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당초 신혼 때 구입했던 공릉동 21평이 노원 집값 폭등시 3억 가까이 올라갔으나 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계동에 있는 21평 아파트는 가뿐히 3억원을 뛰어넘더군요.
당초 구입시 저는 닭장 같은 아파트 천지의 빽빽한 느낌과 상계동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주저했고 그래서 선택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상하게도 집값상승과 관련해서는 그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현재도 5천만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제가 의문을 가졌던 것은 이 때였습니다.
내가 선택한 아파트가 지하철역도 더 가깝고, 서울 중심도 더 가까운 지역이며, 더 최근에 지은 아파트인데 왜 가격이 더 낮을까 하는 의문.
그 흐름을 거슬러 가 보니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택지지구 내 아파트냐 아니냐 의 차이라는 점
택지지구는 일단 블록별로 아파트만 따로 파는 게 아니라 전체를 계획하기 때문에 상업지역이 배타적으로 형성이 됩니다.
일반 지역과 다른 가장 큰 차이이죠.
그리고 택지지구 내 아파트들은 아파트 한 단지가 아니라 아파트 여러 단지가 결합되어 생기는 곳입니다.
당연히 쪽수가 많을 수 밖에 없지요.
중산층 아파트 수가 1천세대인 곳에 학원, 음식점, 서점, 극장, 할인점 등 인프라 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2천세대에 설치하는 게 나을 테고, 1만 세대라면 누구나 입점하고 싶어하겠지요.
공릉동에 있는 아파트는 역세권이기는 했지만 다세대, 개인주택 위주의 지역에 아파트가 덤성덤성 지어진 곳이었고 상계동, 중계동은 그야말로 아파트 중산층 천지였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학원 등 상업시설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상업시설이 속속들이 들어서니 생활편의성 때문에 사람들은 더 찾게 되고 그러면서 인근에 아파트는 계속 분양하면서 선순환을 이루어 가는 것이 택지지구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택지지구의 개념에서 그 핵심요소를 따져보니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원이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사실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은 말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서울에서는 많이 회자되는 지역이 있지요..
대치동, 목동, 중계동.
흔히 말하는 서울의 학원 삼총사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들 지역에는 바로 택지지구 내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강남 대치동은 80년대 초반, 목동과 중상계동은 80년대 후반에 들어선 택지지구입니다.
당초 부촌이미지였던 대치동, 목동은 학원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많았기에 학원가와 집값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하나의 요소로서 인식되었으나 중계동은 별다른 요소가 없는데도 다른 강북과는 현저한 차이의 집값상승을 이끌어내었습니다.
학원가 형성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부산에도 흔히 말하는 학원가가 있습니다.
해운대신시가지와 화명신시가지
이 두 곳 역시 80년대 후반에 들어선 택지지구 내 아파트이죠.
그리고 아파트 가격으로도 우수한 주거지로도 나름 그 비례성을 인정받은 곳들입니다.
화명신시가지
부산의 화명전철역 주변에서 낙동강변 서쪽방향으로 중심상업지역이 들어서 있습니다.
롯데마트, 대규모 극장, 학원가 등이 바둑판처럼 차곡차곡 배열되어 있고 대로변 뒤로 아파
트들이 들어서 있지요.
그리고 아파트 가격 역시 이 대로변 앞뒤에 있는 아파트들이 가장 큰 가격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상업지역들이 높은 층고로 대로변의 소음을 막아주기에 결과적으로 그 안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주거환경이 되고 그 안쪽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단지 내나 단지 주변에 있는 학교와 학원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시스템.
즉 롯데 낙천대나 하늘채 같은 곳을 들 수 있겠지요.
이것이 바로 신도시 집값상승의 전형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 공단이나 산업단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흥수요는 대부분 아래에 있는 덕천상권에서
소화해 주기에 상대적으로 유흥상권이 아니라서 적정한 임대료와 안정된 주거상권으로서의 수익성이 담보될 수 있고 학원, 가족음식점, 체인점 등이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지요.
만약 덕천상권이 유흥수요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주거지 등 안정적인 상권수요가 있는 화명상업지역의 임대료는 폭등을 할 것이며 그렇다면 학원 등의 형성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해운대 신시가지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장산역 주변이 화명역과 비슷한 중심상업지역의 역할을 하고 있구요.
그렇지만 조금 다른 측면은 화명신도시의 경우를 보면 대로변 쪽에 상가가 들어서고 그 안쪽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소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벽산1차나 대우, 두산 1차의 경우는 대로변을 바로 접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상업지역 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블록으로 화명보다 더 큰 규모로 완성되어 있으며, 단지내 학교, 공원 등의 흐름은 비슷하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현재 택지지구가 형성되고 있는 정관신도시의 예로 들어봅니다.
다소 적은 규모의 준상업지역인 롯데캐슬과 계룡리슈빌 사이의 상가형성은 화명신시가지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롯데캐슬과 계룡리슈빌 사이 도로 편에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안쪽 주거시설의 소음을 일정부분 막아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정관 중심상업지역의 경우를 보면 대로변에 상가가 들어서고 그 안쪽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구조가 아닌 해운대신시가지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해모로나 신동아 같은 경우를 보면 전체가 아파트의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인데 중심상업지역 인접이다 보니 근린상가 개념이 약하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가 대로에 노출되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중심상업지역이 제 자리를 잡게 되면 해모로, 신동아, 효성, 동일부지 등이 화명신시가지의 하늘채나 해운대신시가지 벽산, 두산 1차 아파트같이 학교, 학원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최고의 요충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지하철도 이 주변에 들어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궁금해진 것이 학원가 형성 등은 왜 이렇듯 택지지구에만 형성되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제 나름대로 그 이유를 파악해 본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서울에 있는 대치동, 중계동, 목동,
부산에 있는 화명, 해운대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택지지구는 당초 계획시 상가의 위치와 규모 등을 배타적으로 형성시켜 놓습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타 업종(술집, 환경유해시설 등)이 들어서지 못하게 해 놓음으로써 좀 더 용이하게 학원가 형성이 가능합니다.
둘째로 일반 단독주택이나 빌라, 다세대보다 훨씬 더 밀도가 높은 고층 아파트들의 집중적인 거주로 인해 학원 등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학원이 발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택지지구는 도심 외곽에 주로 형성되기 때문에 센텀이나 덕천, 서면같은 고가임대료의 중심가가 아니라는 점도 적당한 임대료를 통한 학원가 형성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한 때 부산은 부산학원, 서울은 노량진이 가장 유명한 학원이었습니다.
주로 재수생 중심의 학원 시스템이지요.
하지만 지금 수도권의 학원 시스템은 재학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중산층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 형성되는 흐름입니다.
이런 학원 인프라는 점점 더 영향력을 넓혀서 주변 지역으로까지 확대됩니다.
목동 학원가에 영등포, 동작, 구로 등지의 학원생들이 버스 등으로 통학하다가 결국 시간, 장소적 이점 때문에 목동 내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부산도 아파트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걸어갈 수 있는 곳이 중산층의 인기주거지로는 가장 전형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이상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인 학원형성 등과 관련되는 집값의 흐름을 제 나름의 기준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글로 보니 더욱 확실한거 같습니다.
솔까말 부산이라서 에러 최상위권 자녀 둔 사람이라면 학원 연연안할터인데. 글쓴거 보니까 중하위권 자녀를 둿나보구만
아...또 혈압오르는 댓글 보는구만...
와우 답글 대박인데요 논객? ㅎㅎ
정말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평소에 머릿속에 흐릿흐릿하게만 느끼고 있던 부분을 정말 깔끔하게 정리 잘해주셔서 ㅎㅎ
역시 지브란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장고끝에 내논에 물대기...
덧붙여 교육업종에 국한하여 말씀드리면.... 신시가지 들어서면 음악/미술/무용/태권도 같은 예체능학원이 성행합니다. 초기에 중고생둔 부모들이 위험부담 안고 입성하기 힘드니까요. 그러다 신시가지가 안정화되면 입시학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뒤이어 독서실 등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런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요. 뒤늦게 초등 상대 예체능 학원 뛰어든다든지 너무 일찍 중고등 상대 교욱기관 뛰어들면 고생합니다. 참고로 김해 내동은 대치동과 더불어 학원밀집도 1, 2위를 다투고 화명동/금곡동 지역 독서실만 18개 정도 됩니다. 암튼 개발되는 부산의 모든 신도시/신시가지가 발전해서 경제가 잘 돌아갔으면 하네요.
김해 내동택지지구 역시 87년도에 형성된 택지지구죠. 중앙언론지에 대치동과 비교되면서 유명해진 곳. 신시가지 형성단계에 따른 교육업종관련 내용이 투자나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겐 좋은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감명깊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그런생각을 가지고 있는 1인입니다. 기존 구도심같은경우 택지개발지 같이 그런 인프라가 생길수는 없거든요. 화명동,해운대 신시가지를 예를 들었는데 거제동 홈타운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부대 자리에 법조타운 , 홈타운생기고 등등 화명동 해운대 신시가지만큼 크진 않지만 사직운동장에 나름 미니 형태로 인프라가 좋아지자(유해환경없어) 그주변에서 주목을 받았구요. 물론 그런입장에서 정관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물건임은 틀림이 없구요.그런데 여기서 보아야 할점은 점점 발달해 과정에서 그쇠퇴기는언제인가 하는부분은 한번 정도 점검을 해봐야 할것입니다.
그런점에서 정관이 떠오르는 태양정도로 보고또 명지도 마찬가지겠지요.물론 경기가 좋지못한 상황에서 해운대 신시가지나 화명동처럼 단번에 좋아 질수는없지만 말이죠.
제가 보기에 부산내에서 해운대 신시가지, 화명신시가지의 인프라가 생각보다는 오래 갈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무엇보다도 향후 그만한 인프라를 가질 만한 곳이 정관과 양산을 제외하고는 없어 보이는 게 그렇습니다. 명지 매립지나 수영만 매립지, 용호만매립지는 도로 등 바둑판처럼 정비는 잘 되어있지만 아파트만 블럭으로 팔았을 뿐 계획도시인 중심상가 개념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매립지의 경우 근린상가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수도 많아 나름 상업지역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도시 중심상업지역에 비해 규모에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같은 경우 뉴타운, 재개발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던 성북구나 구로구 등 자치단체장이 학원 등을 유치하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던 이력도 있지요.
입지는 해운대가 정관에 비해, 화명이 양산에 비해 좋지만 규모는 정관이나 양산이 더 크겠지요. 장기적으로 정관, 양산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잘 발전하느냐에 따라 해운대신시가지, 화명신시가지에 대한 확장의 개념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대체의 개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보여지고 그것은 형성과정을 지켜보아야 할 듯합니다.
전문가의 기질이 있으신듯..일단 저같은 사람에게 이해가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