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문 안의 단상/오은 이정표
비워둔 오두막집 지켜내느라
오랜 세월 풍상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아스라히 나래 펴가는 해오라기를
허허롭게 붉히고 따라나선 눈망울 빛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결에 흔들리고
바람으로 흩어진 꽃씨처럼
어디론가 흩어져간 식솔들이
그윽한 사랑으로 감싸안고 다독이던
그 아슴한 손길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당가 우물은 말라버렸지만
먼 세상을 꿈꾸고
두레박 속의 메아리를 건져 올리고 있는
사립문 안, 그리움의 노래가
깊어가는 밤바다처럼 울먹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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