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不喜欢这世界,我只喜欢你》는 나의 네 번째 중국어 원서 읽기 책이다. 글쓴이 乔一(치아오이)와 F君(쥔)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이 와중에 있었던 일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써내려간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乔一가 微博(웨이보어,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 우리로 치면 네이버 블로그 같은 )에 기록했던 것들을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지난 5월에, 소주(苏州)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 행사를 했는데, 이책이 한 코너에 추천도서로 자리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첫 중국 작가의 원서인 셈인데, 이 책이 인기를 얻어 TV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드라마로는 "我只喜欢你(워즤시환니, 나는 너만 사랑해)"라는 제목으로 제작되었다. 얼마 전 읽었던 <우린 열 한 살에 만났다>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물론 글의 분위기나 느낌은 다르지만.
조각조각 스틸컷 같은 짜투리 에피소드들이 책으로 묶여질 수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지만, 드라마까지 제작될 정도이니, 이 책이 주는 유쾌함이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현캐(현실 캐릭터)인데,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어찌나 특색있고 독특한 지 말이다. 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케미가 유쾌상큼발랄해서 한 꼭지 한 꼭지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웃음이 빵빵 터진다.
두 연인은 현저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격한 차이에서 오는 불협화음이 빈번하다. 차이는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 웃음 제조기도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확인한다. 부부간의 다툼이라는 게 대부분 두 사람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건데, 내 입장만 고수하는 것에서 한 벌 물러서면, 차이가 만들어내는 케미, 즐거움이 있는 법이다.
아침, 남편 출근 길을 마중할 때, 나는 남편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기다린다. 오늘도 '힘 내세요' 라는 묵언의 말을 눈빛에 가득 담고 말이다. 그러나 남편은 나의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내 계단으로 내려가버린다. 아내 입장에서 서운할 만하다. 내가 그런 눈빛을 보낼 때, '그래, 알았어'라는 표시로 허깅 한 번 해줄 법도 한데 말이다. 알아주지 않는 마음에 대한 서운함이 모아지면, 한이 된다. 그러나 받아들이기에 따라 불협화음은 재미진 일상의 보고가 된다. '저,저,저거 봐라, 곰탱이 같은 돌쇠같으니라'고 지껄이며 웃는다. 그러니까 내 말인즉슨, 차이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유쾌하게 승화시키자는 것이다. 어떤 기질이나 성격이든지 장단, 강약은 있으니 말이다.
오늘 읽은 부분은, 乔一와 그녀의 고향 선배와의 만남에서 이루어진 에피소드였다. 乔一는 그녀의 연인, F君과 함께 살기 위해, 고향의 직장을 때려치고, 무작정 상경(北京)했다. 이런 乔一를 이해하지 못한 闺蜜(꾸웨이미, 여자절친)들은 F君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F君은 乔一의 선배와의 만남, 한 방으로 이미지 세탁에 성공한다.
乔一는 키 큰 선배와 격을 맞추기 위해, 高跟鞋(하이힐)을 신고 나간다. 선배와 관광을 하다, 소매치기를 당한다. 하이힐을 신었으니, 소매치기를 쫓아가는 건 고사하고 이미 피곤함이 잔뜩이다. F君에게 전화를 해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린다. F君이 번개같이 나타난다. 그녀의 平底(핑띠, 플랫슈즈)를 가지고 말이다.
깜짝 놀란 乔一는 F君에게 집에 갔다 왔느냐고 묻는다. 그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아침에 그녀가 高跟鞋(하이힐)을 신고 나간 것을 목격하고, 미리서 그녀의 平底(핑띠, 플랫슈즈)를 준비해서 출근했다는 것이다. 이미 짐작을 한 것이다. 분명 하이힐을 신고 선배와 돌아다니다 피곤해질 것이고 플랫슈즈를 찾게 될 것을.
그는 도로상에 웅크리고 앉아, 乔一에게 신발을 바꿔 신겨주고, 그녀의 선배를 극진하게 대접한다. 음식점에 가서 그의 태도는 더욱 빛난다. 乔一의 선배에게 忌口(지커우, 삼가해야하는 음식)은 없는지 묻고서 2분이 채 되지 않아 선배를 흡족시킬 주문을 완료한 것이다. 전 날 이미 선배의 음식 취향을 사전 조사한 쾌거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 중국에서 음식 주문은 꽤나 까다롭다. 일단 음식의 종류가 허다하다. 메인 요리, 채소요리, 그리고 주식(밥이나 빵 등)과 탕(烫, 우리로 치면 국 같은)을 주문해야 하는데, 그 많은 요리들 중에서 대접할 사람의 구미에 맞는 주문을 하는 건, 일종의 실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데 이 어려운 걸 F君은 2분도 안되어 완료한데다, 모든 띠엔차이(点菜, 음식 주문)가 대접 받는 이의 입맛에 한결같이 제격이었으니, F君의 활약이 돋보일 수밖에.
사랑꾼의 면모와 손님을 대하는 신사적인 매너까지 경험한 乔一의 선배는 QQ群里(췬리, 단체체팅방)에 그의 기사도를 면면히 알린다. 단체방은 이내 F君을 칭찬하고 乔一에 대한 부러움으로 난리가 난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이즈음에서 찬물을 좀 끼얹어야겠다. 흠모할만한 그의 행동은, 실은 지나치게 치밀하고 세세하고, 완벽주의적인 강박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반대로 바로 그 성격 때문에 부딪히는 불협화음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꼼꼼함과 세밀함을 장착한 그의 완벽주의가 쏟아낼 잔소리와 퉁생이를 상상해 보시라.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도가 높고, 환경과 사람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우리 부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남편은 꼼꼼하고 나는 덜렁이다. 오죽하면 남편이 붙여준 내 별명이 더블쎄븐(칠칠이)이겠는가? 동네에서의 별명은 '모지리'이다. 답지 않게 모질라다는 뜻으로다가. 외출하려고 나서는 길이다. 승차해서 출발하는 순간, 빠뜨린 물건이 떠오른다. 아차! 음식점이나 여행지에서 소지품을 두고 나오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아이고! 중요한 물건을 잘 보관한다며 꽁꽁 싸두었다가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남편이 힐난한다. "정신 좀 차리고 다니라고!!!!!!!!" 나의 대답, "그러니까 내가 당신이랑 사는 거 아니야!!" 나는 정녕 철면피인 것인가, 그를 칭찬한 것인가, 분간이 되지 않지만서도, 애저녁에 싸움은 물 건너가고, 봄날의 목련꽃마냥 서로를 향해 웃고 만다.