와 성신...을 손가락으로 긋습니다. 미천하고 악독한 보잘 것없는 나 자신을 아는지라 모든죄가 사하여진다고는 하지 않고, 다만 나를 위해 행운을 빈다는 그런 탄성을 내뱉은 기억이 납니다.
사진을 찍고는 싶지만, 하나님 혹은 하느님을 섬기는 제자들인 목자들에게 사진촬영을 허락받고자 한참 형님되시는 신부님이 밖에 마리아 성모상 앞에서 기도드리는 중에 여쭙고 허락을 맡아, 사진 몇장을 찍고 나왔습니다.
며칠이 지나 생각하니, 우리가 아는 산티아고 800km의 순례길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한국에서도 천주교 신자분들이 많이 가시던데, 성직자 분들 포함 여러 이유를 가지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순례길을 마치면 인증서를 주는데...이걸 콤...뭐라고 하면서 도보 여행자들에겐 최소 100km만 걸어도 완주증명서 및 순례자라는 인증서를 발급해줍니다.
프랑스길로 대표되는 800km를 다 걷지 않아도, 100km만 걸어도 순례자라는 인증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서울둘레길 부터 인천종주길,둘레길을 모두 완주해서 인증서를 기념으로 받아본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인증서나 종이쪼가리와 여러 상징물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플렛폼에 인증서를 올리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기도 한 인증서겠지만, 그리고 그 과정이 뭔가 숙제이자 숙명같은 걸어야 할 길로 다가와서 목표의식을 가지게 하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사진올리기이기도 할 겁니다.
위의 질문은, 제가 이 카페를 처음 알게된 계기가 박용원님이 출판한 나를 찾아 길떠나는 도보여행이란 책을 접하고 나서 가입한 곳인데, 정작 활동은 하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ㅎㅎㅎ
지금 카페지기님이 박용원 선생님인지 잘 모르지만, 책 표지 뒷면에 '100km 걷기 울트라 도보'를 24시간안에 마쳤다는 이야기가 기억나서, 서울둘레길과 인천 둘레길(종주길 포함)을 걸을 땐 산악코스 포함해서 하루에 12시간 정도를 이틀연속해서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름이라, 살갗이 온통 시커멓케 타들어 가지만, 선크림도 땀에 조각나버리고 머리에 눌러쓴 모자들엔 온통 땀으로 테두리가 그어져있습니다. 체력도 안되는데 무리를 해서인지 파스를 휴대하고 아픈 관절에 스팀팩을 주면서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코스완주라는 나를 위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길을 걷다, 여러 상념들이 수시로 내 발길을 휘감고 그런 상념들은 잡념으로 흩어지며 시원한 바람과 함께 들길의 잡초들과 함께 나부끼다가, 다시 상념으로 다시 다가오곤 합니다.
그러한 명징한 상념의 조각들이 앞으론 집념이 되길 바라고, 잡념으로 다시 흩어지지 않길 바랄 따름입니다.
현재 40대의 나이로, 20년이상 간직했던 여러 책들 가운데 한장 한장 읽으며 길가에 버려졌던 릴케의 시집을 기억해봅니다. 구입만 해두고 생각해보니 정녕, 한페이지도 읽지 않고 나도 릴케시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인식의 착각.
난생 처음으로 그의 시집을 찢어 읽으며 기억나는 부분중에, 릴케가 언급한 '모든 길은 무겁다....이하 독일어..' 그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모든 길은 무겁고...그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이유로 해서 무겁다는..그런 의미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그게 어떤 길이든 버리기도 하고 줍기도 하고, 아무생각없이 지나치기도 합니다.
릴케의 시집을 20년이 넘도록 책장에만 쌓아두고, 페이지를 들쳐보지 못한 내 모습처럼
익숙하다 여겼던 서울둘레길과 인천둘레길을 모두 걷다보니, 내가 전혀 생각치 못한 길들을 발견하곤 놀라웠습니다.
이길 뒷편에 이런 길이 있었다니...이길 안쪽의 골목길에 이런 삶의 형태가 있었다니..여러 놀라운 탄성들이 다시금 기억납니다.
익숙해서, 내가 알고있었던 길이라 믿었는데...생각해보니, 익숙하다는 착각으로 인해 자세히 그 길을 둘러보지 못한 나의 탓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걷는 여러 종류의 길 가운데, 인지하였다 생각했지만 결국 착각이었고, 다시금 살펴보면 정말 아름다운 길이 다시 보여질 수 잇음을 상기해보시길 바랍니다.
생각의 정리나 갈무리 없이 발길 닿는데로, 길을 걷듯 끄적임의 일단락입니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 오래된 길, 가보지 못했던 여러 길들에 대해 이야기나누고자 합니다.
투비 컨티뉴,...
첫댓글 신포신장 건너편 성당 '답동성당' 아닌가요?
혼자 인천 도보여행하면서 가본 경험이 있습니다.
일제시대때 건물이고 문화재로 지정된 우리나라 3대 성당이라 알고 있습니다.
닉네임 재미있습니다.
제가 '체게바라' 좋아해서 그 영화 봤었는데...
네, 기념사진 몇장 살펴보니 천주교회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 이라고 나오네요. 명동성당 처럼 유서깊은 오래된 성당이라 알고있습니다.
서울에서 신포시장 쫄면 만두 맛집 다니면서도 안가본 성당을 둘레길 가면서 방문하고 감격 ㅎㅎㅎ
@모터사이클 다잃어리 제가 한때 일제시대 문화유적지 찾아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인천 개항장 일대가 답동성당 포함 일제시대 문화재 보고 였습니다. 저도 모터사이클 다잃어리님처럼 방문하고 감격했던 추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