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10월의 일기, 오순도순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김장훈이 부른 ‘사노라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내가 그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를 부른 김장훈이라는 가수가 ‘기부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주위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헌신적인 처신이 마음에 들어서이기도 하고, 힘차게 치고 나가는 곡조가 마음에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노랫말에 담긴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라는 첫 구절에서부터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끝 구절까지, 온통 꿈과 희망을 담은 그 노랫말은, 그 노래를 듣고 부를 때마다, 내 가슴에 진한 감동을 몰고 오고는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마음에 쏙 드는 구절이 있다.
정겨운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곧 이 구절이다.
‘오순도순’
이번 추석연휴의 우리 집 분위기가 그랬다.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손사래 쳤는데도, 간다 간다 하면서 왔다.
우리 두 아들 가족이 그랬다.
어차피 명절 제사가 없어 나와 아내는 긴긴 명절 연휴동안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 싶었고, 또 두 아들에게도 평소 잘 찾아보지 못하는 처가 쪽을 찾아보게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번 명절에는 각자 형편대로 따로 일정을 보내게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두 아들과 그 짝인 두 며느리는 생각이 달랐다.
명절 제사를 안 지내는 것과 나와 아내가 오붓하게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직은 어린 손녀 손자로부터 명절 분위기를 빼앗는 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아무리 말려도 한사코 우겼다.
결국 그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막내 네 가족 셋은 추석 다음날인 2023년 9월 30일 토요일에 문경 우리 집으로 달려왔고, 맏이 네 가족 셋은 그 하루 뒤인 10월 1일 일요일에 들이닥쳤다.
거기에 경기 안양에 사는 사촌 처남댁이 미혼 나이를 넘은 미혼의 딸아이를 데리고 와서 우리들 문경 집을 벅적거리게 했다.
함께 하는 내내 오순도순 어울림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 고향땅의 명승인 문경새재 옛 과것길을 영남대로 제 2관인 ‘조곡관’(鳥谷關)까지 올랐고, 낙동강의 한 줄기인 내성천이 휘돌아나가는 회룡포도 다녀왔고, 강원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하는 낙동강 본류에 내성천과 금천해서 물길 3개가 합쳐지는 삼강나루터도 다녀왔고, ‘햇비농원’ 우리들 텃밭에서 고구마 캐기 농사도 지었다.
연휴의 끝 날인 10월 3일 화요일에는, 맏이와 맏며느리 그 둘을 데리고 우리 문경의 명문 골프장인 문경GC를 찾아 골프라운딩까지 즐겼다.
연휴 내내 나도 행복했고, 아내도 행복해 했다.
그리고 함께 어울린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하다 했다.
문경새재 옛 과것길 초입의 소문난 피자 맛집인 ‘라루올로’에서 점심을 같이 하는 것으로 행복했던 연휴일정 모두가 끝났다.
다들 떠나보낸 그 다음날 아침에, 우리 가족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글 한 편을 게시했다.
함께 해서 행복했던 내 속마음을 털어내는 글이었다.
곧 이랬다.
‘다들 일상으로 복귀했겠구나. 연휴 끝난 그 첫날에 다들 노래 한 곡 들어보자. 오래전부터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다. 그 노랫말처럼 내 인생이 그리 되기를 바랐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 가족이 함께 하면서, 내 쭉 그 노래를 생각했었다. 다들 지금 당장에는 힘든 일이 있더라도, 견디고 견뎌 감당 잘해내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다. 내가 그리 견뎌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고 있음을 실전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햇비농원 그 앞뜰 정비해주느라 발까지 다친 서현이 애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