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냐 하느님이냐(2) -기영렬 목사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토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것은 애국가의 첫 소절입니다. 여기서 신의 호칭으로 쓰여 있는 ‘하느님’은 원래 ‘하나님’이었던 것이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하느님’으로 바뀐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공교롭게도 현재 기독교의 하나님이 수많은 논쟁 끝에 ‘하나님’으로 정착된 데에는 또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번 글에 설명 드렸듯이 선교초기 ‘하나님’에 대한 명칭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성경번역본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실례로 1884년 한문성경을 기초로 번역 출간한 이수정의 마가복음서 에서는 하나님이 ‘천주’로, 1882년 로스의 누가복음에서는 ‘하느님’으로, 그 다음해 출간된 로스의 요한복음은 ‘하나님’으로, 1887년에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로스역을 수정하여 번역한 마가복음서는 ‘상제’로, 1897년에 스크랜톤이 번역한 베드로전후서는 ‘천주’로, 1897-8년 게일의 갈라디아서와 에베소서 그리고 1892년 아펜젤러의 마태복음에는 ‘하나님’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00년도 들어서 한 가지 이름으로 통일 되었습니다. 그해 성서번역위원회의 번역한 시험용 신약성경에는 ‘천주’로 출간되었다가 같은 해 성서번역위원회는 하님 이라는 한 가지 명칭을 사용해 성경을 공식적으로 출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33년에 제정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아래아(ㆍ)가 폐지됨에 따라 ‘하님’이 ‘하나님’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아래아는 사실 ‘하느님’과 ‘하나님’의 중간정도의 발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래아가 탈락될 때 ‘하나님’이 사용된 데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하님’을 발음함에 있어서 중부이남 사람들은 ‘하느님’에 가깝게 발음했고 서북지방 사람들은 ‘하나님’에 가깝게 발음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대부분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서북지방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하나님’으로 발음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하느님’의 의미가 기독교의 유일신을 설명하기 보다도 자연신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왜냐하면 ‘하’이 ‘하늘’로 표기됨으로 만약 유일신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할 경우 자연신의 개념을 떠올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하느님’보다는 ‘하나님’으로 정착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박은 것은 1939년 장로교와 감리교는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기독교의 유일신은 ‘하느님’이 아닌 ‘하나님’이라고 한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이나 하나님이나 모두 같은 의미 이므로 하이 하늘로 정립되었으므로 하님도 하느님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숫자의 하나라는 개념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오히려 숫자에다 ‘님’을 붙여서 더 어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대부분의 성도들의 생각에 ‘하나님’은 영어의 ‘God’처럼 기독교의 유일신의 개념이 자리했고 ‘하느님’은 영어의 ‘god’처럼 일반적인 신들을 일컫는 의미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구지 ‘하느님’으로 표기해야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호칭함에 있어서 ‘하느님’과 ‘하나님’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