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배낭여행기 3] 박쥐공원과 톤레 샵 로컬 투어
두시간의 시차와 더불어 불편한 잠자리 탓에 평소보다 더 일찍 잠을 깬 새벽 산책길에선 낯선 땅 낯선곳이었지만 상큼하면서도 익숙한 대지의 기운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밤낮의 일교차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지금 이곳의 날씨는 건기, 우기로 구분되는 우기에 해당한다. 한낮의 기온은 35도를 넘나드는 한국에서라면 주의보에, 다급한 폭염 경보가 무시로 발동될 날씨다.
제대로 기운을 차릴 수 없도록 사람을 쉬이 지치게 만드는 날씨를 하룻동안 온전히 경험한 터라 우리는 반팔 티셔츠 위에 덧껴입은 얇은 조끼의 간편한 차림으로 숙소를 나섰다.
오늘 일정은 오전 뚜벅이 시티 투어에 오후엔 호텔로 픽업오는 '톤레삽 선셋 투어'이다.
구 도심의 중앙에 위치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왕실 사원 별장과 이웃한 로얄파크
박쥐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이 도시에 하나뿐인 공원을 찾았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일까, 볼 것 못 볼 것 안볼 것 까지 숱하게 보고 겪으며 살아 온 나름 노회한(?) 시각(視角)으로도 '귀하신 몸'이 되어버린 박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후미지고 외진 더 높고 더 먼 곳으로 자리를 옮겨 조침(朝寢)에라도 든 것이었던 것이었을까?
뚜벅이 걸음으로 공원의 이곳 저곳을 누비며 우리는 박쥐가 안내해 줄 락원(樂園)으로의 기대를 숨긴 채 천년 왕국 크메르의 황금박쥐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우리는 박쥐가 보이지 않는 이름뿐인 박쥐공원에 실망을 금치 못했고 공원 대신 사원으로만 몰린 사람들에 더 크게 실망(?)했을 박쥐가, 은신처를 옮겨 침소로 든 것이라 자조하며 애초부터 인연이 없었음에 미련을 버리고 자리를 옮겼다.
인접한 왕실 휴양소엔 이 더운 날씨에도 국왕과 왕가의 안녕을 빌며 신상(神像)에 공을 들이는 신심깊은 이곳 사람들의 열성이, 호기심 어린 뚜벅이 시티투어의 멋진 구경거리가 되었다. 신전에 바치는 꽃바구니나 공양 음식을 주고받는 시선과 손길들이 사뭇 진지해 코 앞 까지 들이대는 렌즈에도 무심하기만하다.
입장료 20$의 전쟁박물관은 빈약한 전시물에 비해 과다(?)한 입장료라는 생각에 미련없이 패쓰. 아이들 작란감(?) 같은 방치되어 녹슨 오래된 장갑차나 기관총 고사포 몇 점의 야외 전시관을 경험한 터라 .비록 번듯한 건물 안 전시관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돌아서 나왔다. 이곳까지 와서 40$(₩52,000/Rl160,000)이 대수인가 했지만 앙코르왓트의 세계적인 명성이나 '프놈펜 킬링필드'의 어마무시한 '량민 학살극'에 비하면 소규모 내전에 그치는 '새발에 피'도 안될 주제(主題)의 빈약함이 판단에 근거가 되기도했다.
무성한 잎새와 우람한 가지의 수목들로 어우러진 이곳 공원의 싱싱하고 풋풋한 기운에 사람들이 힘을 얻는 것일까? 빈한(貧寒)한 소득과 피곤한 삶에 지친 더위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국제기구의 조사에서 높은 행복지수로 표현되는 이곳사람들의 삶은 풍족한 생활에서도 만족을 못 느껴, 세계의 이곳저곳 맛과 멋과 쾌락(?)을 추구하며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못지않은 물질적 풍요 이상의 정신적 만족감, 힌두신이 지켜주는 종교적 포만감, 안정된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앙코르 왓트의 존재감으로 행복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간다.
역사는 되풀이 되고 인생은 돌고 돌아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물레방아 게임이라고라...
해는 점점 뜨겁게 달아 오르고 바람 한 점 움직임이 없는 불 볕 아래에 소낙비라도 시원하게 한 줄금 쏟아지지 않으면 꺾이지 않을, 가파르게 달궈지는 폭염 속 공간들.
긴팔이나 긴바지 더러는 투박한 점퍼 차림으로도 이곳 사람들의 더위에 지치는 기색이 없는 활기찬 모습은 휴대용 손풍기나 목풍기로도 다스려 지지않는 호들갑(?)스런 한국의 여름 더위와는 보고 느끼는 여러가지 것 들이 근본부터 다르다.
조금만 참으면 스콜(squall) 바람이 불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스콜(squall)바람에 소낙비가 왕창 쏟아 질거야.
왠만큼 더워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심성(心性)은 여름과 겨울이 극명하게 갈리는 온대(溫帶)의 사람들과는 일상에서의 기후에 대한 적응도가 다르다. 달라도 매우 다르다.
미지근한 온수에 몸을 적응하면 살이 익도록 점점 물이 뜨거워져도 느끼지 못하고 죽어가는 가마 솥 개구리 열탕. 동서고금의 잔인한 역사엔 이런 방법의 사형 제도를 *'팽형(烹刑)'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한 역사도 있었다.
홀로코스트(Holocaust/Germany
/1933~1945)에 버금 갈 금세기 최대의 학살극 킬링필드(Killing Field/Kampuchea/1969~1979)에도 동요(動搖) 하거나 움직이지 않았던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인가? 천심은 민심인가?
이른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더위를 피해 잘 꾸며진 인근의 마트로 들어갔다. 마트의 이곳저곳을 뒤져서 찜해뒀던 양념 쏘스를 고르고 타이거 비어를 담으면서 소숫점 두자리까지 표기된 가격표를 보고 필요하지도 않은 음료수 서껀 까지 주워 담으며 달러의 끝 단위를 맞춰서 카운터를 지나왔다.
꽤나 신경을 써서 맞춤 결제를 하고 나온 마트와 달리 이른 시간에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레스토랑에서는 끝 단위를 제대로 맞출 수 없어 저으기 당황하게 되었다. 마트와 이웃한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고 여유로운 식사를 끝내고 가격표 표기와는 다르게 거스럼 돈을 리엘로 계산하는 매니저와의 트러블 끝에 결국 달러로 받아내긴 했지만 그 돈을 혼쾌히 팁으로라도 주고 올 걸 하는 뒤늦은 자책감에 자존심만 구겨버린 찜찜하고 씁스레한 점심식사. 쪼잔하고 촌시러버 다시 떠올리기 민망한 어글리 꼬레안(Ugly Korean) 더티 페이먼트(Dirty Payment)
☆☆☆
호텔로 픽업을 온 로칼 투어 - 톤레 삽(Tonle Sap) 선셋 투어의 오후 일정이다.
18인승 미니 밴 승합차에 기사와 가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좌석이 관광객 몫이다. 두시 픽업에서 시작되는 스케쥴이었지만 뿔뿔이 산개(散開)한 호텔을 돌며 투어 신청자들의 픽업을 위해 차는 한시간 가까이 시내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나머지 빈 좌석을 채웠다.
캄보디아(Kingdom of Cambodia
)라는 정식 국명이 있지만 더러는 캄푸치아(Kampuchea) 라는 크메르 루즈 폴포트 정권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지금 이곳의 잉글리쉬 가이드는 버터 내음 녹진하게 꼬부라진 혀를 굴리며 비교적 본바닥 영어에 충실한 '캠보디안 발음' 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듕듕듕~ 뵹뵹뵹~ 쑝쑝쑝~
여덟시간 이상 걸리던 옛 프놈펜 행 논스탑 고속버스(실내화장실/점심식사1시간 정차 포함/2003년 5월 기준)에서의 안내양 멘트 같은 어투, 대화체 액센트의 고저가 불명(不明)하고 두루뭉술 기복없는 억양이 모호(模糊)한 발음이다. 그래서일까 대체로 좌중은 어림 짐작에 눈치로 때려잡는(?) 다국적 세계인의 특장(特長)이 고스란한 '톤 레샵 로컬 투어' 의 침잠(沈潛)한 분위기이다.
톤 레샵의 명물 수상 가옥은 물 속에 잠겨서 감춰져 있어야 할 부분들 이 맨숭맨숭하게 모습을 드러내, 겅중하게 키만 키운 뻘쭘한 모습들이다. 물 빠진 수상 마을을 뚜벅이로 진행하는 투어는 침방울을 튀기는 가이드의 열정적인 안내에도 어슷비슷 이어지는 풍광에 식상한 사람들의 더위에 지치고 무표정한 면면(面面)들이 한 차를 타고 온 한 팀 답지않게 데면데면 어색하기만하다.
실수가 잦고 빈틈이 많아 *허당(虛堂)이어도 가끔은 절묘한 토스에 강력한 스매싱 성공~
짝짜그르 박수가 쏟아지고 폭염이 내리쬐는 야지(野地)에 환호가 폭발한다.
수상마을 아이들의 발리 볼 놀이에 뛰어든 관광객들의 화이팅. 더위도 잊고 너나없이 몰입한 경기는 박진감 넘치는 흥미(興味) 진진진(津津津). 그러나 그래서 시간이 아쉽다.
톤레샵의 석양은 기다려 주지않고 꼬부라진 세 치 혀로 관광객들을 쥐락 펴락하는 가이드는 다시 또 침방울을 튀기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노을로 다가가는 시간을 겨늠한 선착장으로 일행을 인도(引導)한다.
*허당(虛堂) : 빈곳 빈터의 부정적 이미지. 강원도 사투리 허탕(虛蕩)의 변형
티베트의 고산지대에서 발원한 메콩강의 원류(源流)는 무분별하게 난립한 강 상류의 댐들로 인한 수원(水源) 고갈로 이어지며 메콩강을 매개(媒介)로 한 *수상교통은 이미 그 존재 가치를 잃어 퇴역 당한지 오래고 '톤 레샵 호수' 같은 관광 인프라도 서서히 쇠멸(衰滅)의 길을 향하고있다.
* 지금은 없어진 루앙프라방(Luang prabang/Laos)의 슬로우 보트는 2박 2일 동안 메콩강을 오르내리며 밀림으로 고립된 강변의 마을들을 교유(交遊)하며 태국의 국경도시 치앙라이를 래왕(來往)했다.
우기(5월~10월)엔 흐린 흙탕물로 거칠고 투박한 황토색을 띠지만 건기(11월~4월)가 되면 비취색 맑은 물빛을 보여주는 톤레샵 호수. 한창때는 줄을 이은 관광객이 종일토록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어 거쳐가는 필수 코스였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오던 강수량 감소로 이제는 그 명성에 빛을 잃은지 오래다. 그나마 반짝하는 '톤레샵 선셋 로컬 투어'나 '맹그로브 숲 체험 쪽배 투어'로 드물게 오가는 관광객들이 한때의 명성에는 비교도 안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메콩강의 물 문제는 유엔이 개입해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국제사회가 나서서 합리적으로 해결 될 것을 바라는 아랫 녘 사람들의 희망사항과 달리 윗 녘 사람들엔 씨알머리도 안 먹힐 '🐕 풀 뜯어 먹는 소리' 나 '귀신 씨나락 까 먹는 소리'일 뿐이다.
수상가옥이 육상가옥으로 탈바꿈하면서 사람들의 생활도 바뀌게 되었다. 보트의 동력 추진기 조차 얕은 수심으로 인해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고는 속도가 붙지 않을 정도가 되면서 부터 수상마을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예전같은 고기잡이도 밀려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특수(特殊)도 기대할 수 없는 '사막을 잃은 낙타의 신세'가 되었다.
국적없이 떠돌며 부평초(浮萍草) 같은 물 위의 삶을 살던 수상족의 암울(暗鬱)한 미래는 오늘도 톤 레샵의 마지막 구경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관심에서 제외되고 묻혀지며 희미해져 갈 뿐이다.
황토색 호수를 가르며 동력 추진기의 굉굉(轟轟)한 소음과 함께 달리는 스피드 보트가 삼대의 덕(德)은 커녕 기대만 잔뜩 키운 관광객들로 무거워진 몸을 추스르며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톤 레샵의 석양 노을빛으로 젖어들었다.
하늘에 걸린 구름
흰구름 뭉게구름 새털구름 솜구름
부평초 같이 물 위에 뜬 구름
제대로 하늘을 쳐다볼 일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야 완성된(?) 석양을 위해 기꺼운 투자를 한다. 사진으로 보는 멋진 석양은 고급한 광학기기를 통해 인위적으로 연출해 낸 인공의 미학이라 직관(直觀)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삼대가 덕을 쌓은 치성(致誠)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 믿고 선셋 투어에 참가한 것 만으로도 감
내하고 감읍하며 감사 할 따름이다.
석양을 기다리는 수상식당의 메뉴.
톤레샵 스테미너 푸드 Crocodile or Snake...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의 엉성한 가두리에 넣어두고 광고를 하던 그 악어요리. 맛은 양념이 진한 탓인지 육고기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아~ 수저를 놓는 그 순간 숭구리하고 숭당당한(거룩하고 숭고한) 원초적인 느낌이 은근짜로 조용히 슬그머니 소리없이 아래로 부터
올라왔다. 나 아닌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삐리리를 동반하고서.
역사가 시작되는 힘 있는 침묵.
역사가 침잠하는 소리없는 침묵.
현금도 마다하는 소숫점 이하로 떨어진 대한민국 출산율 제고(提高)의 막중(?)한 임무를 장어의 꼬리에만 맡겨둘 수 없다.
혼분식을 장려해 식량 위기를 벗어난 거국적 지혜로 우상향 출산율로 반전시킬 스태미너 푸드 '국민 보양식' 보급을 주저하지 말아야한다.
존망(存亡)의 기로에 선 국가 미래를 위해 지도자들은 무엇을 망설이는가?
황우석박사를 초빙하여 꼬리가 아홉개 달리는 신품종 장어를 개발하라~개발하라~~
품질보증된 보양장어탕을 홍보 보급 관리하는 전문 장어청을 설치하라~설치하라~~
장어값의 거품을 빼고 생산력이 보증된 커플에게 생산이 이루어
질 때 까지 매일매일 장어를 먹을 수 있게 고정적인 장어 수당을 지급하라~지급하라~~
우리는 타이거 비어(Tiger Beer)로 객기(?)를 마무리했지만 부족한 음식으로 고르고 고른 메뉴로 크메르 치킨을 더 시켰다. 그러나 메뉴판 사진과 달리 거리에서 본 이곳의 말라깽이 토종닭으로 만든 그야말로 뼈만 앙상한 치킨, 보양식 만찬은 '빛 좋은 개살구' 외화(外華)가 내빈(內貧)한 식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그로부터 일주일을 더 (留)
하며 프놈펜과 씨아눅빌을 거쳐 화력이 신통치 않던 빈약한 화기를 고폭탄이 장착된 중화기(?)로 업글하고 위풍(威風)도 당당(堂堂)하게 귀국하였다.
여유가 있어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여유를 갖게 된, 여행 내내 한국인을 못 만나 오롯하고 또 오롯했던 시엠립 3박4일의 비하인드 스토리.
끝.
캄보디아 배낭여행기는 프놈펜으로 이어져서 계속됩니다
https://cafe.naver.com/jiniteacher/106188?tc=shared_link
첫댓글 푸른달
톤레삽일몰을 보셨
군요!행운이 따르셨
네요~
2023.09.04. 21:35
쎄미나
꼭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이 떠났던...못봤어도 크게 아쉬울것은 없는 여행이었는데...
지나고 와서 생각하니 참 황홀했던 시간들이
었습니다
2023.09.05. 02:45
푸른달
쎄미나황홀하다는말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역시 행운이 따를만 한 분일것 같아요!
2023.09.05. 22:04
호총별
여행일정에 넣고싶
습니다 톤레삽일몰~
2023.09.06. 12:19
쎄미나
왠만한 숙소에는 숙소 예약시스템이 있어 접수후 픽업및 투어후 숙소도착 까지 진행이 됩니다.
외국인들은 모두 팁을 주는게 관례인것 같은데 18불 투어에서 팁을 건넨다는게 어색해서 패쓰 했습니다. 수상식당 매출에서도 커미션을 받는것 같기도 해서 말이지요
2023.09.12.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