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고양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오전 7시에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시작으로 연이어 회의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느라 많이 피곤한 기색이였지만 쉼없이 미팅을 계속 했습니다.
오후 5시 30분에는 평화재단을 출발하여 통일의병 강연이 고양시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한강 다리를 건넜는데 해질녘 석양이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차 안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하고, 원고 교정도 하면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 차 안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보고 있는 스님
차가 막혀서 6시부터 예정된 고양 지역 통일의병들과의 간담회 시간에 늦을까봐 염려를 했지만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간담회는 6시부터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먼저 고양시 통일의병들과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고양시는 새터민이 3명이나 통일의병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새터민들이기 때문에 스님은 주로 북한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해서 남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해 어떤 포용 정책을 취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 고양시 통일의병들과의 간담회
특히 남북의 적대 관계가 해소되고 교류가 활성화 되면 새터민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돌아가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는 잠시 들뜬 분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통일의병들은 모두 강연장으로 가고, 스님은 이어서 고양시의 지역 인사 분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은형 신부님, 고양시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유은혜 국회의원(일산 동구), 김현미 국회의원(일산 서구), 고양신문 윤주한 회장, 김유임 경기도의회 부의장, 김달수 경기도의원, 고은정 고양시의원,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이사장 등 많은 분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가볍게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 고양시 지역 인사들과의 간담회
스님은 “바쁘신 분들이 어쩐 일로 총출동을 하셨어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 후 통일이 되었을 때 고양과 파주 지역에 돌아오는 이익, 보수가 통일 운동에 적극 나서는 점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새터민들의 최근 추세와 정책적인 지원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역 인사 분들은 스님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한 후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강연은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이라는 작고 아담한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하늘색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여 준비를 마친 가운데 강연을 듣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 둘 이어졌습니다. 강연장 앞에 전시해 놓은 고창동학누비길 포스터를 둘러보고 통일시민학교 포스터와 QR코드를 찍으시는 분도 계셨고, 강연 시작 한참 전인데도 강연장 밖에서 담소를 나누는 분도 많이 보였습니다. 긴 바바리를 걸친 노신사 분은 “법륜스님의 책을 읽고 나서 직접 강연을 듣고 싶어 왔다”고 했고, 마을공동체 밴드에 올라온 강연소식을 본 어머니는 평소 통일에 관심이 많던 딸과 함께 참석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강연장으로 들어가기 전 로비에서 수고하고 있는 통일의병들 한명 한명에게 악수를 건네며 “수고가 많아요” 라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멋진 시낭송과 노래를 들으며 한껏 즐거운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어느덧 새라새극장 1층과 2층에 마련된 300석이 꽉 찼습니다. 저녁 7시가 되자 큰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강연장을 가득 채우며 통일의병 백왕순 사무총장과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장 이은형 신부님의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그런 후 스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은형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장님
먼저 스님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7년 전쟁을 통해서도 한국을 점령하지 못하고 실패한 이유 세 가지를 이야기해 주면서 특히 역사 속에서 의병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은 사실 몇 달 만에 한국을 점령하고 그 힘을 몰아 명나라를 치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7년 동안 전쟁을 해도 한국을 점령하지 못하고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왜군들이 조선에 와서 놀란 게 세 가지였데요.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그 첫째가 이순신 같은 장군이었습니다. 원래 왜군은 조선을 침략할 때 식량을 별로 안 가져왔어요. 전라도 곡창 지대를 점령해서 그 식량을 경기도와 한성으로 옮겨서 모두 보충할 계획을 했거든요. 그런데 경상우수영인 통영, 즉 한산도에서 막혀버렸기 때문에 전라도 쪽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해서 차질이 생겼죠. 정유재란 때는 명랑 전투에서 패배해서 결국은 물러나게 되었고요. 왜군은 이순신 장군과 싸워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어요. 이런 장군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고양시 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두 번째, 보통 전쟁을 하면 성을 두고 점령하려는 쪽과 방어하려는 쪽이 줄기차게 싸우다가 성주가 항복하든지 전원 다 죽는 것이 일본 문화입니다. 그래서 서울을 정복해서 임금에게 항복을 받으면 전쟁이 끝나는 거예요. 그런데 임금이 도망가 버릴 줄은 생각을 못했어요. (청중 웃음) 일본에서는 한낱 성주도 도망을 안 가는데 한 나라의 임금이 꽁무니를 빼다니요. 그래서 이것도 차질이 생겼어요. 임금만 사로잡으면 전쟁이 끝날 줄 알았는데 도망가 버렸으니 해결책이 없어졌어요.
세 번째, 일본도 그렇고 중세 유럽도 그렇고 전쟁은 무사끼리 합니다. 일반 백성은 이기든 지든 전쟁과 큰 관계가 없었어요. 그런데 조선에 왔더니 일반 백성이 곡괭이며 낫을 들고 곳곳에서 숨어 있다가 벌떼같이 덤벼듭니다. 이게 의병이죠.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그래서 이 세 가지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결국은 한두 달 만에 끝내려 했던 전쟁을 7년을 하고도 못 이겼다고 해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우리 민족의 저력이 의병입니다. 나라의 녹을 먹고 살던 사람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다 도망을 가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싸우라고 평소에 지위도 주고 훈련도 시켜주고 무기도 주고 먹여살렸던 관군은 세가 불리하다고 다 도망을 가는데, 오히려 국가로부터 착취당하던 백성들이 일어났어요. 백성들이 볼 때는 나라가 망하든 흥하든 별 관계가 없을 텐데 그 백성들이 일어나서 외적과 맞서 싸웠습니다. 이런 특이한 문화는 아마 우리나라에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이런 의병정신을 보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 민(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병정신은 백성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에 모두들 큰 박수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병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하면서 어떤 사람이 의병이 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의병은 승리하면 좋을 줄 알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기와 질투 때문에 주로 관병에게 모함을 당해서 반역으로 찍히기 쉽습니다. 지면 몰살당합니다. 관군은 죽은 뒤에도 국립묘지에 묻히고 죽은 뒤에도 정부에서 가족을 돌봐주지만, 의병은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합니다. 승리해도 아무런 혜택을 못 받고, 농사꾼은 농사지으러 돌아가야 하고, 사냥꾼은 사냥하러 돌아가야 합니다. 관군은 이기면 승진합니다. 그래서 ‘의병’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백의종군’, ‘헌신성’, ‘공공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의병을 해서 출세하겠다, 국회의원 되겠다고 하면 안 됩니다. 의병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의로운 군대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국민적인 의병이 필요합니다. 지난 70년 간은 통일을 관병에게 맡겨놓았는데, 어려워서 못 했는지 게을러서 못 했는지 의지가 없어서 못 했는지 분단 70년이 되도록 진척을 못 이루었어요. 진척이 좀 된 것 같다가도 최근에 들어와서는 도로 후퇴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나라의 주인인 민이 일어나서 도와야겠다’ 해서 통일의병이 시작된 겁니다. 그래서 무슨 반정부 활동을 하는 단체로 생각하시면 안 되고요, 이념적인 것, 무슨 계급 해방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과거를 묻지 않고 참여 가능합니다. 진보든 보수든, 여든 야든, 전라도 사람이든 경상도 사람이든, 남자든 여자든,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관계없어요. 평화와 통일이라는 우리의 과제에 동참하기만 한다면 외국인이라도 좋습니다. 이처럼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조건은 헌신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강연을 주관한 단체가 ‘통일의병’인데 모두들 통일의병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왔지만 스님의 설명 덕분에 그 취지에 공감하며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여는 이야기를 마치고 “오늘 강연은 일방적인 강연은 아니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반대의견도 좋습니다. 그리고 통일과 관련된 강연이지만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드려야 통일의병이 되려고 하실 테니까 개인적인 질문도 몇 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며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총 7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20대 여성분은 영어교수법이 좋은 분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나를 잘 모르면서 ‘나는 네가 모르는 너의 모습을 알아.’ ‘너 어떻게 살래?’ 이런 쓸데없는 조언을 하는 것이 듣기 싫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고, 낚시를 즐겨했던 중년의 남성분은 어느 날 잡아온 물고기를 손질하다 살생하는 느낌이 들어 낚시를 그만 다니게 되었는데 낚시 프로그램에서 기껏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며 미덕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낚시해서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서 먹는 것이 더 나쁜지 아니면 잡았다 놓아주었다 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인지 마음 속에 의문이 들었다는 질문했습니다. 고3 딸이 있는 어머니께서는 주식에 실패한 남편이 아이가 3살 때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잠적한 후 생사를 모르고 지내다가 2년 전 시댁으로부터 남편이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빠의 사망소식과 5년 전부터 만나온 남자와의 결혼의사를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물었습니다.
명덕외고 러시아어과에 재학 중인 여고생은 통일 후 러시아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질문했고, 한 여성 청년 분은 북한과도 다른 나라와 교류하듯이 교류만 하면서 살면 되지 왜 굳이 통일을 하고 하나의 국가가 되어야 하는지 질문했고, 한 남성 청년 분은 지속적으로 공포정치를 하고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어떻게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년 여성분께서 분단현실로 소모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국민들의 강한 의지로 통일하려고 해도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강대국들이 막으면 통일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복잡할 것 같은 이야기를 명쾌하면서도 대중들이 알기 쉽게 답해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공포 정치를 하는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서 통일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북한은 계속 공포정치 식으로 밀어 붙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런 북한에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서 통일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함께 연구를 해야죠. 북한이 저렇게 북한 안에서도 공포정치를 하고 우리한테도 협박을 하는 이유가 실제로는 관심이 무엇이기에 그러는지를 우리가 파악해야겠죠. 6.25 전쟁 때는 경제력이나 군사력 모두 남쪽보다 북쪽이 셌어요. 그러니 우리가 위협을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나 정치력 모두에서 남쪽이 셉니다. 그러면 북쪽이 우리에게 위협적 존재는 아니에요. 위험한 존재죠. 뱀은 나에게 위협적 존재예요? 위험한 동물이에요?”
“위험한 동물이요.”
“호랑이는요? 호랑이는 위협적 존재예요. 이렇게 성격이 달라요. 옛날에는 위협적 존재였기 때문에 우리가 두려워해야 했지만 지금은 위험한 존재니까 위험 관리를 잘 해야 해요. 저쪽에서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안보적 방어를 잘 해야 돼요. 그건 방심하면 안 돼요. 방심하면 우리가 위험을 부담해야 하니 그건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보수 세력이 지금 이야기하는 것에는 두 가지 모순이 있어요. 북한이 내일이라도 당장 남한에 쳐내려올 것 같이 이야기하면서, 그러면 우리가 못 이긴다잖아요. 위협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내일 당장 북한이 망할 것처럼 이야기해요. 내일 당장 망할 나라가 어떻게 우리를 이겨요? 이렇게 모순되어 있는 것을 여러분이 딱 꿰뚫어봐야 해요.
북한은 더 이상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 위험한 존재입니다. 위험은 관리를 잘 해야 해요. 그러니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한편, 위험한 존재는 위험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가능하면 상대를 자극하지 말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발언하는 걸 보면 주로 자극을 시키니까 너 죽고 나 죽자고 덤비는 것 아니에요?
위험 관리 차원에서 대응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두 가지가 필요해요. ‘너희가 공격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약간의 채찍도 필요하고, ‘그러나 우리는 너희를 해치지 않겠다’는 유화적 정책도 같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건드리기만 해봐라, 우리는 열 배로 때려버리겠다’ 이런 것만 하지 유화적인 게 부족합니다. 남북이 세력이 똑같다면 이렇게 해야 해요. 그런데 내가 자신이 있으면 이럴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 현 남한 정부와 보수는 북한에 대해 자신감이 결여돼 있습니다. 70년 전 우리가 약할 때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서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쪽은 보복하고 싶어 하고 한쪽은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제는 자신감을 좀 가져도 돼요. 북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이라는 위험을 관리할 줄 아는 자세를 갖는다면 구체적인 정책은 얼마든지 나올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공격은 우리 힘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그게 부족하면 한미동맹으로서도 충분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일본의 도움을 받을 이유는 없다.’ 이렇게 단호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국회에서 총리가 일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해서 지금 난리가 났잖아요. 이건 아직도 자신감이 없다는 겁니다. ‘북한이 쳐내려오면 일본과 힘을 합쳐서 한번 막아보겠다’ 이런 발상이라면 정말 너무나 자신 없는 소리예요. 이런 경제력, 이런 최신무기를 갖고도 왜 그래요?
또 우리 힘으로 부족하다 생각하면 세계 최강국과 맺은 한미동맹으로 충분하지, 거기에 일본이 왜 필요해요? 그러니 이런 말은 그만큼 자신감이 없는 데서 나오는 거예요. 일본이 뭐라고 하든 ‘아, 그래. 친하게 지내자. 그러나 너희가 식민지배 반성도 하지 않는데, 우리가 제 동족과 싸우면서 너희 도움 받을 필요는 없어. 우리가 알아서 할게. 부족하면 미국하고 협력해서 하지, 너희는 필요 없어.’ 이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안 그러잖아요. 좀 더 자신감 갖고 위험을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자신감을 갖고 위험을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늘 통일 강연 때 마다 강조하듯이 통일 한국이 갖는 비전에 대해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한국이 미일동맹 체제 하에서 그 하위 변수가 되고, 결국 북한도 오래 못 버티고 중국의 하위 변수로 들어가게 되면, 미중의 세계 패권 다툼에 우리 남북은 강대국의 하위 변수로 편재되어서 갈등의 중심이 돼요. 그러나 남북한이 통일되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미중의 세력이 비슷할 때는 통일한국이 어느 쪽으로 붙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그 균형점을 잡아주면 우리의 평화는 우리만의 평화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가져옵니다. 주변국에게도 모두 이익인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한반도의 통일을 첫 발로 삼아 다음 단계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동아시아의 번영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 세기 말에는 세계 문명이 유럽에서 미국을 거쳐 동아시아로 도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동아시아 공동체가 와야 가능하지, 동아시아가 지금처럼 서로 분쟁을 하면 불가능해요. 그러니 통일은 우리의 이익만 추구하면 안 되고 주변 국가들과도 함께 이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독일 통일이 유럽 통합의 기폭제가 되고 독일이 유럽의 모든 나라에 이익을 주고 있잖아요. 과거사를 반성하고 주변 나라에 다 이익을 주니까 독일 통일에 반대 요소가 없었어요. 일본도 그래야 해요. 제가 진짜 일본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일본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한반도의 통일에 적극 나서고, 그 다음에 아시아 지역에 이익을 주고, 과거사를 진솔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일본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일본에도 저와 뜻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일본도 극우가 득세하니까 이런 사람들의 발언권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본을 적으로 삼으면 안 돼요. 우리는 일본의 평화세력과 힘을 합쳐서 일본의 군국주의에 반대해야 합니다. 미국을 적으로 삼으면 안 되고, 미국의 평화세력과 힘을 합쳐서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면, 군수산업의 이익을 위하는 면을 같이 반대해야 합니다. 무조건 반미하고 무조건 반일하는 게 우리의 미래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즉 여러분들이 민족의 자주를 분명히 하되 국제적 안목을 가져야 해요. 국제적 안목은 있는데 자기 정체성이 없거나, 자기 정체성은 있는데 배타적이면 안 됩니다. 북한같이 너무 배타적이어도 안 되고, 한국같이 자기 자주성이 없어도 안 됩니다. 남북이 다 문제예요. 통일하면 자주성은 갖되 이웃과 연대할 때 우리는 세게 일류 국가가 될 수 있어요.현재의 남북은 그런 수준이 못 됩니다.
우리가 새로운 통일 한국의 꿈을 성취한다면 발해 멸망 이후 1,100년 만에 우리가 대륙의 변방이 아닌 동아시아의 자주국가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고구려의 자주국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일제 식민지 이후 백 년의 한을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천 년의 한을 풀 수 있습니다. 그런 중요한 기로에 우리가 지금 서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영구 분단으로 패권 전쟁의 희생양으로 갈 수도 있고, 잘 하면 통일의 기회를 잡아서 동아시아의 중심축으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우리가 같이 한번 살려보면 어떻겠습니까? 저야 뭐 스님이니까 애도 없고, 죽으면 끝이에요. 그러나 여러분들은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고양 사람들은 통일되면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오를 텐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청중 웃음)
스님의 제안에 청중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통일이 되면 고양 시민들은 땅값 집값 다 오를텐데 왜 통일운동에 적극적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고양 시민들은 모두 큰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자녀가 있는 사람일수록 자녀 세대를 위해 더욱더 통일의병이 되어 통일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다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잠시 코끝이 찡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오늘처럼 이렇게 서로 합심을 한다면 통일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보았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러시아어 공부를 한다는 고등학생 질문자는 앞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통일 외교에 힘써야겠다는 각오와 함께 학교에서 준비 중인 외교 동아리에서 통일에 대해 더 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영어 선생님의 조언 때문에 고민이었던 질문자는 스님말씀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좋아졌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강연장 바깥쪽에서는 10월 28일부터 시작되는 제 3기 고양파주 통일시민학교에 등록하는 분들로 붐볐고, 통일의병 후원회원에 가입해시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오늘 강연의 깊이와 울림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펼쳐졌는데, 많은 참가자들이 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스님은 사인을 하면서도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습니다.
▲ 책 사인회
책 사인회를 마치고 오늘 강연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봉사한 통일의병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크게 외치는 “통일의병!” 소리만큼 뿌듯함과 통일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는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밤 10시 30분 무렵에 평화재단에 도착한 스님은 정토출판 식구들과 함께 스님의 새책 ‘야단법석’ 출간을 축하하는 조촐한 다과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박수와 함께 새책 출간을 축하했습니다.
▲ 신간 <야단법석> 출간 기념 다과회
‘야단법석’은 작년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에서 이뤄진 즉문즉설 강연을 담은 책으로 갖가지 인생고민에 대한 스님의 지혜와 전세게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오늘부로 4대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서점에서 반응이 너무 좋아 인쇄량을 계속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스님은 정토출판 식구들에게 “책 만드느라고 수고 많았어요”라고 격려해 주면서 새책에 직접 사인을 해서 선물했습니다. 새책 ‘야단법석’이 많은 분들에게 조금 더 행복해지는 길에 대해 알려주는 소중한 나침반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 오늘 출간한 법륜 스님의 새책 <야단법석>
스님은 다과회를 마치고 밤 12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들어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전국에서 모인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자들과 함께 속리산 법주사에서 가을 나들이를 다녀온 후 담당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청주에서 김제동씨와 함께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청년들을 위해 강연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